아미그달린
1. 개요
비타민B17이라는 이름으로 비타민B중 하나라고 가장 최근에 '''주장되고 있는''' 물질. 즉, 비타민이 아니다. 간혹 '레트릴' '레트라일'[1] 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레트릴은 아미그달린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이 물질은 주로 암세포 억제에 도움을 준다며 항암 대체 요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이 물질이 사실은 독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아미그달린과 물은 체내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HCN, 즉 시안화수소를 생성한다.[2] 이쯤 되면 왜 이게 논란거리인지 알 것이다.
만약 이 물질이 정말로 항암 효과가 있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약 치고 독성이 아예 없는 약은 거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독성이 있어도 치료에 필요하다면 써야 할 경우가 있다. 일례로 비소는 맹독성 물질이지만 비소 화합물은 매독 치료 등으로 역사에 자주 등장한다.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쓸 일은 생긴다.'''
근데 왜 이게 항암치료제가 아니고 비타민인가? 그 이유는 이렇다. 크렙스 박사라는 사람이 자두씨에서 항암 성분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추출하고 그 아들이 추출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레트릴이라고 이름 붙인 건데, 이게 의약품으로 사용되려면 FDA의 승인을 받아야 되니까 비타민B17, 즉 식품이니까 허가 안 받아도 된다고 빠득빠득 우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약도 아니고 그냥 "건강 식품"이라고 주장하는 물질이다.
나중에는, 몇몇 사람은 레트릴을 팔아먹기 위해서 존 버치 소사이어티[3] 나 전미보건연합[4] 을 동원해 '의료 선택의 자유'를 운운하면서 레트릴을 포함한 대체 의학을 옹호하는 운동을 벌이게 되었고, 이 와중에 영화배우 스티브 맥퀸이 말기암에 걸리면서 대체요법을 찾는 와중에 레트릴요법을 사용한다. 결국 대법원에서는 일시적으로 말기암이라는 진단서를 의사가 끊어주기만 한다면 FDA의 허가를 받지 않은 약품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몇몇 주에서는 레트릴 판매를 허용했다.
중요한 건, 그 허용 기간이 끝날 때쯤에 레트릴의 판매 허용이 취소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항암효과가 전혀 없었다.''' 암세포 억제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 것은 주장일 뿐이고, 관련 연구중 제대로 된 건 없다시피 하다. 비타민B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전술한 스티브 맥퀸도 레트릴로 치료를 시도한 후 금세 사망했다. 결국 레트릴은 사기꾼들이 암환자들의 돈을 뜯어먹으려는 개수작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돌팔이들이 만병통치약 내지는 암 치료제로 홍보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아직도 그런 자들이 있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미그달린은 살구, 복숭아, 앵두, 매실, 자두, 아몬드 등 벚나무속 열매의 씨앗들과 사과의 씨앗, 은행에 들어있다. 이들 씨앗에 항암물질이 있다고 광고하면서 판매하는 건 대부분 아미그달린을 의미하는 것인데 앞서도 말했지만 독성 물질이다. 따라서 대량으로 복용할 경우 연수를 먼저 자극한 뒤 마비시키고, 조직의 질식을 일으킨다. 그나마 이런 씨앗들은 생으로 먹을 일은 그다지 없고 약이나 식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굽거나 볶고, 끓이거나, 물에 불리고, 설탕에 재우는 등의 방법을 거치므로 이 과정에서 휘발성인 아미그달린이 거의 사라져 실제 치사량 수준으로 섭취할 일은 많지 없다. 그나마 생 씨앗으로 접하기 쉬운 사과는 성인 기준으로 하루 사과 20개 분량의 씨앗을 먹어야 위험한 수준에 이르는데 이렇게 먹기는 쉽지 않다. 은행은 볶을 경우 아미그달린이 많이 날아가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 10~20개 정도의 분량이 적당하다.
매실은 아미그달린이 과육과 씨앗 모두에 들어있어 그냥 먹기 보다는 보통 청으로 담그거나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데 특히 청매실이 황매실에 비해 아미그달린 함량이 훨씬 높아 주의해야 한다. 매실청을 만들 경우 담근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매실청에 아미그달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그냥 먹지 말고 매실만 건져낸 후 숙성시켜 1년 정도 후에 먹는 것이 좋다. 만약 빨리 먹으려면 매실만 건져내 한 번 끓여서 식힌 후 먹거나, 물을 첨가해 당도를 낮춰 발효액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다. 또한 매실청은 보통 희석해서 섭취하기 때문에 위험한 수준으로 먹기는 어렵다.
다만 적정량의 아미그달린은 복용했을 때 미량의 HCN가 호흡 중추에 작용해 호흡 운동을 안정시켜 진해, 평천작용을 나타내므로 예로부터 진해 거담 쪽으로의 민간 요법으론 꾸준히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효과도 있다. 잘 써오던 민간요법에 엉뚱한 살이 붙은 셈.[5]
과거에는 보신탕(개고기)집에서 카운터에 살구씨(행인/杏仁)를 갖다 놓고 손님들이 나갈 때 집어 먹도록 무료로 제공했는데, 씹는 맛이 있고 특유의 향기가 있어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보신탕집에 살구씨를 둔 이유는 살구를 한자로 쓰면 殺狗가 되어 개를 죽일 만큼 독성이 강하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즉 개와는 서로 상극이 된다는 점에서 개고기를 먹고난 후 소화제로 사용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이 살구씨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10개쯤은 괜찮지만, 이 역시 독성이 있으므로 체격이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는 안 먹는 것이 좋다.(구글 검색으로 살구씨를 한 번에 5개 이상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 항암제설의 주장
사실 옛날에 아미그달린의 항암효과를 주창한 사람은 자두씨를 민간요법으로 쓰는 데서 착안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애초에 아미그달린이 아니라 벤젠알(benzenal, 벤즈알데히드benzaldehyde)을 발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단 현상적으로는 자두씨나 살구씨 따위에서 항암효과가 발현된다면 벤젠알 때문일 테니까.
아미그달린은 가수분해하면 포도당과 벤젠알로 분해된다. 분해되면서 휘발성이고 상온(26℃)에서 기화하는 시안화수소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벤젠알이야 그냥 흔한 방향족 알데히드[6] 고, 항암이 꼭 아니더라도 몸에 좋은 식물성 향수 정도이므로 아무렇든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현대에 주장되는 '아미그달린 항암제설(비타민설)'은 멀쩡한 벤젠알을 씹어드시고(...) 놀랍게도 '''시안화수소의 효능'''에 주목하고 있다.
요지는 아미그달린이 분해될 때 내놓는 '''시안이온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인다'''는 이야기.
그들의 주장은 암세포와 정상세포 간에 효소 농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배당체 분해효소(glucosidase)가 있어서 아미그달린이 들어오면 포도당과 벤젠알을 내놓고 시안기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한편 로다네제(rhodanese)라는 효소가 있어서 시안이온(CN⁻)을 티오시안이온(SCN⁻)으로 해독하기도 한다. '''이건 사실이다!!'''
이 두 효소의 농도 차이가, 암세포의 선택적 삭제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암세포는 혐기성 호흡을 하기 때문에 포도당이 많이 필요한데, 그 때문에 글루코시다아제를 일반 세포에 비해 과량으로 분비한다고 한다. 그러면 시안이온은 암세포의 부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지만, 암세포는 로다네제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안이온으로 죽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3. 반박
물론 극미량의 시안이온은 체내에 들어와도 로다네제에 해독되는 게 사실이다.#반응식은 위키참조
하지만 해독을 하려면 티오황산이온이 필요한데, 애초에 시안이온을 '''먹었다'''고 할 수준이면 청산중독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해독제인 티오황산이온도 '''먹어줘야''' 할 거 아닌가.
하지만 소위 아미그달린요법을 한다는 사람들이 티오황산나트륨이라도 같이 먹어가면서 그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물론 티오황산이온이나 티오시안이온이라고 많아서 좋을 것은 없다만...
하지만 문제는 훨씬 근본적인 데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위에 썼지만 암세포는 혐기성 호흡을 한다!!''' 라는 전제하에 치료효과를 주장하고 있는데
시안화물의 독성은 '''혈중 산소가 사용되지 못하게 세포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시안이온 때문에 산소호흡 기작이 병신이 된 세포가 질식해서 죽는 것.
그런데 암세포는 애초에 혐기성(=산소가 필요 없는) 호흡을 한다(...) 즉 시안이온에 죽는 것은 정상세포뿐이고 암세포는 죽을 이유가 없고 암세포가 좋아할 선택이다.
4. 기타
게임 블러드본의 히든보스 아미그달라와 영문 철자가 비슷하다. 그런데 딱히 관계는 없다. 아미그달라 (Amygdala)는 편도체라는 공포와 분노를 조절하는 뇌의 구조이다. 이 부분이 아미그달라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몬드를 닮아서 그렇다. 그래서 보스의 머리도 아몬드처럼 생겼다.
[1] 오래된 책이지만 제목에 이 명칭을 사용한다.[2] 청산가리는 시안화칼륨(KCN)이다. 시안화수소나 시안화칼륨에서 발생하는 시안화이온(CN-)은 먹으면 그대로 사람을 요단강 건너편으로 직행시키는 맹독 성분이다.[3] 모르몬교 계열 극우 단체로,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나름대로 악명이 있다. KKK처럼, 가입 자체가 욕먹을 만한 곳.[4] 개인이 만든 이름만 거창한 단체이다.[5] 한의학에서도 아미그달린이 포함된 행인(살구씨), 도인(복숭아씨) 등은 독이 있다, 혹은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날것으로 사용하지 않고 밀기울과 함께 볶아서 쓰도록 되어 있다.[6] 알데히드가 모두 독성이라는 것은 틀린 서술이다. 탄소수가 6~12개인 알데히드는 향수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