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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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梅毒 / Syphilis
성병의 하나. 전염력이 매우 강하고 위험한 성병이다. '''트레포네마 팔리듐(Treponema pallidum)'''이라는 스피로헤타(spirochetes) 병균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매독(梅毒)'이라는 이름은 1기 매독의 피부 궤양이 매화꽃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붙었다. 특이한 모양의 박테리아는 진단을 좀 더 빨리 내릴 수 있게 해 준다. 회오리 모양의 박테리아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독의 영문명은 syphilis인데, 이것은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의사인 프라카스토로가 1530년에 쓴 '시필리스 혹은 프랑스 병'에서 오비드에 등장하는 목동 시필리스의 이름을 따왔다.
2. 역사적 배경
매독의 등장 배경에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
한 가지 설은 아메리카 대륙의 풍토성 성병이 매독의 기원이라는 설이다. 유럽인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의 매독균을 보유한 원주민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 유럽 대륙으로 귀환하면서 구대륙에 매독이 유입되었다는 것.[1]
또 다른 설도 있다. 이미 유럽에 매독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시기로 거슬러 올려잡은 것은 미국 노스이스트 오하이오 관절염 연구센터의 병리학 연구팀이 이탈리아 지역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흑사병 시기까지의 시체 688구를 연구한 기록[2] 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매독에 걸리면 뼈에 독특한 상처와 함께 변형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800년 전의 사체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그럼 왜 매독의 존재를 몰랐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한 대답은 그게 매독인지 몰랐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미 이전에 쓰여진 유럽의 임상 기록에도 매독의 흔적은 보인다는 것이다.
매독의 대유행 양상을 살펴보면, 콜럼버스 원정대가 유럽으로 귀환한 이후인 1493년을 기점으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매독이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프랑스에도 번져나갔다고 한다. 곧이어 발발한 1494-98년에 1차 이탈리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프랑스군이 나폴리를 점령함에 따라 이탈리아에도 뿌리를 내렸다.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이 질병을 확산시킨 군대의 소속을 따서 '프랑스 병'이라고 불렀고, 프랑스에서는 질병이 확산되기 시작한 장소를 따서 '나폴리 병'으로 불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고대로부터 구대륙에서의 존재가 확인된 주요 전염성 성병은 임질이었다. 그에 비해 매독은 갑자기 새롭게 나타난 질병이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성병인지도 몰랐고, 한센병의 아종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특징적인 전염성으로 인해 간단한 대화를 통해서 전염될 수 있다고도 생각된 데다가 치사율과 통증이 극도로 심각하면서 진행 속도도 빨랐던 탓에, 병에 대한 관찰도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었다. 그런데 16세기 초반에 들어서자, 매독의 치명성과 병환의 진행 속도, 특히 확산 속도가 사그라드는 한편 르네상스 의학이 발달하면서, 매독 환자에 대한 병리학적 관찰이 이어졌다. 이후 매독이 성병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매독은 이전까지 관찰이 안 되던 병인 데다가 성관계로 전염이 되므로 자연스레 인류의 문란함에 대한 신의 징벌이니 어쩌니 하는 말이 많이 나돌게 되었고, 사회적으로 엄숙주의가 강해졌다.
구대륙과 신대륙의 접촉은 그 외에도 많은 질병을 서로에게 전파시켰는데, 구대륙도 매독에 많은 피해를 받았지만 전반적으로 보자면 신대륙의 피해가 훨씬 더 컸다고 연구되고 있다. 이는 인구 규모와 가축의 사육 규모가 달랐기 때문에, 신대륙의 병원체가 상대적으로 종류가 적었던 것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또한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퍼진 전염병은 물이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종류가 많아서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른 반면, 신대륙에서 구대륙으로 퍼진 전염병은 매독처럼 피부나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전염 속도가 느린 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원주민 대학살 시기에 95%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소멸시킨 원인 중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은 구대륙으로부터 퍼진 질병이다.
3. 과정 및 증상
피부나 점막을 통해 매독균이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병으로, 주로 성관계에 의해 전염된다. '''질, 항문성교'''는 물론이고 '''구강성교'''에 의해서도 전염되며, '''성교가 없더라도 점막이나 피부와 매독균이 접촉하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키스 및 목욕탕의 물에서도 전염'''된 사례가 있는 등 매우 '''전염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환자가 임신 중인 경우 혈액에 있는 균이 태반을 통해 넘어가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임신부에게는 항생제 사용을 꺼리지만, 신생아 매독의 경우 항생제보다 매독이 더 위험하기 때문에 항생제의 위험을 감수하고 처방한다.
매독에 감염된 증상 및 과정은 다음과 같다.
- 1기 매독(primary syphilis)의 주요 증상은 통증이 없는 피부궤양(chancre)이다. 대부분의 경우 한 개의 궤양만 관찰되지만 여러 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매독균에 접촉된 후 궤양이 발생할 때까지는 10일에서 9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궤양은 단단하고(indurated) 둥글며 크기가 작고 통증이 없다(painless). 이 궤양은 매독균이 피부 접촉을 통해 들어간 그 부위에 생긴다. 주로 발생하는 곳은 성기 부위나 항문 주위 등이다. 통증이 없는 궤양은 3~6주 정도 지속되며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14주 안에 호전된다. 이 시기가 가장 전염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매독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2기 매독으로 진행하게 된다.
- 2기 매독(secondary syphilis)은 피부의 발진과 점막의 병적인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발진은 1기 매독의 증상인 통증이 없는 궤양이 치유되면서 나타나거나, 또는 치유된 후 약 4-8주가 지난 후에 나타난다. 발진은 전신에 걸쳐 발생하는데,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 나타나는 반구진 발진(maculopapular rash)은 매독의 특징적인 증상이다. 발진 이외에도 발열, 눌렀을 때 아프지 않은 양쪽 대칭적인 임파절 종대(painless inguinal adenopathy), 인후통, 두통, 뇌수막염, 간염 체중 감소, 근육통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 시기 역시 전염성이 높으며, 치료하지 않을 시 약 1/3 이상의 환자에게서 잠복 매독(latent)기로 진행되게 된다.
- 잠복 매독(latent stage)은 1기와 2기 매독의 증상이 사라진 후에 시작되며,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체내에 매독균이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잠복 상태는 수 년에서 수십 년까지도 지속될 수 있는데, 영국 NHS(국립보건서비스)의 배포 자료에 의하면 최소 3년~최장 35년간 잠복한다고 한다. 잠복기는 혈청 검사(serologic test)시 양성적인 반응이 나타나게 되나, 임상적인 증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약 2/3의 환자는 이 스테이지에 머물며 아무런 증상이 보이지 않으나, 1/3의 환자에게서 3기 매독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초기 잠복 매독(혈청 검사 양성 결과를 진단받은 후 1년 안)의 경우 환자가 다시 2기 매독기의 증상이 보일 수 있다고 한다. 후기 잠복 매독기의 경우, 전염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 3기 또는 후발 매독(tertiary syphilis)의 증상은 주로 내부 장기의 손상으로 나타나며 중추신경계(CNS), 눈, 심장(cardiac), 대혈관, 간, 뼈, 관절 등 다양한 장기에 매독균이 침범하여 발생한다. 또한 특징적으로 피하 육아종(subcutaneous granuloma)인 고무종(gumma)이 발견된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신경매독의 경우 증상이 없거나 치매(dementia) 증상, 뇌막 자극 증상, 뇌혈관 증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중추신경계를 침범당하기 때문에 환자가 정신이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특징적으로 척수매독(tabes dorsalis)이 발병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기수용감각(proprioception)과 진동(vibratory)의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체인 후섬유단(posterior column)의 손상을 의미한다. 유럽의 유명 인물들 중 말년에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사람들은 후세에 신경매독 가능성을 한 번씩 의심받고 있다.
4. AIDS와 동시감염
대단히 경우기는 하지만, AIDS와 동시에 감염되는 크리가 터지기도 한다. 매독은 미 CDC 지정 중요 지표 질병이다. 2002년 기준으로는 매독 환자의 25%가 AIDS 환자였다. 매독이 유행하고 있다면 AIDS 역시 창궐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상당히 주의해야 할 점으로, AIDS와 매독이 서로 상승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일단 AIDS는 성관계로는 전염되는 확률이 높지 않으나(0.7~1.4%, 연구 결과에 따라서 10% 미만까지도 나온다), 매독에 동시감염된 사람이 옮기거나 매독에 걸려있는 사람이 AIDS 환자와 성관계를 할 경우 4배 이상의 전염성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그 이후로도 중요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로 HIV의 활동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어 매독의 증세가 더 심해지고, 면역력이 약화되어 있으므로 일반적인 VDRL 검사나 RPR 검사 시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간혹 위음성으로 매독균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도 음성으로 나와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몸에 반점이 생기고 손발에 반점이 생겨서 VDRL 검사를 했는데 음성으로 나와 일반적인 피부 알러지나 포진 등으로 진료하고 있다가 치료 경과가 없어서 나중에서야 정밀 검사로 알게 되는 경우다.
두 번째로는 매독균이 활동하면서 HIV RNA 수치를 더 높인다는 것이다. 이 결과 AIDS의 잠복기가 대단히 줄어들어 빠른 발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치료 시기를 놓쳐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세 번째로는 조기 신경매독의 발병이다. AIDS로 인해 신경계의 면역력이 떨어지고(매독과 동시에 감염되더라도...) 이로 인해서 매독균이 질병 초기에 신경계로 침투한다. 이 경우 감염된 지 2, 3개월밖에 안 된 매독 환자가 일반적인 페니실린 근육주사를 3번(원래 치료 지침에 따르면 1회만 맞아도 충분하다.)이나 맞았음에도 1개월 이내에 재발을 반복할 경우, 반드시 AIDS 검사와 뇌척수액 검사를 하여야 한다. 간혹 감염 기간이 짦음에도 신경계 침투가 활발하여 뇌염 증상이나 뇌막염 증상을 심하게 일으켜, 매독에 감염된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도 신경매독 후유증으로 지능 저하나 기억력 저하 시력, 청력, 반사신경 등에 심대한 장애를 영구히 남길 수도 있다.
매독과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의 야리쉬-헤르크스하이머 반응(피부 발진), Treatment 항목에 있다.
5. 진단
혈청 검사법(serologic test)은 매독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검사이다.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 매독균 비특이 항체검사(Nontreponemal Test): RPR, VDRL - 매독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sensitive) 검사로, 주로 스크리닝을 위해 쓰이게 된다. 매독에 대한 특이성(specificity)은 약 70% 안팎으로, 이 검사에 양성 결과가 나올 경우 좀 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 참고로 루푸스 환자의 경우, 이 항체 검사에 위양성(false positive)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매독균 특이 항체검사(Treponemal Test): FTA-ABS, MHA-TP - 위의 검사보다, 매독에 대한 특이성이 높은 검사. 위의 스크리닝 검사 결과에 양성적인 반응이 나타날 경우, 확진을 위해 사용된다.
또한 HIV 스크리닝 검사를 필수로 동반하게 된다.
6. 예방
'''콘돔, 페미돔'''으로 '''예방이 불가능'''하다.
그냥 안 하거나, 한 번도 성관계를 한 적이 없는 사람끼리만 만나고, 그 외의 사람과는 절대 성적으로 접촉하지 않으면 된다. 이는 매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성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성병을 일으키는 균이나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자연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양쪽 모두 보균자가 아닌 커플이라면 아무리 성적 접촉을 해도 성병에 걸릴 일은 없다. 다만 현대에는 커플의 양쪽이 모두 순결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결혼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성병 검사를 반드시 받을 것. 참고로 결혼 전 성병을 알고도 숨긴 경우 이혼 사유가 된다.
7. 치료
현재는 초기 치료에는 벤질페니실린(Penicillin G) 240만 단위를 근육주사로 1회 투여한다. 환자에게 페니실린 알레르기의 병력이 있을 경우,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3] 500mg 하루 4회 X 14일이나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100mg 하루 2회 X 14일 경구 투여로 대신할 수 있지만, 임산부에게는 쓸 수 없다. 테트라사이클린이나 독시사이클린은 페니실린 G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되어있어, 2차 약제로만 쓰인다.[4]
초기에 병을 진단하는 데 실패할 경우에는 병이 진행되어, 매독균이 중추신경계로 침투하여 벤질페니실린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최소 10일 이상 대용량 투여를 권장한다. 다른 후기 증상이 나타나면 1주일에 한 번씩 벤질페니실린 240만 단위를 근육주사하여 3주까지 치료를 실시한다. 일단 병이 진행된 단계에서는 치료로 병의 악화를 막을 수는 있어도 이미 발생한 신체의 피해에는 효과가 적다.
요즘에는 세프트리악손이 많이 쓰이고 있다. 페니실린의 국내 생산이 되지 않다 보니... 그러나 세프트리악손은 위에 기술된 2차 약제인 테트라사이클린이나 독시사이클린보다도 약효가 확립되지 않았다.
오래 방치하면 망하는 병[5] 이니 현실도피하지 말고 병원 가는 것이 좋다. 정 부담되면 종합병원 감염내과나 비뇨의학과를 찾아가면 된다.
21세기 시점에서 한국에서 흔한 성병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의외로 그렇게 드문 편이 아니다.
치료 후 매독균 비특이 항체검사(Nontreponemal Test)를 3달에 한 번씩 검사하여 약물 반응을 검사하게 된다. 정상적으로 반응할 경우, 치료 후 6개월 이내에 항체가 1/4 수준으로 저하되게 된다. 참고로 한 번 감염되면 완치가 되더라도 혈청 항체 기록이 남는다. 그것도 평생. 하지만 이것은 TPHA 검사 한정. 1기에 유효한 치료를 받아 완치되었을 경우, 혈청 검사인 VDRL 검사에서는 음성(VDRL titer 1/4 이하)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혈청 항체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왔다고 할지라도, non-reactive로 나오면 완치로 본다. 하지만 완치 후에도 가끔 양성에 reactive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매독 정밀검사를 받아서 항체를 보게 되는데, 항체가가 1/4 이하로 나오면 전염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하게 된다.
처음 유럽인들이 매독으로 확인된 질병과 접촉했을 때, 매독은 썩은 내와 심한 통증을 동반한 달걀만 한 크기의 종양, 전신통, 그리고 극도의 고열 등 한센병을 능가하는 증상으로 악명이 높았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그 병환의 진행 또한 수 개월에 불과했다. 최초 접촉 이후 약 20년이 지나면서 매독의 잠복 기간은 길어졌고 진행 속도는 느려졌으며, 그 증상 또한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치료와 증상 완화 연구에도 길이 열리게 되었다. 증상이 독했던 매독균에 감염된 환자는 '''모두 죽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전염에 실패한 강한 매독균은 도태되고, 비교적 독성과 치사성이 약하고 잠복기가 긴 매독균만 살아남게 되었다.[6]
현대적 약품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에서는 수은 증기를 국부에 쐬거나, 수은 연고(mercurial ointment)를 사용하거나, 욕조에 수은을 가득 채워 만든 수은탕에 불을 지펴서 뜨겁게 만든 후 거기에 사람이 들어갔다 나왔다고 한다. 체내로 침투한 수은의 독성으로 매독균이 죽어서 효과는 있었다고 하지만, 대신 수은 중독으로 부작용을 앓았으며, 심지어는 사망하기도 했다. 물론 수은의 독성에 대해 알려진 게 없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이야기다.
과거에는 매독 치료를 위해 말라리아를 이용하기도 했다. 매독균은 열에 약하다. 그런데 말라리아는 매우 높은 열을 발생시키므로, 매독에 걸린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감염시켜 고열에 시달리게 하면 그 열을 견디지 못하고 매독균이 사멸하게 되고, 이렇게 매독이 치료되면 그 다음에 말라리아를 치료했다. 그럴 듯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런 무식한 방법을 써야 할 정도로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말라리아도 치사율이 엄청난 병이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셈. 이 방법이 192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율리우스 바그너야우레크의 업적이다. 단, 이는 과거의 이야기로 현재는 페니실린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후 새로운 약품(606호 등)들이 개발되면서 점차 독성이 약하고 진전 속도가 느린 질병이 되었다.
8. 이야기
워낙에 불쾌한 병이라 남 탓들만 하고 싶었는지(...)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병(morbo gallico, mal francese)[7] , 프랑스에서는 나폴리병(mal napolitain)[8] 이라고 불렀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서 스페인과 감정이 좋지 않았던 네덜란드에선 스페인병(Spaanse ziekte)이라고 이름 붙였고, 포르투갈에선 스페인의 주요 왕국 중 하나인 카스티야의 이름을 붙여 카스티야병이라고 불렀다. 러시아에선 폴란드병, 폴란드에서는 독일병(choroba niemiecka), 그리스에서는 불가리아병, 불가리아에서는 당연하게도(...) 그리스병이라고 불렀으며 터키에선 기독교병이라며 가장 멸시하고 싫어하는 존재가 가져온 병이라고 생각했다. 조선에서도 자국에서 발생한 병일 리가 없다며 중국병(唐瘡, 당창)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포르투갈병이라고 불렀다. 프랑스와 견원지간인 영국에서는 프랑스 마마(french pox[9] )라고 불렀는데, 유럽의 수도라고 불리던 부유한 파리의 퇴폐적인 이미지, 프랑스인의 호색한 이미지와 잘 섞여서 오래 갔다. #
한편 매독과 권력형 NTR에 얽힌 사건도 있는데, 16세기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의 최후에 관한 루머가 존재한다. 프랑수아 1세는 예술과 문화를 사랑해서 '프랑스 르네상스 문화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가 예술만큼 사랑하는 것이 여자였다. 그는 자신을 위해 일하던 학자 페론의 아내가 절세 미녀라는 것을 알고 페론에게 "좋은 말로 할 때 아내를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페론은 속으로 쌍시옷을 1천만 번 읊으며 왕에게 아내를 넘겼다. 이후 페론은 매음굴에 드나들며 창녀에게 탐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 놈이 여자를 뺏기더니 방탕해졌구나" 하고 생각할 뿐 모든 과정이 페론의 복수극의 일부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페론은 '''창녀에게 매독을 옮아왔고, 이를 다시 아내에게 토스했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프랑수아 1세에게 다시 매독을 옮겼다.''' 그리고 자제라는 단어를 배우지 못한 프랑수아 왕은 결국 남의 아내를 빼앗은 대가로 매독에 걸려 저승에 갔다. 페론 그 자신도 매독으로 갔으니 그야말로 목숨을 바친 복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는 루머로서, 프랑수아 1세가 병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슨 병으로 사망한 것인지 확실하지가 않았기에 매독으로 죽었다 '''카더라'''라는 소문이 퍼졌다. 프랑수아 1세의 여성 편력 등으로 보건대 매독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독으로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 역시 없다.
매독을 다룬 유명한 소설로 발가락이 닮았다가 있다.
만화 타임슬립 닥터 JIN을 보면 얼굴이 썩어 문드러져서 코가 없는 유녀들의 모습에서 페니실린이 없던 시절 매독의 무서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게다가 하반신은 아예 다 썩어서 대소변을 보면 피가 쏟아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유녀들의 경우는 대부분 수은 치료 등 그나마 매독을 잡는 데라도 효과가 있는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만큼 가난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바람의 검심 성상편에서 주인공 켄신이 이 매독으로 인해 죽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농담이다.
'Civilization is syphilzation(문명화는 매독의 유행)'이라는 말이 있다. 두 단어가 단 한 쌍의 소리(/v/와 /f/)로 같은 위치에서 대립을 이루는 최소대립쌍[10] 이라는 점을 이용한 언어유희인데, 역사적으로 매독이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유행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황상익 교수가 쓴 '재미있는 질병과 인간의 역사'라는 책에 나와 있다.
도시전설로 알려졌는데 훗날 실제 사건으로 알려진 터스커기 매독 임상실험으로도 유명하다. 미 정부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552화 (2013. 1. 13.) '백색 가운의 악마' 편에서 매독 치료제 개발을 위해 비인간적인 생체 실험을 감행한 커틀러 박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교적 최신 사례이며, 꽤 흥미로운 폭로성 스토리로서 볼만하다.
올리버 색스 박사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보면 뇌매독이 발병한 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신경매독 증상으로 '''늘 사랑에 빠진 듯한''' 들뜬 상태로 살게 됐다고...[11] 치료할 순 있었지만 환자 본인은 이런 성격 변화+심경 변화에 매우 만족했기 때문에, 매독 치료만 하고 정신적인 문제는 치료하지 않았다고 한다.[12]
쿠로사와 아키라의 초기작 '조용한 결투'에서는 의사인 주인공이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매독이 걸린 환자를 치료하다가 실수로 그 환자의 피가 주인공의 상처에 들어가 매독에 걸려, 종전 이후 애인과 즐거운 삶을 꿈 꿨던 한 남성의 욕구와 윤리에 관한 딜레마를 그린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가고 싶다며 썩은 생선 내장으로 자위(...)하다가 매독에 걸린 도시전설이 있다. 물론 저거는 주작일 수밖에 없는 게, 위생 상태가 안 좋아서 다른 질병에 걸린 것이지, 생선에 매독균이 있을 리는 없다. 생선에 매독균이 있으려면 매독에 감염된 사람이 먼저 그 생선(...)으로 자위를 한 다음에 다른 사람이 그 생선으로 자위를 해야지만 감염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 확률이...
마리 퀴리에서, 라듐에 노출되어 죽은 직공들의 사인을 은폐하기 위해 이들이 매독으로 죽었다고 공표하는 장면이 있다.
9. 역사상 질환자
9.1. 매독에 걸렸던 인물
가나다 순으로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 가토 기요마사
- 기 드 모파상
- 랜돌프 처칠 - 윈스턴 처칠의 아버지로 재무장관이었으나 젊은 시절 매음굴에서 옮은 매독으로 발작하여 거리에서 나체로 발광을 하는 등, 온갖 고생을 하다가 40대에 이른 죽음을 맞았다. 때문에 훗날 윈스턴 처칠은 2차 세계대전의 적으로 만난 히틀러의 광기를 보고 그는 분명 매독에 걸렸을 것이라고 디스했다.
- 로베르트 슈만 - 사후 138년이 지나서야 정신병원의 진료 기록이 공개됨으로써 슈만의 사인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 스콧 조플린
- 알 카포네
- 알퐁스 도데
- 유키 히데야스
- 이디 아민
- 이온 안토네스쿠
- 이반 뇌제
- 자코모 카사노바
- 진트칼라 누니 - 운디드니 학살사건의 생존자로 남편에게 옮아서 결혼 생활을 몇 주 만에 끝내버렸고, 29~30세쯤의 나이로 요절한다.
- 카렌 블랙센 -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원작자로 개막장인 남편에게 옮아 평생을 고생했다.
- 프란츠 슈베르트
-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 '역사상 최악의 소프라노'라는 별명을 가진 아마추어 음악가. 결혼한 첫날밤, 매독에 걸린 남편 때문에 감염되었고, 이로 인해 평생 매독에 시달렸다. 영화 플로렌스에 관련 에피소드가 조금 비중 있게 나온다.
9.2. 걸렸다는 의혹이 나온 인물
- 프란시스코 고야
- 클라라 슈만: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으로 매독에 걸렸다는 기록, 증상은 없으나 브람스의 청혼을 거부했던 게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는 모르나 혹 매독이 전염될까 우려했던 것이라는 설이 있다.
- 루트비히 반 베토벤
- 빈센트 반 고흐
- 아돌프 히틀러: 윈스턴 처칠도 "그 히틀러 색키, 매독으로 미쳐버린 게 틀림없어!"라고 자주 말했는데, 그는 아버지인 랜돌프 처칠(1849~1895)이 매독으로 발작하여 미쳐날뛰는 걸 봤기 때문이다... 물론 이분 덕분일 가능성이 더 크다.
-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 프리드리히 니체: 요즘은 뇌종양설이 정설이다.
[1] 유럽인들의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2] 여기서는 로마 시대의 멸망 원인으로 납 중독을 꼽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기도 했다. 그 시대의 사체 438구 중에서 납 중독은 단 2건이었기 때문이다.[3] 스트렙토마이신을 생산하는 방선균이 생성하는 또 다른 항생 물질의 기본형이다. 1950년대에 그 존재를 예측하여 생산했다.[4] 2013년도 피부과 논문에 따르면 1~2기 조기 매독 환자 치료에 있어 독시사이클린 경구 치료 환자군과 페니실린 근주 치료 대조군에 있어 치료에 필요한 기간이나 완치율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한다.[5] 1940년대 미국에서 제작한 매독 관련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매독...10명 중 6명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기 때문에 '''치유되었습니다.'''>[6] 원리적으로 병원체와 숙주가 하나뿐일 땐 맞는 얘기인데, 자기는 안 죽는 보균자 겸 감염원 역할을 할 쥐나 모기 같은 생물이 있으면 사람은 아무리 많이 죽어도 걸러지지 않으므로 병원체는 약해지지 않는다. 말라리아 참조.[7] 1494년 샤를 8세의 프랑스군이 이탈리아에 침입했을 때 퍼졌기 때문이다.[8] 1494년 침입의 목적지가 나폴리였다. 그리고 나폴리의 홍등가는 지금도 유명할 정도고, 그곳에 허다하게 드나들면서 병이 프랑스군 내부에도 확산됐기 때문.[9] 수두, 천연두라는 뜻이다.[10] 최소대립쌍은 의미를 구분하는 추상적 단위인 음소이므로 슬래시 사이에 넣어 표현한다. 대괄호 안에 넣는 것은 실제 소리를 기호화한 것이다.[11] 위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매독균은 수 년 동안 잠복기를 가지기도 한다. 이 할머니의 경우 자그마치 '''수십 년.'''[12]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에도 이와 유사한 에피소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