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의
1. 御衣
임금이 입던 옷을 칭하는 단어. 보통 임금이 입던 옷이라고 하면 곤룡포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다. 귀하신 분이 입던 옷이다보니 값비싼 비단으로 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영조 임금의 경우 비단이 아닌 무명으로 만든 어의를 입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5찬 이하의 수라상에 고기도 잘 드시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영조 임금의 검소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2. 왕실 주치의
궁궐에서 임금과 그 주변 왕족들을 치료하던 의원이다. 간단히 표현하면 '''御醫'''. 중국에서는 태의(太醫)라 불렀다.
조선 과거 제도 중에서 잡과의 범주에 속하는 의술 관련 부분인 의태의(醫太義)에 급제한 의관들이 최종적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직위로 종3품의 벼슬이었다. [1] 잡과이므로 서자나 중인 신분들이 주로 응시했다. 실력이 뛰어나 경력을 쌓거나, 큰 공을 세우면 양반의 반열에 들 수 있었다. 또한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력이 있는 의관들 중에서 임금이 가장 신뢰하고 총애하는 의관이 어의가 되는 편이었으므로 의과 능력과 함께 균형적인 정치적 감각 또한 필요했다.
가끔 임금이 가장 총애하는 신하가 병에 걸렸을 때, 어의를 보내서 진료하도록 했다는 기록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어의가 실력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사실 임금이 그만큼 그 신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
사극 허준이 수십년간 여러차례 리메이크 된 영향으로 임금이 승하하면 그 '''책임을 물어 처벌당하는 험한 직급'''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실제로는 다분히 형식적인 일이였다. 조선왕조실록 전체를 통틀어봐도 임금이 승하했을때 어의가 처벌을 받은 경우는 단 4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스스로 죄를 칭한 것이 대부분이고, 정말 '''처벌'''의 의미로 죄를 받은 이는 효종의 어의인 신가귀가 유일하다. 그나마 신가귀조차 명백히 잘못된 시술로 효종을 과다출혈로 몰고 갔음에도 참형이 아니라 교수형으로 형을 낮추어 시신을 보전할 수 있게끔 했다. 신가귀를 제외하면 어의가 임금의 승하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없다. 신가귀와 함께 치료를 했던 유후성은 탄핵을 받고 유배를 갔다가 현종이 사면해서 곧 어의로 복귀했다. 그 외에는 임금이 승하했으니 감히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뜻으로 스스로 사직한 경우이다. 스스로 사직하지 않았음에도 탄핵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기록된 경우가 그 유명한 허준을 포함해 총 여섯 건이 있으나, 실질적으로 처벌은 받지 않았고, 대부분 얼마 안 가 복직했다.
여담으로 허준, 대장금 등 어의가 중심이 되는 사극에서는 훌륭한 성과를 올리지만, 그 외의 사극에서는 어의의 존재 자체가 '사망 플래그'인 경우가 많다. 어의가 진찰을 하면 중병이 확진되어서 병사하는 경우가 대표적. 물론 예외도 있다.# 혹은 왕실의 음모에 휘둘리는 역으로 나오기도 한다. 가령 어의를 협박하거나 뇌물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병환을 조작해서 정적을 방심하게 만들거나, 직접적인 독살을 시도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일부러 처방을 잘못하게 만들어서 서서히 건강을 해치게 만드는 형태 등으로 나온다.
실록을 보면 전문 의관이 아닌 정승 등 고위 관료가 약방 도제조라는 직함을 달고 왕실의 치료에 참여하는 장면이 보인다. 실제 치료 및 처방을 맡은 어의들을 감독하는 명목상의 관리직에 가깝다.[2]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어의가 화타, 길평 등이 있었다. 특히 화타는 중국에서 의사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
주치의에 대해서는 해당 항목으로.
3. '''어이없다'''의 잘못된 표현
여기서 '어이'는 '어처구니'와 동일한 뜻이다. 별도로 존재하는 어의(語義)라는 단어에는 단어나 말의 뜻이란 의미가 있지만 이를 놓고 "어의없다"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보통 어처구니없는 상황, 기가 막히는 상황에서는 "어'''이'''없다"가 맞지만, "어'''의'''없다"라고 쓰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게다가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면 '어이없다'가 바른 말입니다.라는 메시지까지 출력된다.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허준의 종영특집쇼에서 등장 배우들을 데리고 찍은 콩트에서 어이없음의 어이와 어의가 발음이 비슷하다는 개그를 처음으로 쳤고, 마지막에 '''이게 어이없음의 어원입니다'''라고 마무리를 짓는 개드립을 치기도 했다. 근데 이걸 진지하게 믿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물론 일부러 1, 2번 항목을 노리고 어의없다는 표현을 쓰거나, 어그로 끌려고 어의없다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어의없어 폐하승천(...) 같은 식으로 진화하거나 아예 폐하승천만 따로 쓰기도 했다. 심지어 이런 사건이 터지자 ('''어의'''가 없기에 '''어이''' 없다는 뜻이 되니) 이에 한해서 옳은 표현 아니냐는 소리도 있다... 물론 이럴 땐 '어의가 없다'라고 써야 맞다.
[1] 더러 왕의 병을 고치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1품을 내리기도 했는데, 임진왜란 때 선조를 보필한 공으로 종1품 숭록대부 벼슬을 받은 허준이 대표적인 사례다.[2] 사실 조선 시대의 선비들은 의학적인 소양이 제법 풍부했다. 지금처럼 집 바로 앞에 병원이 있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집안에 환우가 있으면 양반이라도 어쩔 도리가 없었으므로…그래서 양반 계층 중에서도 의술을 익힌 인물들이 있었다. 이들을 유의(儒醫)라고 불렀으며, 동의보감 편찬에 참여했던 정작(鄭碏)이 대표적인 예시다. 류성룡이나 허목도 의술에 일가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