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시리즈
1. 개요
전두환을 소재로 한 1980년대 초반에 흥했던 코미디 시리즈. 참새 시리즈와 시대를 양분했다고 할 수 있다
1979년에 갑툭튀하여 정권을 장악하고, 간접선거로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해버린 군인에 대해 국민은 당혹함과 불쾌감을 금할 수 없었지만, 5.18 민주화운동과 그 이후의 철권통치 때문에 민중이 드러내놓고 정부에 반감을 드러내기가 어려웠다. 불쾌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이 폐색상황속에서 전두환 시리즈가 만들어졌다고 할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참새 시리즈가 전두환 시리즈보다 다소 앞이다. 참새가 전기줄 위에 앉아 있고, 포수가 그 참새를 쏘려고 하는 순간 일어나는 각종 해프닝, 혹은 포수의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밝혀지는 참새의 진실등이 그 주된 내용인데, 군사정권(포수)하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민중(참새)의 자화상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참새 시리즈는 대놓고 반항을 한다기보다 이솝 우화와 같은 은유 개그를 추구했기 때문에 정치성이 다소 덜했고, 그 때문에 당시 잡지등에도 문제없이 게재되고 출판되기도 했다.
1982년에 서독에 헬무트 콜 수상이 취임하면서, 그의 촌스러움과 어리석음을 비웃는[1] <헬무트 콜 유머집>이 서독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소식이 신문의 해외 토픽란에 등장하게 된다. 전두환 시리즈가 <헬무트 콜 유머집>보다 먼저 나왔는지 나중에 나왔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전두환 시리즈의 몇 가지는 분명히 <헬무트 콜 유머집>에서 이름만 전두환으로 바꾸어 따온 것이므로 영향관계는 분명히 있다. 전두환 시리즈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는커녕 햇빛을 볼 일이 없었으니 표절문제가 특별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1987년 이후 급격히 쇠퇴한다. 전두환이 권력을 내놓고 물러가서 떡밥이 식었으니 당연한 얘기이다. 그리고 그의 후임자인 노태우는 물태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개성이 딸려서 시리즈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 때에 <YS는 못말려>[2] 라는 유머집이 나와서 한때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그 내용은 <헬무트 콜 유머집>의 열화판으로, 각종 부조리,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김영삼의 못 말리는 대활약상을 다루는 유머집이다.[3] 확실하게 얘기해서 김영삼 정권에 꼬리치는 내용이며, 민중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전두환 시리즈와는 많이 다르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점에서 김영삼 정권이 초기에는 인기가 굉장히 높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두환 시리즈의 가장 특징은 완전 자생적이며, 언론이나 출판계와는 무관한 데에서 만들어졌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이 시기에는 PC통신이나 인터넷조차 없었다.[4] 완전히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이 되었다는 점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전두환 시리즈의 특색이 있다. 반면 이 때문에 시대가 바뀐 현재에는 기록을 남기기가 무척 어렵게 되어버린 면이 있다. 밑의 목차가 굉장히 부실한 것은 그 때문이다. 다행히 6월 항쟁이후 탄압이 완화되면서 당시 대통령인 노태우 시리즈 또는 YS 유머집, 그리고 서서히 사용자가 늘어난 각종 PC통신의 유머게시판에 간간이 같이 실려 살아남은 유머들도 있고, 인터넷을 잘 뒤져보면 지금도 블로그 등에 올라온 내용들이 남아있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전두환, 그의 부인 이순자, 동생 전경환, 친구 노태우, 일본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등이 있다.
2. 에피소드
[1] 물론 이것은 당시 헬무트 콜이 서독에서 무척 인기가 있었다는 반증이다. 전두환 시리즈와 비교할 일은 못 됨.[2] 저자는 장덕균으로 TV의 개그프로 등에서 각본을 쓰고 있었다. 희대의 흥행작 영구와 땡칠이시리즈의 각본을 전부 담당한 것으로 유명...하지는 않다. <YS는 못말려>는 그렇게 잘 썼다거나 재미있는 책이 아님에도 YS가 인기몰이하던 적절한 타이밍에 책이 나와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이후에도 선거철이 다가오면 김대중, 노무현, 이회창, 정몽준 등을 소재로 유머집을 냈다.(아마 그중 상당수는 PC통신 공설유머게시판에 올라왔던 것의 재활용일 것이다.) 물론 전혀 안 팔렸다.[3] 웃기는 것은 정권 초기에 나온 이 책에 이미 김영삼의 아들 김현철에게 늙은 정치인들이 아부하고, 김영삼이 이 사실을 알고 화를 내는 내용이 실려있다는 점이다. 김영삼이 이 책만이라도 확실히 읽었더라면 정권 말기에 아들 문제로 속을 썩히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4] 이 당시의 인터넷은 관련 전문가나 연구원이나 이용하는것이었고 PC통신의 서비스가 막 시작되었기는 했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였다. 90년대에 유머 구전의 산실이 되는 구심점은 PC통신의 공설 유머게시판이었다는것을 상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