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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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2. 발전
3. 환상
4. 여담


1. 소개


고대 제철과정에서 탄소와 불순물 함량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법. 가열한 쇳덩이를 단조로 편 다음, 접어서 다시 두들기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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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철과 탄소와 금속간화합물인 Fe₃C(철 내부에서 시멘타이트라는 조직을 형성한다)의 상평형 상태도로 가로축은 탄소함량, 세로축은 온도로 표시되는 도표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온도와 탄소함량에 따라 철-탄소 합금이 어떤 상으로 존재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인데 여기서 액체, 철이 녹은 영역은 최상단에 L 이라고 표기된 부분이다.
위 도표에 따르면 우리가 강철이라 부르는 탄소함량 0.2~0.5wt%의 철 합금을 액체로 만드려면 1500도가 넘는 고온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데(실제론 용광로에서 나오는 선철은 4wt% 정도의 탄소함량을 가지기에 약 1200도 정도에서 녹는다), 이 정도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현대의 용광로(고로)에서 사용하듯 코크스 등 탄화가 잘 된 연료를 장입한 후 고압의 뜨거운 공기를 송풍기로 강하게 불어 넣어야 간신히 얻어지는 온도이다.
따라서 인력이나 수력등에 의존해 풀무 따위로 바람을 불어넣고 연료 역시 목탄등을 사용하던 고대~전근대 제철 과정에서는 철을 녹여낼 만큼 높은 온도를 얻어내기 힘들었으며, 녹는점을 낮추기 위해 탄소 함량을 높일 경우 만들어진 철에서 탄소를 제거해 강철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더 힘들었기에 철을 녹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로 안에서 연료가 연소하며 나온 이산화탄소가 광석 내의 산화철을 부분적으로 환원해 철을 만들어내는 공법을 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 경우 철과 불순물이 완벽히 분리되지 않고 불순물(슬래그)과 탄소함량이 각기 다른 철이 한 덩어리로 섞여있는 형태의 철괴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괴련철이라고 한다.(일본에서는 이를 타마하가네(옥강:玉鋼)로 부르며, 현대에도 전통 일본도를 재현할 때 사용된다)
괴련철의 경우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기에 이를 제련하기 위해 전통 방식에서는 이 철괴를 부순 후 환원된 철 부분을 모아 달구어 두드리기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내부 불순물을 제거하여 강철을 만들어냈는데 이 과정을 접쇠라 부른다.

2. 발전


과거 가야나 백제에서 경우 접쇠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낸 철정을 일본에 수출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보아 고대에는 강철을 얻기 위해 널리 행해지던 방식이었지만, 철을 녹인 용선에서 탄소를 제거하여 강철을 얻을 수 있는 초강법(秒鋼法)이 개발/전파되면서부터는 주류에서 밀려났다. 초강법은 근대의 베세머 전로법과 유사하게 선철(통상 4wt% 이상의 탄소를 함유)을 녹인 용선에 공기를 불어넣고 금속산화물 등 탈탄제를 넣어 탄소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강철을 생산한다. 한대의《회남자》, 명대의 《천공개물》에 초강법의 탈탄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고고학적으로도 매우 일찍 등장하는데 관련 논문에 따르면 한국 기준 한성 백제 시절 중국에서 도입된 게 확인된다.
현재 접쇠 기법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철을 생산하는 개인 공방에서 소규모로 철기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예술품으로 분류되는 전통일본도제작에 사용되는 타마하가네가 이 접쇠 기법을 통해 강철로 제련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 외 현대 장인들이 서로 다른 탄소함유량의 강철, 또는 합금강을 적층한 후 두드림으로서 검신에 무늬를 만들어내는 패턴웰디드 공법이 현대적인 접쇠 기법 중 하나이다. 흔히 다마스커스강으로도 불리는 패턴 웰디드 기법으로 생산된 도검의 경우 고탄소강과 저탄소강의 색깔 차이가 만드는 특유의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예술품으로써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이 경우 무늬를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에칭 기법을 이용해 표면을 부식시키기도 한다.)
참고로 중세 유럽에서는 베세머법이 개발되기 이전까지 탄소량이 높은 선철에서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없었기에 연철을 달구어 탄소를 침탄시키는 방법으로 강철을 생산했다.

3. 환상


초기 철기시대를 연 가장 기본적인 제련법이지만 이상하게도 일본도다마스쿠스 강 덕분(??)에 접쇠법이 대단한 비법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사실은 서양의 중세 초기 도검 제작 법인 페턴 웰디드(pattern welded) 방식도 일종의 접쇠 방식이며(사실 서양은 고대 로마 시절부터 글라디우스 제작에 접쇠공정을 사용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원전 훨씬 전부터 행해져 왔다.[1] 북구지방도 지그프리드 전설과 같은 초기 게르만 전설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검을 묘사할 때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무늬가 있다''' 라는 언급이 있다[2]. 실제로도 바이킹 소드 유물로 이렇게 철봉을 달궈 꼬아 두들겨 만든 자국을 가진 제품이 발견되었다.
이 접쇠 기술이 도입된 때는 로마 후기 민족이동시기(서기 4~8세기) 정도의 시기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나 독일 북부, 네덜란드 지역에서는 철기시대를 구분할 때 로마 이전 철기시대와 로마의 영향을 받은 이후의 철기시대로 구분되어 나타나는데, 로마 이후의 철기시대 도검부턴 로마의 스파타와 형태가 비슷해지기 시작하고 접쇠 기술이 도입되어진다. 덴마크의 Nydam 늪 유물이 이 시기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즉, 접쇠 공법은 탄소 함량이 낮고 순도가 낮은 철 원석을 어떻게든 강재로 만들기 위해 사용한, 흔하디 흔한 공정이었을 뿐, 튼튼한 철을 만드는 마법의 공법이 아니다. 단조로 강철을 만드려면 접쇠는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주조로 상등급품의 강철을 국가,상회 차원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이 발견된 이후로는 소규모의 개인 대장간에서나 사용되었다. 일본의 경우, 기본적으로 불순물이 많은 사철로 만들기 때문에 단조나 주조나 어느 쪽이든 외국의 강재보다 불순물이 많이 섞일 수밖에 없고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 웹에는 일본 웹의 불확실한 자료나 일빠들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여 철광석보다 사철이 더 고품질이고, 다른 나라의 저급한 철광석과 달리 고품질의 사철을 써서 일본도의 성능이 좋다는 글을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럼 왜 현대 제철업에서 철광석을 쓸까?''' 구하기 쉬운걸로 따지면 모래를 슬슬 물로 일거나 자석으로 긁어도 시커멓게 나오는 게 사철인데 그런 말이 사실이라면 왜 굳이 철광석을 쓰겠는가? 물론 저품위 광석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제강업에서 쓰는 철광석은 아무 철광석이나 갖다쓰는게 아니라 엄연히 품질검사를 거쳐 철 함유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된 걸 쓴다. 멀리갈 것 없이 철을 특산품으로 많이 수출했던 우리나라 가야의 제철유적만 봐도 고품위 철광석이 깔려있는 노천광을 많이 이용했고, 근대까지 제철소가 존재했던 요동지역의 철광산을 이용한 고구려도 수준 높은 강철을 생산했다. 물론 사철 자체만 따지면 순도는 높지만, '''사철은 흙에 가루 형태로 섞여 있는 쇳가루다. 그 많은 흙가루가 다 이물질이다.'''
과거에 나온 양판소를 보면, 하여간 여러 번 접으면 강도, 경도, 인성, 균일성 모두 늘어나는 사기적인 공법이고 접쇠한 철 혹은 다마스커스강으로 만든 무구가 현대의 탄소강 재질의 무구보다 가격을 제외한 모든 범위에서 능가한다고 묘사된다. 무슨 이유인지 미스릴+아다만티움, 만년한철+운철 같은 합금으로 검을 만들 때 자주 쓰이는데, 합금에 쓰면 금속이 잘 섞이지 않고 층별로 금속이 나뉘어 합금을 쓰는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쓰이지 않는다. 접쇠의 현실이 알려진 뒤로는 이런 묘사가 줄어들었다.
드리프터즈에서는 토요히사의 검이 접쇠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눈으로''' 쇠를 두세번 접은 방식을 파악, 변태같이 만들어서 수리를 할 수 없다고 할 정도. 이에 토요히사는 못하냐며 도발했다. [3]
게다가 닥터 스톤에서는 접쇠 과정도 과거에는 10번씩이나 했지만 현대 과학으로 조사했더니 접쇠과정을 2번만 해도 적당한데다가 담금질이 더 중요하다면서 만능이 아님을 언급한다.

4. 여담


여담이지만, 제빵에도 이와 같은 제법이 존재한다. 페이스트리 반죽위에 버터를 올리고 그걸 접고 밀고 접고 밀고 하기를 수십번 해서 층을 만들어낸다. 발효법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부드러운(고급) 빵을 만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점까지도 유사하다.
[1] 주조방식도 이미 기원전에 발견되었다. 초강법 등[2] 이것을 따라 지그프리드 전설 소재 영화에서는, 지그프리드가 철봉을 달궈 꼬아서 명검 '발뭉'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3] 애초에 토요히사의 검은 가운데가 동강이 나있었다. 근데 문제는 금속은 부러진 부분이 붙지 않는다는 것. 굳이 고친다고 해도 부러진 부분이 또 부러질 것이고. 결국 답은 녹여서 다시 벼리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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