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말레이인

 

케이프 말레이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희망봉 케이프타운 일대에 거주하는 말레이인 계통의 이주민들의 후손을 의미한다. 이들은 과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시절 주로 1641년에서 1824년에 걸쳐 인도네시아말라카 등지에서 데려온 노예와 이주 노동자들의 후손이다. 이렇게 케이프 타운에 노예로 잡혀온 사람들 중에는 말레이인 뿐만 아니라 타밀족 같은 남인도계 민족들도 많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혼혈이 이루어졌고, 이 덕분에 케이프 말레이인들은 인도인들과 외양이 많이 비슷해졌다. 이 외에도 백인 아프리카너들과의 혼혈도 많이 이루어진 편이다.[1] 이주 초창기에는 이들 중 상당수가 명목상 무슬림이었으나, 당시 인도네시아 지역의 이슬람은 샤머니즘에 일부 이슬람적 요소가 들어간 수준이었다.
오늘날의 케이프 말레이인들은 아프리칸스어영어를 사용하며, 말레이어, 자바어 등은 19세기 이후 새로 말레이인 인구의 유입이 중단되면서 사멸했다 한다. 아직 더반을 중심으로 한 인도인 공동체에서는 힌디어, 구자라트어를 비롯한 인도계 언어가 활발하게 사용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반을 중심으로 한 인도인 공동체와 케이프 말레이 공동체 사이에는 종교상의 이유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으며, 이 덕분에 케이프 말레이인들의 요리에는 인도 요리에 영향을 받은 음식이 많다. 1830년대에 케이프 말레이인들이 사용하던 아랍 문자로 쓰여진 아랍 아프리칸스어라는 것이 존재한 적이 있었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이들도 유색인종으로 분류되어 백인들과 따로 분리된 구역에서 거주해야 했었다. 당시 케이프 말레이인들은 인종분리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자신들이 사는 집을 녹색이나 핑크색 등 단색 페인트로 칠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 해당 지역은 관광지가 되었다.[2] 인종분리가 철폐된 이후 16만여 명의 케이프 말레이인 중 1만여 명이 요하네스버그로 이주하였다.
여담으로 아파르트 헤이트 당시 혈통적으로 친척뻘 되는 대만 원주민들은 다른 대만인들과 함께 법적으로 이른바 “명예백인”으로 인정받았다.

[1] 아프리카너 중에서도 인도계나 말레이계 조상을 둔 경우도 꽤 많다.[2] 참고로 마을에 집집마다 알록달록하게 단색으로 페인트를 칠해서 유명해진 관광지는 여기 한 군데만 있는 것은 아니고, 베네치아의 부라노 섬, 아말피 및 그리스의 나플리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