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미리엘

 

Tar-miriel.
가운데땅 세계관의 등장인물. 누메노르 제 24대 왕인 타르팔란티르의 무남독녀이자 마지막 왕 아르파라존의 왕비.
앞의 '타르'는 요정어로 '위대한'이라는 뜻의, 누메노르 왕 그리고 왕비[1]에게 붙는 수식어로, 누메노르 왕비가 되기 전에는 그냥 미리엘이었다.
사실 실마릴리온에서는 그 비중 자체도 크지 않으며, 그냥 아르파라존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억지로 그와 결혼까지 해버린 누메노르 타락 과정에서의 불쌍한 피해자에 지나지 않는다. 아르파라존의 즉위 이후에는 아무런 비중도 없다가 누메노르가 침몰할 때 메넬테르마 산으로 도망가다가 익사한다는 내용으로 잠깐 나온다.(...)
문제는 톨킨이 나중에 이야기를 다시 쓴 걸 기록한 가운데땅의 역사서에서의 묘사가 이와 상충된다는 점이다.

'''파라존에게 반한 그녀'''는 파라존이 난을 일으키고 그녀에게 오자 '''기뻐했으며''', 한동안 아버지의 신하들을 버렸다. 그리고 이것으로 그들은 심지어 왕족일지라도[2]

6촌보다 가까운 친족끼리의 결혼은 금지하는 법도를 깨버렸다. 그러나 그들에게 반대자가 생기기에는 너무 그들의 권력이 강력했다. 둘의 결혼식날, '''그녀는 왕위를 파라존에게 넘겨주었다.'''출처

보다시피 실마릴리온과는 묘사가 전혀 다르다. 여기서의 그녀는 실마릴리온에서와는 달리 절대로 피해자가 아니다. 사촌간 결혼으로 누메노르의 법도를 어긴 건 오히려 파라존에게 반해버린 미리엘 쪽이 주 원인으로 보이며,[3] 왕위도 사실 반쯤은 자기 의사로 넘겨줬다. 빼도박도 못하는 배신하는 딸 기믹 확정. 물론 타르팔란티르는 이미 죽은 뒤였으므로 아버지 본인을 배신했다고 하기에는 약간 애매한 면이 있지만, 어쨌든 아버지의 정책이 뒤집어지게 하는 데 일조한 건 사실이니까...
사실 '나쁜 놈한테 당한 불쌍한 피해자'보다는 '금지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그이가 자신의 왕위를 찬탈한 것을 묵인한 여인'이 훨씬 드라마틱한 이야기라서 이쪽 버젼을 더 좋아하는 톨키니스트들도 있다. 그러나 톨킨은 이 둘의 이야기를 충분히 완성시키기 전에 죽었기 때문에, 크리스토퍼 톨킨은 결국 실마릴리온에는 이미 완성된 버젼을 집어넣고 미완성본은 가운데땅의 역사서에 집어넣는 판단을 했다.
엘렌딜의 아버지이자 파라존의 친한 친구인 아만딜이 신실한 자의 수장이었음에도 사우론이 깽판을 치기 전까지 아르파라존의 측근으로 남았다는 것도 미리엘과 파라존의 결혼이 강제적이었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게 만든다. 애당초 누메노르의 법도를 깨는 결혼으로도[4] 모자라서 강제결혼이기까지 하다면 대놓고 반발은 못하더라도 아만딜과 파라존의 사이가 벌어지지 않을 리가 없는데, 오히려 아르파라존의 즉위 이후에도 성향이 판이하게 다름에도 측근으로 남을 정도이니 아만딜 역시 미리엘과 파라존의 결혼에 큰 불만이 없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왕가가 이 대에서 끊기는 탓에 미리엘이 아르파라존과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았는지는 기록된 바 없다. 아르파라존의 즉위년도가 미리엘이 138살, 파라존이 137살로 장년과 중년의 경계선 쯤이었으므로 자식을 낳기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신실한 자에 속했던 엘렌딜은 300살도 훨씬 넘게 살았던지라 그녀의 자연적인 수명 역시 확정짓기 어려운 일. 그러나 자식이 있었더라도 어차피 누메노르의 왕 계보는 아르파라존 대에서 끊기기 때문에 전혀 의미가 없다. 누메노르의 멸망 때 전부 죽었을 테고, 설사 엘렌딜의 선단에 합류했거나 가운데땅에 남았더라도 이후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1] 타르알다리온에렌디스에게 '''타르엘레스티네'''라는 이름을 준 것으로 보아 왕비도 해당된다.[2] 누메노르는 엘로스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서로 수명이 다른 사람들 간의 비극을 막기 위해 왕족끼리 결혼하는 것이 풍습이었다.[3] 애당초 파라존도 선왕의 조카였으니 굳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법도를 깨가면서까지 미리엘과 결혼할 필요는 적었다. 오히려 현실에는 이런 상황에서 적법한 계승자를 유폐시켜버리는 일이 더 많은 만큼 그 역시 그랬을 수도 있었다.[4] 사실 왕족끼리 결혼하는 게 철칙인데 사촌간 결혼을 막는다는 법도 자체가 좀 애매하긴 하다. 순혈 왕족의 숫자가 많을 때는 괜찮을지 몰라도 선대 왕들이 다산을 하지 못해서 숫자가 거의 없다면 어차피 깨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