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파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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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Pharazôn
1. 소개
2. 실마릴리온(아칼라베스)
3. 가운데땅의 역사서
4. 평가


1. 소개


아르파라존은 누메노르의 제 25대 왕이자 마지막 왕이다. 퀘냐식 이름은 '''빛의 아들이라는 뜻의 타르칼리온(Tar-Calion)'''[1]
일명 '황금의 아르파라존(Ar-Pharazon the Golden)'은 제2시대 3118년 누메노르의 왕자인 기밀카드의 아들로 태어나 3255년 137세의 나이로 누메노르의 왕으로 즉위하여 강력한 군주로 군림하다가 3319년 201세의 나이로 발리노르를 침범했다 생매장당하였다.
누메노르의 마지막 왕이자 누메노르를 가라앉히게 한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종합적인 평가는 어떻게 보든간에 그다지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긴 힘들지만, 등장한 두 작품에서의 묘사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2. 실마릴리온(아칼라베스)


'황금의 아르파라존'은 누메노르 건국 이후 역대 바다의 왕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오만한 자였다.

왕위 찬탈+사촌누나와의 강제 근친결혼 문제 때문에 역대 누메노르의 왕들 중 가장 막장으로 유명했다. 누메노르 말기에 이르러서는 누메노르인들이 오만해져 요정들과 발라들을 등한시하고 인간을 자신의 하인으로 여기며 '''우리가 짱임'''하는 풍토가 만연하였다. 특히나 왕들의 경우 오래된 전통을 무시하며 아르아두나코르 이후 자신의 이름을 요정식에서 누메노르식으로 바꾸었다.[2] 아르파라존의 전전 왕인 타르팔란티르[3][4]는 ''''시발 이건 미친 짓이야!''''라는 의도를 보이며 발라에 대한 제사를 복원하고 자신의 이름을 요정식으로 바꾸는 등 제정신을 잡으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의 사후 누메노르의 전통에 따라 그의 첫째 자식인 딸 타르미리엘이 왕위에 올랐는데, 왕의 조카였던 아르파라존이 사촌의 왕위를 가로챘다. 그리고 아르파라존은 자신이 왕위에 오르고서 '''사촌과 결혼해 타르미리엘을 자신의 왕비로 삼았다'''. 이후 누메노르는 '''멸망으로 가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아르파라존은 왕권을 강화하고 신하들과 다른 왕족을 억압하는 군주가 되었다. 특히 패권을 추구하여 가운데땅으로 자주 정벌을 가 식민지를 늘렸다. 사우론이 인간들의 왕을 자처하자 분노하여 움바르로 대군을 이끌고 상륙, 3261년에 모르도르를 파괴하고 바랏두르를 함락시킴과 동시에 사우론의 항복을 받아낸 뒤 사우론을 잡아 누메노르로 끌고 왔다.[5] 하지만 사우론은 달콤한 말로 아첨을 떨며 누메노르인들이 아직 알지 못하는 지식들을 가르쳐줬고, 이에 누메노르인들은 점차 그를 신뢰하게 된다. 아르파라존은 그 자신의 난폭한 기질과 사우론의 속삭임에 넘어가 점점 폭군으로 변해간다. 고문이 된 사우론은 누메노르인들에게 진실로 자유를 주는 이라며, 일루바타르를 버리고 멜코르를 숭배케 만들었다.
결국 아르파라존은 친구이자 고문이었던 안두니에의 영주 아만딜(엘렌딜의 아버지)을 해임했고, 발라에게 받았던 백색나무 님로스를 불태워버렸다. 다행히 백색나무를 자르려고 한다는 걸 미리 눈치챈 이실두르가 그 전에 묘목을 빼돌렸지만[6], 불타는 백색나무는 며칠을 누메노르를 연기 속에 가두어버렸다고 한다.
결국 아르파라존은 누메노르의 멸망 스위치를 누르고 만다. 바로 대군을 이끌고 발리노르를 쳐들어 간 것. 물론 '''인간 따위가 발라에 대항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리가 없으므로'''[7] 아르파라존과 그의 군대는 발리노르에 도착하는 순간 에루가 일으킨 지각변동으로 땅이 갈라지면서 그 안에 갇혀 세상이 끝날때까지 감금되는 운명에 처했고,[8] 만웨가 보낸 거대한 독수리의 그림자가 신호가 되어 누메노르의 침몰, 즉 아칼라베스가 시작되었다.
엘렌딜은 독수리의 그림자를 보고는 알아차리고는 배를 수배하여 도망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람들을 모아 가운데땅으로 넘어가 그곳에 망명 누메노르 왕국을 건설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했고, '''선물을 주는 자'''라는 별명을 가졌던 사우론은 자신의 아름다운 육체를 잃고 정신체로 살아남아 모르도르로 도주했다.

3. 가운데땅의 역사서


전체적인 누메노르의 스토리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누메노르의 멸망의 직접적인 장본인이라는 사실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지만, 아르파라존 그 개인의 묘사에는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단순히 악인으로만 묘사된 실마릴리온에서보다는 좀 더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실마릴리온 자체가 가운데땅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형식인데다, 특히 2시대부터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더욱 줄여서 다루기 때문에 실마릴리온보다는 이쪽에서 묘사된 아르파라존이 더 신빙성이 높다[9].
일단 가장 큰 차이는 '''타르미리엘과의 근친혼이 강제결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타르미리엘 문서에도 알 수 있듯이 이 버전에서 미리엘은 이미 파라존을 사랑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 결혼을 주도한 사람은 파라존이 아닌 미리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10] 이렇게 된다면 사촌과 강제 결혼한 놈이라는 죄목은 물론이요 찬탈자라는 칭호마저 상당히 애매해진다.[11]
초기의 그의 성격에 대한 묘사도 상당히 의외로 "(비록 나중에 타락하긴 하지만)그의 마음이 옛 에다인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라고 쓰여있는 등[* He (Ar-Pharazon) was a man of great beauty and strength/stature after the image of the first kings, and indeed in his youth was not unlike the Edain of old in mind also, though he had strength of will rather than of wisdom as after appeared, when he was corrupted by the counsels of his father and the acclaim of the people. In his earlier days he had a close friendship with Amandil who was afterwards Lord of Andunie, and he had loved the people of the House of Valandil with whom he had kinship (through Inzilbeth his father's mother). With them he was often a guest, and there came Zimrahil his cousin, daughter of Inziladun who was later King Tar-Palantir. Elentir the brother of Amandil loved her, but when first she saw Pharazon her eyes and her heart were turned to him, for his beauty, and for his wealth also. But he went away and she remained unwed. And now it came to pass that her father Tar-Palantir grew weary of grief and died, and as he had no son the sceptre came to her, in the name of Tar-Miriel, by right and the laws of the Numenoreans. But Pharazon [?arose) and came to her, and she was glad, and forsook the allegiance of her father for the time, being enamoured of Pharazon. And in this they broke the laws of Numenor that forbade marriage even in the royal house between those more nearly akin than cousins in the second degree. But they were too powerful for any to gainsay them. And when they were wedded she yielded the sceptre to Pharazon, and he sat upon the throne of Elros in the name of Ar- Pharazon the Golden, but she retained also her title as hers by right, and was called Ar-Zimrahil - 출처: http://entmoot.tolkientrail.com/showthread.php?t=13156 ] 타르팔란티르와 대립하는 전형적인 타락해가는 누메노르인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비록 스스로가 신실한 자는 아니었을지언정 그들의 지도자인 아만딜과 깊은 우정을 가지고 있을 만큼,[12] 이 버전의 아르파라존은 사우론에게 타락하기 이전까지는 나름 개념있는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아르파라존도 결국 자신이 굴복시킨 사우론에 의해 타락하는 바람에 완벽한 악인으로 전락했고, 발리노르를 침공하는 불경을 저질렀다 심판을 받는다는 참혹한 결말은 다를 것이 없다.

4. 평가


사실 아칼라베스의 이야기에서는 그냥 악당이지만, 가운데땅의 역사서에서의 묘사가 좀 더 입체적이기 때문에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인물.
사실 가운데땅의 역사서의 묘사를 받아들인다면 젋은 시절의 아르파라존은 근친혼 문제를 제외한다면 '''위대한 명군이라고 봐도 좋다.''' 누메노르의 마지막 전성기를 일궈낸 것은 물론이요, 자유민들의 숙적이자 훗날 가운데땅에서 최악의 암흑군주로 악명을 떨치게 될 사우론에게 그런 낭패와 굴욕을 선사했다는 것도 엄청난 업적이다.[13] 곤도르인들도 이런 아르파라존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겼던지 움바르의 오벨리스크에 사우론의 굴욕을 새겨넣기까지 했다. 물론 나중에 움바르가 사우론의 수중에 장악당하면서 이 기념비는 파괴되었다.
아만딜이 친한 친구이며 정부의 주요 인사였던 걸 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이전의 아르- 칭호를 쓰던 왕들과는 달리 딱히 신실한 자들을 탄압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스로의 지혜에 대한 과신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사우론에게 굴욕을 주는 데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는 몰라도 사우론을 기어코 누메노르 본토까지 끌고 와서 본인 업적도 다 날려먹고 나라도 날아간 어리석은 왕이기도 하다. 사우론에게 타락한 이후로는 이전의 왕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폭군/암군으로 전락해버렸고, 끝내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발리노르까지 침공했다가 자기 목숨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기껏 본인이 짓밟아놓은 모르도르는 결국 누메노르 멸망 후 다시 발흥하여 가운데땅 자유민들에게 크나큰 위협이 되었고, 이걸 수습하느라 길갈라드엘렌딜을 비롯한 수많은 전사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러한 '아르파라존 명군설'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톨킨은 기본적으로 서양 고전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가이고, 서양 고전 전통의 가장 중요한 기반 중 하나가 바로 기독교 경전이라는 점이다. 사울,다윗,솔로몬등 구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유명한 왕들이 신에게 순종한 시기에는 순조롭게 나라를 운영했지만 자신의 능력과 지혜를 믿고 일을 처리할 때는 문제가 생긴 것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기독교 경전의 서술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커다란 업적을 세우는' 왕은 그리 긍정적인 인물상이 아닌 것. 이러한 기독교적 군주관은 동로마 제국의 후기 중흥군주로써 군사와 내정 양면에서 혁혁한 공훈을 세운(동시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바실리오스 2세가 교서에서 '우리는 우리의 군대도 믿지 않고 우리의 부도 믿지 않고 우리의 지식도 믿지 않고 오직 신에게 의존한다'고 선언한 데에서도 잘 알수 있다, 즉, 기독교적 관점(특히 기독교 경전의 서사)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위대한 업적을 세우는 것'은 악덕이라고 할 정도까진 아니라도 '저러다 자기가 잘나서 큰 일을 해낸 것이라고 생각하고 신앙을 경시할지도 모른다' 는우려로 다소 백안시되는 특징인 것. 아르파라존 역시 이런 기독교적 서사의 등장인물로 보아야 하며, 현대인의 세속주의적 관점에서 '유능한 명군' 으로 보인다는 것이 작품 내에서도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증거는 아닌 것. 사실 아무리 명군이라도 막판에 다 말아먹으면 쓸모가 없다.
말년에 마이아에게 타락해서 나라 말아먹던 것은 세오덴과도 유사하지만 세오덴에게는 간달프가 있었고 아르파라존에게는 그런 초월적인 조언자가 없었다.

[1] 그러나 그는 '''빛의 땅 아만을 정복하려다 실패하여 결국 어둠에 영원히 갇히게 된다.'''[2] 퀘냐로 '위대하다'라는 뜻의 'Tar-'접두사 대신 같은 의미의 누메노르어(Adûnaic) 'Ar-'가 붙은 이름을 보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3] 다시 요정식 이름을 쓰기 시작했지만 2대만에 아르파라존한테 왕위를 뺏기며 누메노르식 이름으로 돌아간다.[4] 천리안과 유사한 능력이 있는 듯한 왕이어서 '팔란티르'가 왕호에 들어가는 게 어울렸다고 한다.[5] 실마릴리온에 의하면 이때 사우론의 부하들은 아르파라존의 군대만 보고도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 갔다고 한다[6] 백색나무가 누메노르 왕실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타르팔란티르의 예언과 연관시켜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7] 사실 이후 기술되는 사건을 일으킨 장본신은 일루바타르 그 자신이다. 발라의 지도자인 만웨가 '아 쉬바 나 이제 에아 통치 못해먹겠음'이라고 탄원하자 일루바타르가 인간의 오만에 대한 벌도 주고 발리노르도 가운데땅과 떼어버릴 겸해서 세상을 변화시킨 것.[8] 원래 평지였던 세상이 이 지각변동으로인하여 구형태의 세계로 변한 것[9] 사실 실마릴리온은 톨킨의 가운데땅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고 연결하는 일종의 골격이나 얼개 역할을 하는 작품이고, 톨킨은 평생동안 이 실마릴리온에서 다룬 사건들에 디테일과 입체감을 부여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즉 실마릴리온과 가운데땅의 역사서 사이의 차이는 '이야기 자체가 변화했다'기 보다는 실마릴리온 완성 시점에서는 없던 디테일을 계속 추가 원고를 써 가며 보충했기에 생긴 차이에 더 가깝다고 보야야 한다. 즉, 실마릴리온보다는 (톨킨의 유고를 집대성한) 가운데땅의 역사서가 더 '자세'하다는 것.[10] 파라존이 미리엘을 사랑했는가 여부는 알 수 없다.[11] 일단 적법한 왕위계승자 본인이 그를 왕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파라존이 미리엘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가정을 한다면 아예 미리엘이 자신과 결혼해주는 대가로 왕위를 넘겨주는 식의 거래를 했을 수도 있다. 사실 혈통적 정통성을 중시하는 남성 우선 계승권의 왕조국가, 그리고 사촌 결혼이 가능한 경우라면 왕의 아들의 없을 경우 왕의 조카가 왕의 딸과 결혼하여 왕위를 계승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혈통적 정통성 측면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는 것. 즉, 일반적인 정치 논리로 봐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결합인 셈. 현실에서도 딸 하나만 있는 나루히토의 후계로 조카인 히사히토 친왕과 관련해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12] 한가지 이상한 것은, 파라존은 제 2시대 3118년에 태어났고, 바로 다음해에 아만딜의 아들인 엘렌딜이 태어났다. 누메노르인의 수명을 생각해보면 한살 정도 차이는 나이 차이가 난다고 보기도 힘든데, 즉 파라존은 엘렌딜과 같은 세대 인물이다. 그런데 엘렌딜과의 관계는 별 묘사가 없고 그 아버지인 아만딜과 친구였다고 한다.[13] 아예 사우론을 파멸시키는 반지원정대를 논외로 놓고 본다면 이런 업적을 이룩한 건 아르파라존의 조상 루시엔 정도다. 그나마 루시엔은 순수 본인 능력이 아니라 후안의 도움을 크게 받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