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메시기리

 

1. 개요
2. 일본의 시참
3. 서양의 시참
3.1. 관련 문서


1. 개요


시참(試斬: 타메시기리)
과거 일본에서 행해진, 날붙이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물체를 베어보는 행위.

2. 일본의 시참


도검의 성능실험을 위해 물체를 베는 것은 동서양에서 모두 행해지던 것이지만 개념과 단어의 정립은 일본이 앞섰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부터 도검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다다미, 대나무, 짚단을 베는 개념이 있었고, 보다 실제와 흡사한 실험을 위해 시체를 가져다가 일정한 법칙에 따라 베어보는 것이 존재했으며 이것으로 유명한 인물이 에도시대야마다 아사에몬이다.
다만 일본에서도 타메시기리는 어디까지나 도검의 성능실험이었을 뿐, 현대에서처럼 수련의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테이퍼(Tapor)가 심하게 져 폭이 좁은 롱소드조차도 사람의 살은 매우 쉽게 절단하기 때문에 고류 검술 유파나 서양 검술에서도 물체베기는 정식 수련체계에는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수련의 중심은 상대의 무기를 어떻게 막고 반격할 것인가,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와 기타 요소에 있었다. 물론 사람을 함부로 참살할 수 없기 때문에 검과 물체가 접촉 시, 몸을 운용하는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도 교육하였다. 물론, 주요 수련이 아니라, 가끔하는 수련이었다.

이렇게 성능실험에 불과했던 일본의 타메시기리가 중심으로 떠오르고 동서양의 시참 풍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은 일본군도술에서 유래한다. 군도의 조법에서는 일격필살의 자신감을 주기 위해 과거에는 시험의 일종으로만 여겨졌던 타메시기리를 훈련에서 중요하게 여겼으며, 교범에는 다양한 베기대와 베기수련법, 그로 인한 도검의 트러블에 대한 대처법을 비롯한 노하우를 수록했다. 전후 토야마 육군병학교의 간부를 중심으로 군도의 조법을 기반으로 한 토야마류라는 발도술유파가 발족되고, 또 거기서 베기만을 특별히 강조하는 나카무라류가 등장하여 미국/유럽 등지로 진출하였다. 또 베기 시범은 보기에도 검술연무보다 훨씬 박력이 있고 일반인들에게 깊고 큰 인상을 주었으며, 일본에 대해 약간의 환상을 가진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큰 감명으로 다가왔다. 해외로 진출한 토야마류나카무라류는 이러한 요소 때문에 일본 현대 무도계는 물론 서양에서도 일본식의 타메시기리 문화를 그대로 이식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토야마류의 시참)
현재에 이르러서는 원래 짚단이나 대나무를 베지 않던 일본 고류 유파들도 시범에서 베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서양 검술계에서도 베기를 하는 영상을 자주 올린다. 특히 베기를 하는 방식은 대나무나 다다미를 주로 베는데 이것은 일본의 타메시기리 양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나카무라류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기 때문에 시참의 비율이 아주 높다. 시참인구를 위한 베기장이라는 곳이 전국에 산재해 있을 정도. 원체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이 크기 때문에 원래 베기는 전혀 하지 않던 검도에서도 요즘에는 개인적으로 따로 베기훈련을 하거나 시연에서 시참을 하는 비율이 높아진 편이다.
하도 타메시기리의 인상이 강렬하고 도검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이다 보니, 타메시기리 그 자체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생겨 문제라고 한다. 검리와 연계된 베기보다는 절단 그 자체에 치중하고 멋있어 보이기 위한 퍼포먼스성 오바를 엄청나게 해대기 때문. 빙빙 돌면서 대나무를 여러개를 날려버리거나 회전회오리 납도를 시연하는 현장을 보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오직 깔끔하게 베기 위해 동작을 크게 잡고 검의 동선이 길어지기에 동작들이 하나같이 헛점이 많다보니 베기시의 동작과 격검시의 동작의 괴리가 상당히 심하다.
한편 시참이 도검의 위력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이에 대해 으스스한 이야기도 존재한다. 가령 처음 칼을 얻은 떠돌이 무사가 가장 처음 만난 '''사람'''을 시참의 대상으로 삼아서 살인을 저지른다거나,[1] 그랬다가 그 사람이 아득하게 전설적인 검객이라 역관광 당하고 새 칼은 두동강 난다던가, 뛰어난 장인이 바친 명검을 받은 높으신 분이 시참을 명목으로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하의 목을 베어버린다거나.

3. 서양의 시참


서양에서도 일본처럼 물체베기는 원래 잘 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는 르네상스 시대 지역 축제 등에서 시연 삼아 과일 등을 베던 경우가 있었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칠면조나 돼지고기를 매달아 베는 시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러시아 남부의 코사크인들은 가는 나뭇가지를 세워 표적으로 썼다. 마상훈련에서는 짚단이나 톱밥을 채운 푸대, 나뭇가지로 만든 표적을 말을 타고 달리며 베는 등의 훈련을 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완전한 절단을 목표로 하는 타메시기리와는 다르며 단지 칼날에 손상을 주지 않는 베기 표적으로써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일본의 타메시기리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소재들을 재활용하여 특유의 퍼포먼스 문화로 재정립해나가는 중. 나이프계열에서도 블레이드 쇼와 같은 다양한 관련 축제들에서 맥주캔 베기, 콜라캔 베기 등으로 승부를 가리는 쇼도 있고[2] 박스[3], 페트병[4], 밀크 저그[5], 나무와 나뭇가지, 수풀이나 갈대, 고깃덩어리 절단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료들을 다 잘라본다.
일본의 타메시기리는 칼의 절삭능력과 함께 수련자의 검 사용 숙련도 확인이 목적이다.[6]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순수하게 물체를 얼마나 잘 벨 수 있는지 테스트한다. 그래서 그냥 이거저것 다 터뜨리고 부수면서 호쾌하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연히 검술을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서양의 시참이 주는 임팩트가 훨씬 크다.
미국의 나이프/도검 제조회사 콜드 스틸의 홍보비디오인 Proof시리즈가 이 방면에서 유명하다.


콜드 스틸사의 Proof영상 중 일부.

3.1. 관련 문서



[1] 츠지기리라 칭하며, 원래 의도는 완성된 일본도의 품질 및 성능 확인이라고 한다. 허나 실제로 행인을 베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나중엔 그저 불만을 표출하는 묻지마 살인 행위에 허울 좋은 명분으로 제공하기 위한 구실로 변질되었다고 한다.[2] 음료 특성상 베면 폭발하듯이 분출하기 때문에 구경꾼은 물론 베는 입장에서도 시각적 효과가 커서 쾌감이 크다고 한다[3] 특히 칼 사면 칼 박스가 첫번째 시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4] 제일 구하기 쉽고 물을 담으면 촥촥 나가는데다, 날이 둔하거나 베기를 잘 못하면 잘 안잘리기도 하므로 대중적으로 쓰이는 물건이다.[5] 우유통. 재질은 식용유 통을 생각하면 된다. 페트병보다 약하고 연해서 쉽게쉽게 쩍쩍 베이는 맛이 있다고 한다.[6] 일본의 타메시기리 과정은 절단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면 상대방의 다음 공격은 어떻게 들어올지'를 대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잔심'이라고 한다) 그런 다음 마지막 단계인 납도 단계까지 아우르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타메시기리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매우 절제된 모습만을 보여준다. 검을 휘두를 때 신체의 옆이나 뒤가 드러나도록 큰 동작으로 베어넘기면 보는 맛은 일품이겠지만, '실제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동작이 크기 때문에 다음 공격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으며, 상대방의 역습에 대비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