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기리

 

1. 개요
2. 실제
3. 매체에서의 묘사
3.1. 관련 문서


1. 개요


辻斬り(つじぎり)
예전의 일본에서 칼이 완성되면, 그 품질을 가늠하기 위해 밤중에 지나가는 행인을 베던 일을 말한다. 베어버리고 지나간다는 의미에서 토오리마(通り魔)라고도 한다. 이 '토오리마'라는 표현은 나중에 묻지마 살인을 행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2. 실제



막번체계가 안정된 이후의 일본은 사무라이들이 함부로 칼을 쓰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였기에,[1] 단지 칼을 시험하기 위해 행인을 베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그러나 츠지기리는 실존했고 역사적으로도 많이 남아있다.

실제로 츠지기리를 벌이는 자들은 대부분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무라이들이고, 목적도 그냥 화풀이용 묻지마 살인이었다. 자신이 속한 번에 봉공(취업)을 못하는 무직의 무사, 낭인, 가속을 이어 받지 못하는 무가의 서자 같은 자들이 그런 부류인데, 이들은 사무라이 사회에서 천대 받는 소외계층이었다. 그럼 그 불만 서린 칼끝을 자신들을 소외시킨 상류층에 겨눠야겠지만, 그건 또 무사된 자로서 불충(...)이라서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결국 만만한 평민을 베어 죽이는 것으로 해소했던 것이다. 여기서 낭인이나 가난한 무사는 금품강탈의 목적도 있었다. 츠지기리를 벌이다 잡힌 낭인 중에는 병법연구자인데 에도 시대가 워낙 평화롭다보니 칼을 쓸 일이 없어서 사람 베는 경험을 쌓고 싶어 그랬다는 자도 있었는데, 사이코패스로 추정된다.
물론 츠지기리 범죄는 발생한 지역의 사회지도층에게 극도의 골치거리였다. 츠지기리가 발생하면 민중의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진다. 지배계급인 무사가 재미 삼아 백성을 베어 죽인다고 하니, 무사에 대한 민중의 적대감이 커지고, 범인 색출이 더디면 '백성이 죽는다고 별 신경도 안 쓴다' 혹은 '같은 무사라고 안 잡고 봐준다'는 식의 원망도 높아졌다. 그렇다고 범인을 잡아내도 문제인 게 멀쩡한 자들이 그냥 죽이고 싶어서 죽인 거면 그냥 사형시키면 그만인데 대부분 에도판 가토 도모히로처럼 사회 부적응자들이 폭탄 터뜨린 것인지라 하급무사들의 동정을 사는 일이 많았다. 그 결과 '니들의 실정 때문에 충성스런 자들이 봉공에서 소외된다.' '오죽 답답하면 츠지기리 같은 걸 벌이겠냐'면서 해당 지역의 실권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가기도 했다. 그나마 막부에 충성스럽거나 사쓰마, 시미즈처럼 세력이 큰 번국은 그냥 쇼군에게 불려가서 쌍욕좀 먹고 끝났지만, 힘없는 번 같은 경우는 츠지기리 사건으로 트집을 잡혀서 번주가 대놓고 교체당할 수도 있었다.(...)[2]
그래서 범인을 찾아내면 공식적으로 처벌하기 보다는 몰래 처치해버리는 일도 잦았다. 그나마 낭인의 경우 재판을 거쳐 사형에 처하거나 반성하는 경우 할복의 형태로 처형하기도 했지만, 가적(家籍)이 있는 무사는 붙잡은 뒤에 소속 가문에 넘겨버렸다. 자기 통제가 안되는 정신병이 있으면 그나마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라 그랬다고 둘러대기라도 하지만[3] 정상인으로 밝혀지면 가문 내에서 알아서 도모지 같은 식으로 처형한 다음에 병이나 낙마로 사망했다고 소문을 내거나 갑자기 실종됐다는 식으로 철저하게 정체를 감췄다. 낭인이야 부담없이 처형하지만, 해당 지역 무가의 무사가 범인으로 밝혀지고 정신에 문제가 없을 경우 여러 가지로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도 처벌 수위는 동일해서, 일본에서 살인범이 묻지마 살인으로 밝혀지고 조현병 같은 앞뒤 가리지 못하는 중증 정신질환이 없으면 무조건 사형에 처해진다. 다만 막부 시절과 달리 지금은 그냥 다 공개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무사가 평민에게 모욕을 당했을때 즉결처분할 권리를 가리키는 부레이우치(키리스테고멘 이라고도 함)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요한다.

3. 매체에서의 묘사


포켓몬스터의 악 타입 공격기인 깜짝베기의 원어가 사실 이것으로, 피비린내나는 어원을 직역으로 가려버렸다.
태합입지전 5에서도 가능하다. 워낙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다보니, 플레이하다가 NPC 무장을 만나면 이 선택지가 뜨는데, 이걸 누르면 그 무장과 대결할 수 있고, 무장을 쓰러뜨리면 대부분 아이템이나 돈을 떨구고 부상당한 채 도망가지만, 일정 확률로 승리 후 무장을 죽일지 살릴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뜬다. 여기서 베어버리면 그 무장은 사망처리된다. 츠지기리를 계속하면 악명도 올라가고, 3명을 츠지기리로 살해하면 히토기리(人斬り) 칭호를 얻게 되며, 악명이 높으면 검호들이 악인을 응징하겠다며 습격을 해 오게 된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 항설백물어의 이야기들 중 하나인 《시바에몬 너구리》에서도 츠지기리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스포일러]
좀비 랜드 사가 3화에서 메이지 시대 출신이었던 유우기리사쿠라에게 게릴라 라이브가 뭐냐고 묻자 사쿠라가 길거리에서 깜짝 공연을 한다는 답을 듣고 츠지기리 비슷한 것으로 이해했다.
beatmania IIDX 26 Rootage에서는 신규 옵션인 츠지기리 배틀이 추가되었다. 점포 내의 상위 기록과 배틀하는 기능이다. 27 HEROIC VERSE에서 한국어 번역이 추가되었는데, "무차별 베기 배틀"로 번역했다. 한국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수련 배틀"로 번역.

3.1. 관련 문서



[1] 특히 쇼군이 있는 성내에서 고의로 칼을 뽑다가 걸리면 무조건 사형으로 다스렸다. 그래서 에도 성내의 사무라이들은 칼은 집에다 보관하고 목검 들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1873년 폐도령이 내려져 일본 전역에서 칼 소지가 금지되자 전국으로 확산되었다.[2] 도쿠가와 막부 이전에는 번주를 교체할 때 할복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도쿠가와 정권에서는 정말 농담 아니고 쇼군 멱살 잡거나 강상죄 수준의 심각한 사안이 아니면 할복을 시키지 않았다. 대신 영지를 축소해서 지역 유지 정도로 떨어뜨리다가 자손대에는 하타모토로 바꾸는 것이 보통이었다.[3] 물론 이렇게 인정되더라도 대부분 정신병자로 다락방 어딘가에 평생 감금된다.[스포일러] '시바에몬 너구리' 편의 배경이 된 마을은 츠지기리 소동이 일어났던 마을이었는데, 이 소동을 벌인 사람이 보통 신분도 아니고 호적상 쇼군 가문에 속하며 쇼군의 사생아로 의심되는 무사였다. 게다가 이 무사는 자기가 들렀던 다른 마을에도 이런 츠지기리 사건을 벌인 전적이 꽤 있었는데 문제는 '''신분 때문에 함부로 처리할 수가 없어서 이 무사가 묶게 되는 지역의 영주에게도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시바에몬 너구리 편에서 결국 마타이치 패거리가 그 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시체는 너구리와 바꿔치기해서 마을에서 일어난 츠지키리 소동은 너구리 요괴 소행이었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무사의 시체는 은밀하게 처리하는 식으로 사건을 종결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