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내셔널리즘
post-nationalism
1. 개요
민족/국민(Nation)국가로서의 일체성을 버리고 타자[1] 를 포용하며 국가나 국민 정체성보다 국제적, 초국가적인 실체를 더 중요시하자는 사상 혹은 움직임 등을 칭하는 일종의 개념. '탈민족주의'나 '탈국민주의'라고도 번역된다.
2015년 캐나다의 총리인 쥐스탱 트뤼도는 자국을 세계최초의 "탈-국민국가"(postnational state)로 정의한 바 있다. 물론 총리 한명이 이렇게 말한다고 캐나다 사람들이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닐터라 현실적 한계는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이라도 한 탈-국민국가는 현재로선 캐나다가 거의 유일하다.
2. 오해
안티내셔널리즘(반민족주의)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차이는 있다. 안티내셔널리즘은 자유지상주의같은 일부 우파 예외를 제외하면 정치적으로 급진적, 반체제적이거나 좌파, 사회주의적인 정치 사회적 조류들과 연관성이 깊지만, 포스트내셔널리즘은 좀 더 자유주의에 가까운 개념이다. 실제로 자유주의 성향의 학자들이 포스트내셔널리즘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포스트내셔널리즘은 안티내셔널리즘과는 추구하는 근본이 좀 다르다. "내셔널리즘과 관련된 모든 것, 내셔널리스트에 맞서 싸우자!"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내셔널리즘에서 탈피해서 세계주의를 추구하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내셔널리스트들은 내셔널리스트들을 때려잡자는 안티파같은 급진적인 행동을 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2] 예를 들면 쥐스탱 트뤼도, 에마뉘엘 마크롱 같은 리버럴들이 추구하는 세계주의는 안티내셔널리즘이 아니라 포스트내셔널리즘에 가깝다.
자유주의 외에는 포스트모더니즘과도 연관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다만 포스트모더니스트의 경우 안티내셔널리즘을 겸하기도 한다.
3. 한국에서
한국은 서구에 비해 민족주의가 좀 더 대중적으로 뿌리박혀 있기도 해 '탈민족주의'가 대중적으로 진지하게 논의될 장이 마련된 적은 없었다. 그나마 국내에서 포스트내셔널리즘적인 성향을 보이는 학자로는 '우리 안의 파시즘' 등의 책으로 나름 유명한 임지현[3] , 윤해동[4] 등이 있다.
한국의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 중에서는 본인들을 탈민족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이들이 내보이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일제시대에 대한 수정주의, 민주화 이전 한국의 독재정권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탈민족주의의 주류 담론과는 거리가 멀다.[5] 일제와 한국의 독재정권은 방향은 다를지라도 모두 민족주의를 이념으로 신봉했기 때문이다. 임지현은 뉴라이트의 탈민족주의 담론도 탈민족주의보다는 맹목적 근대주의에 가깝다고 생각해 매우 부정적으로 평한 바 있다. 초창기엔 뉴라이트에 호감을 보이기도 한 상당수 리버럴 좌파 및 우파들은 뉴라이트의 이러한 모습에 실망해 거리를 두고 있다.
그래도 2010년대 이후로는 탈민족주의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대로 따지면 1990년대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된 시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1990년대생들은 통일 반대론 입장을 '''초등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속으로 형성해 온 세대[6] 이기 때문에 그 앞 세대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성 운운하는 것은 이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눈엣가시이며, 타파해야 할 구습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를 불문하고 어느 정도의 민족주의는 지지받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특히 중국의 한국 문화 침탈이다. 말하자면 '방어적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 사이에서도 그 필요성이 지지받는다. 따라서 21세기 이후의 한국의 탈민족주의는 '방어적 민족주의을 전제로 한 탈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최종적으로는 탈민족주의를 지향하지만 타국이 한국의 전통이나 역사와 관련해 침탈하려는 시도가 보일 때 강한 민족주의적 보수성을 방어를 위해 발동시킨다는 것이다.
4. 같이 보기
- 안티내셔널리즘
- 세계화
- 다문화주의
- 자유주의
- 세계주의
- 정치적 올바름 - '포스트내셔널리스트=PC주의자'라고 일반화할 순 없지만 PC 담론도 기본적으로 포스트내셔널리즘과 연관 있는 개념이다.
[1] 한 국가의 비주류 문화, 비주류 인종, 민족국가에서 차별받아온 사회적 소수자 등.[2] 물론 일반인들은 포스트내셔널리즘, 안티내셔널리즘을 굳이 구분해서 행동하진 않기에 안티내셔널리스트라도 점잖은 사람들은 말로 해결하려 할 수도 있고, 포스트내셔널리스트라도 혈기왕성하면 얼마든지 안티파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두 사상이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딱 이거다라고 정의하긴 좀 어려운 부분이 많다.[3] 사실 국내 학계에서 포스트내셔널리즘 사상 논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4] 일제강점기 전공 역사학자로 한국사학계의 민족주의적 성향에 강경하게 비판하기로 유명하며, 뉴라이트에 대해서도 국가주의 성향이라 판단해 부정적이다.[5] 식민지 근대화론 자체는 식민지에서 경제가 성장했고 구한 말 이래 시작된 근대화도 진행되어 갔다는 학술적 논의라 탈민족주의 범주 안에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파생되어 나타난 일제시대에 대한 수정주의적 평가는 탈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멀다.[6] 별다른 교육 없이 통일 반대론적 시각을 어릴 때 스스로 형성한 최초의 세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