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5세
프랑스 왕국 카페 왕조의 14대 왕이다. 필리프 4세의 차남으로 루이 10세의 동생이자 장 1세의 삼촌이 된다. 프랑스 왕으로는 필리프 5세, 나바르 왕으로는 펠리페 2세이다. 형 루이 10세 사후 섭정이 되었는데 유복자였던 조카 장 1세가 태어난지 5일 만에 죽게 되자 왕위계승을 둘러싼 다툼이 전개가 된다.
루이 10세에게 남은 유일한 자녀였던 딸 잔느에게 귀족들의 지지가 몰렸으나 필리프 5세는 잔느의 어머니가 루이 10세에 의해 간통죄로 내쫓겨났을 시기에 태어났던 잔느의 혈통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 1317년 파리 대학의 법학자들과 회의를 통해 프랑크 왕국의 토지 상속법이었던 살리카법을 교묘히 이용하여 확대 해석했다. 살리카법은 모계 계승이 불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외손자는 계승이 가능했다. 살리카법의 본래의 의미는 여자는 기사로서 병역의 의무를 다할 수 없으나 외손자일 경우 전쟁에 나갈 수 있으니 상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살리카 법은 100년 전, 사문화된 법률이었다. 아들까지 갈 것 없이 남편과 공동 즉위한다면 병역의 의무를 남편이 지면 되기 때문. 그러나 필리프 5세는 살리카 법을 확대해석하여 외손은 물론 아예 모계 계승 자체를 막아버렸다. 즉, 여성은 왕위에 오를 수 없는 것으로 못을 박아 잔느의 왕위 계승권을 박탈하고 자신의 정통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래서 카페 왕조 이 후의 발루아 왕조, 부르봉 왕조에서는 여왕이 즉위하지 못했으며 프랑스 역사에서 여왕이 한 번도 즉위하지 못한 것이다. 더불어 이 해석은 그 후 살리카법 자체가 없던 다른 나라[1]로 점점 퍼져 나갔다.
조카 잔느는 비록 프랑스의 왕이 되지 못했으나, 나바라에서는 살리카법이 적용되지 않아 삼촌 필리프 5세와 샤를 4세가 죽고 카페 왕조가 단절되자 1328년 나바라의 여왕 후아나 2세로 즉위하게 된다.
필리프 5세는 비록 어거지로 프랑스와 나바라의 왕이 되었지만 그 때 이용한 살리카법이 불과 몇 년 후 프랑스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필리프 5세는 즉위한지 6년 만에 29세의 나이로 죽었는데 딸 넷은 장성했으나, 아들 필리프는 태어난지 1년 만인 1317년 사망하여 후계자가 없었다. 장성한 딸이 넷이나 되었으니 충분히 후계자가 많았지만 '''스스로 이용한 살리카법 때문에 그들은 즉위할 수 없었다.''' 자업자득이라면 자업자득...
[1] 다만 신성 로마 황제의 경우엔 선출직인데다 여성의 출마를 금지하고 있었기에 해당 사항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