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무소 안에서
1. 개요
"형무소 안에서"는 하나와 가즈이치의 만화, 또는 이것을 원작으로 한 최양일 감독의 영화이다.
2. 비범한 사연
일본에 감옥을 주제로 한 만화는 워낙 많지만 이건 다르다. 왜냐하면 '''실제로 작가 자신이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갔다 온 전과자'''이기 때문. 정확히는 1994년 12월, 에어코킹 건을 불법 개조했다가[1] 걸리는 바람에 총도법 위반으로 체포, 구속되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1995년 10월부터 1997년 9월까지 2년을 복역하다가 석방됐다. 이후 만화잡지 アックス(액스)에서 1998년 2월부터 2000년 2월까지 감옥 생활을 담은 '형무소 안에서'를 연재, 2000년 7월에 단행본을 발간했다. 그해 제5회 데즈카 오사무 상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었으나 작가 자신이 상을 고사했다고 한다.
즉 취재나 사연을 듣고 만든 게 아니라 아예 '''작가 자신의 감옥 생활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작품'''인 것이다. 아즈마 히데오도 자신의 노숙생활을 바탕으로 한 작품 실종일기를 냈지만 이건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림체는 극화체로 미소녀와는 거리가 좀 멀다. 사람의 치부 중에서 최악으로 꼽힐 수 있는 감옥 생활[2] 을 만화로 그려 커밍아웃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총도법 위반 정도로 감옥까지 간 게 이상하다 싶을 수 있는데 이 케이스는 단순히 에어코킹건을 불법개조해서 걸린 정도가 아니다. 어디서 몰래 구한 진짜 총에 보태서 실탄도 116발이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처럼 언론플레이로 판사에게 시민단체가 중형을 압박하는 국민정서법이 통용되는 국가거나, 미국처럼 검사가 다음 선거에서 당선될 때 실적으로 써먹기 위해 죄수들 형량을 의도적으로 세게 때리려고 이거저거 유도심문 하며 엮어넣는 곳이었으면 수십년 떨어질 수도 있었다. 일본이니까 그나마 불법총기개조, 실탄 및 총기 소지 자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더는 죄를 묻지 않아서 3년이 나온 것이다. 거기다 작중에서 자신의 체험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그 멘탈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래도 흉악범이 아닌데다 일본은 전과를 까다롭게 따지는 몇몇 대기업이 아니면 극악범죄자가 아니면 적당히 사회 복귀가 가능한 구조여서 지금도 만화가로 잘 살고 있다. 그래도 이후 다시는 불법총기 건으로 걸리지 않는 걸 보면 교도소 생활로[3] 정신을 차린 듯하다.
감옥에 갇히게 된 과정을 자신의 시대극 작품과 섞어서 그려낸 '형무소 앞에서' 도 있다. 다만 이 쪽은 난해한 편.
3. 내용
주인공인 '나'는 총도법 위반으로 체포되어 재판에서 징역 3년을 받고 감옥에 간다. 참고로 일본 감옥중에서 가장 악명높은 감옥은 홋카이도 아바시리로 아바시리는 형무소 마을을 의미한다고 한다.[4]
여기서 감옥의 묘사는 한국의 군대와 비슷하다. 그것도 빡빡한 훈련소와 더욱 더 비슷하다. 자기 마음대로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간다.[5] 그나마 미결수일 적에 수감되는 구치소는 죄수 1인당 1개의 독방이 있어서 자기만의 공간이 생기지만, 교도소에선 5~6명씩 모여 수감된다. 그래도 개인공간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편. 하는 일은 재활 훈련 겸 노동으로 조각칼로 각종 세공을 한다. 독방 수감 시에는 봉투접기를 한다.[6]
주인공인 '''나'''는 밥도 너무 잘나오고 빡세지도 않은 감옥을 보면서 '''나같은 범죄자가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나'''하고 생각한다.[7] 또한 감옥물들은 보통 재소자들을 좀 미화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감옥에 갇혀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인간 쓰레기들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약을 끊지 못해 감옥에 들어온 탓에 친딸이 고등학교도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일하는 데도 마약을 끊을 생각을 안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죄수[8] , 사람을 죽인 것을 마치 자랑인 양 썰을 풀어놓으며 껄껄거리는 죄수[9] 등등. 다른 감옥물들과 달리 현실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4. 영화화
2002년 최양일이 영화화했는데 반응이 뜨거워서 원작자는 속편도 냈다. 고독한 감옥을 황량하게 묘사한 게 특징.
구치소부터 시작하는 원작 만화와는 달리, 사회에서 개조한 리볼버를 자랑하는 장면과 서바이벌 게임하는 모습을 잠깐 보여준 후 바로 교도소 장면으로 전환된다. 또한, 출연하는 배우들이 의외로 유명한 배우들이 많다. 형무소 생활을 딱히 큰 갈등이나 사건 없이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참고로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여성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회상씬이나 심지어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조차 나오지 않는다. TV를 보는 씬에서 여성 앵커의 목소리와 CM송 아줌마의 목소리가 전부.
[1] 원래는 에어코킹건 불법 개조와 사용만 걸렸는데, 검찰에서 조사해 보니 소총에다가 실탄 116발까지 줄줄이 나왔다.[2] 즉 범죄 전과, 그것도 '''실형을 살 정도의 전과'''가 있다는 뜻.[3] 정신 못차릴 수가 없는 게, 미국 교도소처럼 막장은 아니지만 일본 교도소도 엄연히 범죄자들이 모인 곳이고, 또 일본 검사는 애매한 건이나 법적으로 처벌할 필요가 적은 건은 애초에 기소를 하지 않는다.[4] 의리없는 전쟁의 주인공, 히로노 쇼조가 7년 4개월 동안 야쿠자 말년을 보냈던 그 형무소이다. 그 곳에서 자신의 이십수 년의 야쿠자 인생을 수기로 적었다.[5] 행동을 하기 위해선 '원합니다' 라고 외쳐야 한다. 그러면 교도관이 손가락으로 지목을 하고 '좋아' '그래' 등 허락을 내린다. 만화에 관련 에피소드도 있다. 화장실은 물론이고 작업장에서 지우개를 주울 때도 '원합니다'를 외친다.[6] 원래 규정상 수감생활은 혼자서, 작업 등 교화교육은 공동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고 교도소 측도 그걸 선호하지만 현실에서는 감방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 혼거생활을 하게 된다.[7]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 탓에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서, 은근히 먹방을 자주 보여준다.[8] 본인은 끊어야지라고 말은 하지만 행동을 보면 마약을 맞을때 아주 좋았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참고로 주인공 나의 감방 동료 죄수이다.[9] 작중 묘사를 보면 피해자에게 돈 받으러 왔다가 도끼를 휘둘러 대길래 총으러 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돈받으러 가는데 총을 들고 가거나 쏘고 난 뒤 집에서 자다가 잡혔다는 등 뭔가 나사가 풀린 모습을 보인다.[10]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로 유명해진 배우답게 이 영화에서도 상당한 먹방을 보여준다. 먹방 전문배우가 될 운명이 여기서부터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