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콜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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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미국의 명작 추리, 범죄 드라마.콜롬보 : '''아차! 그런데 한 가지만 더요.''' 동의하지 않으신다는 건 알지만, 제니퍼 웰스는 살해당한 거라고 제 상사들을 설득했습니다. 자살이 아닌데다, 그분들이 저에게 사건을 공식적으로 맡기셨으니까요. 아시다시피 그게 제 전공입니다. 살인사건이요.
'''Oh, listen, just one more thing.''' I know you don't agree but at least I've convinced my superiors that Jennifer Welles was murdered. It was not a suicide and they've officially assigned me to the case. That's my specialty, you know. Homicide.
2기 2화 중, 범인 앞에서.
2. 특징
LA 경찰청 경위(Lieutenant) 콜롬보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로서, 특이하게도 도입부에서 살인범이 누구인지 시청자에게 밝히고, 콜롬보가 용의자를 물색하고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을 보여 주는 도서(倒敍)[1] 추리 방식을 택했다. 즉, 형사 콜롬보의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콜롬보가 아닌 각 사건의 범인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물론 형사 콜롬보 전체 시리즈의 주인공은 콜롬보가 맞겠지만) 내용도 범인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실행한 계획이 콜롬보에 의해 무너져가는 것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런 형식은 크게 성공해서 후에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 게임 역전재판 시리즈 등의 시리즈 추리물에서 일부 에피소드 들에도 차용이 된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LA 상류층 인물이 이런저런 사정[2] 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완전범죄를 계획하지만, 초라하기 짝이 없는 형사 콜롬보[3] 가 트릭을 깨뜨리고 자백을 받아내는 구성을 취한다. 트릭 자체의 기발함과 참신함보다, 트릭을 사수하려는 범인과 깨뜨리려는 콜롬보가 벌이는 기싸움이 묘미. 콜롬보가 살짝살짝 범인을 떠보면, 그때마다 범인이 머리를 쥐어짜서 거짓과 변명을 늘어놓거나, 추가 범행을 일으킴으로써 사건을 은폐하거나 콜롬보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고 애를 쓰나, 마침내 모순을 일으켜 트릭이 무너지면서, 두뇌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유죄를 시인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어떤 의미에선 추리물보다 심리 드라마 요소가 강하다. 매회 범인 역을 맡은 게스트 스타와 콜롬보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압권.[4]
엽기적인 연쇄 살인범이 추리로 인해 궁지에 몰렸다고 자살을 하거나, 소년 탐정이 마취총을 발사하는 등의 현대의 추리물이나 탐정물에 유행하는 자극적인 내용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좀 심심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체로 산을 쌓거나 축구공으로 범인의 머리통을 날려버리지 않아도, 트릭을 파헤치거나 역설하여 정체된 상황을 꿰뚫어 나아가는 모습은 상당한 재미를 준다. 콜롬보 반장이 모순을 지적하거나 밝혀내는 장면은 절로 손뼉을 치게 만드는 수준인데,[5] 굳이 비교하자면, 《역전재판》에서 나루호도가 모순을 발견하여 사건을 해결했을 때 느껴지는 그런 비슷한 카타르시스와 비슷한 재미가 있다.
3. 주인공: 형사 콜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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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은 피터 포크. 1927년생으로 2011년 6월 23일에 84살로 사망. 피터 포크가 한쪽 눈을 실명했기 때문에 미묘하게 찡그린 얼굴인데, 이 점이 오히려 초라한 콜롬보의 겉모습에 사실감을 더한다. 물론 아카데미 조연상 노미네이트 경력이 있는 피터 포크의 연기 또한 일품.만일 그가 세 번 이상 질문을 한다면, 본인이 살인범이란 사실을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예고도 없이 불쑥 범인을 찾아와서는, 별 의미도 없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잡담을 늘어놓는다. 그러다가 떠나려는 모습을 보여 이에 범인이 마음을 놓을 때쯤, 돌연 몸을 돌리면서 '''"아차! 그런데 한 가지만 더요(Just one more thing)…."''' 하면서 의표를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간담을 서늘케 만든다.[6] 실제 이런 방식의 신문(訊問)/심문(審問)법은 오늘날 많은 형사들이 애용하고 있는데, 핵심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사소한 질문들을 계속 던져 상대방을 방심하게 해 변명을 생각할 시간을 막거나, 이로 인해 방심했을 때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실제로 범죄심리학적으로 효과적인 심문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늘 시가를 입에 물고 있으며, 사시사철 후줄근한 레인코트를 입고 다닌다. 말버릇은 '우리 집사람이 말이죠…'이다. 덕분에 아내(이름은 언제나 불명), 시가, 레인코트는 콜롬보를 상징하는 물건들이다.
한시도 아내 타령을 잊지 않는데, 정작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않기 때문에, 대체 콜롬보의 아내가 누구인지 팬들에겐 풀리지 않는 의문.
또한 작중 '콜롬보'라고 성만 부르기 때문에 이름 또한 의문. 다만 얼핏 비춘 신분증에 'Frank Columbo'라 적힌 장면이나, 동료 경찰이나 상관이 '프랭크'라 부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프랭크란 것이 정설.
그밖에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고집스레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하고, 글자 그대로 '똥차'인 푸조(403 카브리올레)를 운전한다. 이 폐차 일보직전인 자가용은 레인코트와 더불어 콜롬보의 추레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아이템이지만, 아쉽게도 작중 사고가 나거나 차를 파는 등 콜롬보하면 떠오르는 상징 취급은 못 받는다.
4. 이야깃거리
- 아직 설정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던 파일럿 시즌에서는 콜롬보가 윽박지르며 증인을 몰아세우는 등 위에서 설명한 내용과 조금 다르게 나온다. 다만 용의자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궁지에 몰거나, 용의자의 모순 및 방심 등을 정확하게 캐치하여 체포하는 모습 등에서 앞으로의 콜롬보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 주기도 한다.
-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례로 주인공인 콜롬보를 연기한 피터 포크는 1987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빔 벤더스의 《베를린의 하늘(Der Himmel Ueber Berlin)》(국내 제목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콜롬보를 연기한 피터 포크'(!) 역을 맡았다. 또 1995년에는 한국안전시스템의 무인경비시스템 '세콤' TV 광고에 출연했다.
- 같은 시기를 빛냈던 MBC <수사반장>과 TBC <만년형사> 등 한국 수사물의 스토리 패턴에 영향을 주기도 했으며, '추레한 외모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형사' 이미지는 <수사반장>의 박반장(최불암 분) 등에 영향을 줬다.
- 작품에 참가한 인물의 면면을 살피면, 오늘날 억! 소리 나는 거물급이 상당수 눈에 띈다. 1화 감독이 그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다.
- 국내 방영 시 성우는 최응찬과 배한성. 당시 KBS는 《형사 콜롬보》가 미국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형사물이라는 말만 듣고, 날렵한 형사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서 인기 성우를 미리 캐스팅했다. 하지만 수입한 필름을 보고 실망해서 최응찬에게 넘겼는데, 이게 엄청난 히트를 하면서, 피터 포크의 목소리는 최응찬이 더빙하는 게 공식처럼 되었다. 이 덕분에 최응찬의 별명이 '최롬보'였다. 1984년 43살 한창 나이로 고혈압 때문에 사망했을 때, KBS는 추모특집으로 《형사 콜롬보》를 방영한 바 있다. 덤으로 당시 콜롬보를 번역하던 사람은 배우 이낙훈인데, 미국에 유학하여 대학을 거기서 졸업할 만큼 영어에 능통했었다. 또 소설가 남정현의 부인 신순남(1934~1996) 번역가도 해당 작품의 번역을 맡았다.
- 9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추리 드라마 《후루하타 닌자부로》 시리즈도 《형사 콜롬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명탐정 코난》에서도 몇 번 언급했다. 국내판 이름으로는 메구레 쥬조가 골롬보 반장으로 번역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근거 없는 건 아니다. 콜롬보 시리즈는 조르주 심농의 경감 메그레 시리즈를 미국인의 감성에 맞게 각색한다는 기획이었기 대문이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달라지긴 했으나, 콜롬보의 설정은 메그레의 설정에서 가져온 것이다.
-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탐정 몽크》가 있다.
-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의 마지막 문구인 'one more thing'은 이 작품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스와치와의 상표권 전쟁에서 애플이 패소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1] 도치서술(倒置敍述)의 줄임말. 앞뒤 서술을 뒤바꿨다는 뜻. 추리물의 왕도인 '범인은 바로 너다!'를 앞으로 보내서, '범인은 바로 나다!' 형식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풀어간다.[2] 피해자들 중에는 솔직히 다른 형태의 악역이라 해도 될 만한 인물들이 나오기도 한다.[3] 워낙에 추레하게 보여서 그를 모르는 등장인물, 심지어 경찰들도 콜롬보 경위가 경찰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게다가 극중에 잔돈이 없어서 곤욕을 치르거나 외상으로 달아달라고 할 정도이다.[4] 사건 해결 후 착잡해 하는 콜롬보의 모습 또한 압권이다. [5] 극중 범인들도 얼어버리거나, 경탄하며 인정한다.[6] 쿠죠 죠타로가 엔야 할멈을 상대로 이를 오마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