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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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한민국의 제10대 영부인이자 최규하의 아내이다. 영부인 중 유일하게 외자다.
2. 생애
할아버지가 한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웃어른으로부터 한문을 배우며 교양을 쌓았으나 정규 교육기관에는 다니지 않았다. 다만 남편인 최규하 전 대통령이 주일대표부에 근무하던 8년간 일본어를 공부해 능숙하게 구사하였다고 하며[1] , 또한 주 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에서 영어를 익혔다고 한다.
성균관 박사인 최규하의 할아버지인 최재민씨와 한학자인 홍기의 할아버지간 교류가 있었으며, 이를 계기로 할아버지의 중매로 19살 되던 1935년에 연하의 최규하와 결혼하였다. 이후 남편 최규하가 도쿄고등사범학교(현 쓰쿠바대학)와 만주 대동학원에 유학하던 시절에는 함께 동행하지 않고 시가(媤家)인 강원도 원주시에서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생활했다.
만 8개월 10일간 재임하여 역대 영부인들 중 재임기간이 가장 짧았다. 대외활동에서 가장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영부인으로, 전통적인 한국 여인의 부덕을 지녔다는 평을 들었다.
소박하고 서민적인 풍모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화로 최규하 권한대행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향후 영부인 활동 구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홍기가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했고, 보다 못한 청와대 관계자가 화제를 전환시켜 영부인께서 청와대 김장을 직접 모두 담갔다고 소개하자, 그제서야 본인도 '김장 30포기를 직접 담갔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기자들도 화제를 돌려 여가시간에는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TV나 보지요'라고 답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부인치고 너무 생각 없어 보일 수 있으나, 바로 전임 영부인은 좋은 뜻으로 후임 영부인은 나쁜 뜻으로 유명했던 반면에, 홍기는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다소곳하며 서민적인 분위기가 당시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 홍기는 청와대 시절 양로원과 보육원 지원에만 앞장섰을 뿐 대외활동을 삼갔다. 하지만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조용한 평소 이미지와 달리 남편 최규하에게 짜증을 내는 등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으며, 취임식장에서 전두환이 화동들에게 꽃을 받을 때 한복 저고리로 눈물을 훔치기까지 했다. 이순자와 단상에서 악수를 할 때는 잠시 손을 잡고 이내 놓아버리기도 했다.
최규하 대통령의 사저인 서교동 집은 홍기가 “살 만하면 그만”이라며 못 고치게 해 남루한 편이라고 한다. 실제 홍기가 사망할 당시 홍기가 10년 이상 사용하던 그릇장, 외교관 시절 사용하던 유리잔들, 생전에 사용하던 돌절구와 오이지 누르는 돌, 연탄보일러, 빨래 물을 긷는 펌프가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또한 매년 가계부를 거르지 않고 썼다고 한다. 홍기가 총리공관 시절 쓴 가계부에는 겉장에는 친필로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06, 국무총리 공관, 국무총리 부인 洪基>라 이름표를 적고 있고, 책장을 넘기면 콩나물 등 부식을 구입한 명세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선비다운 풍모로 검소한 생활을 했던 최규하 대통령에 걸맞는 소박했던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
말년에 알츠하이머 병을 앓았으며 2004년 사망하여 고향에 안장되었다가, 2년 후인 2006년에 남편인 최규하가 사망하자 남편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옮겨 합장되었다.
[1] 일제강점기 초반에 태어나 젊은 시절 일본어를 (사실상의) 모국어로 구사해야 했던 적이 있으므로 공부라기보다는 복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능숙한 일본어 구사에는 이러한 밑배경도 한몫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