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 개요
1999년 월드 시리즈 진출권 및 아메리칸 리그의 우승자를 놓고 치뤄진 리그. 영원한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맞붙었으며, 뉴욕 양키스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승리한다.
2. 양 팀 상황
2.1. 1999 시즌 뉴욕 양키스
1996년과 1998년에 거푸 우승을 차지하면서 암흑기를 완전히 떨쳐내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팀이라는 위상을 되찾은 양키스의 기세는 무서웠다. 훗날 '''코어 4'''로 불리게 되는 네 명의 신예가 주축이 된 기존 전력도 막강했는데, 여기에 부활한 명가에서 반지를 거머쥐기를 꿈꾸고 베테랑들까지 대거 가담하면서 말 그대로 악의 제국이 된다. 오프시즌 중에 데이비드 콘과 로저 클레멘스를 각각 FA와 트레이드로 영입했으며, 시즌 중에는 대릴 스트로베리까지 영입한다. 시즌 개막 직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양키스를 동부지구의 우승자로 점쳤고, 예상대로 양키스는 순항하면서 98승 64패로 어렵지 않게 디비전 우승을 차지한다.[1] 시즌 MVP 이반 로드리게스가 이끄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어렵지 않게 3전 전승으로 스윕승을 거두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선착한다.
2.2. 1999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
절정기를 달리고 있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2]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주축이 된 가운데, 올해의 감독 상을 수상한 지미 윌리엄스의 운영 능력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사실 페드로를 제외하면 선발진은 영 시원찮았지만, 마무리 데릭 로우를 중심으로 한 불펜과[3] 노마 가르시아파라, 트로이 오리어리[4] , 트롯 닉슨, 제이슨 배리텍 등 한 방을 갖춘 타선에 힘입어 94승 68패로 양키스에 4게임 차 뒤진 동부 디비전 2위를 차지하면서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에 초대받는다. 디비전 시리즈의 상대는 전년도에도 맞붙어 자신들을 탈락시켰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첫 두 경기를 연이어 내주면서 이렇게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접는가 싶었지만 3,4,5차전에서 타선이 대폭발하면서 '''도합 44점'''[5] 을 기록하면서 극적인 리버스 스윕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다. 사실 5차전에 짐 토미가 홈런 2방을 치는 등 수세에 몰렸지만 페드로가 6이닝 0피안타 0실점으로 막아주고 타선이 터지면서 승리했다.
3. 진행
3.1. 1차전
켄트 머커와 '엘 듀케' 올랜도 에르난데스가 선발로 맞붙었다. 클리블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레드삭스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카드인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1차전에 낼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양키스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레드삭스는 리드오프 홈런과 데릭 지터의 실책에 힘입어 먼저 석점을 내며 앞서갔지만 일장춘몽이었다. 이후 보스턴의 타선은 에르난데스에게 꽁꽁 묶였고, 양키스는 2회말 곧바로 스캇 브로셔스의 홈런을 포함해 2점을 내며 추격한다. 팽팽한 투수전 가운데 7회에 양키스가 마침내 브로셔스와 척 노블락의 연타로 동점을 뽑아내고, 10회말 버니 윌리엄스가 끝내기 홈런을 날리면서 양키 스타디움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3.2. 2차전
라몬 마르티네즈[6] 와 데이비드 콘의 맞대결. 팽팽한 투수전 가운데 티노 마르티네즈가 4회말 선제 솔로 홈런을 날리면서 기선을 제압하자, 5회초 레드삭스 역시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역전 투런 홈런을 날리는 것으로 응답한다. 데이비드 콘은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안타를 맞아가면서도 꾸역꾸역 버티는데 성공했고, 7회말 양키스는 척 노블락의 2타점 동점 적시타와 폴 오닐의 역전 안타로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플레이오프의 절대강자 샌드맨.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난다. 레드삭스로서는 10안타를 치고도 단 두 점에 그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던 대목.
3.3. 3차전
페드로와 로켓맨, 레드삭스의 신구 전설 간의 맞대결[7] 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경기. 하지만 경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페드로가 엄청난 수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7이닝 2피안타 12삼진 0실점이라는 미친 투구를 하고 타자들이 장단 21안타를 몰아치면서 13-1로 양키스를 대파한다. 클레멘스는 2이닝 동안 여러 불운까지 겹치면서 6피안타 5실점으로 강판당했다.
3.4. 4차전
대릴 스트로베리가 솔로 홈런을 기록하면서 양키스가 2회초 앞서나가자, 2회말 곧바로 레드삭스는 트로이 오리어리의 적시타로 동점을 기록한데 이어서 3회말 다시 한점을 추가하면서 역전한다. 하지만 레드삭스는 이어진 4회초에 자멸한다. 연달아 실책을 범하면서 3-2로 역전을 허용한 것. 이후 팽팽히 투수전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9회초 양키스 타선이 폭발하면서 6득점, 급격히 기울고[8] 그대로 종결된다.
3.5. 5차전
1차전에 이어 다시 켄트 머커와 에르난데스의 맞대결. 에르난데스가 호투를 펼친 가운데 데릭 지터가 맹타를 휘두르면서 양키스가 6-1로 낙승, 월드 시리즈에 진출한다. 시리즈 MVP는 1,5차전에서 호투를 펼친 에르난데스가 차지한다.
4. 여담
- 이 해 양키스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월드 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다. 포스트시즌 동안 11승을 기록하면서 딱 1패만을 당했던 것. 아이러니하지만 그 덕분에 이 해 양키스에게 유일한 1패를 안겨준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얼마나 이 해 굇수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쓰이곤 한다(...)
- 3차전 항목에 상술했듯이, 조 토레가 3차전에서 페드로 마르티네즈에게 완패를 당하고서는 "인간한테 진 것이 아니므로 부끄러울 것 없다."라는 말을 했다는 루머가 꽤 유명한데, 정작 조 토레는 자신이 이 말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 보스턴은 시리즈 내내 54안타를 기록했고, 이는 양키스가 시리즈 동안 기록 한 42안타보다도 12안타가 더 많지만, 3차전을 제외하면 극악의 득타율을 보여주면서 광탈하고 만다.
[1] 2위 레드삭스와의 승차는 4경기였다. [2] 이 해 페드로는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올스타전 MVP와 사이영 상을 거머쥔다. 정규리그 MVP도 노릴 수 있었고 실제로 1위표를 가장 많이 받았으나, 이반 로드리게스에게 밀려서 콩라인.[3] 여담으로 두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조진호가 첫 승을 거둔 것도 이 시즌의 일이다. 주로 불펜으로 나와서 39이닝 동안 2승 3패 방어율 5.72를 기록.[4] 2004 시즌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그 오리어리 맞다. 시즌 28홈런을 기록하면서 팀 내 홈런 1위를 기록.[5] 3차전 9점, 4차전 23점(!), 5차전 12점.[6] 페드로의 친형이었던 그 라몬 맞다.[7] 클레멘스는 1996년까지 레드삭스에서 뛰면서 192승을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그보다 많은 승리를 기록한 선수는 똑같이 192승을 거둔 사이 영을 제외하면 없다. 클레멘스가 레드삭스 시절 사용한 번호 21번은 레드삭스의 비공식 영구결번이기도 하다. 은퇴후 불거진 약물 스캔들과 양키스로의 이적으로 인한 괘씸죄로 인하여 공식적으로 영구 결번을 주지는 않았지만.[8] 이 와중에도 보스턴은 또 실책을 범하면서 양키스에게 공짜 득점을 적립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