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엔 사건

 



1. 개요
2. 현금수송차량 탈취 작전
3. 답이 없는 일본 경찰의 대응
4. 사건 뒤에 숨은 이야기
5. 대중매체에서의 등장


1. 개요


三億円事件(三億円強奪事件)
1968년 일본에서 일어난 희대의 현금절도사건으로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

2. 현금수송차량 탈취 작전


1968년 12월 6일, 일본 신탁은행[1] 코쿠분지(国分寺) 지점장 앞으로 협박장 한 통이 배달되었다. 내용은 '내일 오후 5시까지 현금 300만 엔을 지정된 장소에 여성 직원이 가져오지 않으면 지점장의 집을 폭파하겠다.'는 것이었다. 은행은 경찰에 신고했고, 이튿날 7일 오후 5시에 경관 50명을 잠복시키고 직원으로 위장한 여경을 약속장소에 내보냈지만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단순한 장난이나 해프닝으로 여겼다.
동년 동월 10일(화) 오전 9시 30분 무렵, 일본 신탁은행 코쿠분지 지점은 도쿄 시바우라(芝浦) 전기 후추(府中) 공장[2]에 연말 보너스 지급용 현금 약 3억 엔[3]을 넣은 케이스 3개를 현금수송차에 싣고 출발했다. 현금수송차라고는 해도 그저 현금을 잔뜩 실은 평범한 세단일 뿐, 오늘날과는 달리 특수한 전용차량도, 안전을 위해 개조한 차량도 아니었다.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현금수송차가 후츄 형무소 뒤에 도착했을 무렵, 한 경찰이 경찰 모터사이클을 타고 현금수송차 곁에 나타났다. 현금수송차 기사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경찰은 "일본 신탁은행 스가모 지점장의 집이 폭발했다. 이 현금수송차 안에도 다이너마이트가 설치되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으니 이 수송차를 조사해야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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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수송차 기사와 탑승자들이 차에서 내리자 그 경찰은 폭탄을 찾는듯 차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갑자기 "폭탄이다! 어서 피해라!"라고 고함을 질렀다. 트렁크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4] 기사와 탑승자들은 놀라서 차에서 멀리 떨어졌고 경찰은 그대로 현금수송차를 몰고 사라졌다. 처음에 현금수송차 기사와 은행 직원들은 그 경찰이 자신들을 구하려고 일부러 위험한 폭탄이 장착된 현금수송차를 다른 곳으로 운전해 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은행 직원이 남겨진 경찰 모터사이클을 보고 외쳤다.

"이건 진짜 경찰 모터사이클이 아니잖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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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현금수송차를 조사해야겠다고 나타난 경찰은 진짜 경찰이 아니었다. 타고 나타난 모터사이클도 경찰용처럼 꾸민 가짜였다. 그제야 현금을 도둑맞았음을 깨달고 은행 직원들은 부랴부랴 경찰과 은행에 연락했다. 경찰은 각처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스기나미구의 한 검문소에서 케이스 3개를 실은 회색 차량을 발견하자 경찰은 추적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이것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범인의 모습이라고 한다.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일본 신탁은행 코쿠분지 지점장의 집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범인과 현금수송차를 탈취한 범인은 동일인이라고 드러났다. 또한 같은해 4월 25일부터 8월 22일까지 타마 농협에 8차례에 걸쳐 협박장이 배달되거나 누군가가 벽돌을 신문지에 싸서 던지고 도망간다거나 하는 등 일이 일어났다. 경찰이 타마농협의 협박장과 코쿠분지 지점의 협박장을 비교했더니 역시 동일인이 쓴 것이었다.

3. 답이 없는 일본 경찰의 대응


당초에는 범인을 빨리 잡을 것이라 확신했다. 범인은 대담하고 치밀한 범죄 수행과는 맞지 않게 물건을 무려 120여 개나 흘리고 달아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유류품은 많은 사람이 사간 대량생산품이라 딱히 누군가를 특정하기도 어려웠고, 수사과정에서 증거보전절차가 개판이 되기도 해서 범인의 증거를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범인이 썼던 듯한 모자를 현장에서 수거했지만, 형사들이 서로 돌려쓰는 바람에(...) 범인을 파악할 만한 단서가 훼손되었고, 모터사이클에서 지문을 채취했음에도 '지문은 중요하지 않다.'는 황당한 이유로 배제하는 등 한심한 일들이 이어졌다.
  • 용의자 몽타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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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조사에서도 한심한 일들이 이어졌다. 범인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현금수송차의 은행직원들을 조사하면서 선입견 없이 본 대로 몽타주를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력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건 발생 '''1년 전에 죽은 비행 청소년의 사진'''을 몽타주로 사용한 탓에 범인을 잡는 데 어려움만 더욱 가중되고 말았다. 결국 1971년에 이르러서야 수사본부는 '범인은 몽타주와 닮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이미 때가 늦은 뒤였다.
마지막 수단으로 경찰은 도난당한 3억 엔 중 일부 지폐의 일련번호를 공개했지만, 범인이 그 일련번호 지폐는 안 썼는지 전혀 시중에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경찰의 한심한 수사로 결국 범인검거에 실패하여 오늘날까지도 미결사건으로 남았다. 유류품 증거로 보아 범인은 복수일 수도 있고, 그중에 여자가 끼었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이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급료나 보너스는 은행계좌에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일본에서 피해금액이 3억 엔을 넘는 사건이 더러 일어나지만, 당시의 3억 엔은 현재의 화폐가치로 따지면 더 거액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쓰인 금액은 7억 엔 정도로 추산한다.

4. 사건 뒤에 숨은 이야기


이 사건의 저 유명한 몽타주를 두고 일본 경찰이 사건의 진범을 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일부러 안 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음모론 같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의 증언에 의하면 몽타주에 의혹을 품은 기자가 경시청 자료 중에서 놀라운 것을 찾아냈다. 그것은 그 몽타주와 닮은 한 비행청소년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소년은 3억 엔 사건이 일어난 지역 관내에 살았다는데, 기자가 추적해보니 3억 엔 사건이 일어나기 '''1년 반 전쯤에 이미 죽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왜 경찰은 '''이미 죽은''' 비행청소년의 사진을 몽타주라고 배포했을까? 기자의 추적 결과 3억 엔 사건이 일어나고 닷새 뒤에 역시 비슷한 관내에 살던 한 소년이 자살했다. 그런데 현금수송차 직원들은 수사팀이 그 소년의 사진을 보여주자 '''범인과 흡사해 보인다'''고 진술했다는 것. 그런데 그 소년은 다름아닌 '''경찰 교통기동대 대장의 아들'''이었다.
수사팀도 이 소년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3억 엔 사건 이틀 뒤에 소년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그런데 수사팀이 수사를 하고 불과 사흘 만에 갑자기 소년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사인은 청산가리 음독. 그런데 소년이 청산가리를 먹은 과정이 수상쩍었다. 소년이 자살했다는 현장에서는 홍차 잔 2개가 있었는데 그중 1개에서만 청산가리가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청산가리가 든 병에서 소년의 아버지, 즉 경찰 간부의 지문만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즉 소년이 자의로 행한 자살이 아니라 소년의 아버지 경찰 간부가 사실상 소년을 살해한 것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이 경찰 간부는 아들이 범인으로 드러나면 자신의 경찰 커리어뿐만 아니라 경찰 조직 전체가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자식을 죽임으로써 모든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기자는 경찰 간부 아들의 사진과 닮은 죽은 비행 청소년의 사진으로 몽타주를 만들어서 경찰 간부 아들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보았다 한다.

5. 대중매체에서의 등장


꽤 대담하고 치밀한 데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탓에 완전범죄에 가까워서 여러 드라마나 만화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 소년탐정 김전일밀랍인형성 살인사건도 이 사건을 소재로 다루었다. 3억 엔 사건을 저지른 범인들이 서로 다툼 끝에 동료를 죽이고 그 원한으로 세월이 흘러 밀랍인형 살인사건을 일으킨다고 전개했다. 또한 엉터리 수사로 범인을 놓친 원본과 달리 범인이 흘린 증거들은 사실 고의로 흘린 미끼였고 그걸로 실마리를 찾도록 삽질 수사를 유도했다고 각색했다. 원본의 사건보다 더욱 용의주도 해진 셈. 수사 또한 엉터리가 아니라 범인의 함정에 빠져서 포기했다고 바꾸었다.[7]
  • 일본 영화 중에선 미야자키 아오이[8]가 주연을 맡은 '첫사랑'이 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아오이는 예쁘지만 영화는 지루하단 평이다.
  • 기타노 다케시의 코미디 영화 "모두 하고 있습니까(みんな〜やってるか!)"에서 이 사건을 패러디 했는데, 주인공 '아사오(배우: 던컨)'가 오토바이 경찰로 변장해서 '현금수송차'라고 대놓고 크게 써 있는 차량을 실제 사건과 동일한 방법으로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결국 돈 한푼 만져보지 못했다.
  • 이 사건과 유사한 장면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라는 드라마에서 등장했다. (경찰 복장으로 "이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라고 하면서 금고따기 전문가를 구출했다. 거기에다 연막탄까지 쓴다.)
  • 일본의 아방가르드 록 밴드 두뇌경찰이 이 사건의 몽타주를 앨범커버로 썼다가 판매금지를 당했다.
  • 드라마 쿠로코치에서는 3억 엔 사건의 루머가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 우리나라는 비슷한 3억 탈취 사건이 있었으며 결과는 위와는 달랐다.
  •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도로로에서, 작중 주인공 도로로가 다이고 카게미츠의 노역장에 강제 동원된 농민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노역장의 감시병들을 유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도로로가 감시병들을 도발하면서 외치는 말이 "3억 엔을 훔치러 왔다!"이다. 이 만화가 연재되던 시기에 마침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패러디로 언급한 것이다.
  • 한여름 밤의 음몽 본편 4부에 등장하는 캐릭터 야수선배가 이 몽타주의 인물과 닮았다는 이유로 음몽으로 편입되는 수모(?)도 겪었다.
  • 2016년 7월 후쿠오카에서 6억 엔 상당 금괴가 경찰을 사칭한 남자들에게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범행의 수법이 이 3억 엔 사건과 유사하다. 범인들은 금괴를 운반하고 있던 귀금속 거래업체의 직원들에게 접근해 "밀수품 혐의가 있으니 조사를 해야 한다."하며 금괴가 든 케이스를 넘겨받고는 그대로 차량에 싣고 도주했다. 범인들은 POLICE라고 쓰인 경찰 복장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도난당한 금괴의 일부가 현금으로 매각된 사실이 밝혀졌으나 아직 범인들은 체포되지 않았다.
  •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에서 경찰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현금수송차량에 나타나 폭탄이 설치되있으니 내려달라고 한다.경비원들이 은행에 확인해보겠다고 하자 "30년 전 수법은 통하지 않는군." 하며 바로 권총으로 위협해 탈취한다.
  • 와타나베 준(渡辺潤) 작가의 만화 <몽타주(モンタージュ)>도 이 사건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한국 정발은 안된 작품. 몽타주 3억엔 사건 기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도 되었다.

[1] 현 미쓰비시UFJ신탁은행(三菱UFJ信託銀行)이다.[2] 시바우라(芝浦) 사는 나중에 도시바 사로 성장했다.[3] 정확하게는 2억 9430만 7500엔. 2020년 가치로는 약 11억 엔 정도이다.[4] 나중에 범인이 연출한 연막탄으로 밝혀졌다.[5] 당시 일본 경찰은 혼다 모터사이클을 주로 사용했는데, 범인이 탄 모터사이클은 야마하였다.[6] 보다시피 사진이다.[7] 실사판 방영 당시에는 실제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오해를 피하고 싶었던지 4억 엔 사건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저 위의 용의자 사진을 사용했다.[8]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NANA로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