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감과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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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단편 소설.
원작 보기 짧은 단편소설이니, 관심이 있다면 잠깐 시간을 내서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1]

1. 개요
2. 줄거리
3. 원작에서 B사감에 대한 묘사
4. 기타


1. 개요


1925년 2월 조선문단에 발표된 현진건의 소설로 내면 심리의 변화와 외부적인 행동 방식을 완벽하게 대조시켜 구현하는 방식으로 인물의 성격 묘사에 있어서 극적인 방법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아울러 이 작품에서는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체가 사용됨으로 인해 이러한 극적 효과가 배가되고 있으며, 추리소설과 같은 진행법으로 전개되어 독자를 유인해간다.
또한 자유연애가 확산되고 있던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의 상황을 반영한 작품이다.
전문 링크. 이 링크에서 소설의 전체 내용을 읽을 수 있다.

2. 줄거리


기숙사제 여자 고등학교인 C여학교[2]에서 교원 겸 기숙사사감으로 근무하고 있는 40에 가까운 30대 후반의 못생긴 노처녀이자 독신주의자, 찰진 야소꾼[3] B여사는 학교 내에서는 무서운 딱장대[4]로 아주 유명한 여성이다. 이 학교 내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유명한 그녀는 남학생들에게서 날아오는 러브레터를 끔찍하게 싫어하며, 우연히 러브레터가 오는 날이면 그 학생을 잔소리가 2시간이 넘는 것은 기본일 정도로 호되게 문초를 일삼기도 한다. 그리고 문초 이후 학생을 내보내고 한바탕 기도를 일삼는 터라...
심지어 가족조차도 남자라면 면회를 오지 못하게 하는, 아니 이게 더 나아가 가족 전체까지 면회 금지 조치를 하는 바람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학교 안팎으로 원성이 드높았다. 이로 인해 온갖 불만이 터졌고 결국 화가 잔뜩 난 학생들이 동맹 휴학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선생들과 교장조차 B사감의 태도에 화를 내며 그녀에게 설유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 버릇대로 악랄하게 몰아붙였다. 이러니 교내 학생들뿐 아니라 선생들, 교외에서까지 점차 지독한 악평만을 듣던 중...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밤중에 기숙사에서 연인들의 목소리가 나자,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3명의 여학생이[5] 그걸 구경하러 가 보았다. 그런데 그 소리는 사감실에서 나는 거였다. 그랬더니, B사감이 '''혼자서 학생들에게 압수한 러브레터를 들고 남녀 목소리를 번갈아 내가며 고백받는 장면을 연출하는 원우먼쇼 상황극을 벌이고 있었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이 행동들을 보고 기가 질려버린 첫째 학생은 "황당하다"고 말하고, 둘째 학생은 경악하며 "미친 게 틀림없다"고 말하며, 셋째 학생은 씁쓸해하며 "B사감이 불쌍하다"면서 손으로 고인 눈물을 씻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딱 끝나버린다. 그야말로 안습의 표본이다.

3. 원작에서 B사감에 대한 묘사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 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4. 기타


B 사감이 자문자답하는 묘사를 살펴보면 연기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 성대모사를 들은 여학생들이 진짜 남자로 착각할 정도였다[6].
윤승운이 그린 단편 만화에선 원작과 똑같이 처리했는데, 왠지 B사감을 지켜보던 세 여학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나레이션을 추가했다. '신선놀음에 도끼 썩는지도 모른다더니...'
다른 학습만화에서는 세 여학생 중 하나의 남자친구가 연애 도중 걸린 것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으로 사감에게 고백을 하고, 나중에는 러브레터까지 써 준 것으로 결말이 나서 나름대로 해피엔딩?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B 사감이 한 학생을 너무 몰아세워서, 모욕을 느낀 학생이 자퇴하고 기차에 몸을 던져서 결백을 증명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씁쓸한 전개다.
박수정(방울마마) 작가의 로맨스 소설 <봉 사감과 러브레터>는 이 소설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작중에서 여주인공 봉선화가 학생들의 연애를 금지해서 별명이 B사감이고, 초반에 그녀가 엄마의 잔소리를 피한답시고 학생들에게서 압수한 러브레터가 자기 앞으로 온 것처럼 읽었기 때문. 다만 봉선화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나쁜 길로 빠질까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다.

[1] 오히려 일제강점기에 사람을 이니셜로 지칭하는 것과 영어 사용을 즐겼다. 요즘은 쓸데없이 영어를 쓴다고 촌스럽게 여기지만.[2] 정신여학교('''C'''hung-Shin)가 배경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신여학교는 현 정신여자중학교정신여자고등학교의 전신.[3] 조선 말에서 1960~70년대 노인까지 부른 바 있던 예수쟁이를 욕하듯이 부르던 명칭이다. 다른 말론 야소쟁이.[4] 상냥함이 없고 성격이 무척 독하기로 유명한 사람을 부르는 말[5] 이중 가장 나이 많은 18세의 3번째 학생이 주도했다.[6] "오! 태훈 씨! 그러면 작히 좋을까요."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다. "경숙 씨가 좋으시다면 내가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아아, 오직 경숙 씨에게 바친 나의 타는 듯한 가슴을 인제야 아셨습니까!" 정열에 뜬 사내의 목청의 분명하였다. 한동안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