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손부채게
1. 개요
부채게과의 소형 게. 호신용으로 말미잘을 집게에 쥐고 들고다니는 습성을 가졌다. 영명은 사용 빈도 순서로 Boxer crab, pom pom crab, boxing crab이며 국내에서도 국명인 가는손부채게 대신 복서게 혹은 폼폼게[1] 로 불린다. 모두 말미잘을 든 습성이나 그런 모양새에서 유래했다.
테디베어크랩과는 아과 단위 친척이다.
2. 상세
크기는 종에 따라 다양하지만 갑각길이가 대략 1~2.5 cm에 머문다. 갑각은 육각형이며, 붉은색~연노란색을 띄며 많은 종들의 갑각에 검보라색 혹은 암적색 줄이 여러 갈레로 나있다. 걷는다리는 갑각과 같지만 더 옅은 바탕색을 가지며 갑각에 줄이 있는 종은 걷는다리에도 띠가 감겨있기도 한다. 걷는다리에는 종종 섬모가 뻗어있으며 여기에 입자가 달라붙어있기도 한다. 집게는 매우 작고 손가락 또한 매우 가늘다.
양쪽 집게에 말미잘을 들어 공격하는 포식자에게 반격하는 습성을 가졌다. 말미잘은 크기도 작고 독성도 상당한 ''T. producta''와 ''Bunodeopsis'' 일부 종을 크게 선호하며 없으면 다른 말미잘이라도 든다. 말미잘에 상당히 의존하도록 발달하였는데, 집게가 걷는다리보다 작을 정도라 사실상 단독으로는 몸을 지키는데 쓸 수 없고 대신 매우 섬세하고 다양하게 움직일 수 있다. 두 개 있어야할 말미잘이 하나 없는 개체는 말미잘을 둘로 찢어서 각 집게에 반쪽씩 든다. 찢긴 말미잘은 며칠이 지나면 원상복구되어 두 개의 온전한 개체가 된다. 말미잘이 없는 개체는 다른 개체에게서 하나를 뺏으려 든다. 무조건 말미잘만 드는 건 아니고 매우 드물게 해면이나 산호를 들기도 하는데 말미잘을 못 구해서 아무거나 집는 것인 듯. 탈피할 때는 안전한 곳에 말미잘을 두고 서둘러 탈피한 다음 다시 집어든다.
식성은 청소성으로 말미잘을 수중에 흔들어 큰 게 걸리면 턱다리로 뺏어 먹는다. 바닥에 먹을 것이 떨어진 게 보이면 주워 먹는데, 작은 것은 말미잘로 쓸어서 달라붙은 걸 먹고 큰 것은 직접 입으로 가져다 먹는다. 이때도 말미잘을 놓지 않는데, 이러면 집게다리를 쓸 수가 없으므로 대신 주저 앉아 걷는다리 1쌍으로 섭식한다.
국내에 서식하는 가는손부채게(''L. caestifera'')는 하얀 바탕에 검은 줄 없이 다소 밋밋한 무늬를 가졌다. 산호초보다는 모래 바닥에 더 적합한 위장색이다.
열대성 인도양, 태평양의 20 m 수심 이내로 얕은 바다의 바위 틈에 서식한다.
- 복어를 무찌르는 가는손부채게.
3. 사육
좋은 발색과 특이한 습성으로 아쿠아리스트들에게 인기 있는 게 종 중 하나로, 시장에 유통되는 종은 보통 ''Lybia tesselata''다. 크기가 작고 숨어있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눈에 띄진 않지만 그래도 밥 먹으러 밖에 나오면 꽤 묘한 존재감을 가진다. 섭식 습성으로 말미잘을 흔드는 것도 관상하기 좋은 점 중 하나. 개체당 2만원 가까이 되는 고급 종이다.
말미잘과 집게들이 이미 마련된 열대 수조에 투입하면 꽤 잘 어울린다. 위 동영상에서는 복어마저 무찌르는 것을 보여주지만, 가는손부채게는 기본적으로 작고 연약하여 숨어지내는 것을 선호하므로 은신처를 마련해줘야 하고 사나운 어종과는 같이 두어선 안된다. 호기심 많은 물고기가 근처에 가기만 해도 숨어들어가버리므로 자주 보고 싶다면 아예 어류가 없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말미잘+집게 수조에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리프 세이프인데다가 청소성이라 다른 생물을 해칠 염려는 적다. 다만 투입하면 말미잘이 덩달아 따라간다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 ''Triactis producta''는 독성이 매우 강한 말미잘이므로 작은 고기가 덤볐다가 말미잘에 쏘이면 스트레스로 급사할 수도 있다. 더불어, 게가 말미잘을 잡고 있을 때는 게가 먹이를 뺏어먹는 통에 말미잘이 작은 크기를 유지하는데, 가끔 가는손부채게가 멍 때리다 놓치거나 수명 등을 이유로 폐사해서 말미잘이 풀려나면 그대로 수조에 자리잡아 크기를 키우고 번식한다.
워낙에 작아 먹이는 합사한 다른 개체들의 노폐물과 먹고 남은 찌꺼기만으로도 충분하다. 따로 주려고 해도 잡식성이므로 아무 거나 줘도 되고 정말 챙겨주고 싶다면 곤쟁이를 썰어서 넣는 정도일 듯.
- "춤추는" 가는손부채게와 멀리서 보이는 망둥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