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법칙
영어: Grimm's law(First germanic sound shift)
독일어: Grimmsches Gesetz(Erste Lautverschiebung)
1. 개요
원시 인도유럽어가 게르만조어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자음추이에 관한 법칙. 게르만어파의 파열·마찰음과 다른 언어의 파열·마찰음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제1차 자음추이라고 한다. 현대의 언어학자가 가장 먼저 발견한 대규모 음운추이로 여겨지며, '''이 법칙을 발견했기에 비교언어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한 법칙이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달리 그림(畵)과는 관계없고, 이 법칙을 밝혀낸 언어학자인 그림 형제[1] 의 이름을 딴 것이다.
2. 역사
그림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이 자음추이는, 법칙화되기 이전부터 이미 예전부터 여러 사람들이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는 현상이었다. 특히 라틴어와 독일어 간의 차이가 돋보였는데, 1806년에 독일의 프리드리히 슐리겔(Karl Wilhelm Friedrich von Schlegel)은 라틴어의 p와 독일어의 f 사이의 상관관계를 지적했다. 가령 '아버지'는 라틴어로 "'''p'''ater", 독일어로는 "'''V'''ater"[2] 이라고 하며, '발'은 라틴어로 "''''p'''ēs", 독일어로는 "'''F'''uß", 영어의 'for'에 해당하는 단어는 라틴어로 "'''p'''er", 독일어로는 "'''f'''ür"이라고 한다.
이런 대응 관계는 다른 고대 언어와 함께, 그리고 다른 파열음, 마찰음과 함께 보면 더 명확해진다.
1818년에 네덜란드의 학자 라스무스 라스크(Rasmus Rask)는 위와 같은 식으로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여러 언어를 비교하며, 최초로 현재 그림의 법칙이 다루는 전 범위의 자음들의 대응관계를 정리했다. 그러나 야코브 그림(Jacob Grimm, 그림 형제의 형쪽)이 이 대응관계를 법칙화하여 자신의 저서 Deutsche Grammatik(독일어 문법)에 실음으로써 이 법칙이 유명해졌기 때문에, 오늘날 이 법칙은 일반적으로 '라스무스의 법칙'이라고 불리지 않고 '그림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법칙은 자체로 완전한 법칙이라고 보기에는 예외가 많다. 예를 들어 게르만조어에서 위에서 든 '아버지'가 이 법칙대로라면 faþēr이 되었어야 맞았지만 실제로는 fadēr였다. 여러 단어들이 그림의 법칙이 발표된 이후 한동안은 불규칙적인 예외로 처리되었다. 이는 그림이 강세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고 완벽한 "3단 변화"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후에 이 중의 상당수를 설명할 수 있는 규칙이 추가로 발견되었는데, 이를 베르너의 법칙(Verner's law)라고 한다. 베르너는 단어의 강세의 위치에 따른 변화를 포착했다.
3. 법칙의 상세
그림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 원시 인도유럽어의 유성유기파열음은 게르만조어의 유성무기파열음·마찰음이 됐다.
- 원시 인도유럽어의 유성무기파열음은 게르만조어의 무성파열음이 됐다.
- 원시 인도유럽어의 무성파열음은 게르만조어의 무성마찰음이 됐다.
[1] 그림 동화로 유명한 그 그림 형제 맞다.[2] 독일어에서 'v'는 /f/로 발음된다.[3] 예시에 있는 다른 언어들과 달리 아직도 현존하는 언어이다.[4] 자음이 k가 아니라 s인 이유는, 산스크리트어가 Satem 계열의 언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