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스면
1. 중화요리
계사면(鷄絲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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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면발의 국수를 맑은 닭육수 국물에 말아서 삶아서 얇게 찢은 닭고기 살과 같이 내오는 음식.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鷄絲(닭고기를 가늘게 찢은 것)을 넣은 麵(면)이다. 이 이름을 중국어로 발음하면 원래 '지쓰몐'(jīsīmiàn)이지만 산둥성 사투리로는 닭 계(鷄)를 '기'에 가깝게 소리내기 때문에[1][2] 기스면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 깐풍기(건팽계)와 라조기(랄초계)의 '기'와 같은 형태이다.
간혹 한글 표기가 비슷한 기시면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3] 전혀 다른 요리이다. 명칭도 한글로 표기하면 우연히 비슷할 뿐이며 원어 발음으로 들으면 전혀 다르다.
그리 역사가 오랜 요리가 아니라서 한국식 중화요리로 착각하기 쉬운데 중국에서도 먹기는 한다. 다만 북부지역에서만 좀 먹는다. 청나라 말기에 개발된 요리로 전해지고 있다.
짬뽕이나 인스턴트 라면과 달리 희어멀건한 국물이 한국인의 기준에서는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나, 상당히 깔끔하며 뒷끝이 개운한 맛이 난다. 굳이 표현하자면 심심삼삼한 맛. 또한 면 역시도 짬뽕이나 짜장면에 사용되는 것보다 가는 면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원래 정통 레시피는 닭고기와 채소를 우린 육수를 사용하고, 닭 찢은 것과 계란[4] , 그리고 버섯이나 죽순 등의 채소를 약간 얹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중식당에서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해물(주로 오징어...)육수를 섞어 사용하며, 고명에도 해삼, 새우, 오징어 등 해물을 같이 얹어주기도 한다. 전자는 더 깔끔한 맛이 나며, 후자는 해물이 들어가서 더 시원한 맛이 난다는 특징이 있다. 기본적으로 매운 맛이 없으며, 식당에 따라서 풋고추 한두조각을 넣는 곳이 있으나 약간 칼칼한 정도이다.
잘 하는 중국식당에 가서 기스면을 먹으면, 가격 부담도 적으면서 꽤나 만족할 수 있다. 특히 매운 것을 잘 못먹는 사람들이 자주 추천받곤 하는 메뉴다.
제대로 된 기스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소면보다 가는 면[5] 을 요리사가 뽑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실력을 가진 요리사가 없는 중국집에는 아예 메뉴에 올라가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6] 심지어는 귀차니즘인지 짜장면이나 짬뽕용 면발을 닭육수에다 말아서 기스면이라고 주는 집도 있다.
집에서 야매로 만들려면, 치킨스톡과 대파 정도로 국물을 내고, 닭가슴살 통조림을 더한 다음에, 목이버섯 정도를 더하면 된다. 간은 굴소스로 하면 될 듯. 면은 소면을 쓰는 것이 좋다.
아래 오뚜기 기스면의 영향으로, 기스면은 원래 매운맛인줄 알고 중화요리집에서 기스면을 시켜봤다가 충공깽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 듯. 심지어는 약간 칼칼한 정도였던 매운맛을 오뚜기 기스면 수준으로 상당히 맵게 레시피를 바꾼 집도 있다고 한다.
2. 오뚜기의 라면
2.1. 2005년경 출시한 용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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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칼로리를 표방한 컵소면 시리즈 중 하나. 출시는 되었는데 어느 틈엔가 둘다 깡그리 사라져버려서 마트에서는 찾아볼수 없게 되었다.[7] 오리지날 기스면보다는 맛이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기스면 특유의 면발에 대한 식감은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계란국물이 시원하다고. 물론 이 부분은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니까 알아서 판단하자. 저칼로리 식품답게 양은 매우 안습한 수준이었다. 그냥 간식거리 수준.
2.2. 2011년 출시한 봉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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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에서 2011년 11월 10일 출시한 인스턴트 라면이다.
일단은 1의 기스면을 유래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맛에 중대한 차이가 있어 중화요리 기스면을 재현한 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첫째, 닭 육수뿐만 아니라 오징어 육수까지 넣고 있다. 두 번째로 기스면의 최대 특징인 하늘거리는 가는 면발의 식감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 나름대로의 해결책으로 타 라면에 비해 가는 면발을 사용했지만[8] 유탕면이 가진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법. 셋째, 오뚜기 제품은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아니라 '매운 맛'을 제품의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3년의 연구로 만든 라면 (조선일보 2011/11/29 기사 인용)이라고 하지만, 그야 상시적으로 여러 맛의 라면을 개발해놓기 때문에 의미없는 이야기.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의 흰국물 열풍에 합류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다.
이래저래 오리지널 기스면과는 꽤 거리가 있다. 그래서 '한국식 기스면'을 표방한다는 모양. 짝퉁 소리를 피하기 위해 정통성을 끌어오려고 기스면이 아닌 맛에 억지로 기스면 브랜드를 갖다붙인 느낌이 강하다. 제품명 인쇄도 꼬꼬면과 유사한 캘리그래피를 사용하는 등 공통된 콘셉트가 보이지만, 맛 자체는 꼬꼬면과는 조금 다르다. 계란을 풀어서 먹으면 오징어 육수 맛이 덜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재밌는 건 꼬꼬면은 달걀을 넣되 '풀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것. 이것도 나름대로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인가(...) 어쨌든 맛이 나가사끼 짬뽕에 가까운지 꼬꼬면에 가까운지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나뉜다. 나가사끼 짬뽕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고, 꼬꼬면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으며 그 둘과는 전혀 다른 맛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물맛은 꽤 맵지만 짜거나 텁텁한 맛이 나지 않아 맑은 맛을 자랑한다. 동류의 나가사끼 짬뽕이나 꼬꼬면보다 맵고, 매운 걸로 정평난 신라면과 틈새라면보단 맵지 않다. 다만, 이 매운 맛을 내기 위해 첨가된 '청양초분말'[9] 덕분에 끓일 때의 향이 굉장히 독특하다. 기존의 라면들과는 전혀 다른 냄새에 적응이 안 될 정도. 물에 스프를 넣는 순간 고추냄새가 확 퍼지는데 이 향은 분명 비슷한 성분이 들어갔을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과 구별되는 냄새를 퍼트린다.
그리고 동류의 두 라면에 비해서 '''건더기가 부실하다.''' 그렇다고 짬뽕 종류도 아니기 때문에 목이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기스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파송송 계란탁이 중요하다. 건더기가 적으니 직접 건더기를 썰어넣고 계란을 풀어줘야 좋다. 계란은 면을 끓이는 중에 넣지 말고 물이 끓기 시작할 때 깨뜨려 넣어 미리 다 풀어주는게 좋다. 안 그러면 면이 텁텁해진다. 거기에다 밥을 넣으면 바로 불어서 죽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밥을 넣는건 정말로 안된다....
식으면 모든 음식이 맛없어진다지만 오뚜기 기스면은 식으면 맛이 확 바뀌어 버린다. 어지간하면 뜨거울 때 먹는 것이 좋다.
흰국물라면의 후발주자 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지도는 그리 뒤쳐지지 않고 있다. 병맛 넘치는 CM송[10] 덕분인 듯. 남자의 자격으로 톡톡히 홍보효과를 거둔 꼬꼬면이나 꼬꼬면의 대항마로 화려하게 출시한 나가사끼 짬뽕에 묻히지 않기 위해 매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광고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노이즈마케팅도 노리고 있는 듯.
그러다가 2014년 말 소리 없이 단종되었다. 오뚜기의 흰국물라면 계보는 굴 진짬뽕이 계승했다.
[1] 근대에 '기'에서 '지'로 발음이 변했는데 이쪽에서는 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2] 대한민국의 화교 상당수가 산둥성 출신이 많아서 이런 식으로 영향을 받은 중국 음식명칭이 가끔 있다.[3] 반대로 "일본에서는 기스면을 기시면이라 부르는구나"하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4] 업소에 따라 지단으로 부쳐서 주는 곳이 있고 흰자를 국물에 풀어서 주는 곳이 있다.[5] 물론 가게마다 차이가 있어서 소면보다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면 수준의 면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주방장 취향 나름인듯. 물론 짜장면이나 짬뽕보단 확실히 가는 면을 쓰는 것은 맞다.[6] 근데 기계로 면을 뽑는 곳의 경우엔 제면기 배출구 세팅만 해주면 되므로 상관없다. 게다가 저런 곳은 거진 다 제면기를 쓰기 때문에... 단지 시켜먹는 사람이 없어서 올려놓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는 육수를 따로 만들지 않거나.[7] 현재는 인터넷에 검색해도 결과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8] 이 때문인지 조리시간이 3분으로 타 라면보다 짧다[9] 봉지 뒤에 이렇게 써있다. 꼬꼬면은 '청양고추추출물분말' 나가사끼 짬뽕은 '청량고추시즈닝분말'[10] 박유천의 팬들은 좋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남성들은 정말 짜증이 솟구치고 주먹을 부르는 컨셉이다....라고는 하지만 임팩트가 별로 없는 광고와 멜로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