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티 퍼티 동굴
1. 개요
Nutty Putty Cave. 미국 유타 주의 유타 호수[1] 근처 존 존스 힐에 있는 온수 동굴[2] 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광용 동굴과는 거리가 있고, 성인 남성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비좁은 통로로 악명을 떨쳤는데, 이 때문에 동굴 탐험 전문가들의 명소가 되었다. 전문 케이빙(동굴 탐험) 경험이 없는 일반인은 아예 엄두를 못 낼 수준이었다고.
'''현재는 후술할 끔찍한 사고로 인해 콘크리트로 동굴 입구가 완전히 폐쇄된 상태'''이며, 따라서 찾아가도 들어가볼 수 없다. 대신 기록 보존을 위한 자료들은 많이 남아 있으며, 내부 지도도 공개되어 있다. (지도 1, 지도 2)
구글 맵으로는 이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데, 위성 사진을 보면 주위에 동그란 모양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 과거 관광용으로 쓰였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상으로는 확인이 어렵지만, 지형상 굴곡이 많고 험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 자동차로 접근이 쉽지 않다고.
2. 역사
1960년 데일 그린에 의해 처음 조사된 이후 관광 및 연구용으로 쓰이는 동굴이었다. 동굴의 이름 역시 데일 그린이 지었는데, 내부가 좁은데다 물이 흐르는 곳이라 방문하고 나면 진흙 범벅을 피할 수 없기에 저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익스트림 레저 스포츠용 동굴로서 전성기 시절에는 연간 25000명이나 찾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내부가 매우 협소하고 인공물이 아닌 자연 동굴이라는 특성상 몇 차례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도 2009년 이전까지는 사고가 일어나도 모두 구조되었지만, 결국 후술할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내부 탐사용 동굴로서의 역사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된다.
이 곳에 가보면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의 기록과 동굴의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3. 너티 퍼티 동굴 관광객 사망 사고
2009년에 이 동굴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이다.
버지니아에 있는 한 의과 대학에 재학중이던 존 에드워드 존스[3] 는 아내, 어린 딸 등과 함께 2009년의 추수감사절을 맞아 휴식도 취하고 아내의 임신소식도 알릴 겸 해서 고향에 방문중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와 같이 동굴 탐험 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던 존은, 추수감사절 이전에 세 살 터울의 동생 조시 및 다른 9명의 지인들과 함께 고향 근처의 너티 퍼티 동굴을 탐험해보기로 했고, 11월 24일 오후 8시경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다. 여담으로 존은 너티 퍼티 동굴 탐험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존의 친구에게 동굴 탐험 자격증이 있었기에 별 다른 문제가 생길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한 모양.
동굴에 들어간지 약 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탐험중이던 존은 매우 작고 좁은 구멍을 발견하는데, '''너무 비좁은 탓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어서[4] '''너티 퍼티 동굴 지도에는 기록되어 있지도 않았던 곳이지만, 존은 그만 그 구멍을 해당 동굴의 유명 지형 중 하나인 Birth Canal[5] 로 '''착각'''해버리고 만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너티 퍼티 동굴이 2009년까지 폐쇄되었던 이유가 16살의 소년이 바로 그 좁은 구멍에 갇혀서''' 였다고. 다행히 16살 소년의 체구는 비교적 작은 편이었던 관계로 10시간 이상이 소요된 고난도의 구출 작전 끝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하지만..불행히도 존은''' 180cm대 중반의 키에 약 90kg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그때 너티 퍼티 동굴의 위험성을 미리 파악하고 완전히 폐쇄시켰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구멍은 입구가 위에 있고 내부는 좁은 수직 구덩이의 형태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Birth Canal 자체가 매우 좁은 지형으로 유명했기에 제대로 들어온 것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자신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 했을 거라고.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입구의 넓이가 18인치, 높이가 10인치 정도밖에 안 되는, 아이가 들어가기에도 비좁은 구멍을 상체부터 밀어넣고 들어가던 존은, 결국 통로의 끝에서 '''발만 8인치 가량 남겨둔 상태로 몸이 구멍에 완전히 끼어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그는 스스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공간은 워낙 좁은 탓에 끼어있는 상태만으로도 그의 몸을 압박해왔고, 온수 동굴인 만큼 물까지 흐르는 최악의 환경이라 결국 호흡곤란까지 와버린다. 하필 머리가 밑으로, 발이 위로 있는 물구나무 자세로 끼어버렸는데[6] 이 자체도 몸에 큰 부담을 주고 있었다. 사람의 몸은 머리가 위로 향하도록 진화해왔기에 일정 시간 이상동안 물구나무 자세로 있을 경우 심장이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의 동생이 이런 심각한 상황에 빠진 존을 발견하고 그를 꺼내려고 노력해봤지만 오히려 더 깊은 곳에 끼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고, 자신의 힘으로 형을 구출할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한 동생은 동굴을 빠져나가 서둘러 911에 신고하게 된다. 이때부터 존을 구하기 위한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동굴 구조 전문가들부터 정신과의까지 '''137명에 달하는 사람이 동원되었다.'''
우선 입구를 파내서 꺼내는 방법은 존이 끼어있는 부분의 암석질이 너무 단단하여 시간상의 문제로 배제되었고, 폭발물을 사용할 경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어 사용이 불가했다. 그래서 실제로 시도된 것은 도르래를 설치해 다리부터 끌어내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는 해당 지형의 각도가 워낙 협소하고 괴상하여 단순히 당기기만 해서는 존을 꺼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존은 통로에 들어가자마자 낀 것이 아니라 입구부터 시작해 무려 1시간은 지나서야 도달하는,[7] 사람이 기어서 간신히 들어갈만한 개미굴의 끝자락에 위치한 수직 구멍에 갇혀버린 것. 거기다 너티 퍼티 동굴의 통로는 지그재그 모양으로 꺾여있는데, 이 때문에 구조대원이 들어오는 것조차 버거웠다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은 물론이고, 다리 뼈를 부러뜨리지 않는 이상에는 그냥 당겨서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다리보다 목숨이 중요하지 않나?' 싶겠지만 이미 존의 심장에 무리가 간 상태에서 존의 뼈를 인위적으로 부러뜨리거나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할 경우,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떠한 결정을 선뜻 내리기가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일단 몸의 부담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도르래와 로프를 설치했고, 존의 몸을 약간이라도 위로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후 물 지급, 통신기기 설치 및 정맥 주사 등을 할 시간을 벌기는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하고 마는데, '''도르래를 설치한 암석 부분의 강도가 흐르는 물에 의해 약해져 있었던 것. '''단단하기 이를 데 없어 파낼 수도 없었던 입구 부위와는 달리, 그의 다리를 수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도르래를 장착한 부분은 하필이면 강한 힘을 견디지 못하는 암석으로 되어있었다. 도르래 고정 부위가 훼손되는 바람에 존은 원래 있던 자리보다 더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그 후에도 구조대원들은 몇번이나 비슷한 조치를 시도해보았으나 결국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뿐이었다.
다른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시간벌기 조치까지 실패하면서, 구조대원들은 결국 구조가 불가능하다는 절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도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던 구조대원들은 계속 존에게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주고 그의 아내를 데려와 말을 하게 하는 등 갖은 노력을 동원했지만, 존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지더니 나중엔 이름을 불러도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무리한 자세로 오랫동안 끼어있던 것이 원인이 되어, 호흡곤란과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다. 사망 판정이 내려진 것은 사고 약 27시간만인 11월 26일 자정 직전이다.
해외 언론에 나온 당시 사고뉴스 및 그에 대한 설명.
존 존스의 사망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비극적이지만, 숨진 그의 몸을 꺼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에서 나왔듯 그는 매우 좁은 개미굴의 끝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시신을 빼내는 것 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구조대원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하게 될 경우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존의 시체를 회수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뼈를 회수할 수는 있겠지만, 회수하다가 실수로 같은 공간에 떨어진다면 또 다른 사람(들)이 존과 똑같은 꼴을 당하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그렇게 존은 영원히 너티 퍼티 동굴에서 잠들게 되었다.'''
3.1. 영구 폐쇄
결국 유족 및 다른 관계자들은 시신 수습을 포기하고 동굴 자체를 폐쇄하는 쪽으로 합의했고, 동굴 입구는 2009년 12월 2일에 콘크리트로 영구 밀봉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곳은 앞으로도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폐쇄된 입구에는 존 존스의 이야기를 담은 동판 비석이 설치되었다.
개요 문단에 링크된 내부 지도를 보면 그가 들어간 곳은 Ed's Push 근처라고 하는데, 옆의 Birth Canal을 그냥 지나치고 더 내려간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동굴 구조상 표지판을 설치하기도, 위험한 곳을 미리 막아두기도 어려웠을 것이니 어느 정도는 예견된 사고였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그 전에 비슷한 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임시 폐쇄된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발생할 때까지 영구 폐쇄가 미뤄진 것은 동굴 탐사를 즐기던 사람들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 결국 한 젊은이가 몇십 시간에 걸쳐 고통과 절망 속에 천천히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른 뒤에야 영구 폐쇄라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었다.
2018년에 위 비석이 누군가에 의한 총격으로 인해 훼손되는 사건이 있었다.
4. 여담
- 해당 지역의 이름은 2019년 기준 '존 존스 힐'이라고 명명되어 있는데, 우연이 아니고 희생자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이다. 미국 문화에서는 사고지역에 희생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 위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배우자는 큰 실의에 빠졌다가 이를 극복하고 자녀를 키우며 공부 및 사회활동을 이어가던 중, 남동생의 소개로 재혼해 굳건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 위 사건 직후 공교롭게도 같은 유타 지역에서 미국의 가정 주부 수전 파월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살인범이 시신을 바로 이 동굴에 숨겼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허무맹랑한 추측은 아니고, 용의자로 지목되던 남편 조시 파월[8] 이 이 동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 다만 이후 경찰 관계자들은 수전이 12월 6일까지 목격이 된 반면, 동굴 완전 폐쇄는 12월 2일에 이루어진데다, 존의 사망 이후 동굴 폐쇄가 이루어질 때까지 해당 지역에 대한 경비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하였다. 조시 파월은 사건 이후 계속해서 수사 선상에 올라 있었는데, 결국 2012년 자녀를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휘발유로 집에 불을 질러 자살하는 엽기적 사건을 벌이고, 공범으로 의심되던 형제 마이클까지 이듬해 자살하는 바람에 해당 사건의 정확한 진상은 알 수 없게 되어버렸고, 수전 파월도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실종 상태이다. 경찰은 조시 파월이 수전을 살해하고 조시의 형제 마이클이 시체은닉을 도운 걸로 보고 있지만 수전의 사체 등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확실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
- 존 존스는 이 일로 다윈상 2009년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이 이루어졌으면 논란이 되었을 수도 있다. 다윈상 자체의 논란은 차치하고 다윈상 스스로 내세우는 핵심 기준은 '전혀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벌인 바보같은 일인지'의 여부인데, 너티 퍼티 동굴은 평범한 케이버들이 즐겨찾는 액티비티용 동굴이므로 해당 동굴 출입 자체를 바보짓으로 볼 것이 아니라면[9] 남은 건 지도상에 없는 지형을 알려진 지형으로 착각하여 들어간 실수 뿐인데 이것이 그렇게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명백히 막혀있는 곳을 뜯고 들어갔다면 모를까.
- 시신을 조각조각 절단해서 수습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SNS발 가짜뉴스로 사실이 아니다.
[1] 유명한 솔트레이크 호수와는 다른 호수이다. 근처에 있기는 하지만.[2] Hydrothermal cave, 직역하면 열수 동굴 쯤 된다.[3] 물론 항목이 존재하는 존 존스와는 동명이인이다.[4] 한번 좁아지기 시작한 후 다시는 넓어지지 않고 계속 좁아지기만 하며, 마침내는 인간은 절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아져 이후의 구조를 알 수 없다.[5] 말 그대로 산도라는 뜻, 즉 산도처럼 매우 좁은 통로라는 의미였을 것이다.[6] 동굴은 보통 내려갈때는 발부터 들어가고 올라갈때는 당연히 머리부터 들어가기 시작한다. 존의 비극은, 그가 들어간 Ed's Canal 구멍은 오르막으로 시작한다는 점이였다. 당연히 머리부터 들어가서 낑낑대며 들어가는데, 갑자기 내리막 구간으로 바뀌면서 훅 빠지니 물구나무서는 자세로 끼게 되는것.[7] 직선거리로는 그렇게 심하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좁은 동굴이라.[8] 물론 KBL에서 뛰었던 농구선수 조쉬 파월과는 동명이인[9] 이러면 사고 가능성이 있는 익스트림 레저를 즐기는 사람은 모두 다윈상 후보라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