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르부르크링 24시
1. 개요
독일 뉘르부르크에 있는 뉘르부르크링에서 매년 열리는 자동차 내구레이스 경기. 1923년부터 시작된 르망보다는 격이 낮지만 그래도 1970년에 시작한 나름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24시간 동안 드라이버는 돌아가면서 교체되지만 차는 계속 쉬지 않고 달리기 때문에 가장 잘 버티면서도 가장 빠른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꽤나 모순적인 조건이 걸려있다. 이는 최대 0.001초까지 경쟁을 벌이는 포뮬러 1과 달리하는 내구레이스의 특징이다. 따라서 차의 내구성을 증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리이기 때문에 기술력을 강조하는 유럽 브랜드와 더불어 미국, 일본쪽 자동차 제조사들, 심지어 최근에는 한국 쪽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뉘르부르크링에 출전을 하고 있다.
뉘르 24시 이외로는 프랑스의 르망 24시, 벨기에의 블랑팡-토탈 스파 24시, 그리고 미국의 IMSA-롤렉스 데이토나 24시가 대표적인 24시간 레이스이다. 마찬가지로 이 대회들 역시 극한의 경기 수준을 자랑한다.
1.1. 들어가기 전에 : 뉘르부르크링의 악명
'''10대 중 4대는 탈락한다는 악명 높은 레이싱.'''
먼저 뉘르부르크링의 건설 이유는 1920~30년대부터 2003년까지 열렸던 ADAC 아이펠 산맥 레이스[8] 때문이었다. 이 경기는 산을 깎아 만든 공공도로에서 열리는 경기였던 만큼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 매우 위험했는데, 때문에 각계각층에서 여러 차례 항의를 받아 왔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그렇게 건설된 이곳도 아이펠보다는 '''그나마''' 나았을 뿐, 고저차는 역시나 매우 높고 서킷 공략 자체도 어려운 쪽이라 지금까지도 수많은 프로 레이서들을 보내버리거나, 저승문 노크하게 만들 뻔 했던[9] 험난한 서킷이다.
주무대인 노르트슐라이페는 전장 20.832 km, 총 코너수 181개로, 현재는 사진의 레이아웃에서 Start-und-Ziel-Schleife가 제외되어 약 2km가량이 줄어들고 Döttinger Höhe부터 Start-und-Zielgerande까지 단순 직선구간이었던 것에서 시케인 및 자잘한 코너가 추가되고 첫코너인 Nordkehre가 수정되면서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한눈에 봐도 복잡해보이는 것이 프로 드라이버들조차 완전히 코스 레이아웃을 숙지를 하려면 수십 랩은 돌아야 한다니 말 다했다. 게다가 코스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런 난코스를 쉼없이 스티어링휠을 돌리고 가감속을 하며 약 170 km/h에 이르는 평균시속으로 롤러코스터마냥 넘나드는 드라이버들을 보고 있자면, 왜 노르트슐라이페의 별명이 '''"녹색 지옥"'''이라고 불렸는지 감이 올 것이다.
특히 야간 주행은 주간 주행과 비교해 볼 때,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코너가 즐비한 구간을 밝혀줄 가로등이 '''없어서''' 오직 헤드라이트에 의존해서 달려야 하고, 게다가 서킷의 장대한 크기 덕분에 어느 구간에서는 해가 쨍쨍한데 '''어느 구간에선 폭우나 우박이 내리고 있을 때가 많아서''' 사르트 서킷처럼 전략팀에게 빅엿을 먹여버리는 상황도 심심찮게 일어난다.[10] 그러니 누군가를 견제하기 위해 타이어를 슬릭에서 웻으로 웻에서 슬릭으로 교체했다간 운명처럼 가드레일에 박아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라, 결국 이 곳에서의 타이어 전략은 거의 천운에 맡긴다고 한다.
GP 슈트레케 구간은 노르트슐라이페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은 편에 속하지만 그 소문은 어디 안 간다고 스타트 라인의 헤어핀 구간을 통과하는 차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뉘르 24시 경험이 없는 초보 레이서가 여기를 통과하려 한다면 일단 레이스카 차체의 일부는 찢기고 들어간다고.
2. 경기 방식
다른 내구레이스 경기처럼 정말 간단하다. 경기 시작 후 24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랩을 달려서 경기가 끌날 때 쯤 먼저 체커기를 받는 팀이 우승한다.
전체적으로 차량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종합적인 차량 성능과 내구성을 요한다. 간단히 생각해서 본선전 기준으로 24시간이 주어진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시간 내에 많은 랩을 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4시간을 뺑뺑 달리기 때문에 그냥 빠른 속도만으론 의미가 없고, '''24시간 내내''' 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카레이서들의 체력'''과 '''레이스카의 내구력'''이 필요하다. 내구레이스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겨루는''' 극한의 레이스다.
그러나 기본 100대에서 200대가 넘는 레이스카들이 출전하는 만큼 팀들은 드라이버들에게 피트스탑 시간을 제대로 분배해서 알려줘야 한다. 보통 차 1대당 드라이버는 2명에서 4명까지 쓸 수 있고, 투입된 드라이버 당 2시간 30분의 주행 시간이 주어지며, 교체된 드라이버는 최소 2시간 동안 경기에 복귀할 수 없다.
3. 출전 클래스
현대차 쪽의 말에 따르면, 뉘르부르크링 24시는 크게 보면 양산차들이 출전하는 V클래스와 튜닝을 거친 레이스카들이 출전하는 SP 클래스로 나뉜다고 한다.
차량 범위는 그랜드 투어러는 GT3 이하, 투어링 카는 TCN-2 이하부터 가능하다. 프로토타입[11] , LM GTE, 클래스 1 투어링 카[12] , TCN-1[13] 등은 안전 문제 등으로 참여 불가.
V 클래스는 양산차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레이스를 위한 최소한의 튜닝만 진행하며 야간 주행을 위한 추가 조명 작업도 곁들인다.
SP 클래스는 그랜드 투어러가 출전하며 이 중 중 7부터 9까지는 GT3의 영역이다.[14] 레이스를 위해 상당 부분의 튜닝을 할 수 있는데[15] 10으로 숫자가 바뀌면 아예 차량 자체가 통째로 달라진다. 이 클래스로 출전하는 차량들 중에서 과급기를 사용하는 경우, 클래스 표기명에 'T'를 추가한다. 여기와 컵 3는 GT4 차량이 출전하며, 역시나 엔진 급부터 달라진다.
TC 클래스는 투어링 카 클래스며, 여기서는 2도어가 아닌 4도어 차량이 출전한다. TCN-2 기준에 맞춘 차량이 대상이며, 현대 벨로스터도 이 카테고리 안에 들어간다.
4. 경기 방법
레이스 컨트롤의 출발 신호가 보내지면 100대에서 200여대의 차량이 몇 대 간격으로[16] 출발한다. 예열을 위해 첫 바퀴는 세이프티 카 뒤에서 달리고 모든 차량이 메인 스트레이트에 들어서면 오후 3시 30분에 롤링 스타트로 경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서킷이 서킷인 만큼 주행 속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라 사르트 서킷에 비하면 랩타임 단축 텀이 많이 느리다. 한편 경기가 24시간 동안 쉼 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드라이버와 피트크루들의 고초가 상당하다.
경기 시작 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6~7 시간 정도 남은 상태인데 이때 카메라가 피트를 비추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각양각색의 포즈로 곯아떨어진 드라이버와 피트크루들의 모습은 웃퍼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아침~정오 즈음에서 슬슬 각 클래스의 우승자의 윤곽이 대강 드러나며, 경기 종료가 임박하면 선두의 파이널 랩이 끝나는 순간 레이스 컨트롤이 체커기를 들고 나오면서 정확히 오후 3시 30분에 24시간이 끝난다.
체커를 받고 나면 다시 한 바퀴를 돌아 피트로 돌아오는데 모터스포츠 경기의 전통에 따라 경기 내내 깃발을 흔들었던 마샬들이 모두 나와 완주를 해낸 차들에게 모든 깃발들을 흔들면서 축하해준다. 많은 경우 드라이버들이 하이빔을 깜빡이거나 좌우로 움직이는 등 나름 세리머니를 한다. 그렇게 모든 차량들이 피트로 들어오면 1위부터 3위까지 시상식이 이루어지며 샴페인 샤워와 함께 기쁨을 만끽한다.
5. 현대의 뉘르 24시 출전
현대 N의 유럽 테스트 센터가 위치한 곳이 뉘르부르크링이다 보니 현대차에서도 자사의 차량을 개조하여 뉘르 24시에 출전시키고 있다. 주로 나가는 차량은 i30[17] , 벨로스터와 같은 소형차 클래스이며 모두 N 라인업으로 출전한다. 현역 레이서 강병휘 선수가 직접 작성한 뉘르 24시 출전기.
[1] Allgemeiner Deutscher Automobil-Club. 독일 최대의 자동차 협회. ADAC GT 마스터즈의 주최자이기도 하다.[2] 이 덕에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에 등장하는 레이스카 리버리 기본형은 뉘르 24시 출전 리버리이다.[3]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방폭 인증 검사 기업.[4] 자동차 배기구 제작 전문 회사.[5] 노르트슐라이페 '''전 구간''', GP-슈트레케 일부.[6] 차량은 아우디 R8 LMS Evo[7] 이전 최고 기록은 만테이 레이싱의 135랩.[8] 독일과 벨기에 사이에 위치해 있는 화산 지대이다.[9] 1976년 독일 그랑프리는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열렸다. 라우다는 그 전부터 뉘르부르크링에서 경기를 한다는 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개최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다.[10] 실제로 2016년도 시즌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의 일부 구간에서 폭우가 내려 클래스에 관계 없이 최소 수십 대의 차량이 사고로 인해 경기를 포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11] LMP1~3, DPi.[12] GT500, DTM 규격.[13] BTCC 규격.[14] SP8에 GT4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과급기를 달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거의 없다.[15] 외관상 뒤쪽에 높게 솟은 리어 윙의 유무로 클래스를 구별할 수 있다.[16] 차량 수, 코스 길이 등을 감안하여 앞 조가 출발하고 얼마 뒤 다음 조가 출발한다. 세이프티 카는 조당 1대씩.[17] 해치백 모델과 패스트백 모델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