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공

 

1. 의미
2. 이모저모
3. '더러운' 투수
4. 기타


1. 의미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은 직구라도 해도 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일단 중력으로 인해 아래로 떨어지게 되며, 여기에 공기의 흐름이 작용하게 되면 공의 경로가 휘거나 흔들린다. 공기의 저항 때문의 공의 속력은 공이 타자에게 가까워질수록 떨어지는데, 속력이 느려지면 공기 저항으로 인해 변하는 폭이 심하기 때문에 직선으로 향하던 공의 경로가 갑자기 급격하기 바뀌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를 '''공 끝이 더럽다.'''고 표현한다. 투수가 공에 회전을 가해 더럽게 만드는 것은 투수의 기본 덕목이며 그렇게 공을 던져야 타자가 치기 어려우므로, '''투수에게는 칭찬의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 블라디미르 게레로에게 "저런 지저분한 공을 던지는 투수는 MLB에서 당장 퇴출시켜야 한다."라는 립서비스성 칭찬을 듣기도 했다.
당연히 반대말인 깨끗한 공이라는 말도 있으며, 작대기 직구라는 말도 쓴다. 이 말은 볼 끝이 곧고 일정한 궤적을 그린다는 뜻이다. 이런 공은 일본 프로야구의 스트레이트처럼 패스트볼중 가장 쉬운편이고 구속을 최대한 늘릴수 있지만, 움직임이 적은만큼 스윗 스팟에 맞으면 힘이 잘 들어가서 장타가 될 위험이 매우 크다. 이런 깨끗한 공을 던지는 투수, 다시 말하면 더러운 투수의 반대말 격으로 자리잡은 속칭은 바로 배팅볼 투수, 더 나아가면 배팅머신이다.
대표적으로 더러운 공은 너클볼. 축구의 무회전 프리킥과 비슷한 원리로 경로를 예측하기 힘들어지며, 방망이 중심에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타자가 치는 것은 물론 포수가 잡기도 어렵다는 극한의 더러운 공이다. 포심 패스트볼 역시 회전수가 많기 때문에 잘 던진 포심은 공 끝이 지저분하다. 반대로 투수가 공을 잘못 채서 회전이 어설프게 걸리면 깨끗해지며, 커브같이 속도가 느리거나 스플리터같이 패스트볼과 유사한 볼이 이렇게 깨끗해지면 여지없는 배팅볼이 된다.

2. 이모저모


하지만 더럽다는 말이 원래 좋은 뜻이 아니므로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얼핏 나쁜 뜻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공 더럽기로 메이저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김병현의 뉴스엔 지금도 가끔씩 이 떡밥으로 사람들을 낚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도 스즈키 이치로봉중근의 빠른볼을 칭찬한 표현인 sneaky를 직역해서 '''비열한 공'''으로 번역해서 관심을 구걸하는 짓을 저지른 기자도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sneaky는 더러운 공이라기보단 봉중근이나 구대성처럼 투구시 공을 교묘하게 잘 숨겨서 나오는 공을 말한다. 이를 미국에선 디셉션(deception)이라고 표현한다.
방송 중계 등에서는 차마 더럽다고 말할 수는 없기에(…) '공 끝이 좋다', '공 끝이 살아있다'는 식으로 말하곤 하며, 비슷한 차원에서 공끝이 지저분하다라고도 한다. 하지만 MLB 중계에서는 더럽다고 잘만 말한다. MLB경기를 보면 같은뜻으로 filthy, nasty등의 표현을 들을수 있다.
예전의 한국야구에서는 구속이 주는 숫자 효과와, 직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렇게 무빙 패스트볼류, 더러운 공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지만, 해외야구 교류가 늘어나고 땅볼유도형 투수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변종 패스트볼 구사자들도 늘어나면서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3. '더러운' 투수


국내에서 이런 더러운 공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투수 중 유명한 투수는 정대현. 특히 정대현의 경우 언더핸드 스로로 평소 구속은 131km/h을 넘을까 말까한데 힘을 받아서 구속이 135~138km/h 이상으로 올라가면 타자로서는 그야말로 미칠 노릇. 그리고 류현진도 볼 끝이 더러운 투수 중 한 명이다. 스카우트 리포트에는 '속구가 약간 커터성 움직임을 보인다' 라고 서술했으며, MLB 진출 후 상대한 타자들은 '속구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화가 심해 치기가 어려웠다' 라고 했다. 또한 일명 '뱀직구'를 던진다고 하는 임창용 역시 국내에서 더러운 공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술한 대로 메이저에서 활동했던 김병현도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칭찬을 할 정도로 더러운 공으로는 한가락 하는 선수였다.
그리고 이런 공끝의 더러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투수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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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그렉 매덕스되시겠다. 움짤에서 보듯이 투심패스트볼의 미칠듯한 움직임과 역대급 제구력 덕분에 시속 80마일 중후반대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매덕스는 통산 300승&5000이닝&3000탈삼진을 넘길 수 있었다.

4. 기타


현재는 부정투구가 된 스핏볼(침과 송진을 섞어서 공에 발라 공기저항의 방향을 흐트러뜨린 볼), 에머리볼(공에 상처를 내서 같은 효과를 준 공) 등은 '''진짜로 더러운''' 공이며, 당연하지만 정당하게 던지는 더러운 공보다 공 끝이 더 더럽다. 심할 경우 던지는 본인도 어디로 날아갈지 모를 정도. 너무 쉽게 변칙성 투구를 던질 수 있고 투수가 공을 제어 할 수 없어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1] 이런 행위들은 현대 야구에선 금지되어 있다.
물론, 공식적인 금지로 자취를 감춰야 됐을 부정투구는 표면 밑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이미 암묵적으로 투수 코치가 어린 투수들에게 부정투구를 안 걸리고 던지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알려져 있으며 매 시즌 잊을 만하면 부정투구법을 결정적인 순간에 적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틀면 2006년 케니 로저스의 흙 묻은 손 사건이나, 2007년 콜로라도 로키스 투수들의 물 묻은 모자챙 사건 등등.

[1] 1920년에 레이 채프먼이라는 야구 선수가 빈볼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 때 던진 볼이 스핏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