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팅볼 투수
1. 개요
영어: Batting practice pitcher
일본어: 打撃投手(타격투수)
타자들이 타격 연습을 할 때 공을 던져주는 투수를 뜻한다.
2. 역할
타격 연습은 피칭머신으로도 할 수 있지만 투수가 던지는 공을 치는 것이 실질적인 타격 연습에 더욱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 선수를 투입해서 배팅볼을 던지는 것은 자칫 선수의 팔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따로 배팅볼 투수를 두는 것이다.
투구는 마운드보다 앞에서 공을 던지고 안전을 위해 L자형 그물망을 앞에다 친다. 한 타자를 상대로 수십개의 공을 던지면서 그렇게 팀내 여러 타자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만 수백개의 공을 던지는 게 기본이다.
실제 선수들이 타구가 안 뻗도록 던지는 것과 달리 타구가 잘 뻗어나가도록 공을 던지는 게 일반적이다. 타자들이 타격 감각을 잃지 않도록 선수가 좋아하는 공을 던져주어야 하기 때문에 제구력을 갖춰야 한다. 치기 쉽도록 너무 느린공을 던지다 보면 자칫 경기 전부터 타자들의 긴장이 풀릴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구속도 있어야 한다. 내구성도 좋아야 하는데, 하루에만 수백개의 공을 던지는 일을 내일이고 모레고 똑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1주일에 5~6번 경기를 하는 프로야구에만 해당되지만.
3. 대우
3.1. 한국
한국에서는 상대팀 선발투수와 던지는 팔만 같은 배팅볼 투수가[1] 치기 쉽도록 공을 던져, 타자들이 신나게 배트를 돌리도록 해서 타자들의 기운을 살려주도록 한다.
일본의 영향 때문인지 전문 배팅볼 투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문 배팅볼 투수는 팀당 1~2명 정도 있을까 말까 할 정도고, 대개 우완 배팅볼 투수는 불펜 포수 같은 경기보조요원이 겸한다. 불펜 포수 항목에도 있지만 경기보조요원이 할 일은 많음에도 박봉인데, 애초에 이들이 계약직인만큼 일종의 소모품 취급을 하는 듯하다.
좌완 배팅볼 투수의 경우에는 상당히 희귀한데, 이는 배팅볼 투수와 불펜 포수를 겸하는 경기보조요원들이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이다. 프로에 미지명된 고졸선수들은 대다수 대학에 진학하고 대졸선수들은 신고선수로라도 입단해 선수로서 활동하기를 원해서, 따로 왼손 배팅볼 투수를 두는 것 자체가 어렵다. 결국 좌완 배팅볼 투수는 코칭스태프나 팀 매니저들 중 왼손잡이인 사람이 맡는다.
간혹 감독이나 코치, 선수들이 자청해 배팅볼을 던지기도 한다. 감독 중에서는 트레이 힐만이나 맷 윌리엄스 등 외국인 감독들이 자청해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목적도 있고 타석에 선 선수를 파악하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선수 중에는 투수보다 야수들이 배팅볼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투수가 던지는 배팅볼은 공을 찍어누르면서 던지는 버릇 때문에 타자들이 마음놓고 칠 수 없지만 야수가 던지는 배팅볼은 캐치볼 할 때처럼 공을 가볍게 날리는 듯 던져주기 때문에 타자들이 훨씬 수월하게 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배팅볼은 마운드보다 앞에서 타자들이 원하는 코스에 원하는 구속으로 공을 던져줘야 하는데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은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익숙하다 보니 타자들이 원하는 코스에 던져주는 것도 어렵고 마운드보다 앞에서 던지는 것도 익숙치 않아 정작 선수가 배팅볼을 던지려고 해도 잘 던지지 못한다고 한다. 여담으로 이승엽은 좌완 투수로 입단했으나 프로 무대에서 투수로 등판한 적은 없는데 간간히 좌완 배팅볼을 던져줬다고 한다. 다린 러프 등 타자들이 아주 좋아했다고.
배팅볼 투수로 투수 생활을 시작해서 1990년대 해태 불펜의 핵심이 된 사람도 있고 훗날 프로야구팀 1군 감독까지 된 사람도 있다.
3.2. 일본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코칭스태프가 배팅볼을 던질 때도 있지만, 일본에서 배팅볼 투수는 전문직으로 인정받아 연봉 500만엔에서 800만엔 정도를 받는다. 연봉 1000만엔 넘게 받는 배팅볼 투수도 있는데, 대개 기록원 등을 겸하는 실제로는 구단 직원인 경우가 많다.[2] 각 구단마다 배팅볼 투수를 1군에만 6~8명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스타 플레이어들은 전속 배팅볼 투수를 따로 두기도 한다.
주로 타자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치기 쉬운 공을 던지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타격 훈련을 할 때에 타자들이 실제 상대 투수와 상대하는 것처럼 배팅볼 투수가 상대 선발을 최대한 흉내내면서 던지곤 한다. 그런데 도리어 배팅볼 투수들의 구위에 타자들의 기가 꺾일 정도로 실제 선수 못지 않게 뛰어난 구위를 가진 배팅볼 투수들도 있다.
이렇게 실제 선수 못지 않은 구위를 가진 배팅볼 투수들이 있는 이유는 일본의 배팅볼 투수 대다수가 실제 프로선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드래프트 번외[3] 로 입단한 선수들을 배팅볼 투수로 썼지만, 현재는 현역에서 은퇴한 투수들이 맡는다. 하지만 현역 시절과는 전혀 다른 투구 환경 때문에 배팅볼 투수로 오래 남는 선수는 몇 안 되지만, 반면 배팅볼을 던지는 요령을 잘 아는 투수들은 40세가 넘어서도 현역으로 활동한다. 한편 배팅볼을 던지다가 현역 선수로 복귀하거나 배팅볼 투수를 거쳐 투수코치가 되는 경우도 있다.
3.3.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는 주로 코칭스태프가 던지는데,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상대 투수의 공략법을 인지하고 있기에 직접 배팅볼을 던져 그날 선수들의 타격감을 파악함으로써 경기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외에 스프링캠프 같은 때에는 그냥 피칭 머신으로 대신하기도 하고, 마이너리그 선수를 데려다 쓴다.
4. 관련 인물
4.1. 한국
- 배팅볼 투수와 불펜 포수를 겸하는 경기보조요원은 불펜 포수 항목 참조.
- 노환수: 신고선수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 2004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상열을 빼면 좌완 불펜이 부족하자 배팅볼 투수 역할을 하다가 김시진 투수코치 눈에 띄어 정식 선수로 승격되었다.
- 백준영: 전 삼성 라이온즈 투수. 2005년 삼성에 입단해 한국 프로선수로는 처음으로 선수 겸 배팅볼 투수로 활동했다. 이재우와 한용덕과는 달리 배팅볼을 안 던질 때는 2군에서 선수로서 출장했다. 참고로 이 선수 1차 지명자다. 2000년대 대구·경북야구 팜 암흑기를 상징하는 선수 중 한 명.
- 이인철: 전 KIA 타이거즈 투수. 고려대 시절에는 팀의 에이스였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선수가 아닌 배팅볼 투수로 기용됐다. 프로에 입단한지 2년만인 2008년 말에 KIA에서 방출된 후 2009년 초 신변을 비관해 자살했다.
- 이재우: 전 두산 베어스,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원래는 내야수로 대학 재학 중 발목 부상으로 내야수로는 선수 생활이 어려워 대학에서 중퇴 후 두산 베어스에 경기 기록원으로 입사해 배팅볼을 던지게 됐다. 그러다 구위를 인정받아 신고선수로 계약해 투수가 됐다.
- 한용덕: 전 빙그레, 한화 이글스 투수.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해 배팅볼을 던지다가 정식선수가 되어 활약하다 투수 코치, 감독대행, 프런트, 수석코치 등 여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연습생 출신으로는 최초로 정식 감독까지 올라갔다. 감독이 된 이후에도 조금씩이나마 배팅볼을 던졌다.
4.2. 일본
- 미즈타니 히로시 : 킨테츠 버팔로즈에서 10년간 활동했으나 5승 12패의 부진한 성적만 거뒀다. 선수로서 은퇴한 후 니시모토 유키오 감독의 부탁으로 배팅볼 투수가 되었고, 1979년부터 2006년까지 28년간 킨테츠 버팔로즈와 오릭스 버팔로즈에서 배팅볼 투수로 활동했다. 역대 일본 배팅볼 투수 중 최고령 배팅볼 투수로, 무려 60세까지 배팅볼 투수로서 활동하고 은퇴했다. 참고로 이쪽도 1위 지명(...)
- 사토 쿠니미츠 : 일본 전문 배팅볼 투수의 원조. 니시테츠 라이온즈와 히로시마 도요 카프를 거치면서 5년 동안 선수로 활동했다. 선수로서 은퇴 후 1975년부터 1998년까지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배팅볼 투수로 활동했다. 1995년에는 센트럴리그로부터 특별표창을 받았다.
- 타다 요시히로 : 한신 타이거즈의 배팅볼 투수.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후 배팅볼 투수가 됐다. 현역 시절 같은 팀 선배였던 가네모토 도모아키의 심부름을 하면서 서로 죽이 맞아 전속 배팅볼 투수를 맡게 됐다. 가네모토가 FA로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하자 타다도 한신으로 이적했다. 타다 스스로 "가네모토의 연인"이라 말할 정도로 상당히 친한 사이라고.
- 미야자키 아츠시 : 나무위키에 항목이 있는 몇 안되는 배팅볼 투수. 사실 치바 롯데 마린즈에서 3년간 뛰었으나 1군은 잠깐 밟고 방출당한 선수출신이었다. 방출 이후 고향인 히로시마로 가서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배팅볼 투수로 일하는 중.
- 세키야 료타 : 2015년 치바 롯데 마린즈의 2라운더 지명자였는데 즉전감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이 1군에서 통하지 않으면서 4년 만에 방출. 방출 후 롯데와 배팅볼 투수로 계약을 맺었다.
5. 기타
[image]
배팅볼 투수가 타자들이 잘 칠수 있는 공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착안, 구위가 부족하여 던지는 공마다 안타를 족족 허용하는 실력 미달의 투수를 배팅볼 투수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여기서 핵심은 똥볼이든 속구든 스트라이크로는 기막히게 던져야 된다는 점, 다시 말해 제구는 좋은데 공이 깨끗할 때 성립한다는 것이다. 똥볼이건 뭐건 일단 볼질하는 투수는 타자의 배트 자체가 나오지 않으므로 배팅볼 투수라고 하지 않는다.
SK의 첫 외국인 감독 트레이 힐만은 훈련 때 타자들에게 20개씩 배팅볼을 던지며 스윙폼을 체크해 봤다고 한다. 당연히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의 선수들과의 일화만큼 파격적인 일로 취급받았다. 국내에서 과거 2012년 배팅볼 투수+신고 선수 출신인 한용덕 코치가 한화 감독 대행을 하던 시절에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며 선수들을 체크하곤 했다. 이후 한용덕은 2018시즌을 앞두고 정식 감독이 되어서도 역시 배팅볼을 던졌다.
[1] 오른손 투수가 선발이라면 오른손 배팅볼 투수가 올라오고 왼손 투수가 선발이라면 왼손 배팅볼 투수가 올라온다. 간혹 오른손 언더핸드 스로 투수가 선발로 올라올 때는 사이드나 언더스로로 배팅볼을 던져주기도 하지만 흔치 않다.[2]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불펜포수 유환진씨에 따르면 요미우리의 배팅볼 투수중 연봉 1000만엔 이상은 4~5명 정도라고 한다. 관련기사[3] 한국으로 치자면 신고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