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공 투수
1. 개요
야구에서 타자가 공을 방망이로 쳐서 인플레이 시켰을 때, 즉 삼진이나 볼넷, 파울을 제외하고 타자가 공을 치고 후속 플레이로 이어졌을 때 타자가 친 타구 중 뜬공의 비중이 높은 투수를 일컫는다. 영어로는 Fly Ball Pitcher라고 하며, 흔히 Flyballer로 줄여부른다. 대한민국 웹에서도 메이저리그의 팬사이트라면 후자의 명칭을 제법 많이 볼 수 있다.
흔히 타자의 타구를 땅볼(Ground Ball), 직선타(Line Drive), 뜬공(Fly Ball)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직선타는 안타가 될 확률이 70%에 육박하는 데다가 장타 허용률도 높아서 투수로서는 무조건 피해야 할 타구다. 하지만 땅볼과 뜬공은 각자 일장일단이 있기에 어떤 타구를 유도하는 데에 집중할 지는 투수의 선택과 노력 문제이고, 이 중 뜬공 투수는 뜬공을 더 자주 유도하는데에 집중하는 투수들. 반대로 땅볼을 유도하는 데에 더 집중하는 투수들은 땅볼 투수들이다.
2. 분류 조건
엄밀히 이야기하면 인플레이된 타구 중 뜬공의 비율을 나타내는 FB%가 리그 평균 이상인 투수를 뜬공 투수라 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 GB%가 낮은 투수들을 뜬공 투수로 분류해 버리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 팬그래프 등 세이버메트릭스 사이트에서도 투수의 기본 스탯으로 GB%는 나타내지만 FB%는 자기가 직접 FB%를 검색 스탯으로 추가하거나 밑으로 내려가서 찾아봐야 한다.
이유는 사실 플라이 볼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땅볼은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투수들이 많다. 땅볼은 장타를 잘 내주지 않고 병살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러나 저러나 무조건 홈런은 되지 않으니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 하지만 플라이 볼은 까닥 잘못하면 장타가 되거나 홈런이 되기 십상이니 이걸 일부러 유도하는 투수들은 후술할 소수의 선수들 뿐이다.
그러므로 뜬공 투수들은 대부분 뜬공을 유도한다기보다, 투구 중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다 보니 그 부산물로 뜬공 비율이 높아졌다고 해석하는 쪽이 옳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투수들이 추구하는 것은 '''삼진율'''이다. 세이버메트릭스 사이트에서 GB%가 높은 대로 투수들을 나열하고 FB% 가 높은 대로 투수들을 나열하면 FB%가 높은 투수들의 삼진율이 GB%가 높은 선수들의 삼진율보다 대체로 높은 경향을 띄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삼진을 유도하는데에 있어서 최고의 유인구가 '하이 패스트볼'이기 때문. 볼카운트가 불리한 타자에게 몸쪽 높은 속구는 사실 그 어떤 변화구보다도 유혹적인 구질이며 스윙을 하고 싶게 만든다. 몸쪽 높은 곳으로 들어오는 패스트볼은 타자의 몸에 가깝게 들어오는 만큼 타자가 체중을 실어 치기 매우 좋으며 방망이에 맞출 경우 장타나 홈런으로 연결하기 쉽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타자 정도 되면 그것을 머리로든 몸으로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스윙을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몸쪽 높은 속구는 히팅 포인트, 방망이로 공을 때려야 하는 포인트가 바깥쪽 낮은 공보다 앞에 있기 때문에 타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은 구속으로 들어오는 바깥쪽 낮은 공보다 적은 편이고 결과적으로 타자가 느끼는 체감속도는 바깥쪽 낮은 공에 비해 실제 구속은 같더라도 훨씬 빠르다.
타자에게 대처할 시간을 바깥쪽 속구에 비해 훨씬 적게 주기 때문에 타자는 재빠르게 판단을 내려야만 하고 여기에 속아넘어가서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타이밍을 못 맞춰 스윙을 하게 되면 어설픈 내야 플라이 또는 외야 플라이가 나온다. 물론 정타로 때리면 체중이 온전히 공에 실리기 때문에 이 코스보다 홈런 맞기 좋은 코스도 없지만. 어쨌든 뜬공 투수들은 대부분 탈삼진을 위해 이렇게 몸쪽 높은 속구를 승부구로 자주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투수들이 대부분이며 이 공을 타자들이 어설프게 컨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뜬공이 늘어나는 것이다.
즉, 뜬공 투수들 중 '''뜬공을 유도'''해서 뜬공 투수가 되는 경우는 생각 외로 별로 없고, 오히려 '''삼진'''을 추구하다가 그 부산물로 많은 뜬공을 유도하게 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맥스 슈어저, 저스틴 벌랜더 등. 때문에 대체로 플라이 볼러, 뜬공 투수라는 말에는 은연중에 '탈삼진형 투수'라는 말도 들어가 있다.
2.1. 인필드 플라이형 뜬공 투수
물론 예외도 있다. 이상하게 한 투수의 성적이 좋은데 땅볼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고, 탈삼진율이 쩌는 것도 아닌데 호성적을 꾸준히 거두며 몇 년 채 호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투수는 인필드 플라이형 뜬공 투수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내야 뜬공'을 자주 유도하는 투수들이 이 유형의 투수들이다.
이 유형의 투수들은 탈삼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구속이 빠르지 않은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공으로 자신있게 타자의 몸쪽을 공략한다. 보통 느린 구속으로 타자의 몸쪽 높은 곳을 제구하면 타이밍을 맞추기는 쉽지만, 이들은 공의 무브먼트 내지는 궤적이 너무 좋아서 타자들이 타이밍은 맞추는데 스윗 스팟을 못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제러드 위버처럼 투구폼의 디셉션이 너무 좋아서 타자들이 타이밍을 전혀 못 맞추는 케이스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내야 플라이로 아웃.
이런 유형의 투수들이 제러드 위버, 맷 케인, 트래비스 우드 등인데 FIP와 기존 세이버 시스템에서 나름 화제가 되는 투수들이다. 이들은 높은 IFFB%, 인필드 플라이 볼의 비율을 높이 가져가며 타자들을 제압한다.[1]
본래 이런 인필드 플라이 형 뜬공 투수들은 인필드 플라이 볼의 비율은 IFFB% 가 들쑥날쑥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운이 좋은 투수'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통계를 모아보니 IFFB%의 비율이 꾸준히 유지되는 투수들도 적지 않아 서서히 이들의 피칭을 운이 아닌 실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IFFB%의 시즌별 상관계수는 9이닝딩 홈런의 상관계수보다 높다.
3. 장점
플라이 볼은 직선타처럼 빠르지도 않고, 땅볼처럼 불규칙 바운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필연적으로 외야수들이 보고 대처할 시간이 많으며 야구의 기본기 중 기본기가 플라이 볼을 쫓아 잡아내는 것이니만큼 플라이 볼러들은 안타 수가 적다. BABIP, 인플레이시 타구의 안타가 될 확률을 보면 플라이 볼은 1할 4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리그 평균이 3할에 땅볼, 직선타는 7할이 넘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것이다. 때문에 플라이 볼이 많다면 그만큼 수비수에게 요구하는 수비 실력의 허들이 높지 않다. 내야뜬공 항목에도 나오지만, 아웃 처리 프로세스가 단순하기 때문에 돌발변수가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플라이볼 투수들은 (물론 인필드 플라이 형 뜬공 투수를 제외하면) 몸쪽 높은 공을 자주 던지는 파이어볼러들이다 보니 탈삼진율이 높다. 애초에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플라이 볼 투수라는 게 대부분 '삼진을 추구하다가 그 부산물로 높은 FB% 를 보이는' 투수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땅볼 투수들도 펠릭스 에르난데스처럼 삼진 잘 잡는 투수도 있지만, 여기서 이야기 하는 것은 전체적인 경향이다.
4. 단점
플라이 볼이 땅볼보다 안타가 될 확률이 낮긴 한데, 문제는 '''홈런이 될 확률도 높다는 점'''이다. 실례로 KBO의 대표적인 뜬공 투수인 윤성환이라던가 장원삼이 피홈런왕 랭킹 1, 2위를 다투는 경우가 다반사다(...). 라인 드라이브는 대개 상승 폭이 작기 때문에 공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 적어 홈런까지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힘을 잔뜩 실은 플라이 볼은 공중으로 높이 치솟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 길고 이런 공은 홈런이 된다. 홈런뿐만 아니라 플라이 볼이 장타가 나오는 경우는 심심찮게 있기 때문에 플라이볼 투수들은 잘 나가다 뜬금없이 홈런이나 장타를 얻어맞는 일이 잦다.
그리고 야구는 '''장타로 점수를 내고 내주는''' 게임이다. 당장 1점을 내기 위해 필요한 단타는 3~4개다. 하지만 장타는 2개, 또는 1개만으로도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주자가 쌓인 상태에서 대량으로 득점을 하게 해 주는 것도 장타이다. 사실상 플라이 볼러의 단점은 장타를 잘 내준다는 것 하나뿐이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플라이 볼러와 땅볼 투수 사이에는 밸런스가 맞춰지거나, 심지어 리그 환경에 따라 더 리스크가 큰 투구 스타일이 된다.
특히나 병살타라는 투수에게 있어서 보너스와 같은 플러스 알파적 이득을 좀 적게 본다는 것도 단점. 물론 플라이볼러라고 땅볼 못 만드는 거 아니고 오히려 적지 않은 비중의 공이 땅볼이긴 하며, 땅볼 투수라고 의도적으로 병살타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나 어찌됐든 땅볼에 비해 이미 출루해 있는 주자의 주루와 생존 여부에 위협을 못 가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오히려 타자에게 도움이 되는 진루타나 희생플라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있다.
수비 조합에서는 땅볼 투수가 내야수들의 역량에 많이 도움을 받는 반면, 플라이볼 투수는 외야수의 스피드와 낙구 판단능력을 어느정도 지원받아야 한다. 이를테면 톰 글래빈과 앤드류 존스 조합이 플라이볼 투수에게 아주 좋은 조합. 또한, 경기 현장의 날씨 변화를 땅볼 투수보다 훨씬 많이 받기 때문에 현장의 기후환경, 예를 들면 고지대에 지어놓은 경기장에 서면 다른 구장에서는 외야플라이가 될 공이 훌렁 넘어가버리거나, 펜스 구조가 이상해서 다른 구장에서는 외야플라이가 될 타구가 펜스에 맞고 인플레이가 되어 장타가 되거나. 바람이 많은 지형 혹은 비가 잦은 환경, 외야 조명 구조를 어느정도 탄다. 이럴 경우 돔경기장은 상대적으로 덜 탈수 있다. 대신 돔구장에서는 같은 기후상태의 야외 경기장보다는 비거리가 더 잘나온다.
전술한대로 플라이볼 투수는 일부를 제외하면 삼진을 노리는 피칭의 부산물 형태라서, 스트라이크 존 설정에서는 주로 높은 공의 판정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하이 패스트볼을 유인구로 잘 쓰려면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잘 받아야 더 쉽게 상대의 헛스윙 또는 플라이볼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5. 같이 보기
[1] 인필드 플라이의 경우 웬만해서는 수비들이 아웃으로 처리해 주기 때문에 세이버메트리션들 사이에서는 FIP 등을 계산할 때 인필드 플라이를 삼진으로 치고 계산해야 되지 않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걸 삼진으로 넣고 계산한 스탯이 IFF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