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리오페
"''' 제가 어떤 사람을 아주 많이 원한다면, 그 사람은 제 것이 되나요?'''"
- 룬의 아이들 윈터러 4권, '함정에 빠지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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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룬의 아이들 윈터러의 등장인물. 이름의 뜻은 '백합의 목소리'이며, 애칭은 리리.
밝은 적갈색 고수머리를 반쯤 모아 올렸으며 매끈한 이마와 시원스런 콧날을 가진 날씬하고 아름다운 소녀이다. 이름에 어울리게도 콧날 주위에 귀염성 있는 주근깨가 약간 있는데, 이 때문에 어렸을 적엔 꽤나 고민했으나 이젠 그냥 포기한 듯 보인다. 나우플리온이 주근깨를 가지고 짓궂게 놀리자, 은근히 발끈하기도 한다.
2. 작중 행적
어렸을 적엔 나우플리온을 몹시 따라서 나우플리온과 결혼하겠다고까지 말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9살 때 나우플리온이 섬을 떠났기 때문에 지금은 옛일은 많이 잊은 상태. 그래도 여전히 사이가 좋은 듯하다. 초반에는 까불거리는 개구쟁이 소녀 같은 이미지였다.
달의 섬에 도착한 보리스 진네만에게 처음으로 호감을 보인 섬사람이다. 본인 입장에서 여러 가지 잡다한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정작 보리스 본인의 입장에선 그게 부담이 꽤나 되는지라...
'산 아래의 공주'라는 별칭이 있다. 이솔렛의 별칭인 '산 위의 공주'와 대조되는 이름이다. 어째서인지 스콜리의 아이들은 리리오페의 비위를 맞추려 열심인데 이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달의 섬의 섭정 스카이볼라의 단 하나뿐인 자식이다. 즉, 섭정위를 물려받을 인물.'''
어렸을 때는 섭정의 자식들도 보통 순례자와 다름없이 자라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다할 언급을 듣지 못한 보리스는 처음엔 알지 못했다. 여러모로 이솔렛과는 상극의 위치에 있는 소녀이다. 아버지들의 대립에 이어 이솔렛과도 (보리스를 놓고) 대립하게 된다.
15세의 정화 의식 때 보리스를 자신의 약혼자로 지명한다. 옛 섭정의 원칙[1] 에 따른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그러나 실은 오래 전부터 보리스에 대해 가졌던 관심이 삐뚤어진 소유욕으로 표출된 듯하다. 또한 아버지 스카이볼라가 그녀를 오냐오냐 키워서 그런지, 섭정으로서의 '''책임감'''보다 자신의 '''권리'''를 앞서 자각했기에 아직 섭정의 위를 물려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권위만을 내세워 원하는 것을 가지려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자신의 결혼 상대로 내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던 헥토르[2] 와 보리스가 대립하기 시작한 때부터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듯하다.[3] 결국 헥토르가 보리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물러나게 되자 승자인 보리스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대륙에서 몇 번이고 보아왔던 오만한 귀족의 모습 그 자체인 듯한 리리오페의 모습을 보고 보리스는 그녀에게 '''"날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알려줄까. 날 죽인 다음, 내 시체를 가지라고."'''라는 명대사를 날린다. 이에 치욕을 느낀 리리오페는 모멸감에 그의 뺨을 때리지만, 되려 보리스에게 뺨을 맞고 쓰러진다.[4]
결국 이 사건으로 보리스는 섬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솔렛의 말에 의하면 보리스가 섬을 떠난 이후로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고 한다.[5] 아무래도 지니고 있는 연심은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보리스가 실버스컬에 참여하러 갈 때, 리리오페 혼자 자신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부분을 읽어보면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마음에 든다. 그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라는, 나름 순수한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도 처음 섬에 와 누구와도 정을 붙이지 못했던 보리스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보이는 등 전혀 마음이 없진 않았다. 나중에 보리스도 리리오페가 앓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착잡해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것이 보리스에게는 뜬금없는 일방적 통보였으며, 선의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한 독선이었다는 것.
게다가 작중 리리오페가 보여준 마음은 연심이 맞기는 하지만 마냥 상황 탓을 하기엔 어그러진 마음도 섞여 있었다. 처음에 보리스에게 관심을 가진 것부터가 '정해진 레일을 따라 걷는건 재미없다'는 이유였고, 보리스와의 관계에 대해 스카이볼라에게 허락을 받을 때도 '패배자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독백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보리스를 설득할 때 '나와 있으면 네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왜 모르지? 다른 사람은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것이야. 다시 말하지만 네겐 거부권이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말은 화나서 막 뱉은 말이기는 하지만, 성격상 빈말도 아니다. 보리스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단순한 연심 외에도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체감하고자 한다'''는 독선이 섞여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3. 평가
여러모로 윈터러의 큰 전환점을 만들었고 꽤나 까이는 인물이지만, 등장한 초반에는 그저 철없는 귀여운 아가씨의 이미지였기에 그만큼 불쌍하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나 (본인의 잘못도 있긴 했지만) 상황을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게 만든 것이 아버지인 섭정이기에 더욱 안습. 리리오페가 보리스를 약혼자로 '선언'한 시점에서, 이후 리리오페가 마음을 돌리더라도 번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언급이 있다.[6]
시간이 지나 대륙의 격동기라 언급된 3부에서 섬에 큰 소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현 검의 사제인 나우플리온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차기 검의 사제로 이솔렛을 비공식적으로나마 지명했다. 현재 섬에서 가장 검의 사제에 어울리는 사람은 이솔렛이기 때문. 애초에 검의 사제라는 직위 자체가 나이가 들어 육체가 노쇠하면 전임자가 물러나기 때문에 재임기간이 짧기도 하므로, 설령 나우플리온이 죽음에 이를 상처를 치료했더라도 그동안 쇠약해진 육체와 나우플리온 본인의 직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빠른 시기에 검의 사제 직위를 이솔렛에게 넘기려 할 것이다.
거기에 섭정 스카이볼라는 건강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언급이 작중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이에 차기 섭정으로 리리오페가 빠른 시기에 오르게 된다면 전대에 일어났던 섭정 대 검의 사제라는 갈등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리리오페 본인의 비뚤어진 방식이야 어찌됐든 이솔렛은 본인이 좋아했던 남자가 자신을 거부하게 된 1순위이기도 하며, 열등감을 불러오는 데다가, 검의 사제로서 다른 섬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게 된다.[7] 따라서 전대 섭정과 일리오스 사제의 대립 이상으로 큰 정치적, 감정적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8] 리리오페가 이솔렛을 제거하려 든다면 이미 일리오스 사제 건으로 큰 후회를 한 다른 사제들이 이 꼴을 그냥 보고 넘길 가능성이 없으니 섬이 뒤집힐 만한 소동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4. 테일즈위버에서
에피소드 3에서 재등장한다. 실연의 상처를 극복한 듯 하나, 순진한 여자애들이나 좋아하는 그런 유치한 사랑 얘기에는 관심없다고 하는 등 다소 냉소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천성이 변한 것은 아닌지 챕터 1에서는 키리온에게 관심을 보이고, 챕터 2에서 키리온이 떠나자 그에 대한 마음이 식어버렸고, 대신 조슈아에게 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이나, 리리오페를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조슈아의 화술과 그가 보여준 연극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편지와 함께 키리온의 행적이 될 만한 실마리를 이솔렛에게 보낸다.
[1] 가장 고귀한 자인 섭정이 섬에서 가장 비천한 자와 결혼하여 섬 안의 균형을 맞춘다는 법도.[2] 사촌 간이다. 달의 섬은 같은 혈연을 뜻하는 같은 지파끼리의 혼인을 지양했지만 현재는 사촌끼리의 결혼도 딱히 금지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3] 그녀는 정해져 있는 결말은 고리타분하다는 요지의 말을 한 적이 있었다.[4] 사실 리리오페 쪽은 그렇게 세게 때린 것이 아니었다. 툭 치는 정도로 끝났지만, 문제는 보리스가 이솔렛에게 품은 감정과 자신이 보리스에게 품은 소유욕을 동일시 했다는 것이다. 당시 보리스는 '''나우플리온에 대한 애정과 이솔렛에 대한 연모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이었고,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억눌러가며 이솔렛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리스의 모든 갈등과 번뇌를 단순한 '''소유욕'''으로 격하시켰으니 보리스의 인내가 한계를 넘긴 것.[5] 원래는 이솔렛이 "그애, 네가 떠난 이후 시름시름 앓는단다"라고 되어있었으나, 따지고보면 상사병 때문에 무려 1년반 넘게 앓고 있다는 말이 되므로(...) 개정판에는 "그 애, 네가 떠난 이후 시름시름 앓았어. 낫고 나서도 예전의 그 애가 아니야"라고 바뀌었다.[6] 당연한 것이, 섬 내에서 섭정은 왕이나 다름없는 최고권력자다. 그런 섭정의 딸인 리리오페는 공주에 걸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옛 섭정의 원칙'이라는 거의 사문화된 전통까지 반쯤 억지로 끌어와서 공주의 반려를 '선포'해놓고, 심지어 다수의 사제들이 반대했음에도 반강제로 밀어붙였다가 "전통을 따르려고 했는데 상대가 싫다네? 그럼 취소."라고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단순히 체면 문제가 아니라 그토록 지키려고 하는 섭정의 권위와 직결된 일이다. 더군다나 정화의식에서 리리오페에게 내린 '''소시폴리스(국가의 안녕)''' 칭호도 문제. 본래 섬에서 두 번째 이름이 지니는 의미부터도 남다른데다, 저 칭호 자체도 '''왕위계승자'''에게 주어지는 거라 왕의 대리인인 섭정마저도 쓸 수 없는 무거운 칭호다. 사실상 자신을 왕으로 놓은 셈인데 이 역시 당위성은 둘째 치더라도 결정을 번복할 수 없게 만드는 외통수다.[7] 사람들은 이솔렛과 거리를 두긴 하지만 이건 이솔렛이 불편하다기 보다는 이솔렛이 너무 박식한게(...) 문제다. 일반인이 희대의 천재를 보는데 쉽게 대할 수 있을리 없다. 그렇지만 명백하게 그녀를 존경하고, 그녀의 지식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다.[8] 리리오페 입장에서는 '''나보다 똑똑함+나보다 검도 잘씀+내가 좋아한 남자가 저 여자한테 푹 빠져서 날 거들떠도 안봄+권력 이상으로 사람들이 나보다 더 능력있다고 생각하고 존경함''' 이라는, 한마디로 뭘로 비교해도 자신보다 못한게 없는 상대다보니 당연히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