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왕
King Lear.
1. 개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작성한 희곡'''“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자가 누구란 말이냐?”'''
“Who is it that can tell me who I am?”
─Act 1, Scene 4
영국을 다스리는 리어 왕, 그가 슬하에 두던 딸들, 자기 자리에서 국왕에게 충성을 다한 신하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희곡이다. 이른바 4대 비극으로 이름을 떨치는 걸작이다.
2. 줄거리
늙은 리어 왕은 유산을 물려주기 전에 딸들에게 자신을 얼만큼 사랑하냐고 묻는다. 장녀 고네릴 공주는 아버지를 무척 사랑한다며 갖은 아부와 아양을 다 떨어서 유산의 1/3을 받는다. 차녀 리건 공주도 고네릴의 행동을 모방해서 똑같이 1/3만큼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왕의 총애를 받는 막내딸 코델리아 공주만 남았다. 그녀는 언니들의 말이 거짓말이며 아첨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자신만은 정직하게 말하기로 마음먹는다.
라고 말한다. 리어왕은 이에 크게 역정을 내며 재차 "정녕 네 뜻이 그리하다는 것이냐?"[2] 라고 묻는다.[3]"아버님을 나를 태어나게 해주셨고, 키워주셨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난 그 은혜를 당신에게 복종하고, 사랑하고 존경함으로서 되갚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내 언니들이 당신을 그리 사랑한다면 남편이 있을까요? 만약에 내가 결혼을 한다면, 내 남편은 내 사랑의 반과 함께 책임과 의무를 가져갈 것입니다. 확언하건대,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기 위하여, 언니들처럼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1]
코델리아는 그렇다고 답하고, 리어왕은 코델리아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자 배은망덕한 후레자식이라고 몰아붙이고 코델리아의 몫으로 예정된 유산을 언니들에게 각각 나눠줘버리고 코델리아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4] 그래서 구애하던 버건디[5] 공작은 유산이 없다고 떠나버리고 코델리아를 진심으로 사모하던 프랑스 왕이 데리고 갔다. - 라는 이야기를 서두로 하여 시작되는 이야기.
막내를 쫓아내버린 왕에게 직언을 하던 충신 켄트 백작은 나라에서 영원히 추방당하는 벌을 받는다. 사실상의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왕을 다시 보필하기 위해 광대로 변장을 하고는 리어 왕에게 가서 그의 시중을 드는 천인광대 카이어스로 살아간다.
또한 리어왕의 신하 중 한 사람인 글로스터 백작의 서자인 에드먼드는 충분히 능력이 있음에도 서자라는 이유로 적자보다 차별을 받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음모를 꾸며 적자인 형 에드거를 죽이려 한다. 에드거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쳐 톰이라는 가명을 쓰며 미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한다.
한편, 애초에 자신들의 코델리아의 유산에만 눈이 돌아가 있던 고네릴과 리건. 유산을 다 물려받은 고네릴과 리건은 유산을 받자마자 아버지를 점점 홀대해서 아주 살 맛이 안나게 만들고, 결국 대놓고 아버지를 비난하기 시작한다.[6] 믿었던 두 딸이 자신을 홀대하자 얼마 남지 않은 기사들과 함께 밖으로 쫒겨난 리어왕. 이에 리어왕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미쳐버리고...[7]
글로스터는 에드먼드의 음모에 휘말려 두 눈을 잃고 나서 죽고, 리어왕의 장녀와 차녀는 에드먼드를 두고 연적이 되어 싸우다가 둘 다 죽어버리고, 에드먼드는 자신의 신분을 속여가며 이를 갈던 에드거의 손에 죽는다. 그리고 코델리아는 이미 프랑스 왕가에 속했음에도 광야 속에 비참히 죽어갈 아버지를 구하기 위하여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목숨을 바쳐 전투에 참전하나, 결국 우세한 영국군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에드먼드에 의해 감옥에 갇혀 허무하게 죽어 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유해는 프랑스 왕이 오열하며 본국으로 데리고 간다.
전쟁은 끝나지만 결국 리어왕도 자신의 어리석은 결정을 후회하다 죽고 만다. 늘 그렇듯이 모든 게 끝나면 남은 사람들[9] 이 뒤를 정리해 주며 막을 내린다.
3. 등장인물
- 리어 왕
브리튼의 왕. 딸들에게 유산을 물려주고자 딸들에게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질문했다가 거짓 대답을 한 두 딸에게만 유산을 물려주고 정직하게 말한 셋째딸 코델리아를 밉게 봐서 쫓아내버린다.
- 고네릴(고너릴)
리어 왕의 첫째 딸. 위선적인 성격으로 동생 리건과 함께 아버지의 재산을 얻고자 거짓말을 한다. 나중엔 동생처럼 아버지를 폭풍우 속으로 쫓아내버린다. 글로스터 백작의 사생아 에드먼드를 사이에 두고 동생과 연적이 되었다가 동생 리건을 독살한다. 후에 자신도 자살한다.
- 리건
리어 왕의 둘째 딸. 언니처럼 위선적인 성격으로 언니와 함께 아버지의 재산을 얻고자 거짓말을 한다. 나중엔 언니처럼 아버지를 폭풍우 속으로 쫓아내버린다. 글로스터 백작의 사생아 에드먼드를 사이에 두고 언니와 연적이 된다. 언니에게 독살당해 먼저 죽는다.
- 코델리아(코딜리어)
리어 왕의 셋째 딸.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막내이자 효녀. 성격이 좋지 않은 두 언니와 달리 아버지에게 정직하게 굴었다가 밉보여서 쫓겨난다. 아버지를 위해 훗날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영국으로 오지만 영국군에게 패배해 감옥행. 이후 처형당한다.
- 알바니 공작
고네릴의 남편. 착한 성품이지만 유약하다. 고네릴의 사악함을 알고 나서야 그녀 곁을 떠나 리어 왕의 복귀에 힘쓴다.
- 콘월 공작
리건의 남편. 아내처럼 사악한 성격이다. 아내, 그리고 처형과 합세헤서 리어 왕을 내쫓는데 기여하고 이런저런 악행을 벌인다.
- 글로스터 백작
리어 왕의 신하. 적장자 에드거와 사생아 에드먼드를 두었다. 리어 왕과 비슷하게 효자인 에드거를 에드먼드 때문에 오해해서 내쫓는다. 나중에 그가 몰락한 리어 왕을 도왔다는 이유로 에드먼드와 고네릴, 리건에게 찍혀서 맹인이 되어버린다.
- 켄트 백작
리어 왕의 신하. 충신으로 리어 왕에게 코델리아 건으로 직언을 하다가 밉보여서 추방당한다. 그래도 왕을 보필하려고 광대로 변장해서 살게 된다.
- 에드거
글로스터 백작의 아들. 착하고 효심어린 성품을 지녔다. 글로스터의 정실의 장남이기에 정통 후계자지만 이복동생 에드먼드 때문에 죽을 뻔했다가 겨우 살아남는다. 그 후 거지로 살다가 나중에 만악의 근원 에드먼드를 죽이게 된다. 이후 알바니 공작과 함께 뒷수습을 맡게 된다.
- 에드먼드
글로스터 백작의 사생아. 능력은 있으나 사생아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자[10] 열등감을 품고 나중에 형 에드거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나 실패한다. 이 음모에 당할 뻔한 에드거는 도망쳐 거지로 살게 된다. 에드먼드는 이후 리어 왕의 딸들인 고네릴, 리건과 양다리를 걸치는 내연 관계가 된다. 그러나 고네릴과 리건이 먼저 죽고, 에드먼드도 형 에드거에게 처리당한다.
- 오스왈드
고네릴의 집사. 고네릴을 충실히 따르기에 주인처럼 악역이다.
- 광대
리어 왕이 데리고 다니는 궁정 광대. 리어 왕이 몰락한 후에도 그의 곁을 지킨다.
- 프랑스 왕
코델리아의 남편. 코델리아가 죽은 후 와서 슬퍼하며 코넬리아의 시신을 수습해 본국으로 데려간다.
- 버건디 공작
코델리아의 구혼자. 속물적인 심보로 코델리아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버건디 공작은 코델리아가 리어 왕에게 영토도 못 받고 쫓겨나자 미련 없이 그녀를 포기한다.
- 큐란
글로스터의 하인
- 노인
글로스터의 소작인
- 전령, 대장, 장교, 기사, 신사, 시종, 하인 및 사자들
4. 상세
셰익스피어의 다른 4대 비극이 인간적인 갈등관계에서 몰락이 오고 있다면, 리어왕은 매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극의 중심에는 리어왕과 그 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들 이상으로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군상극과 같은 양상을 띈다.
또 몇몇 인물의 갈등을 중심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본작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다층적인 갈등관계를 맺으며 극의 배경 또한 여러 영지를 오고가기 때문에, 매우 스케일이 크고 위에서처럼 권선징악도 확실한 장엄한 이야기가 되었다.
사실 햄릿과 함께 막장 드라마라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중세 시대에서 귀족들의 암투에 비하면 이 정도는 상당히 양반에 속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말이 독자들에게 드러났기 때문. 따라서 당시에 혼란하던 정세를 알 수 없던 대중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또한 영문학에 정통한 셰익스피어의 필력으로 손꼽히는 명작이 되었다. 다만 선한 자들이 전부 다 사망하고 그나마 에드거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에 분노하여 결말을 멋대로 고친 수많은 극본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원본은 거의 공연이 안되고 개작본들만 무대에 올라야 했던 흑역사도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감독이 '란'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딸이 아니라 아들이긴 하지만, 물론 결말은 동일하다. 이쪽도 엄청난 대작 영화.
2018년에는 현대를 배경으로한 킹 리어라는 영화도 나왔다.
참고로 셰익스피어 이전에 널리 공연된 Leir of Britain(원전이라 할수 있다)에선 '''코델리아가 죽지 않으며 리어 왕이 왕위를 되찾은뒤 코델리아에게 왕국을 물려준다''' 이는 리어왕 이야기의 근간이 된 12세기작 '브리타니아 열왕사'에 근거한 것으로, 열왕사를 만든 몬머스의 제프리에 의하면, 레이르(Leir)왕이 세 명중 두딸에게만 땅을 물려주었다가 괄시를 받은 것까지는 세익스피어작 리어왕과 이야기가 유사하나, 열왕사 속의 레이르왕은 잉글랜드에서 도망쳐 프랑크족에 시집간 코델리아에게 몸을 의탁하게 되고 코델리아의 남편이던 프랑크족의 왕으로부터 군대를 지원받고 프랑크족은 레이르왕을 복권시키기 위하여 잉글랜드로 쳐들어간다. 그 전투에서 고넬리와 리건의 군대는 프랑크족의 군대에 처절히 발리고 고네릴와 리건, 그리고 그들의 남편까지 전부 사망한다. 이후 다시 왕위자리를 되찾은 레이르왕은 3년간 나라를 통치하다가 사망하고 코델리아는 레이르왕의 뒤를 이어 나라를 통치한다.
하지만 5년후 코델리아의 조카들, 즉, 고네릴의 아들인 '마르가누스'와 리건의 아들인 '쿠네다기우스'는 군대를 이끌어 코델리아를 공격하고, 전투에서 패하여 감옥에 갇힌 코델리아는 비통하게 자결한다. 이후 마르가누스와 쿠네다기우스는 브리튼 왕위계승권을 놓고 내전을 치르고 결국 쿠네다기우스가 최종 승리자가 된다. 이후 리건의 자손인 쿠네다기우스는 수 대에 걸쳐 브리튼을 지배한다.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은 이를 적절히 각색한 것이다.
5. 1의 등장인물
리어 왕. 말 그대로 잉글랜드를 통치한 지배자.
재위기간 동안에는 누구도 그에게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으나, 은퇴를 결심한 이후 그 즉시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딸자식 복 없는 사람. 자신의 첫째와 둘째 딸을 너무 믿은 것이 죄인 인물이다.
셰익스피어의 주인공들은 타인의 악덕이나 내부의 갈등으로 몰락한다. 그러나 리어왕은 자신의 실책이 있었다 하더라도, 정치적, 사회적인 차원에서 학대당하여 몰락한다. 작품은 왕이기에 앞서 인간이었던 한 늙은이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집중한다.
햄릿이나 오셀로가 인간 관계에서 온 비극으로 죽었다면 그의 죽음은 성격이 다르다. 맥베스 또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다 죽고 말지만(왕이 된다는 목적) 그는 어디까지나 부와 명예에 대한 욕구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다. 리어왕은 오히려 부와 명예에 대한 집착이 적다. 다만 그는 혈육의 정과 안락한 노후를 요구할 뿐이다. 그러나 그는 왕이었고 권력 투쟁의 한 복판에 있다는 걸 간과했다. 그는 모든 권력과 재화를 포기하고 편안한 삶을 원하였지만 결국 광야를 헤매다 비통한 죽음을 맞는다.
작중에서 그와 정말 유사한 캐릭터인 글로스터 백작이 등장한다. 켄트 백작처럼 리어왕에게 충신인 글로스터 백작은 세 딸 대신 두 아들을 뒀지만 사악한 자식에게 속아 자신에게 효심을 다하는 자식을 내치고,[11] 그리고 그 사악한 자식에게 배반당해 자신도 비참하게 몰락하는 등 두 인물은 매우 비슷한 행보를 밟는다. 해석에서도 리어 왕의 이야기를 주된 플롯으로 보고 글로스터 백작 일가의 이야기를 부 플롯으로 간주하는 해석들이 있다.
[1] Good my lord, you have begot me, bred me, loved me: I return those duties back as are right fit, obey you, love you, and most honour you. Why have my sisters husbands, if they say they love you all? Haply, when I shall wed, that lord whose hand must take my plight shall carry half my love with him, half my care and duty: Sure, I shall never marry like my sisters, to love my father all.[2] Doth your heart goes with this?[3] 리어 왕은 이미 이전에 자신의 딸에게 결혼하는 귀족에게 땅을 주겠다고 명시했다. 즉 리어 왕이 왕으로서 공주들에게 내린 마지막 명령은 결혼하는 것이었다. 즉 이 질문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것을 묻는 것이다. 즉 "너는 정말로 결혼하라는 내 명령을 어길 것이냐"라는 확인 사살이었던 것.[4] 이는 절대적인 왕권에 대한 도전의 처벌이었던 것. 하지만 코델리아의 정직하고 꾸밈 없는 성격을 모를 리도 없었을텐데 이상하리만치 큰 벌을 내렸기에 이 부분이 왕이 노망났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리어왕이 코델리아가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흐른 탓도 크다.[5] 부르고뉴를 영어식으로 부른 명칭이다.[6] 처음엔 잘 대해줬으나 조금씩 홀대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거느리는 기사 수가 많아 뒷정리가 힘드니 기사 수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나중엔 기사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하는 식으로.[7] 이때 비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울부짖으며 외치는 광기 어린 대사는 말 그대로 정신 나간 이라 치부하기 어려운 자식 잘못 키운 후회와 비탄으로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덧붙여 이러한 상황에서도 왕의 곁에서 첨언하는 광대 또한 잘 생각 해보면 광대로서 대단히 충실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8] 전통적인 선역과는 좀 다른 캐릭터이긴하다. 이 남자는 결투에서 에드먼드를 이기고 거지생활을 견딜 체력도 지니고 있으며 아동용 각색본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성인판에서는 아버지의 결말에 대해 굉장히 중립적으로 가치판단을 한다. 에드먼드의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는 너를 낳으신 비도덕한 잠자리로 두 눈을 잃으셨다.'는 발언을 한다. 물론 엄연히 그 잠자리로 인한 제 1의 선의의 피해자는 에드거이지만 고전적 선역과 다른 엄격하고 중립적 평가이다.[9] 올버니 공작과 에드거[8] , 켄트 백작. 에드거는 두말할 것 없는 선인, 켄트는 마지막까지 남은 리어의 충신이었으며 올버니는 고네릴의 남편이긴 했지만 아내의 행동을 옳지 않게 여기는 그나마 상식인이었다. 이에 반해 리건의 남편인 콘월 공작은 리건과 다를 바 없는 악인이었다.[10] 사생아는 후계자가 될 수 없다.[11] 착하고 효심 깊지만 아버지들에게 내쳐졋던 자식들(코델리아, 에드거)이 돌아와 아버지를 몰락시킨 사악한 자식들(고네릴, 리건, 에드먼드)과 대립하는 것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