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영화)
1. 소개
구로사와 아키라의 1985년작 일본, 프랑스 영화.[1]
구로사와의 27번째 영화이자 '''그의 마지막 시대극 영화'''이다.
2. 줄거리
때는 일본 센고쿠 시대. 3개의 성을 소유한[2] 이치몬지 가문의 당주인 이치몬지 히데토라는 사냥을 나갔다가 뜬금없이 가족과 손님들 앞에서 "하나의 화살은 쉽게 부러지지만, 세개의 화살은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너희들도 이 화살처럼 서로 도우면서 이치몬지 가문을 발전시켜 나가라."라면서 가독을 첫째에게 상속하고 자신이 소유한 성과 영지를 3등분해서 아들 삼형제에게 준다는 깜짝 발표를 한다.
그러나 가식과 아부를 하지 않는 솔직하고 강직한 성격이지만 효심이 깊은 막내아들 사부로는 아버지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아버님은 노망 드신것 같다. 아들들이 서로 돕고 살리가 없다. 끔찍한 혈전만 벌어질 뿐이다."라고 솔직한 충고를 던진다. 손님과 신하들 앞에서 자식에게 망신을 당하자 이에 분노한 히데토라는, 막내 사부로는 물론이고 그와 같은 진심어린 충언을 올린 가신 히라야마 탄고까지 함께 추방 해 버린다. 마침 손님으로 곁에서 일련의 상황을 쭉 지켜본 이웃 영주 후지마키는 정직한 막내 사부로의 인품을 높이 사며 마음에 들어하고 자신의 사위로 삼으며 성으로 데려간다.
이후는 원작의 내용을 따라가게 된다. 상속을 받을 때는 온갖 입에 발린 말로 아첨을 떨던 첫째 아들인 타로와 둘째 아들인 지로는 정작 성을 물려받은 후 태도가 돌변하여 아버지를 매몰차게 대하게 되는데 그 배후에는 사실 타로의 부인인 카에데가 있었다. 카에데는 본래 히데토라와 싸우던 또 다른 영주의 딸이었는데 히데토라가 상대 영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타로와 카에데를 결혼시킨 후, 상대 영주가 방심한 틈을 타서 쳐들어가서 카에데의 일족을 몰살시킨 것이다. 카에데는 일가족을 모두 잃은 원한으로 남편을 충동질해 원수인 히데토라를 죽이려고 한 것.[3] 카에데는 타로를 계속해서 부추겨 아버지를 껄끄럽게 여기도록 만든다.
비록 가문을 물려주고 은퇴했다지만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던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은 타로는 "내가 영주이니 아버지도 내 말대로 따라달라."며 히데토라에게 서약서와 혈장을 요구한다. 이에 히데토라는 격노하여 둘째 지로의 성을 찾아가지만, 지로마저도 타로의 명령을 핑계대면서 히데토라의 가신들을 모조리 내친다. 히데토라는 새나 짐승만이 홀로 다닐 뿐이라고 격노하여 지로의 성도 박차고 나간다. 결국 히데토라는 세번째 성으로 가게 되지만 아버지를 내버려두면 사단이 날 것이라 생각한 타로와 지로는 군대를 이끌고 '''아버지가 머무는 성을 공격하고 만다.'''[4] 아들들의 배신으로 성이 불타버리고 애첩들은 자결했으며 자신을 따라주던 충성스런 가신들마저 몰살당한 히데토라는 결국 완전히 미쳐버린 채로 황야를 방황하는 처참한 말로를 겪는다. 그런 히데토라를 최후까지 따라준 사람은 늘 그의 곁에서 풍자섞인 말로 짓궂은 재롱을 떨었던 광대 교아미 뿐.
그나마 유일하게 아버지를 생각하던 셋째 사부로는 아버지가 형들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소문을 듣자 장인으로부터 군대를 빌려서 히데토라를 구하러 오게 된다. 그러나 결국 삼형제는 처음에 사부로가 예견했듯이 서로 싸우다 하나씩 죽어나가고 이치몬지 가문은 멸망하게 된다. 영토와 가신들, 그리고 혈육들까지 모두 잃어버린 늙은 히데토라는 죽은 사부로의 시신을 끌어안고 비통하게 절규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로도 이치몬지 가문의 골육상쟁을 틈타서 쳐들어온 이웃 영주 아야베의 공격에 멸망하고 만다.
시작은 삼형제의 쟁패 이야기일 것 같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타로의 부인 카에데의 비중이 상당히 커지며 결말에 이르면 카에데가 원한 복수는 단순히 히데토라를 죽이고 가문의 안주인으로 성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치몬지 가문 전체를 멸망시키는 것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타로와 지로는 혼자서 모든 걸 독차지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그녀의 계획을 마지막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 원작보다 더욱 잔혹하고 니힐리즘적인 태도에 입각해서 인간성의 어두운 부분과 허무주의를 표현하고 있다. 카에데는 결국 이치몬지 가문을 멸망시키겠다는 뜻을 이룬 후 자신도 가신들의 손에 살해당하고 만다. 영화의 엔딩에서도 이런 허무주의를 표현하고 있는데 지로의 부인 스에가 눈먼 자신의 동생 츠루마루와 도망치다 카에데가 보낸 자객들에게 살해당하고 츠루마루는 절벽에서 아버지의 폐허가 된 성을 지켜보다 그만 스에가 불당에 모셔놓았던 불화를 떨어뜨리고 마는걸로 영화가 끝난다. 불화를 놓치고 절벽밑으로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부처의 자비조차도 이 세상에 닿지 못한다는 극도의 니힐리즘을 의미하려 한걸로 보인다.
3. 등장인물
- 이치몬지 히데토라: 배우는 나카다이 타츠야. 본작의 주인공이자 원작의 리어왕 포지션. 17살 때부터 정복활동을 하여 세개의 성을 거느린 영주가 되었으나 70이 넘자 자신이 노쇠하였음을 느끼고 아들들에게 영토를 물려준다. 하지만 가장 총애하던 아들 사부로가 불손한 태도로 결국 형제들끼리 죽이고 죽일 것이라고 쓴소리를 하자 노하여 사부로와, 사부로의 편을 든 가신 탄고를 추방한다. 영주의 칭호와 지위는 유지하기로 하였으나 히데토라에게 일가족이 몰살당해 원한을 품고 있는 맏며느리 카에데가 타로를 부추겨 박대를 받게 한다. 결국 타로에게 충성하지 않으면 벌을 받겠다는 서약서를 쓸 것을 강요받자 노하여 지로의 성으로 가지만 지로 역시 타로의 명령을 핑계대어 아버지를 박대한다. 히데토라가 지로의 성에서도 나오자 타로는 영지에 명령을 내려 아버지를 추방자로 선포하고 도우면 처형하겠다고 명령하여 히데토라를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사부로의 성이었던 세번째 성에 기거하나 가신들의 배신으로 지로와 타로의 공격을 받아 자신을 모시던 무사들은 몰살당하고 애첩들은 자결하는 꼴을 보고 만다. 이후 광인이 되어 광야에서 배회하고 자신이 죽인 영주의 아들 츠루마루를 보고 더욱 미치고 말지만 마지막에 사부로와 재회하고 좀 제정신을 차리는가... 싶었는데 사부로가 지로가 보낸 조총병들에게 저격당해 죽자 충격을 받아 사망한다.
- 이치몬지 타로: 배우는 테라오 아키라. 히데토라의 장남이자 후계자로 원작의 고네릴 공주 포지션. 히데토라의 첫번째 성을 상속받았으며 히데토라가 영지를 물려주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아버지가 백세까지 사시도록 기도하겠다고 하면서 이를 짐짓 사양하지만 히데토라의 강권으로 물려받는다. 이후 카에데의 부추김으로 점차 아버지를 핍박하고 아버지에게 충성 서약서를 강요하는 모욕을 준다. 나중에 지로와 힘을 합쳐 세번째 성으로 피신한 아버지를 끝장내려 하지만 지로를 영주로 옹립하려는 지로의 가신 쿠로가네가 쏜 총에 목숨을 잃는다.
- 이치몬지 지로: 배우는 네즈 진파치. 히데토라의 차남이자 두번째 성의 상속인으로 원작의 리건 공주의 포지션. 대단한 야심가로 묘사되며 히데토라가 타로의 성에서 나와 자신의 성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타로를 몰아내고 자신이 영주가 되려는 음모를 꾸민다. 타로와 손잡고 아버지를 몰락시킨 다음에 타로까지 죽자 타로의 미망인 카에데를 찾아가서 타로의 죽음을 알린다. 하지만 여간내기가 아닌 카에데가 타로의 죽음을 추궁하고 자신이 입을 닫아 영지에 평화가 오는 대가로 자신을 취할 것을 요구하자 카에데게 홀딱 빠져 가신들을 등한시하고 카에데의 말만 듣게 된다. 이후 카에데의 부추김으로 첫 아내 스에를 죽일 것을 명령하고 사부로가 아버지를 찾으러 오자 전쟁을 일으키는 위험을 부담해서는 안된다는 쿠로가네 등의 충고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부로를 공격하지만 아야베의 공격으로 몰락한다. 죽는 장면이 나오진 않았으나 이미 성루까지 밀린 상태였으니 할복했을 듯.
- 이치몬지 사부로 : 배우는 류 다이스케. 히데토라의 삼남이자 형제 중 막내로 히데토라가 가장 총애하는 아들이다. 원작의 코델리아 공주의 포지션. 히데토라의 숙적이었던 이웃 영주인 아야베와 후지마키와의 회담 자리에서 그 둘을 '아버지에게 잡아먹히려온 토끼들'로 비유하는 등 얼핏 보면 오만불손한 행동을 보여 형들에게 꾸짖음을 받지만, 회담 도중 잠에 든 아버지[5] 의 곁에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꽂아두어 그늘을 만들어주는 등 속이 깊은 효자이다. 자신의 성들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뒤로 물러나 여생을 즐기겠다는 히데토라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답지 않다며 직설적인 말을 하다가[6] 분노한 히데토라에 의해 쫓겨난다. 그렇지만 이러한 강직한 모습을 눈여겨본 후지마키에게 사위로 들어가게 되며 사부로가 후지마키에게로 갔다는 것이 알려지자 그의 휘하에 있던 장수와 병사들이 모두 사부로를 따라간 것을 보면 인망도 상당한 듯 하다. 후에 후지마키와 함께 지로를 치면서 폐인이 된 아버지를 구출하나, 부자상봉의 기쁨도 잠시 지로의 명으로 매복하고 있었던 조총대의 저격으로 숨지고 만다.
- 히랴아마 탄고: 배우는 유이 마사유키. 원작의 켄트 백작 포지션. 강직한 충신으로 사부로를 내치려는 히데토라에게 충언하다가 같이 내쫓기고 이후 걸인으로 변장하여 히데토라를 곁에서 모신다. 주군을 배신한 오구라를 단신으로 죽인 것을 보면 개인의 무용도 보통이 아닌 듯.
- 쿠로가네: 배우는 이가와 히사시. 지로의 가신. 지로를 영주로 옹립하기 위해 타로를 조총으로 암살할 정도의 과단성이 있고 유능한 인물이지만 스에를 죽이라는 카에데의 요구를 거절하는 등 선은 지키는 인물이다. 카에데가 스에의 목을 가져오라고 요구하자 여우상의 목을 가져온 다음에 여우가 도술을 부려서 사람을 놀린 모양이라고 능청스럽게 대답한 후에 주나라를 멸망시킨 요망한 꼬리 백개 달린 백여우가 이 근방에 산다고 들었으니 주군께서도 조심하셔야 할 것이라고 카에데의 면전에서 카에데를 백여우라고 깐다. 이에 카에데는 지로에게 당신은 말끝마다 쿠로가네밖에 모르냐면서 지로를 구박하고 카에데의 꼬임을 받은 지로는 쿠로가네의 충언을 무시하고 사부로를 공격한다. 결국 사부로를 공격하다 아야베의 뒤통수를 맞고 이치몬지 가문이 멸족의 위기에 처하자 사실 자신은 이치몬지의 멸족을 보기 위해 행동해왔다고 소리지르는 카에데의 목을 가차없이 베어버리고 지로에게 자결을 준비하라고 소리친 다음에 전장으로 나간다.
- 카에데: 배우는 하라다 미에코. 타로의 아내. 히데토라가 멸망시킨 일족의 살아남은 딸로 이치몬지 일족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처음에는 타로를, 타로가 죽은 다음에는 지로를 부추겨서 이치몬지 일족의 멸망을 도모한다. 결국 쿠로가네에게 목숨을 잃는다.
- 교아미 : 배우는 이케하타 신노스케.[7] 원작에서 어릿광대의 포지션. 실없는 언행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광대지만 속으로는 날카로운 본심을 숨기고 있다. 광인이 되어버린 히데토라를 어리석다고 욕하고 놀리면서도 그를 보살피며 충성을 다하는 츤데레.
- 후지마키: 배우는 우에키 히토시. 원작의 프랑스 국왕 포지션. 과거 이치몬지 가문의 적이었으나 히데토라와 화평을 맺는다. 사부로를 사위로 들이기 위해 이치몬지 영지를 찾아왔는데 사부로가 영지 없이 쫓겨났음에도 사부로의 기백을 마음에 들어 하며 사위로 들였고 든든한 원군이 된다.
- 아야베: 배우는 타자키 준. 과거 이치몬지 가문과 자웅을 겨루던 적들 중 하나. 히데토라의 말년에 화평을 맺고 우호 관계를 도모하지만 후지마키와 달리 사부로가 영지 없이 쫓겨나자 사부로를 외면하고 떠난다. 이후 최종 보스로 등장해서 사부로를 죽이는데 정신이 팔린 지로의 성을 공격해 이치몬지 일족을 멸망시킨다.
- 스에: 배우는 미야자키 요시코. 지로의 아내이자 히데토라가 몰살시킨 가문의 생존자. 히데토라에게 일족이 몰살당했으나 원망하지 않고 절에서 기도하면서 지낸다. 하지만 카에데가 지로를 유혹하게 되면서 소박을 맞게 되는데 카에데는 스에를 단순히 쫓아내는 것으론 부족하고 완전히 죽일 것을 요구한다. 스에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던 쿠로가네는 명령을 거부하고 스에의 목 대신에 여우상의 목을 가져오면서 여우같은 카에데에게 홀리지 말 것을 지로에게 충언하지만 카에데가 끝내 병사들을 보내 스에의 목을 잘라버린다.
- 츠루마루: 배우는 노무라 만사이. 스에의 남동생. 스에의 일족이 몰살당할 때 어린아이였다는 이유로 목숨은 건졌으나 눈알이 뽑혀 맹인이 된다. 이후 허름한 집에서 살다가 광인이 된 히데토라와 만난다. 정황상 누나 스에의 도움으로 살고 있었던 듯. 카에데의 사주로 스에가 목숨이 위험해지자 쿠로가네의 귀뜸으로 스에와 함께 도망길에 오르지만 자신의 피리 없이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결국 스에가 피리를 가지러 가게 되는데 스에는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지만 카에데가 보낸 병사들에게 참수된다. 이후 츠루마루만 자신의 아버지의 성의 폐허 위에서 홀로 선 광경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때 누나가 불당에 모셨던 불화를 놓쳐서 절벽밑으로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는 부처의 자비조차 미치지 못하는 허무한 인간세상을 의미한다. 원작의 에드거 포지션이지만, 원작에서는 에드거는 아버지의 영지를 돌려받고 잘 먹고 잘 살지만 여기선 그런 것 없이 눈먼 거지로 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 오구라: 배우는 마츠이 노리오. 히데토라의 가신. 타로의 명령을 받아 세번째 성을 접수하였고 히데토라가 세번째 성으로 오자 히데토라를 배반하고 타로와 지로에게 붙어 히데토라를 몰락시킨다. 하지만 지로는 주인을 배신한 가신 따위 거둘 생각이 없다고 그를 추방했고 탄고에게 주인을 배신한 대가로 살해당한다.
4. 수상
'''제58회 아카데미 시상식 의상상 수상작'''.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 후보작.
와다 에미의 독특한 미술 / 의상 디자인으로 각종 상을 휩쓸었는데[8] 영화 중 히데토라의 문장인 해와 달 문양은 감독의 이름인 아키라 감독의 明이라는 글자를 날 일자와 달 월자로 쪼개어 디자인한 것이라고. 전체적인 색채 배분 면에서도 매우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9]
5. 여담
- 맥베스를 일본식으로 각색한 영화 "거미집의 성"에 이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일본식으로 각색한 영화인데 리어왕에서는 세 딸내미가 등장한다면 란은 그것을 성주와 그의 세 아들로 바꾸었다. 아들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저 유명한 모리 모토나리의 세 개의 화살 드립도 이 영화에 영향을 준것 같다.
- 이 당시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영화로 꼽히는데 당시 거액인 1200만 달러나 들여 만들었다. 엄청난 스케일로 관객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한 카게무샤를 두고[10] 이 영화를 위한 예행연습격 영화 취급했으니 애초에 구로사와 아키라를 돈만 많이 드는 골칫덩어리 거장 취급하던 일본에서는 스폰서를 구할 수 없어서 프랑스에서 투자한 돈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웃기는 건 이래놓고 나중에 프랑스 국적 영화로 해외 영화제에 출품되자 "일본적인 영화를 왜 프랑스 영화로 하느냐" 라며 골때리는 불만을 보이던 일본 영화계 인사들이 있었다는 거다. 구로사와도 열받아서 그리도 애국 타령하는 인사들이 제작 당시에는 왜 자신을 외면했냐고 엄청 화냈기에 나중에 한국영화 월간지 로드쇼와 인터뷰에서 이 사연을 불쾌하게 이야기했다.
- 세간에 대작이라는 평을 받은 것과 달리 상복은 별로 없었는데, 칸 영화제 출품에 늦었고, 제 1회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 초연하려고 했으나 감독이 거절했다. 그 때문에 일본 영화계의 반발 때문인지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출품되지 못했다.[11] 세르쥬 실베르만이 프랑스 작품으로 출품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 시드니 루멧 감독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최우수 감독상 후보에 오르도록 캠페인을 벌이고[12] 결국 후보에 올랐다.[13] 그리고 최우수 미술상, 최우수 촬영상, 최우수 의상상이 후보에 올라 의상을 맡은 와다 에미가 최우수 의상상을 탔다.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오피셜 스토리>가 수상하면서 수상은 실패했다.
- 특이하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에 노미네이트 되지 않고, 최우수 미술상과 최우수 음악상, 제작자 하라 마사토가 특별상을 수상, 최우수 촬영상, 최우수 조명상, 최우수 음향상, 최우수 남우조연상(우에키 히토시)이 후보에 그쳤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과 분장상을 수상했고, 최우수 촬영상, 최우수 의상상, 최우수 미술상, 최우수 각색상이 후보에 올랐다.
- 이외에 대작인 만큼 여러 기괴한 에피소드가 많다. 스케일을 살리기 위해 국보인 히메지 성에서 촬영했는데, 히데토라가 망루에서 몸을 내밀어 자신의 광대인 교아미를 죽이려 한 타로의 가신을 활로 쏘아 죽이는 장면에서 국보니까 바닥에 피를 흘릴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당시의 원시적 그래픽으로 수백만엔을 들여 피를 광학 합성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공이 들어간 장면은 다른 장면이 아니고 첫째 타로가 창 밖을 내다보며 권력욕에 취하는 장면인데, 밖을 내다보는 단순한 테이크에 감독이 만족하지 않아서 그 한 장면 촬영에만 6개월이 걸렸다고. 게다가 실제 감독이 ok를 내린 테이크에서는 창 밖의 산에 등산객이 찍히는 바람에 그래픽 담당은 고민 끝에 감독에게는 비밀로 다시 수백만엔을 들여 그 부분을 합성해 없앴다고. 또, 아들들이 히데토라의 성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그 성채는 실제 성채를 지어서 찍으면서 불태운 것이다. 말 그대로 단 한번밖에 찍을 수 없는 장면이었고, 히데토라가 미쳐서 걸어나오는 장면은 실제 불타는 건물 안에서 걸어나오는 것.[14] 당시 한 유명 프랑스 영화 평론가는 이 장면에 감탄하여 일본으로 와서 이 촬영현장을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 리어왕을 각색해서 만들었지만 원안 단계에서는 구로사와 감독이 실제 당한 통수 스토리를 영화적으로 표현한 것이어서[15] 누가 누군지 해당 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 정도로 사감이 가득하고 엉망진창의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후 대폭 수정을 거쳐서 걸작으로 돌변(...)
- 음악은 저명한 일본의 현대 음악가 다케미쓰 도루가 맡았지만, 구로사와가 편집과정에서 타케미츠의 의사도 묻지 않고 맘대로 음악까지 뜯어고치려 들자 빡친 타케미츠가 이제 당신이랑 작업할 일은 없습니다라고 열을 내면서 편집실을 뛰쳐나왔다고 한다. 어찌어찌 강판은 안하고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결국 타케미츠가 공언한대로 이후로 구로사와 영화에 참여하지 않았다.사실 이 문제뿐만 아니라 구로사와는 음악을 연주할 오케스트라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원했는데 타케미츠는 런던 심포니는 너무 영화 음악을 많이 해서 점점 거칠어진다면서 다른 오케스트라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결국 삿포로 오케스트라가 작업을 하게 되었다. 구로사와는 내 일생일대의 대작 영화인데 듣보잡 오케스트라가 한다니!라고 매우 불쾌해했으나, 실제 삿포로 심포니가 연주하는 것을 들은 구로사와는 감동해서 작업을 마친후에 지휘대에 올라서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 전투 장면 등에서 스케일이 큰 편인데 약 10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했고 역동적인 걸로 유명한 기마대의 전투신에 쓰인 말들은 50마리인데 보통 렌탈해서 쓰는것과는 달리 촬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냥 사다가 길들여서 쓰자라고 해서 미국에서 50마리를 사다가 길들인 뒤에 촬영했다고 한다. 이 말들은 촬영이 끝난후 다시 매각했다고 한다.
- 흥행 수익은 16억엔인데 스케일 큰 거장의 대작이라서인지 그해 일본영화 흥행수익 3위를 기록했다. 제작비가 약 1100만 달러라 흥행 성공의 기준인 손익분기점은 극장과의 부율 정산 등을 고려해 일반적으로 제작비의 2배 이상이어야 흥행에 성공한 것이지만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이전까진 미리 위와 같은 과정을 다 계산한 이후의 수익인 배급수입을 처음부터 공개하는데 이 작품의 배급수익은 제작비보다 훨씬 여유 있게 벌어들인 16억엔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1] 실제 프랑스 영화로 여러 영화제 등에 출품되기도 하였다.[2] 영화상에서 이 3개의 성의 로케지는 국보인 히메지 성이 제1성, 구마모토 성이 제2성이고 이치몬지가 은퇴하여 은둔했다가 두 아들네미에게 공격당한 성은 가상의 세트로 폼나게 지어져서 불태우면서 찍었다. 그리고 나고야성이 막내인 사부로를 사위로 삼은 이웃 영주의 성이라는 설정이었다. 구마모토는 큐슈 서쪽이고 효고현은 오사카 바로 옆이니 관서 지역 거의 대부분, 열도의 3분의 1 이상을 혼자 거머쥔 거진 오다 노부나가급 대영주인셈.[3] 여담으로 둘째 아들인 지로의 부인 스에 또한 히데토라에 의해 가족을 잃었다. 그러나 이쪽은 성격이 온화하고 불심이 깊어 카에데와 달리 히데토라를 이미 용서한 상태이다.[4] 조금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다테 마사무네가 '''인질범과 인질로 잡힌 아버지까지 쏴죽인''' 일이 있고 사이토 도산의 아들 사이토 요시타츠 역시 아버지를 직접 공격해 죽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가독을 물려준 뒤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그것에 불만을 품은 아들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매우 흔했다.[5] 예전에는 여러날에 걸쳐 적군을 물리치고도 지치지 않던 히데토라가 멧돼지 사냥 한번 했다고 잠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노쇠함을 보여준다.[6] 이 때 이 세상은 의리도 정도 없다며 피도 눈물도 없이 살아온 아버지를 배운 자식들을 믿어선 안된다는 말을 한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정확히 예측한 것.[7] 영화 스텝롤에는 '피터'라는 이름으로 올라와있다. 커밍아웃한 게이로 '피터'는 게이로의 페르소나지만 최근 '피터'명의에서 졸업을 선언했다. 가수, 배우로 활동했으며 성우로도 활동중이다.[8] 198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영화로서는 드물게 '''의상상'''을 수상했다.[9] 대충 이런 색채 활용 비주얼은 21세기에 나온 영화에 비유하자면 장예모의 영웅 정도가 있겠다.[10] 제작비도 엄청났거니와 조지 루카스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라는 헐리우드의 최고 명감독 둘을 프로듀서로 두고 만든 영화이기까지 하다.[11] 대신 이토 슌야의 <꽃 한 닢>이 출품됐다.[12] 보통 아카데미 시상식은 비영어권 영화를 외국어 영화상만 준다고 아는 이들도 있는데 아니다. 이미 무려 1954년 아카데미 최우수 의상상만 해도 일본 영화 <지옥문>이 받았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몇몇 분야에서 해외 영화에게도 줬었다.1963년에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감독한 이탈리아 영화 <8½>이 의상상을 받았으며 잉마르 베리만 감독이 연출한 스웨덴 영화 <퍼니와 알렉산더>가 1983년에 의상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의상상은 여러 나라에 준다. 그밖에 수상은 적어도 감독상이나 여러 분야에서도 외국 영화도 많이 후보에 오른다. 1965년 일본 감독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이 <모래의 여자>란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서 여러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13] 수상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시드니 폴락 감독.[14] 게다가 불태우면서 화살도 직접 날아오기까지 한다. 자칫 잘못하면 나카다이 타츠야가 다칠수도 있었을것 같은 지경. 그런 와중에 미쳐가는 이치몬지를 연기한 나카다이의 연기력이 후덜덜하다고 할수밖에.[15] 이치몬지 가문의 문장부터가 본인 이름의 明자를 본따 만든 해와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