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어미)
1. 개요
한국어에서 가정을 할 때 쓰는 어미.
2. 결합형
'ㄹ' 밖의 받침이 오면 매개모음이 있는 '-으면'이 된다. 매개모음 '-으-'의 규칙은 매개모음 참조.
주로 종결형 어미 '-다'를 떼고 그 자리에 '-면'을 붙이지만(운동하다→운동하면), 명사이면 조사 '이다'가 '이면'으로 바뀌기도 하지만(받침이 없을 땐 구어에서 '이-'를 생략할 수 있다), '-다고 하면'의 준말로서 '-다'를 떼지 않고 붙일 수도 있고, 명사+'이다'이거나 '아니다'이면 '-다'가 '-라'로 바뀐다(먹는다→먹는다면, 세다→세다면, 아니다→아니라면, 떡이다→떡이라면). 그래서 '(동사 어간)면/ㄴ다면/(명사+이-/아니-)라면' 꼴을 많이 볼 수 있다.
3. 형태소 결합
3.1. -(으)면 vs -다면
교착어인 한국어의 특성상, 형태소가 더 붙는 것은 의미의 세분화, 즉 더 좁은 범위의 의미를 뜻한다. 따라서 '-면'보다 '-다면'이 의미가 제한된다.
금요일이 '''되면''' 영화 보러 가자.
전자는 단순히 조건만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만 필요하다. 그러나 후자는 가정의 의미가 더 강해져서, 마치 '''금요일이 오지 않을 듯한 뉘앙스'''를 준다. 즉, 후자는 이루어질 가능성의 유무부터 필요한 2단 조건(1단계: 가능성, 2단계: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위 두 문장은 모두 미래에 대한 조건 및 가정인데, 영어로 치면 앞 문장은 현재 시제로 나타낸 'if'절(일명 '가정법 현재')이고, 뒤 문장은 'if+(주어)+were to'의 구성(일명 '가정법 미래')이라고 할 수 있다.금요일이 '''된다면''' 영화 보러 가자.
한편, 이 '-면'과 '-다면'의 차이 때문에 다음과 같은 차이도 발생한다.
(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온 학생에게 선생님이 꾸중하며) 이제 '''들어왔으면''' 얼른 자리로 들어가야지, 왜 자꾸 꾸물거려?
전자와 달리 후자는 정황상 어색하다. 왜냐하면 전자는 '들어왔다'라는 조건의 만족만을 요구하지만 후자는 조건의 만족 가능성부터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황상 학생은 이미 들어온 상황이고, 이에 따라 들어오고 말고의 가능성은 무의미해졌다. 이 때문에 뒤의 문장이 어색해지는 것이다. 뒤 문장이 자연스러우려면 다음과 같이 가정형 상황이 되어야 한다.(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온 학생에게 선생님이 꾸중하며) *이제 '''들어왔다면''' 얼른 자리로 들어가야지, 왜 자꾸 꾸물거려?
'-다면'이 좁은 의미인 만큼, 당연히 '-면'의 의미망의 부분집합이므로 '-다면'은 '-면'으로 바꿔 써도 의미가 통한다. 즉, 위 문장의 '들어왔다면'을 '들어왔으면'으로 바꾸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면'은 '-다면'의 의미망 집합에 들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만약의 상황을 가정하며) 네가 이제 '''들어왔다면''' 나한테 꾸중을 듣겠지.
소망을 나타내는 경우 가운데에 뒤에 '좋겠다'나 '하다'를 쓰는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예외적, 역설적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꼴보다는 \''''돌아왔으면''' 좋겠다' 꼴을 대신 쓴다. 가끔 \''''돌아왔으면''' 감사하겠다'같이 쓰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좋겠다'를 생각하다가 '감사하겠다'라고 말하는 경우라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표현이면 '-(으)면'을 써야 함에도 '-다면'을 대개 대신 쓰는 반면에 \''''돌아왔다면''' 좋겠다'같이는 거의 안 쓴다. 일단 '-었으면'을 쓰면 과거 이야기가 되지만, 그 뒤에 '좋겠다'나 '하다'를 쓰면 거의 비과거 이야기가 될 뿐더러, "'''내일은''' 겨울이 '''갔으면''' 좋을 텐데..."같이는 거의 안 쓰이므로, 이는 모순어법의 예나 불규칙 활용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가- + -면 → 갔으면). 또한, 이 때문인지 원래 과거의 뜻으로는 '~(아/어)ㅆ더라면'이 대신 쓰이고는 하고, '-면' 대신으로 '-다면'이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4. 줄임
구어에서는 받침 '-(으)ㅁ'으로 줄어들기도 한다(그러면→그럼). 문법적 속성은 다르지만 보조사 '는'이 'ㄴ'으로, 목적격 조사 '를'이 'ㄹ'로 줄어드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이 때의 '-(으)ㅁ'은 ㅁ 문서에 있는 명사형 '-(으)ㅁ'과는 무관하다. '역사적으로는 '-(으)며', '-(으)면', -(으)매' 등이 명사형 '-(으)ㅁ'에 어미가 더 붙어서 파생한 형태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명사형 '-(으)ㅁ'이 상당히 후대에 등장한 어미이므로 좀 의견이 갈리는 듯하다.
예문)끝'''남''' 좋겠다. 없'''음''' 좋겠다.
5. 다른 언어
일본어에서는 유난히 가정형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학교 문법에서 주로 나오는 '가정법'은 '-ば'가 이어지는 꼴로, 동사는 え단 + 'ば/れば'로, 형용사는 'ければ'로 이어진다. 그리고 기본형에 붙는 'と'와 'なら'도 있고, 마지막으로 과거형으로 붙는 'たら'가 있다. 그래서 대체로 'みると/みれば/みたら/みるなら/みたなら' 정도의 가정형이 있다.
문어 일본어는 え단 ば라고 똑같이 써도 가정법이 아니라 확신조건[1] 이 되고, あ단 ば라고 미연형(未然形)을 써야 가정법이 된다.[2]
영어로는 'if'가 제일 유명하다. 대체역사물을 'if 시나리오'로 부르기도 하고. 번역할 때 앞에 '만약에 ~ 하면' 식으로 '만약에'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6. 기타
'눈이 녹으'''면'''?'이라는 질문에 이과는 '물이 된다'로 답하고, 문과는 '봄이 온다'로 답한다는 농담이 있다. 여담으로 이 이야기는 일본에도 있다(...).
[1] "봄이 지나면 여름이다"와 같은 법칙, "~하므로" 등의 의미가 된다. 현대 구어의 と와 유사한 면이 있다.#[2] 스기야마 하지메 문서의 히로히토와의 대화 첫줄을 보면 '起こらば'로 되어있다. 현대 구어로는 '起これ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