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조정법
民事調停法 / Judicial Conciliation of Civil Disputes Act
전문
1. 개요
민사조정절차의 기본법.
조정(調停)이란[1] 쉽게 말해서, 민사사건에서 분쟁 당사자가 굳이 법대로 해결하지 않고, 법원이 권유하는 대로 서로 양보하여 좋게 좋게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2] 민사소송은 그야말로 법원이 '법대로' 민사사건을 해결해 주는 제도라는 점에서 조정과는 대조를 이룬다.
민사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당사자 사이의 재판외 화해(보통 '민사상' '합의'라고 하면 이를 지칭한다)도 있지만, 조정을 하게 되면 그 내용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부여되므로 합의의 효력이 훨씬 더 강력하게 관철될 수 있다.
양보의 정도에는 제한이 없어서, 원고 승소판결과 같은 내용의 조정을 할 수도 있고 정반대로 피고 승소판결과 같은 내용의 조정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판결이나 청구의 포기ㆍ인낙과 달리,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민사분쟁이 다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에게 처분권이 없는 사항은 조정을 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로, 청구이의 사건에서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내용(청구이의를 인용한 판결은 주문이 그렇게 나온다)의 조정은 할 수 없다. 그것은 법원만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이다.[3] 다만, 위 예에서 조정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예컨대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지 아니한다." 등으로 우회적인 방식의 조정을 할 수는 있다.
조정(특히 수소법원 조정)과 소송상 화해의 차이점이 무엇인지가 아리송하다. 굳이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법원이 하여간 개입을 해서 합의에 이르렀으면 조정이고,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합의에 이르렀으면 소송상 화해라고 할 수는 있다. 물론, 그 실제적 구분은 모호하다. 다만, 어느 것이 성립했든 효력상 차이는 없다.
세부적인 내용은 하위법인 민사조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
가사사건에 관해서는 가사소송법에 가사조정의 특례가 있는데, 가사조정도 몇 가지 특칙을 제외하고는 그 내용이 민사조정과 대동소이하다.
또한, 행정소송 중 항고소송은 이론적으로는 조정을 할 수 없으나, 이른바 조정권고 제도를 통해 사실상 화해권고결정을 하는 것과 비슷한 재판진행을 왕왕 한다.[4] 그런데 이는 일종의 눈 가리고 아웅이기 때문에, 아예 정식으로 행정소송에 화해 내지 조정 제도를 도입하자는 입법론도 있다.
이 문서에서는 일반 민사조정에 관하여 서술한다.
2. 조정의 개시
조정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될 수도 있지만, 수소법원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함으로써 개시될 수도 있다. 실제로는 후자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민사소송법과 민사조정법이 어느 정도는 동전의 앞뒷면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1. 민사조정신청
민사조정신청의 방식은 소제기의 방식과 대체로 같다(제5조).
특기할 것은, 쌍방이 함께 조정신청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제15조 제3항).
수수료 면에서 소제기와는 큰 차이가 있는데(제5조 제4항), 우선 근거규정이 민사소송 등 인지법이 아니라 '민사조정규칙'(대법원규칙)이고, 지급명령 신청과 유사하게도, 인지대가 소장의 1/10에 불과하다(민사조정규칙 제3조 제1항 본문).[5]
민사조정신청의 관할은 소제기의 관할과 대체로 비슷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해당 재판적이 시나 군인 경우에는, 소송물가액과 상관없이 해당 시ㆍ군법원에 민사조정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법원조직법 제34조 제1항 제2호).
2.2. 독촉절차의 조정으로의 이행
지급명령 신청을 하였는데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한 경우, 채권자로서는 법원의 보정명령에 따라 인지대, 송달료를 보정하여 소송절차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위 경우에 채권자는 보정기간 내에 조정으로의 이행을 신청할 수도 있다(제5조의2).
2.3. 조정 회부
조정회부결정은 선고 전까지 할 수 있으므로 심지어 변론종결 후에도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런 예를 왕왕 볼 수 있다.
3. 조정기관
법원에 흔히 조정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두지만, 실제로 누가 조정사건을 처리하느냐는 좀 복잡하게 되어 있다.
우선, 조정신청사건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다(제7조 제2항 본문).
- 조정담당판사가 스스로 조정을 한다.
- 상임 조정위원으로 하여금 조정을 하게 한다.
- 조정위원회로 하여금 조정을 하게 한다.
- 상술한 조정신청사건의 경우처럼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정담당 재판부로 사건을 보내므로, 사건번호가 별도로 부여된다. 다만, 조정불성립 등으로 소송으로 복귀하면 종전 소송 사건번호로 사건이 계속 진행된다.
- 수소법원이 직접 처리할 수도 있다. 만일 수소법원이 합의부라면 합의부원(재판장 포함) 중 수명법관을 지정하여 처리한다.
조정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제10조 제2항 본문).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임기를 2년 이내로 정하여 조정위원을 위촉할 수 있다(같은 항 단서).
사법연수생을 조정위원으로 위촉할 경우가 후자의 대표적인 예이다(법원 시보 기간 중에 한하여 위촉).
조정위원회는 조정장(調停長) 1명과 조정위원 2명 이상으로 구성하는데(법 제8조), 판사나 상임 조정위원이 조정장이 되어 조정절차를 지휘한다(제9조, 제11조).
4. 조정절차
조정절차 자체에 관하여 특기할 제도를 뽑아 보면 아래와 같다.
원래 판결과 마찬가지로 조정의 효력은 당사자에게만 미치는 것이지만, 조정참가인이 있는 민사조정사건에서는 조정참가인에게도 조정의 효력이 미치게끔 조정을 할 수 있다.
민사조정절차에서도 민사조정절차의 선정당사자와 유사하게 대표당사자를 선임할 수 있다.[7]
변론기일을 법정에서 여는 것과 달리, 조정기일은 조정실이나 판사실에서도 열리곤 한다. 물론, 법정에서 여는 경우도 있다.
조정절차는 소송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공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도 조정절차를 공개하는 예는 보기 어렵고, 조정절차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인이 당사자와 함께 출석한 경우 그 사람은 밖에 내 보내고서 조정기일을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하는 것을 보기는 어렵지만, 가사사건의 사전처분과 유사한 취지의 제도로서 조정전 처분이라는 것이 있다.
가사조정절차에는 위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는 특칙이 있다.
조정신청사건의 경우에도 민사소송의 '쌍불취하'와 비슷한 제도가 있다.
5. 조정절차의 종결
조정절차는,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 조정불성립, 조정의 성립(속칭 임의조정),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속칭 강제조정)의 확정으로써 완결된다.
조정을 하지 아니하는 결정은 실제로는 드물다.
말 그대로 합의가 안 되면 조정은 불성립으로 종결된다.
그냥 조정이 성립되는 것을 속칭 '임의조정'이라 한다. 얼핏 보면 정식 명칭 같지만 '임의조정'이라는 말은 법령에는 없는 용어이다.
조정이 성립되면 조정조서를 작성하여 그 정본을 당사자에게 각각 송달하게 된다(제33조 제2항). 판결 선고 후 판결 정본을 송달하는 것과 흡사하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관해서는 해당 문서 참조.
6. 소송으로의 이행 또는 복귀
조정신청 사건이 다음 중 어느 한 경우에 해당하게 되면, 조정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므로(제36조 제1항), 인지대, 송달료를 보정하면, 사건이 소송절차로 이행된다(같은 조 제2항).
- 조정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이 있는 경우
-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사건이 종결된 경우
-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하여 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7. 조정비용
제37조 제1항에 근거하여, 실제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조정조항 자체에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라는 조항을 둠이 실무이다.
만일 조정회부사건이라면 "소송비용 및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라는 조정조항을 둔다.
[1] 조정(調整)이 아니다![2] 법원 외의 기관이 조정을 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조정들은 일명 '행정조정'이라고 지칭한다.[3] 판사들도 멋모르고 그런 잘못된 내용의 조정조항을 만드는 예가 종종 있다.[4] 재판부에서 "피고 행정청에서 이러이러한 처분을 해 주고, 그 대신 원고는 소를 취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권고하는 것이다.[5] 예전에는 1/5이었으나, 민사조정의 활성화를 위해 인지대를 더욱 낮추었다.[6] 상임 조정위원은 실제로 적어도 법원장 이상 역임한 사람 중에서 위촉하고 있다. 대우가 상당히 빠방하기 때문에, 신종 전관예우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그 대신, 상임 조정위원으로 위촉된 기간 중에는 변호사업 등 다른 직무를 원칙적으로 겸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조정위원규칙 제2조의3).[7] 뒤집어 말하면, 민사조정절차에서는 선정당사자를 선정할 수 없다. 다만, 소송절차에서 조정절차로 이행된 경우 기존 소송절차의 선정당사자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