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법률)
1. 개요
법에서 말하는 화해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화해와 비슷하면서도 특수한 의미를 갖는데, 재판외 화해와 재판상 화해가 그것이다.
2. 재판외 화해
재판외 화해란, 민법 제3편 제2장 제15절이 규정한, 계약의 일종이다. "민법상 화해"라고도 하는데, 재판상 화해와 구분할 때에는 "재판외 화해"라고 부른다.
흔히 말하는 '민사상 합의'와 대체로 같은 의미이다. 다만, 보통 '합의'라고 하면 민, 형사상 합의를 지칭할 때가 많으므로, 민법상 화해보다는 합의가 좀 더 개념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다.
3. 재판상 화해
재판상 화해란 쉽게 말해서 판사 앞에서 분쟁당사자 쌍방이 "이(러한) 분쟁(이 있는데 이것)을 이렇게 상호양보하여 해결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재판외 화해와 취지는 비슷하지만, 판사 앞에서 하고 판사가 판결문 비슷하게 조서(화해조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기판력이 생기고, 내용에 따라서는 집행권원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재판외 화해와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화해조서의 화해조항이 결국 판결의 주문#s-2에 대응하는데, 무턱대고 당사자가 읊은 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판결 주문례 비슷하게 '각을 잡고' 만든다. 다만,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라도 문구의 차이가 있으며(대표적인 예로, 금전지급 주문이라면 "...을 지급하라."라고 쓰지만, 화해조항에서는 이를 "...을 지급한다."라고 쓴다), 주문보다도 문구가 다양하게 나온다.
당사자가 법원에서 화해한 경우에, 당사자가 소송비용부담의 원칙만을 정하고 그 액수를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소송비용부담 및 확정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그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13조 제1항). 그러나, 화해조항의 절대 다수는 화해비용 내지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으로 정하므로, 위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는 예는 극히 드물다.
3.1. 제소전 화해
3.1.1. 제소전화해 신청
민사상 다툼에 관하여 당사자는 청구의 취지·원인과 다투는 사정을 밝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에 화해를 신청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85조 제1항).
제도의 원래 취지는 민사소송까지 가기 전에 좋게 좋게 분쟁을 해결하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공증으로 만들 수 없는 집행권원을 만드는 제도로 활용 되고 있다.
화해신청에는 그 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면 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나(같은 조 제4항),[2] 특별재판적이 인정되지 않는 것 외에도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당사자는 제소전 화해를 위하여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다(같은 조 제2항).
제소전 화해는 사건번호가 '0000자0000' 식으로 붙으며, 신청서를 송달한 후 화해기일을 열게 된다.
신청인 또는 상대방이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이들의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같은 법 제387조 제2항).
3.1.2. 화해가 성립된 경우
화해가 성립된 때에는 법원사무관등은 조서에 당사자, 법정대리인, 청구의 취지와 원인, 화해조항, 날짜와 법원을 표시하고 판사와 법원사무관등이 기명날인한다(민사소송법 제386조).
화해비용은 화해가 성립된 경우에는 특별한 합의가 없으면 당사자들이 각자 부담한다(같은 법 제389조 본문 전단).
이러한 화해조서에 관한 사항은 후술하는 소송상 화해와 다를 바 없다.
3.1.3.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사무관등은 그 사유를 (화해기일)조서에 적어야 하며(민사소송법 제387조 제1항), 그 조서등본을 당사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 소제기신청을 할 수 있으나(같은 법 제388조 제1항), 이 신청은 위 조서등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하여야 한다. 다만, 조서등본이 송달되기 전에도 신청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이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같은 조 제4항).
적법한 소제기신청이 있으면 화해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법원사무관등은 바로 소송기록을 관할법원에 보내야 한다(같은 조 제2항).
화해비용은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청인이 부담하나(같은 법 제389조 본문 후단), 소제기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화해비용을 소송비용의 일부로 한다(같은 조 단서).
3.2. 소송상 화해
소송상 화해란 말 그대로 민사소송을 하던 중에 당사자 사이에 알아서 합의가 되어 그 내용대로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3]
민사소송법은 제소전 화해와 달리 소송상 화해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화해 제도를 전제로 그 효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위 법문에는 변론(준비기일)조서에(만) 적는 것처럼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변론(준비기일)조서에는 화해가 성립했다는 사실만 기재하고, 별도로 화해조서를 작성한다. 민사집행법 역시 화해조서 제도의 존재를 예정하고 있다.
한국법에는 특이하게도, '이렇게 서로 양보해서 해결하면 어떻겠는가?'라고 아예 수소법원이 재판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화해권고결정이다.
제소전 화해와 마찬가지로 소송상 화해를 하려면 당사자(또는 대리인) 쌍방이 기일에 출석하여야 한다.[4]
예외적으로, 당사자 일방이 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에 화해의 의사표시를 적고 공증사무소의 인증을 받은 경우에, 상대방만 기일에 출석하여 그 화해의 의사표시를 받아들인 때에는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148조 제3항, 제286조). 그러나 보다시피, 서면에다 사서증서 인증을 받기가 번거롭고 비용(공증인 수수료 12,500원)이 들기 때문에, 저런 서면화해를 하는 예는 실제로는 거의 없다.
소송상 화해와 민사조정법상 조정이 어떻게 다른가는 법률가들에게도 '며느리도 몰라'에 가깝다. 이론적으로는 수소법원이 조정에 회부해서 합의가 되었으면 임의조정이고 그냥 당사자들끼리 합의가 되었으면 소송상 화해이지만, 실제로는 그 구분이 매우 모호하다. 비근한 예로, 재판상 이혼 사건에서 당사자들이 출석하여 마치 협의이혼처럼 "이혼하겠습니다."라고 진술한 경우에, 이혼 조정으로 처리하는 재판부도 있고, 이혼 화해로 처리하는 재판부도 있다.
어쨌든, '사법연감'은 통계상 조정과 화해를 구분하고 있으며, 화해 건수가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화해' 건수의 거의 대부분은 화해권고결정으로 추정된다. 소송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재판장이나 조정위원이 거들지도 않았는데 당사자들이 문자 그대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화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일부 재판부는, 실제로는 분명히 수소법원 조정인데도 조정조서 대신 화해조서를 꾸며 버리기도 한다.
3.3. 재판상 화해에 관한 다툼[5]
재판상 화해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이를 다투지 못함이 원칙이다.
다만,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준재심의 소에 의하여 다툴 수 있다.
더 나아가, 확정판결의 무효 사유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면 화해조서가 무효이다. 따라서, 소송상 화해가 성립되었으되 그것이 무효라면 아직 재판이 종국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당사자는 법원에 기일지정신청을 하게 된다.
4. 관련 문서
[1] 이 항목의 서술내용은 조정 등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 것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2] 법원은 필요한 경우 대리권의 유무를 조사하기 위하여 당사자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출석을 명할 수 있으나(민사소송법 제385조 제4항), 이는 일반 민사소송과 크게 다른 점은 아니다.[3] 다만, 소송 외에서 분쟁이 완전히 해결된 경우에는, 원고가 소취하를 하고 피고가 이에 동의하는 식으로 사건을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4] 교과서에서는 대개 "상고심에서도 소송상 화해를 할 수 있다."라고 서술되어 있으나, 그런 서술은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이다. 대법원은 변론기일을 열지 않기 때문에 상고심에서는 화해를 할 수가 없다.[5] 이 항목의 서술내용은 조정 등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 것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