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성
1. 개요
재빠른 몸놀림을 뜻하는 말. 한자로는 敏捷性, 영어로는 어질리티(Agility)나 덱스테리티(Dexterity)로 표현한다.
체육 쪽에서 쓰던 말이지만 롤플레잉 게임에서 능력치 중 하나로 유명하다.
2. 영어 번역 문제
덱스(DEX)와 어질(AGI)을 같은 뜻으로 아는 사람이 있는데 원래 어질(Agility)이 민첩성을 뜻하는 영단어이고, 덱스(Dexterity)는 '손재주 좋음' 이란 뜻이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 2에서 아마존이 덱스를 올리면 활을 민첩하게 빨리 쏘게 되는 것이 아니고, 활쏘는 재주가 능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게임에서 덱스와 어질을 혼동해서 사용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DEX라고 쓰고 민첩성이라고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세계 최초의 RPG 던전 앤 드래곤에서 DEX를 사용했기에 후대의 게임에서도 따라한 것인 유래이다. 다만 D&D 3.5에서는 Dexterity를 '손과 눈의 협응, 민첩성, 반사신경, 균형감각을 나타낸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민첩성과 손재주 둘 다를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반사신경과 균형감각 등은 민첩이라는 단어와 더 연관성이 깊다. 실제 게임 내에서도 DEX는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때 미치는 영향은 손재주라 볼 수 있지만, 방어도에 보너스를 받는 것은 기민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민첩성을 나타내고 있다.
고전 JRPG에서는 DEX를 민첩성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따라 게임 초창기부터 덱스를 민첩으로 번역하는 방식이 굳어졌다. 블리자드 코리아가 직접 번역한 디아블로 3에서도 덱스를 민첩으로 표기했다.[1] 예외적으로 마비노기 정도가 "Dexterity=솜씨"라는, 원래 의미에 가까운 대응을 보여주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테일즈위버의 경우 드물게 재주와 민첩성이 별개의 스탯으로 나눠져 있다. 서양 RPG에서도 D&D 3.5의 영향으로 재주와 민첩성을 DEX로 통합하는 경우도 많지만, 민첩성을 AGI로 나타내거나 민첩(AGI)과 재주(DEX)를 구분하는 게임도 많다.
민첩성과 손재주는 둘 다 두뇌에서 신경계를 통해 명령을 전달하는 능력에 기초하기 때문에 관계가 깊다. 실제로 체육학에서는 민첩성과 손재주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조정력'(調整力)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조정력은 초등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기초적인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3. 게임의 능력치
3.1.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
DEX의 유래는 세계 최초의 TRPG인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 3.X판 이후 기준으로 근력을 쓰는 일부를 제외하면 몸을 쓰는 모든 기능(스킬)에 보너스를 주며, 특히 전투시 원거리 무기공격 명중률, 선제권, 몸놀림으로 피하는 모든 방어력(AC, 반사 내성굴림)에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찍지 않아도 절대 버려선 안되는 스탯으로 취급받는다. 여기에 4판에선 원거리 무기공격 대미지도 덱스테러티를 통해 받게 조정되어 강화되었다.
시스템의 방향성에 따라서는 스트렝스와 덱스의 역할이 어느정도 겹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D&D에서는 근접 공격시 힘을 능력치 보너스로 사용한다. 던전 앤 드래곤에서의 명중은, 갑옷을 뚫고 유효한 타격을 입히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힘이 높으면 더 강하게 휘둘러서 갑옷을 뚫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명중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겠다. 가벼운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민첩으로 명중률을 대체할 수 있는데, 이는 갑옷의 틈새등을 공격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에서는 D&D판 드래곤의 취약점으로 작용하기도했다. 드래곤의 덱스테리티는 매직 아이템같은 별도의 수정이 없는 이상 '''10으로 고정되어 절대로 변치않았기에''', 이러한 덱스테리티의 영향을 받는 접촉 AC가 극히 낮았던 것. 그래서 클레릭이 1라운드간 모든 근접 공격을 접촉 공격으로 만드는 버프 주문인 "레이스 스트라이크"나 접촉 공격으로 상대방에게 막대한 고정 피해를 가하는 공격 주문 "위해"를 이용해 딜링을 할 경우 드래곤은 관광당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젬 드래곤 중에서는 공간이동 계열 초능력을 시전하던 사파이어 드래곤은 D&D 3rd식 공간이동 계열 초능력의 특성상 덱스테리티가 매우 높았는데, '''덱스테리티가 높다는 그 사실만으로''' 공식 최강인 아메시스트 드래곤을 제치고 젬 드래곤 중 실질적 최강의 이름을 가진 바 있다. 참고로 사파이어 드래곤의 공식적인 강함은 기본 젬 드래곤 중 4위로 뒤에서 두번째다. 이후 D&D 3.5에서 초능력 룰이 개편되면서 결국 사파이어 드래곤 또한 어쩔 수 없는 드래곤으로 전락했다.
3.2. 겁스
겁스 에서는 힘은 피해에만 작용할 뿐 무기의 명중률은 덱스가 작용한다. 이 경우 던전 앤 드래곤과는 달리 적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회피와 공격 양면에 영향을 미치는 덱스가 스트렝스보다 훨씬 중요도가 높아진다. 근력이 중시되는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육체적 활동이 덱스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모든 능력치의 중요도가 대등하다는 전제와는 달리, 덱스가 비정상적으로 중요한 시스템이 생겨나곤 한다.
겁스는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어서, 3판까지는 모든 능력치가 대등한 비중이라고 간주했었으나, 4판에서는 가장 빈번하게 쓰이고 비중이 높은 덱스와 인트 두 능력치가 스트렝스와 컨스티튜션보다 올리는데 높은 값이 드는 중요한 능력치임을 인정해버렸다.[2]
3.3. 기타 TRPG
월드 오브 다크니스 구판에서는 근접 공격의 명중을 덱스로 굴렸지만, 신판에서는 D&D처럼 근접 공격 명중률은 스트렝스로 굴리도록 게임적 해석을 어느정도 도입했다. 여기에서 스트렝스가 단순 근력이 아니라 육체적 활력, 공격성, 재빠른 신체활동 개념까지 포괄한다고 설정을 잡아두어, 스트렝스로 명중률을 따져도 별로 이상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섀도우런에서는 덱스를 둘로 쪼개서 손재주와 무기 사용 능력을 나타내는 어질리티(AGI), 그리고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피하는 반응속도인 리액션(REA)으로 나누었다. AGI가 높으면 급소를 맞춰 더 높은 데미지를 줄 수 있게 된다.
소드 월드 시리즈에선 덱스의 능동적인 면을 器用(대략 "재주"), 수동적인 면을 敏捷(민첩)으로 따로 분리했다. 간략한 일본 TRPG치곤 밸런스적으로도 꽤나 깔끔한 처리다.
d20 기반 룰인 뮤턴트 앤 마스터마인드의 경우 3판에서 시스템 상당부분을 뜯어고치면서 덱스테리티와 어질리티(Agility, 민첩)를 아예 별개의 능력치로 만들었다. 기존의 손재주나 정확함에 관련된 능력치는 그대로 덱스테리티가 관여하되 회피능력과 이동속도 보너스 같은 것은 어질리티가 관여하게 만든 것.
3.4. 민첩(Agility-AGI)
행동력을 담당하며 주로 이동 속도나 이동 거리, 공격 속도, 회피 등에 영향을 끼친다. 반턴제 게임이나 턴제 게임의 경우 자신의 순서가 더 빨리 돌아오거나 더 빠르게 선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제일 중요한 스탯이다. 다만 게임에 따라서는 위의 재주(DEX)와 통합된 경우도 많으며, 상당히 높은 양의 수치를 올려야 효과를 보거나 하거나 아예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재기드 얼라이언스 2에서는 턴당 주어지는 AP의 최대량을 결정한다. 그래서 AGI가 높으면 매 턴마다 더 많이 움직이고 많이 쏠 수 있다.
[1] 참고로 그 이전에 나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민첩 능력치는 agility이므로 맞게 번역한 것이다.[2]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원래 겁스의 전신인 The Fantasy Trip까지만 해도 HT가 존재하지 않고 그 역할을 ST가 겸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땐 FP가 감소할 거라면 HP가 그냥 대신 감소되는 환경이었다). 즉 그 시절만 해도 ST, DX, IQ 3대 능력치의 가치가 비등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