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이반

 


1. 개요
2. 줄거리
2.1. I
2.2. II
2.3. III
2.4. IV
2.5. V
2.6. VI
2.7. VII
2.8. VIII
2.9. IX
2.10. X
2.11. XI
2.12. XII
3. 기타


1. 개요


  • 러시아어: Иван-дурак
  • 영어: Ivan the fool
  • 한국어: 바보 이반
레프 톨스토이가 1886년 발표한 단편소설로 러시아의 민간동화 '바보 이반'을 재구성해서 집필한 작품이다.

2. 줄거리



2.1. I


옛날 어느 마을에 부유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농부에게는 4명의 자식이 있었으며, 맏아들은 군인 '세묜', 둘째 아들은 배불뚝이 장사꾼 '타라스', 셋째 아들은 바보 '농부'지만 성실한 '이반', 막내 딸은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이나 '눈썰미 좋은' '말라니야'였다. 자식들이 장성하면서 아버지는 세 아들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공평하게 3분의 1로 분배했다.
군인, '세묜'과 장사꾼, '타라스'는 집을 떠나서 독립한 이후, 각각 사치스런 '귀족의 딸'과 '상인의 딸'과 결혼하게 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군인 '세묜'은 아내의 사치를 감당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장사를 하는 '타라스'는 더욱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아버지를 찾아와서 '남은 재산을 달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남은 재산은 '이반의 몫'이라고 말했지만 두 형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인 이반과 벙어리인 말라니야가 재산을 가져봐야 무엇하냐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자 이반은 흔쾌히 형들에게 자신의 몫으로 남아있던 재산들을 반씩 준 다음, 홀로 집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부모님과 말라니야를 돌보며 살아갔다.

2.2. II


한편 지하에서 살아가던 악마[1]는 이들 삼형제가 서로 싸우지 않고 지내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자신의 부하들인 작은 악마 3마리를 보내서 이반 형제들의 사이를 나쁘게 만들 것을 명령했다.
작은 악마들은 삼형제에게 골탕을 먹인 다음, 모두 망하게 만들어서 서로 모이게 만들면 싸울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한 명씩 맡기로 했다. 첫째 악마는 세묜에게 가서 '호승심'을 불려놓아 인디아와 괜한 전쟁을 벌이게 한 다음, 화약에 물을 적셔서 못 쓰게 만들어서 전쟁에 지게 만들었다. 판본에 따라서는 추가로 한 밤중에 허수아비를 움직여 인디아 군으로 속여서 세묜의 부하들이 놀라게 만들었다고도 한다.
둘째 악마는 타라스의 욕심을 불려 놓아 물건들을 잔뜩 사들이게 한 다음, 그것들을 모두 거름으로 만들어서 채무자들에게 쫓기는 신세로 만들었다. 결국 세묜과 타라스는 계략에 말려들어서 그동안 쌓았던 지위와 부를 잃게 되었다.
한편 이반을 맡았던 셋째 악마는 이반의 크바스 통에 침을 뱉어서 이반의 배가 아프도록 했다.[2] 그리고는 이반이 밭을 갈 때 땅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서 쟁기질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반은 복통에 시달리고 땅도 딱딱해졌는데도 기어이 밭을 죄다 갈아놓고 작은 밭두둑 하나만을 남겨 두었다. 이반을 맡은 악마의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우선 세묜을 맡았던 악마가 이반을 함께 골탕먹이기로 하고 작은 악마 세 마리는 헤어졌다.

2.3. III


이튿날 이반은 돌처럼 단단한 밭을 마저 가는데, 작은 악마는 흙 속에서 이반의 쟁기를 다리로 꽉 움켜잡고 일을 방해했다. 이반은 흙 속에 나무뿌리라도 새로 돋아났나 싶어서 흙 속에 '''손을 넣었다가''' 작은 악마를 잡아올렸다. 이반이 질겁하며 악마를 돌에 내리쳐 죽이려 하자 악마는 목숨만은 살려 달라면서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다 했고, 이에 이반이 자신의 복통을 멈추게 해달라고 하자 무슨 병이든 치료하는 '풀뿌리 세 개'를 내어줬다.
이반은 풀뿌리 하나를 먹고 복통이 싹 낫자 악마를 놓아줬고, 악마는 땅 속으로 달아났다. 어떤 판본에서는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라'라고 하자 '땅에 구멍 하나가 패인 다음 악마가 온데간데 없었다'고 나와 있다.
이반이 집으로 돌아가자 망해버린 세묜이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함께 저녁밥을 먹으려 하자 세묜의 아내는 이반의 몸에서 악취가 난다고 불평했고, 세묜은 이반에게 밖에 나가서 밥을 먹으라고 한다. 이반은 암말에게 먹이를 줄 시간이라며 빵과 코트를 챙겨 나갔다.

2.4. IV


세묜을 맡은 악마가 도와주러 와 보자, 밭갈이는 말끔하게 끝나 있고, 땅에는 구멍 하나만 패어 있을 뿐이었다. 일이 어긋난 것을 짐작한 악마는 자신이 이반을 골탕먹이리라 생각하고 이반이 풀을 베는 것을 방해하려 풀이며 호밀, 귀리 따위를 몽땅 헝클어 놓고 이반이 질을 할 때마다 땅 속에 날을 처박아 몽땅 이가 빠지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반은 아예 숫돌을 가져와 낫을 다시 갈고 도 가져와 먹어가며 풀을 다 벨 때까지 떠나지 않으려는 기세를 보였다. 악마는 낫을 휘두르는 것을 방해하다가 꼬리가 잘렸다. 저녁 무렵에 헝클어진 풀과 호밀을 몽땅 베어 버린 이반은 귀리를 베겠다고 하고 악마는 그 말을 듣고는 내일은 제대로 방해하겠다며 잠을 자러 갔다.
이튿날 아침 악마가 일을 방해하러 갔더니 이반은 밤새 귀리를 깨끗이 추수해 버린 상태였다. 약이 바짝 오른 악마는 귀리 낱가리 속으로 파고들어가 몽땅 썩혀 버리려 했다. 그러다가 귀리가 썩으면서 따뜻해지자 악마는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이반은 추수한 귀리를 갈고리로 찍어서 나르다가 악마를 꿰어내고 이 빌어먹을 놈이 또 나타났다면서 땅에 패대기쳐 죽이려 한다. 악마는 먼젓번의 악마와는 다른 악마라며 이반에게 '귀릿단을 병사들로 바꾸는 법'을 가르쳐주고 역시 '''땅 속으로 달아났다'''. 이반은 병사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면 재미있겠다며 좋아했다.
이반이 집으로 돌아오자 망해버린 타라스도 집에 돌아와 있었다. 저녁을 먹으려 할 때 타라스의 부인도 악취 때문에 불쾌하다고 하자 타라스 역시 이반에게 밖에서 밥을 먹으라고 한다. 이반은 이번에도 밤 순찰이랑 말 먹이를 주러 나가야 된다며 밖에 나와서 먹었다.

2.5. V


타라스를 맡은 악마가 이반을 곯려주러 오자, 이반은 들일을 모두 마치고 형들이 살 집을 지으려 나무를 베러 간 상태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구멍 두 개를 발견한 악마는 상황을 짐작하고 이반을 골탕먹이러 갔다. 악마는 이반이 나무를 벨 때 엉뚱한 방향으로 쓰러지게 해서 다른 나무에 걸리게 만들며 방해했다. 이번에도 이반은 근성을 보였지만, 결국 지쳐서 주저앉았다. 이걸 본 악마는 성공했다고 좋아하며 자기도 쉬려고 누웠다.
그 때 이반이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나무를 베자, 악마는 미처 피하지 못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버렸다. 이반이 또 나타났냐며 도끼로 내리쳐 죽이려 하자, 악마는 '''나뭇잎을 손바닥으로 비벼 금화로 바꾸는 법'''을 가르쳐줬다. 이반은 장난감으로 쓰면 재미있겠다며 좋아하고 그 악마 역시 '''땅 속으로 달아났다'''.

2.6. VI


이반이 집을 지어 주자 삼형제는 모두 따로 살기 시작했다. 들일을 모두 마친 이반은 맥주를 담가 잔치를 벌이지만 형들은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반은 마을 사람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이고 작은 악마들에게 선물받은 힘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금화를 뿌리고[3] 군사들의 북과 나팔로 마을 사람들을 놀라고 기쁘게 했다.

2.7. VII


이 소식을 들은 세묜과 타라스는 이반에게 부탁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군사와 금화를 잔뜩 가지고 집을 떠났다. 이후 세묜은 군사들을 동원하여서 여러 지역을 평정했고 타라스는 장사로 대성했다. 이후 세묜은 군사들에게 줄 식비가 부족해졌고 타라스는 자신의 재산을 지켜줄 군대가 필요해져서 이반에게 가서 각자 이번엔 반대로 금화와 군사를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반은 이번엔 거절했다. 둘이 '바보 녀석'이라고 욕하면서 이유를 물어보니, 이반은 세묜의 군사가 '어느 여인의 남편을 죽였던 사실'과 타라스가 '옆집 여자가 기르던 암소를 금화를 주고 억지로 가져간 것'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쁜 일에 군사와 금화를 썼기에 그렇다고 하였다.
이반이 고집을 부리자 하는 수 없이 돌아간 세묜과 타라스는 서로 의논한 끝에 세묜은 타라스에게 자신이 정복한 땅과 군대의 반을 주고, 타라스는 세묜에게 자신이 번 돈의 반을 나누어 줬다. 이리하여 둘은 마침내 각자 한 나라의 왕이 되었다.

2.8. VIII


그 후 이반이 계속 집에서 살아가던 도중 키우던 개가 늙어서 병에 걸렸다. 그런데 이반이 슬퍼하면서 개에게 빵을 줄 때, 받았던 세 개의 풀뿌리 중 남은 두 개 중의 하나를 같이 줬더니 개의 병이 깨끗이 나았다.
이걸 본 부모가 놀라서 이반에게 어찌된 일이냐 물었더니 이반은 자신에게 어느 병이든 치료해주는 풀뿌리가 있다고 설명했고, 이에 어느 왕국의 공주가 위독한 병에 걸렸는데 그녀를 치료해주는 사람은 부마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고 알려줬다. 마침 아직 풀뿌리가 한 개 남아있던 이반은 부모님의 말을 듣고 공주에게 가기로 결심하는데, 떠날 준비를 하던 도중 어느 손이 굽은 여자가 와서 그 풀뿌리로 자기를 치료해달라고 했다.
이반은 그 여자가 불쌍하다며 하나 남은 풀뿌리를 줘서 그녀를 치료해줘버렸고, 당연히 부모님은 무슨 짓을 했냐면서 탄식했다. 그러자 이반은 풀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공주를 만나러 갔는데, 신기하게도 '''이반이 도착하자마자 공주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4]
왕은 기뻐하면서 이반을 약속했던 대로 이반을 부마로 삼았으며 세월이 흘러 왕이 세상을 떠나면서 이반은 뒤를 이어서 왕위에 올라 결국 삼형제 모두 왕이 되었다.

2.9. IX


세묜은 강력한 군대의 힘으로 자신의 땅에서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며 물건도 군대의 힘으로 멋대로 갈취하는 등 사치스럽게 살았다.
타라스 역시 돈을 잘 굴려 막대한 부를 쌓았으며, 자신의 영토 내에서는 인두세를 비롯해 걷거나 마차를 타는 데에도 세금을 내게 했고, 심지어는 신발과 스타킹, 옷 장식에조차 세금을 매기는 등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국민들을 쥐어짜고, 그 재력을 몽땅 국고에 쌓아두었다. 타라스의 국민들은 돈을 벌기 위해 물건을 팔고 노역을 했다.
이반도 왕 자리에서 잘 살았다. 하지만 이반은 바보였기 때문에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열심히 농사를 짓는 것 뿐이었고 정치는 당연히 못했다. 그는 왕궁에 앉아서 놀고 먹기만 하자니 좀이 쑤셔서 결국은 도로 농사를 지으러 나갔다. 대신들에게 줄 월급이 없어서 대신들이 하나 둘 떠나가도 이반은 걱정하는 기색조차 없었고, 돈을 훔쳐간 사람을 재판할 때에는 '돈이 필요하니까 훔쳤을 테지'라며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국왕을 바보라고 한다는 신하의 말에 이반의 반응은 '그게 무슨 상관이냐?'였다. 이반의 아내인 왕비는 처음에는 그런 이반을 걱정했지만 곧 생각한 끝에 아내는 남편의 말을 따르는 것이라면서 말라니야에게 농사일을 배워 이반과 함께 농사를 짓게 되었다. 이로써 똑똑한 사람들은 모두 바보 왕이 다스리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면서 떠나고 이반의 나라에는 바보들만 남았다. 하지만 이들은 국왕 이반과 마찬가지로 욕심없이 땀을 흘려 농사를 짓고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 화목하게 지냈다.

2.10. X


한편 악마는 아무리 기다려도 부하들의 소식이 오지 않자 땅 위로 직접 올라가서 상황을 알게 되었다. 부하들이 실패한 것을 안 악마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삼형제를 파멸시키기로 결심했다.
악마는 먼저 인간으로 둔갑한 다음에 장군으로 가장하여 세묜에게 찾아갔다. 그리고는 우선 아예 나라의 젊은 남성은 죄다 징병하는 수준으로 군인을 잔뜩 늘리게 한 뒤,기술을 지원해, 막강한 총과 대포를 잔뜩 만들게 했다. 세묜은 강력해진 군세로 이웃의 소국 하나를 별 저항도 없이 정복했다.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간 세묜은 다음 차례로 이번에야말로 인디아를 점령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소식을 들은 인디아의 왕은 전쟁 대비에 힘을 기울였다. 인디아는 여군까지 모집해 병력이 세묜의 군세를 압도한데다 한술 더 떠 독자적으로 기술개발에 힘써서 비행기를 만들어[5][6] 공중에서 폭탄을 쏟아부었다. 결국 세묜의 군대는 완전히 패퇴했으며 세묜은 군사와 영토를 모두 잃은 채로 겨우 목숨만 건진 채 도주했다.
그 후 악마는 상인으로 둔갑해서 타라스를 찾아가고 온갖 물건들을 비싼 돈을 주면서 사들였다. 타라스는 처음에는 국고가 쌓인다면서 좋아했지만, 악마는 국가에서 무슨 물건을 구매하려 해도 더 비싼 값에 죄다 사들여 버렸다. 결국 타라스에게는 세금으로 돈이 잔뜩 들어왔지만, 그 돈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살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모든 백성들이 너도 나도 상인에게 물건을 팔고 심지어 일꾼들조차도 더 많은 품삯을 주는 상인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
즉, 인위적인 초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국가 경제를 말아먹은 것. 현실이라면 국민들도 폭망했겠지만 딱히 그런 묘사는 없이 타라스 왕이 고생한 것만 언급된다. 타라스가 워낙 돈을 쥐어짰기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돈이 그다지 돌지 않았던 것도 이유 중 하나. 타라스 왕은 상인을 국가에서 추방했지만 상인은 국경을 살짝만 넘어가 똑같은 짓을 계속했다. 전쟁에서 진 세묜이 도움을 청하려 타라스를 찾아왔지만, 타라스 역시 이틀 동안이나 쫄쫄 굶은 상태. 이렇게 두 형들을 망하게 만든 악마는 이번엔 이반을 찾아갔다.

2.11. XI


맨 처음 악마는 장군으로 변장한 다음 이반에게 군사를 모집하라고 하자 이반은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이반의 나라 바보 백성들은 누구 하나 군사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필요한 게 다 있고 농사도 지어야 하는데 뭐하러 군대에 가냐는 것이었다.
백성들을 군사로 만드는 것에 실패하자 악마는 강대한 옆나라의 타라칸[7] 왕을 찾아가서 이반의 나라를 침공하라고 부추겼다. 타라칸 왕은 당장 군대를 동원하여서 이반의 나라를 침공했지만 바보 백성들은 누구 하나 저항하지 않았고 백성들이 이반에게 찾아가 침공을 보고하자 이반의 반응은 "뭐 별일 있겠어. 싸우러 와 보라지."였다. 침략군이 물건을 빼앗으려 하면 백성들은 그냥 선선히 내줬다.
심지어 '''"당신들 나라는 살기 어려운 모양인데 여기 와서 사는게 어때요?"'''라고 제안까지 했다. 군사들은 기분이 언짢아져 왕에게 돌아와 이건 전쟁이 아니라 소꿉놀이 같다며[8] 다른 곳에 보내달라고 청했다.
분노한 타라칸 왕이 불을 지르고 가축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지만, 그렇게 해도 바보 백성들은 저항하긴커녕 '''"필요하다면 원하는 것들을 가져가면 되지 왜 우리들을 괴롭히는 겁니까?"'''라면서 슬퍼할 뿐이었다. 결국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같아 울적해진 타라칸 왕의 군사들은 그냥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2.12. XII


군사로는 안 되겠다 싶자 악마는 상인으로 변장하고 다시 이반을 찾아갔다. 그리고 타라스를 망하게 했던 때처럼 이반의 나라 사람들에게 물건을 받고 금화를 주는 식으로 환심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타라스 때와는 반대로 이반의 나라의 백성들은 금화를 그냥 '반짝이는 예쁜 돌멩이'정도로 취급했던 터라, 돈에 구멍을 뚫어 목걸이나 머리장식 등을 만들거나 혹은 '쓸모는 없지만 신기한 물건이라 금화를 '''세 닢이나''' 가지고 있다' 정도의 반응이었다. 이반의 나라에서는 돈으로 물건을 사는 일이 없었고 세금도 없었다. 결국 어이없게도 '''어느 정도 돈이 퍼진 뒤로는 누구 하나 악마를 찾아가지 않아서''' 되레 악마가 배를 곯는 상황에 처했다.
음식을 사려고 돈을 내밀면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 '돈 말고 다른 걸 가져와라', '육체 노동을 해라', 또는 '동냥을 하러 온 거라면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적선해 주겠다'였다. 악마는 가진 건 돈밖에 없었고, 육체 노동은 때려죽여도 하기 싫었으며 적선해 주겠다는 곳에는 자기에게 모욕감을 줬다면서 침을 뱉고 튀었다. 악마 입장에서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을 말이니까... 이에 이반은 상인을 굶어 죽게 놔둘 수는 없다면서 매일 한 집씩 돌아가면서 밥을 얻어먹도록 했다.
악마는 돌고 돌다가 이반의 성에서 식사를 할 때가 되었는데, 마침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그의 여동생 말라니야였다. 벙어리이긴 했지만 눈썰미가 좋은 그녀는 일도 안 하면서 식탁에 앉아서 밥만 축내는 게으름뱅이들을 끔찍하게 싫어해서, '''손바닥에 단단한 굳은살이 없는 사람은 게으름뱅이'''라며 손바닥에 굳은살이 전혀 없는 악마의 귀를 잡아 식탁에서 끌어낸 다음 먹고 남은 음식을 줬다. 사람들이 꾀를 부려서 일은 안하고 밥은 먼저 먹었기 때문에 그런 얌체들을 걸러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돼지나 먹을 만한 잔반을 대접받아 분노한 악마는 이반에게 건의해서 바보인 백성들에게 '머리로 일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이반이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허락하자, 악마는 높은 단상 위에 올라가서 매일매일 백성들에게 머리로 일하라고 연설했다. 연설의 내용은 돈을 이용해 육체노동 없이 먹고 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보 백성들이 보기에는 악마가 하는 짓은 '''그냥 입으로 주절거리는 것 뿐'''이었기에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조금 구경하다가 흩어져 자기들이 하던 대로 일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악마가 굶주림에 시달리는데도, '머리로 일을 한다면 머리로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음식을 갖다 주는 사람들도 없었다.
결국 며칠이 지나면서 완전히 지친 악마는 비틀거리다가 머리를 단상의 기둥에 부딪혔으며, '''드디어 그 남자가 머리로 일을 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이반도 그걸 보러 갔다. 계속 머리를 기둥에 부딪치다가 기진맥진한 악마는 발을 헛디뎌 단상의 계단 하나하나마다 박치기를 하면서 추락했다.
이걸 보고 이반은 예전에 악마가 말했던 '머리로 일을 하다가 심하면 머리가 빠개질 수도 있다.'는 말을 생각하고 "오호, 그 말이 정말이었군!"이라면서 감탄했다. 그렇게 계속 머리를 박으면서 떨어진 끝에 악마가 땅에 떨어지자 구멍만 남기면서 사라져버렸다. 그때서야 그는 상인이 악마였다는 것을 알고 옛날에 만났던 녀석들의 아버지가 분명하다면서 정말 지독한 녀석들이라고 질린 듯이 말했다.
이반은 오늘날까지 살아있으며,[9] 농사일을 하고 백성들을 돌보며 평화롭게 산다. 망해버리면서 찾아온 형들도 받아주고 먹여 살렸다. 만약 그의 나라에서 살기 위해 찾아온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그는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자신의 나라에서 사는 것을 허락해 주지만, 이 나라에는 단 한 가지의 법이 있다.

'''손바닥이 단단하게 굳은 사람들은 식탁에서 음식을 먹을 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 찌꺼기를 먹어야 된다.'''


3. 기타


  • 제목에서 그를 “바보”라고 칭하는건 지능과 아이큐가 낮거나 머저리 돌대가리 같은 그런 똥멍청이 바보가 아니라 진짜 너무너무 답답할 정도로(자신은 빌털털이가 되도록 모든걸 남에게 나눠줄만큼) 욕심이없고 지나치게 정직하고 순수하고 세상에 전혀 찌들지 않은 그런 청년이라 그렇게 부르는 것인듯하다.
  • 제정 러시아 시기에 현대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정신 노동과 군대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된 적이 있다.
[1] '도깨비'로 번역된 국내 출판본도 있다.[2] 이것도 판본에 따라 독을 넣었다는 설정도 있다. 악마의 침에 독이 있다고 하면 말은 된다.[3] 사람들이 금화를 주우려고 마구 달리는 통에 할머니 한 명이 사람들에게 압사당할 뻔했다.[4] 일부 판본에서는 이반의 손에 남아있던 풀뿌리의 기운 덕에 공주의 병이 나았다고 한다.[5] 어떤 판본에서는 그냥 하늘을 나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만 나온다. 즉, 비행기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하늘을 난다.'''[6] 또 다른 판본에선 스파이로 세묜의 대포와 총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개발로 공중에서 터지는 폭탄을 만들었다고도 한다.[7] 러시아어로 바퀴벌레라는 뜻이다.[8] 계몽사의 판본에선 '전쟁이 아니라 칼로 두부를 베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나와 있다.[9] 원작에서 나온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