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1. 개요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어류로 전어ㆍ준치ㆍ청어ㆍ정어리 등과 과가 같다.
2. 특징
바깥 바다와 면한 연안 또는 내만의 모래바닥에 주로 서식하며 강 하구 부근까지 올라간다. 한국의 서·남해, 일본 홋카이도 이남, 동남아시아 등에 분포한다. 산란기는 6∼7월로 내만에서 부유성 알을 낳는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수심이 얕은 만이나 하구부근에 머물다가 겨울이 되면 수심 20∼50 m인 연안, 만 중앙부로 이동하여 월동하며, 담수의 영향을 받는 하구 부근에 자주 출현한다. 육식성으로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몸은 약간 가늘고 길며 매우 측편한다. 아가미뚜껑 가장자리에는 육질돌기 2개가 있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돌출되었고 작은 이빨 한 줄이 났다. 배 부분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모비늘이 많이 났다. 꼬리지느러미 뒤 가장자리는 검지 않고, 등지느러미는 몸 중앙에 위치하며, 그 아래에 배지느러미가 위치한다. 뒷지느러미는 몸 뒤쪽에 위치하며, 꼬리지느러미는 깊게 패였다. 비늘은 둥근비늘로 크고 떨어지기 쉽다. 입은 거의 수직으로 위쪽을 향해 났다. 몸 빛깔은 등쪽은 청록색, 배쪽은 은백색을 띤다. 전장 15 cm까지 성장한다.
바닷물고기 중에는 작은 편인 데다 그물에 끌려 올라가면 마구 날뛰다 스트레스를 못 이겨 제풀에 죽어버리곤 해서, 고집이 세고 속이 좁아 잘 토라지는 성격을 "밴댕이 소갈머리(혹은 소갈딱지) 같다." 하는 관용구가 있다. 사실, 이 특성은 밴댕이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것인데, 밴댕이는 회로 먹을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먹어야 탈이 나지 않는다. 특히 더운 날에는 회를 친 지 3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가벼운 배탈을 유발할 정도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밴댕이가 '''공기중에 노출되는 그 순간부터 몸의 바깥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산화(부패)가 진행되기 때문'''으로, 밴댕이가 잡혀 올라와서 제 풀에 금방 죽는 것도 바로 이 때문. 따라서 밴댕이 회는 잡은 그 즉시 최대한 빠르게 먹어야 뒤탈이 없다.
3. 쓰임
인지도 측면에서는 전어나 청어와 같은 친척들에 비하면 밀리는 감이 있다.
남해안 지역에서는 밴댕이를 말린 것을 '뒤포리', '띠포리'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는 말린 밴댕이를 '디포리'라 부른다.
전남에서는 말린 것, 안 말린 것 가리지 않고 디포리라고 부르는데, 멸치처럼 말려서 국물을 내는 데 흔히 쓰인다. 멸치 육수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라면, 디포리 육수는 더 무겁고 고소한 맛이 난다. 그 외에도 인천[2] 에서는 초고추장에 버무려 회 덮밥을 만든다든가[3] 술안주로 만든다든가 하여 나름 인기 있는 편. 다만 선도가 떨어지면 비린내가 조금씩 강해지니 주의.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밴댕이골목이 있다. 위치는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인천터미널의 서쪽 골목인 수협사거리 일대에 위치한다. 인천터미널과 인천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그 곳에 밴댕이 골목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밴댕이를 팔았던 그 많던 가게들이 지금은 많이 사라진 편이나 밴댕이 요리집과 오래된 대폿집, 카페가 많아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이 찾는다. 젊은 층들이 많은 건너편 구월동 로데오 거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외에도 소금을 쳐서 구워먹기도 하는데 은근히 냄새가 전어와 비슷하지만, 요즘은 구운 밴댕이를 파는 집이 많이 사라졌다. 살은 담백하고 감칠맛이 나지만, 내장의 쓴맛이 매우 강해서 잘못 손짓하거나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국물요리로 만들면 쓴맛 나는 음식 쓰레기가 된다. 일부 노인들은 이 쓴맛을 즐기기도 하는데, 갈치나 병어 같은 비싼 생선에 양을 늘린다고 밴댕이를 같이 넣고 찌개나 조림을 만드는 뒷목 잡는 짓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밴댕이 내장의 쓴맛이 다른 생선 맛을 전부 죽여버리고 몽땅 밴댕이 내장 맛으로 바뀐다. 다시 강조하지만 밴댕이 살이 맛있지, 밴댕이 내장은 맛이 없다.
조선시대에는 상당히 인기있는 생선이었는데, 조정에서관리 및 궁궐로 납품을 담당하는 관청이 따로 있을 정도였으며[4] 광해군 시기에 오뉴월 밴댕이가 풍족해 보리밥이나 쌈으로 먹었다는 문구도 있다. 또한 충무공이 어머니에게 보낸 생선중에 밴댕이가 있었고, 어우야담에 수록된 김인복의 이야기[5] 에서도 상추에 흰 쌀과 된장, 기름장 발라 구운 밴댕이를 싸서 먹는 묘사를 해서 덩달아 입을 벌린 선비의 갓끈을 끊어지게 했다는 내용도 있다. #
지역에 따라 비슷하게 생긴 반지를 밴댕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요리용으로 국물 낼 때는 밴댕이나 반지나 디포리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강화도 지역 명물로 꼽는 밴댕이라고 부르는 물고기는 이 항목에서 말하는 밴댕이가 아니라 표준어로는 '반지'[6] 라고 부르는 물고기로, 학명이 ''Setipinna taty''이다. 반지는 청어목 멸치과 어류라, 청어목 청어과인 밴댕이와 생판 남...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유연관계가 멀다.
일본에서는 삿파(鯯, サッパ) 혹은 마마카리(飯借, ママカリ)라고 부른다. 주로 서일본에서 초절임이나 회 형태로 식용하며, 회친 밴댕이를 올린 마마카리즈시(飯借寿司)는 오카야마 현의 향토 요리로 유명하다. '삿파'라는 이름은 맛이 깔끔(삿파리, さっぱり)하다는 데에서 유래했고, '마마카리'는 밥(마마)을 빌려와야(카리) 할 정도로 맛이 좋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1] 전라도 사투리인데, 마트에 가 보면 아예 포장에 디포리라고 쓰여 있는 경우가 흔하며 중년 이상 어른들도 흔히 이렇게 부른다. 밴댕이가 잡히는 지역이 호남이므로 이런 명칭이 일반화된 듯하다.[2] 정확하겐 황해도, 평안도 실향민들.[3] 밴댕이 회무침 덮밥으로 유명한 곳이 인천광역시 중구 연안부두 인근 지역이다.[4] 맛이 좋아지는 오뉴월에는 그 귀한 얼음까지 써가면서 신선한 밴댕이를 궁에 보냈다고 한다.[5] 짧아서 턱에 걸칠 정도인 수정 갓끈을 가진 시골 선비를 골탕먹이는 내용으로 국어교과서에도 실린 이야기이다.[6] 반댕이, 밴댕이, 고소어 등으로 부르는 지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