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레터
1. 개요
(미)Blackletter, (영)Gothic
12세기부터 17세기까지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까지 사용되던 필사체 또는 그를 재현한 활자체.[1]
2. 상세
중세 글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글꼴. 위에서는 17세기까지라 썼지만, 근대에 들어 영국에서는 캐즐런과 바스커빌, 프랑스에서는 디도와 가라몽 등이 대유행하여 로먼 서체가 표준 서체로 자리잡았던 반면 독일의 경우 인쇄산업이 비교적 낙후된 관계로[2] 독일과 일부 북유럽 국가[3] 에서는 20세기 초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으며, 인쇄업계의 표준 활자체로 쓰였다.
그 역사가 긴 글꼴인 만큼, 다양한 버전들이 존재한다. 물론 모양새는 요즘의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예를 들어 힙합 문화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서체인 고딕이라고도 부르는데, 고딕이라는 이름은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이 이 서체를 야만인들의 서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과거 유럽을 침공한 북방 야만족(물론 남유럽 기준에서) 고트족의 이름에 빗대어 부르던 명칭. 윈도우 등 최근 들어 몇몇 산세리프 디지털 폰트들에 붙여진 고딕이라는 명칭과는 별로 관계 없다.
방향에 따라 획 굵기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볼펜이나 만년필, 연필로는 단번에 쓸 수가 없다. 사실 이는 펜 끝이 평평한 플랫 포인트 펜으로 쓰면 쉽게 쓸 수 있는 것이며, 깃털이나 금속 펜촉으로 된 딥 펜으로 글자를 쓰던 당시 글자체를 그대로 인쇄 활자에도 적용한 것이다. 요즘은 플랫 포인트 펜은 만년필 형태로도 나오고 캘리그래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므로 구하기 어렵지 않다.
1941년 나치 독일에서는 한동안 이를 민족주의와 연관시켜 공식 타입으로 사용하다가, 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사실 이는 유대인 돼지들이 쓰는 글자라 주장하며 사용을 금지하는 인지부조화를 시전하기도 하였다.[4]
하지만 유대인 운운은 핑계였고,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다른 국가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을 표준 활자체로 쓰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은 근대 이전에는 프랑스 등에 문화적 열등감이 있었고 (지방 분권적인 성향이 있는) 중세적인 요소가 꽤 오랫동안 남아있던 나라였다. 자신들의 글자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분명한데, 자신들이 뒤떨어졌다고 실토할 수는 없으니 로먼 서체가 표준 서체로 지정되었다.
이 당시에는 소문자 s가 두 가지 형태였는데 단어의 시작부나 중간에 쓰일 때 소문자 f에서 가로줄이 빠진 'ſ'(이걸 일명 long s라고 부름)의 형태로 썼고 현재와 모양이 같은 소문자 s는 단어의 끝에만 썼다. 본래는 로먼 서체에도 존재하던 형태였고 타 국가에서도 17~18세기까지는 이러한 구분이 있었지만 19세기 들어서 다른 유럽 언어들은 ſ를 없애고 s로 통일한 반면 독일어에서는 이 블랙레터의 영향인지 2차대전에서 패망한 직후에야 뒤늦게 소문자 's'의 글자꼴을 통일했다.[5]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블랙 메탈뮤지션들이 밴드 로고를 만들때 많이 이용하며, 특유의 날카롭고 고풍스러운 멋이 난다는 이미지 때문에 문신이나 레터링등에 많이 사용되는 글씨체이기도 하다.
$$\Re \left( z \right) = \text{Re} \left( z \right) = \dfrac{z + \overline{z}}{2} = x = r \cos \theta $$
$$\Im \left( z \right) = \text{Im} \left( z \right) = \dfrac{z - \overline{z}}{2i} = y = r \sin \theta $$
수학에서는 복소수에서 실수부와 허수부를 나눌 때 사용하는 글자로 주로 쓴다. 각각 R과 I를 뜻한다. 이외에도 기저 등 수학적 대상을 명확히 구별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이 쓴다.
3. 블랙레터의 분류
[image]
- 텍스투러 (Textura 또는 Textualis): 북유럽의 스타일로 날카로우며 획이 굵고, 활자폭이 좁다. 고딕체 참조
- 로툰다 (Rotunda 또는 Cursiva): 남유럽의 스타일. 로먼에 가까울 정도로 둥글둥글하고 다른 블랙레터 서체들에서 보이는 날카로움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
- 프락투어 (Fraktur): 독일에서 많이 사용되던 것으로 Textura에 비해 더 곡선들이 많이 사용되고 획의 굵기가 얇아 가벼운 느낌이다. GS그룹의 CI에 사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위의 $$\Re, \Im$$가 프락투어 서체이다.[6]
- 슈바바허 (Schwabacher): Textura나 Fraktur보다 획이 덜 분절되어 있으며 활자폭이 넓다.
4. 참고 항목
[1] 9세기의 카롤링거 왕조에서 쓰던 블랙레터 판본이 남아 있다(!)[2] 독일은 2차 대전 전후에도 7개 정도의 전통적 수작업 조판소가 있었을 정도로, 인쇄산업의 낙후는 제3제국에 들어서도 딱히 나아질 것이 없었다. 영국과 같은 국가의 경우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는 대부분 모노타이프와 같은 자동 조판기로 조판을 하는 게 보통이라 수동 조판소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3]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소련에 편입되기 직전까지 사용했었다. 단, 흔히 북유럽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스칸디나비아와 아이슬란드에서는 19세기 말엽에 서, 남유럽과 같은 로먼 서체로 갈아탔다.[4] 사실 안티쿠아(로먼)체와 프락투어체의 사용 논란은 독일의 근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19세기부터 단일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증 등 여러가지 이데올로기들과 범벅이 되면서 떡밥으로 부상하였다. 자세한 사항은 위키피디아의 안티쿠아와 프락투어 사용에 대한 논쟁 게시물(영문)을 참고.[5] 참고로 그리스 문자에서는 오늘날도 시그마(라틴 문자 S에 해당에 두 종류의 소문자가 쓰이고 있어서(단어의 처음이나 중간에 쓰는 σ와 끝에 쓰는 ς) 과거의 ſ/s 구분과 비슷하다.[6]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묘하게 다르게 생겼다($$\Re \ \mathfrak{R} / \Im \ \mathfrak{I}$$). 확실한 구별을 위함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