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이트
1. 개요
접착제 없이 끼워맞춰서 조립할 수 있도록 생산한 '''인젝션 키트'''를 일컫는 프라모델 용어이다. 영미권에서는 snap-together라고 한다.
2. 상세
1990년대 이후 반다이의 건프라만 만들어본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기술로 여기지만 사실 건프라도 초기 모델은 타사의 다른 장르 프라모델처럼 접착제를 사용해야 한다. 물론 이런 킷에도 작은 돌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가이드 핀'이라는 것으로 끼워 맞추는 용도가 아니라 단순히 부품의 접합 위치를 잡기 위한 가이드에 불과하다.
스냅타이트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 금형 설계가 정확해야 한다.
- 금형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 수지 경화시 수축률을 정밀하게 제어 및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 플라스틱의 재질이 적당이 연하면서 또한 적당히 단단해야 하며, 표면이 매끄러워야 한다.
반다이의 경우 '''스냅타이트의 완성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업계 1위에 걸맞는 정밀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2000년도 이후의 제품은 아귀가 거의 완벽하게 맞고, 큰 힘을 주지 않아도 잘 맞아 들어간다. 또 실수로 잘못 끼웠을 경우 힘을 줘서 도로 빼내는 것이 대부분 가능할 정도이다. 물론 가끔 부품이 헐거운 경우가 있지만, 다른 업체들의 들쑥날쑥한 스냅타이트에 비하면 완성도가 매우 높다. 가동성이 큰 건프라의 경우, 어설픈 본드칠보다 스냅 쪽이 더 튼튼한 경우가 많다.
반다이의 이런 정밀한 기술 덕분에, 특히 건프라의 경우 스냅타이트 덕분에 조립 난이도가 조금 어려운 레고 수준으로 매우 낮아졌기 때문에 모델링 스킬을 크게 요구하지 않아 골수 모델러가 아니라 어린이나 여성층 등 라이트 유저에게도 어필할 수 있었으며, 시스템 인젝션과 함께 업계 1위의 초석을 다진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십수년 전만해도 프라모델 취미라고 하면 필연적으로 본드를 가까이 하기 때문에, 본드의 유해성을 알고 있는 부모 세대의 시선이 안좋았던 걸 생각하면 건프라 취미에 대한 사회 안전성을 한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기술적 변화가 바로 스냅타이트.
고토부키야 역시 스냅타이트 기술이 상당한 경지에 들어갔지만, 반다이와의 격차는 상당하다. 끼우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반대로 헐거워서 덜렁거리는 경우가 있다. 잘못 끼운 부품을 도로 빼낼 때, 특히 꽉끼워진 경우 높은 확률로 돌기가 부러지므로 결국 잘라내고 접착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꾸준한 발전으로 기술 격차를 좁혀기는 중이다. 프레임 암즈 걸이 처음 제작되는 시점에서 이미 반다이의 80%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후지미의 경우 야마토나 무사시, 아카기같은 네임드 함선을 넥스트 시리즈라는 풀 스냅 킷으로 발매했다. 디테일도 수준급이고, 색분할도 되어 있지만 부분도색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입문용 키트의 성격이 강해서 데칼이 스티커이다.
타미야에서도 80년대 말에 스냅타이트를 자동차 라인업에 잠시 적용했던 적이 있다. 이쪽은 snap-loc이라고 따로 부른다.
하세가와도 SF계열 킷과 한정판을 기점으로 기본 사출과 다색 사출을 내더니 2015년도부터 라이센스를 가져온 메카트로위고의 라인업에서 스냅타이트를 쓰고 있다.
아카데미과학의 경우 90년대 카피판에서도 제법 괜찮은 스냅 기술을 선보였고, 이를 이용해 MCP 라인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24 스케일 현대자동차 그랜저HG와 1/72 스케일 슈퍼호넷, 1/700 독도함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가동성이 거의 필요없고 조립이 간단한 차량 및 전투기, 선박 한정이고(직접 만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웬만한 선박은 조립이 건담보다 어렵다) 로봇은 스냅 기술이 개판이다. 당장 아카데미제 드라고나 시리즈를 보면 바로 증명된다. 따라서 반다이나 고토부키야에 비하면 그 격차는 아직까지 넘사벽이다.
중국산의 경우 많은 발전을 하는 중이라고는 하나 가끔 20년 전 아카데미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다만, 일부 업체는 상당히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즈베즈다의 경우에는 1/72, 1/100, 1/144, 1/250계통 제품에 스냅타이트 방식을 사용하고있다.(일부 보병류 제외) 1/100 전차의 경우에는 전부 스냅타이트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타 브랜드처럼 아귀가 잘 맞아들어가지는 않는다. 1/72 전차들도 마찬가지.
레벨에서도 모형 초보자를 위한 스냅타이트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디테일이 크게 떨어지는 느낌.
게임즈 워크숍은 Easy To Build 라는 이름의 입문자용 제품을 발매했지만 조립성이 영 좋지 않아 하드 투 빌드라고 불린다. 그냥 돌기를 잘라내고 접착제로 붙이는 게 낫다. 9판 이후 발매된 스냅타이트 제품들은 좀 낫다.
그 외 업체의 경우, 깔끔하게 스냅타이트를 포기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스냅타이트 기술을 사용한다. 가끔 폴리캡으로 스냅타이트 효과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반다이나 캐릭터 프라모델을 제외하면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위시한 스케일 모델에서는 스냅타이트를 쓰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훨씬 일반적이다. 스냅타이트를 제대로 해낼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도 어렵지만,[1] 스냅타이트가 가지는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밀리터리나 자동차 모델링의 경우 잔부품이 많아 어차피 접착제를 써야 한다. 정교한 부품의 경우 스냅타이트로 끼우는 정도의 힘에도 부러질 수 있으므로, 접착제 사용은 필수. 상황이 이런지라 일부 골수 모델러의 경우 스냅타이트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나마 스냅 설계를 적용한 부분조차 기존에 하듯이 돌기를 잘라내고 접착하기도 한다. 스냅킷인데 아귀가 안 맞을 때는 이게 최선의 해결책이긴 한데, 매번 굳이 그런다면 좀 별종이긴 하다.
그러나 위의 이유들을 떠나서 밀리터리 킷에 스냅타이트 설계를 적용하지 않는, 적용하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는 가장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스냅타이트 설계가 유기용제에 의한 파손 확률을 크게 높이기 때문이다.[2] 밀리터리 프라모델, 특히 AFV의 경우 상당히 하드한 웨더링을 하게 되는데, 이때 주로 건조 시간이 느린 에나멜 시너를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스냅타이트 킷의 경우 부품 결합부가 부품에 지속적으로 부하를 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부품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한다. 여기에 워싱이나 필터링을 하기 위해 에나멜 신너를 바르기라도 하면 결합부분에 생긴 틈으로 신너가 흘러들어가서 ''' 부품이 쪼개진다'''. 에나멜 시너가 증발이 느린 관계로(= 오랫동안 잔류하며 지속적으로 플라스틱을 약화) 가장 심각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수지 접착제나 유성계 도료도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건프라야 도색하지 않아도 태가 나고, 반다이 측에서도 풀도색을 썩 권장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밀프라의 경우 위장무늬를 색분할로 처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도색이 거의 강제되고,[3] 거기에 웨더링 정도는 해야 작품으로 쳐주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일부분이면 몰라도 전면적으로 스냅타이트를 적용한 경우 쏟아지는 각종 유기용제에 견디기가 힘들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에칭, 피규어 빼고 전부 스냅타이트 방식이면서도 밀리터리적 색채가 짙은 반다이의 U.C Hard Graph 시리즈인데, 밀프라 위주의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조립성은 극찬하면서도 웨더링 관련해서 갑갑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냅타이트 킷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에나멜 시너를 쓰고 말겠다...는 사람들이 직면할 험난한 길에 대해서는 건프라쪽 네임드인 Zakuer가 작성한 이 글을 참조.
그나마 자동차나 밀리터리 등의 경우 다이캐스트 모형이 프라모델 시장 수요층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아이템[4] 들을 위주로 스냅타이트 킷이 조금 늘긴 했다. 물론 그걸 제외하면 대부분이 현재의 접착제 조립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스냅타이트 설계를 위해선 반다이급의 뛰어난 금형기술이 필요한 것은 맞다만, 밀프라 업계에서 스냅타이트를 잘 쓰지 않는 건 굳이 안 하는 측면도 크다. 거기다 프라모델 시장은 건프라, 캐릭터 등의 스냅킷과 밀리터리 등의 비 스냅킷으로 명확히 나뉜 상태로서 둘의 사업 분야가 딱히 겹치지 않는지라, 직접적 경쟁관계라고 보기도 사실 힘들다[5] . 비스냅식 건프라(유물급 구판 제외)나 스냅식 티거 전차가 있는 것도 아니니 건프라를 할 거면 선택의 여지 없이 스냅킷을 만지게 되고 밀프라를 할거면 역시 선택의 여지 없이 비스냅킷을 만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둘의 기술적 난이도 차이가 있음에도 스냅킷이냐 비스냅킷이냐는 우열관계 내지는 발전과정의 선후관계라기보다는 일단은 분야 자체가 다르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다만 간혹 스냅식과 비스냅식이 공존하는 분야, 가령 마크로스 시리즈 관련 킷 등을 보면 스냅타이트와 비 스냅타이트의 직접적 비교가 가능해지는데, 조립 편의성이나 진입장벽 등에서 스냅타이트가 훨씬 우월하지만 내공이 많이 쌓인 사람이라면 접착식 쪽이 훨씬 퀄리티가 높다. 상술했듯 프라모델의 꽃인 도색과 웨더링이 크게 제한되다보니.. 극단적으론 스냅타이트쪽은 초보자용 장난감 취급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도 대부분의 모델러들은 낮은 진입장벽으로 프라모델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늘려주는 스냅타이트 킷을 마냥 나쁘게는 보지 않는다.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기들도 이득이기 때문. 실제로 건프라같은 가벼운 프라모델을 통해 프라모델 인구가 늘자 돈이 되는 시장이라 판단했는지 작은 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온갖 상품들을 내놓았는데 그중에는 물이나 눈, 연기 등의 표현재. 간단 웨더링 키트, 디오라마용 건축물 같은 가려운 곳를 긁어주는 [6] 물건이 많아 호평을 듣고 있다.
[1] 당장 위에 서술되어있는 반다이와 고토부키야의 기술력 차를 봐도 알수있다. 다만 데스 스팅거이후로 고토제도 반다이제 느낌처럼 기술이 상향되었고, '''특히 프라모델 미소녀 얼굴 조형쪽에서는 우위를 점하고있다.''' 다만 고토부키야의 원래 주력 상품이 피규어이고, 거기에 얼굴 파츠는 인젝션으로 내지 않고 따로 도색이 된 상태로 개별 포장되기에 모든 것을 인젝션으로 해결하려는 반다이보다 기술력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2] 프라모델의 재료는 대부분 유기용제에 녹는다.[3] 반다이는 이런 위장 무늬 등에 대해 '''습식데칼'''로 처리한다.[4] 아카데미의 그랜져, 타이타닉,독도함,미주리호. 일본의 경우 칸코레의 영향으로 워터라인 시리즈가 야마토 등 네임드 함선을 출시한다.[5] 예외는 반다이가 딱 한번 출시한 UC HARD GRAPH 라인업. 이쪽은 반다이가 올드유저를 위해 밀리터리풍 스냅타이트 킷을 출시했었다. 몰드는 훌륭하지만 61식 전차는 내부가 크게 텅텅비어있어서 아쉬운 평이 많았고(물론 내부재현까지 했으면 안 그래도 비싼 가격이 더 뛰었겠지만) '''스냅타이트 킷에 에칭 파츠 적용'''이라는 의의밖에 없었다. 되려 이쪽은 HGUC쪽이 큰 호평을 받았다.[6] 과거에는 흙을 표현한답시고 진짜 흙을(...) 퍼다 쓰기도 하고 석고로 건물 벽돌을 일일이 만들어서 건물을 세워다 부수고(....) 투명한 강물 표현을 위해 무슨 재료가 좋은지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