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

 


1. 개요
2. 학설의 대립
2.1. 소극적 구성요건 표지이론
2.2. 고의설
2.3. 엄격책임설
2.4. 제한적책임설
2.4.1. 유추적용설
2.4.2. 법효과제한적책임설
3. 우리나라 대법원의 입장(68도370)
3.1. 검토


1. 개요



위법성 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는 i) 구성요건 착오로 보는 입장 ii) 위법성 착오로 보는 입장 iii) 독자적 착오의 유형으로 보는 입장으로 대분할 수 있다. 구성요건 착오로 보는 입장으로는 소극적 구성요건 표지이론, 고의설, 유추적용설 등이 있다. 위법성 착오로 보는 입장은 엄격책임설 등이 있다. 독자적 착오의 유형으로 보는 입장은 법효과제한적책임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수설은 법효과제한적책임설이다. 판례는 명확하게 어떠한 학설을 취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엄격책임설의 입장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학설의 대립



2.1. 소극적 구성요건 표지이론



범죄체계론과 관련하여 발전된 이론인 소극적구성요건표지이론은 위법성조각사유를 구성요건의 소극적 요소로 이해하여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도 구성요건 착오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즉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을 ‘총체적 불법 구성요건의 소극적 표지’로 보고 있으므로, 구성요건의 성립을 위하여 행위자는 구성요건의 객관적 요소를 인식해야할 뿐 아니라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것도 인식하여야 한다. 만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가 있으면 총체적 불법 구성요건에 대한 소극적 표지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것이기 때문에 형법 제13조가 직접 적용되어 고의 그 자체가 부정되고 과실범이 성립하게 된다.
이 이론은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위법성의 착오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구성요건 착오로 취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의 이론적 가치는 존재하나, 여러 가지 결함으로 인하여 오늘날 고사할 처지에 놓여 있다.
소극적구성요건표지이론은 i) 범죄구성3단계론을 취하고 있는 현행 형법에 적용되기 힘들다는 문제점, ii) 형법적 평가단계에 있어서 구성요건과 위법성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 iii) 고의의 성질상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등의 결함이 있다.

2.2. 고의설



고의설은 위법성 인식을 고의의 성립요소로 보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착오에 정당이유가 있다면, 위법성 인식의 결여가 어디에서 유래하는지를 불문하고, 위법성조각사유의 존재 및 한계에 관한 착오이든 그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이든 간에, 모두 위법성 인식이 결여되는 결과 고의의 성립이 배제된다고 본다.
다시 고의설은 엄격 고의설과 제한적 고의설로 나뉜다. 이 두 입장은 고의의 성립에 필요한 ‘위법성 인식의 정도’에 그 차이가 있다. 엄격 고의설은 사실의 인식 외에 위법성 인식까지 ‘현실적으로’ 가지고 있을 것을 요한다. 따라서 위법성의 인식이 현실적으로 결여된 경우에 고의의 성립이 부정되며, 그 착오에 과실이 존재하면 과실범이 성립하는 입장이다. 현재 엄격 고의설을 지지하는 학자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제한적 고의설은 엄격 고의설과는 달리 고의의 성립에 있어서 위법성의 인식에 대한 현실적 인식은 요하지 아니하고 ‘인식의 가능성’만으로 족하다는 입장이다. 위법성의 인식이 결여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인식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하면 고의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고의설은 i) 위법성 인식의 결여의 회피가능성이라는 과실적 요소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위법성을 의미하는 고의와 동일시하여 본질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고의와 과실을 결합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라는 점, ii)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위법성 인식 없이 행위한 자에게 고의범이 성립되지 아니하므로 만일 과실범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행위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되어 법무관심적 태도를 가진 자를 유리하게 한다는 점 등의 결함이 있다.

2.3. 엄격책임설



엄격책임설은 위법성 인식을 책임의 독자적 요소로서 이해하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위법성에 관한 착오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간에 고의의 성립을 부정하지 못하고, 책임에 영향을 줄 뿐이다. 따라서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의 착오의 경우 구성요건 해당성과 위법성을 인정한 다음 책임단계에 와서 위법성의 착오로 취급하여 위법성조각사유의 존재 또는 한계에 관한 착오와 마찬가지로 형법 제16조에 의하여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책임조각 내지 책임감경이 된다. 이 이론은 범죄구성3단계론에 충실하고자 하는 입장으로서, 위법성조각사유는 구성요건 해당성이 아니라 위법성만을 배제한다. 따라서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의하여 부정되는 것은 구성요건적 고의가 아니라 위법성의 인식뿐이다.
엄격책임설은 i) 체계논리에 집착한 결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하여 회피가능한 착오가 있은 경우에 고의범이 성립한다는 점에 있어서 일반인이 법감정 내지 정의감에 반한다는 점, ii) 행위상황에 대한 인식여부와 행위 그 자체의 허용여부에 대한 평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 등의 결함이 있다.

2.4. 제한적책임설




2.4.1. 유추적용설



유추적용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가 바로 구성요건 착오는 아니지만, 이와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구성요건 착오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구성요건 착오처럼 취급하는 입장이다. 이 구조적 유사성에 관하여는 행위반가치 탈락설과 불법고의 탈락설이 있다.
행위반가치 탈락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을 착오한 자도 고의는 존재하여 구성요건 착오는 아니지만 법질서에 충실하려는 의도는 존재하므로 ‘행위반가치가 탈락’하여 고의불법이 부정된다고 하는 입장이다. 고의불법이 탈락되므로 과실불법만 인정된다.
불법고의 탈락설은 소극적구성요건표지이론의 불법고의 개념을 수용하여 행위의사인 구성요건적 고의와 별도로 고의범 처벌에 필요한 불법고의라는 ‘두 개의 고의개념’을 인정하여 구성요건표지와 위법성조각사유의 부존재까지 인식해야 하는 불법고의가 있는 때에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의 착오의 경우에는 구성요건적 고의는 존재하나 불법고의가 없으므로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전제사실은 사실이라는 측면에서 구성요건 요소로서의 사실과 유사한 성질에 비추어 구성요건 착오규정을 유추적용 한다.
유추적용설은 i) 구성요건적 착오규정을 유추적용 하여 과실범을 인정하면 착오자의 미수행위와 여기에 가담한 공범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점, ii)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는 대부분의 경우에 처벌의 유루현상이 발생한다는 점 등의 결함이 있다.

2.4.2. 법효과제한적책임설



법효과제한적책임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시에 그 불법내용에 있어서 구성요건적 고의는 그대로 존속하지만, 다른 법률효과, 즉 형벌에 있어서만 구성요건 착오가 있는 것과 동일시된다고 하며,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하여 회피가능한 착오를 일으킨 자는 고의로 행위한 것이지만 그 ‘법효과’에 있어서 과실범으로 처벌하는 입장이다.
법효과제한적책임설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함에 있어서 오늘날 특히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고의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는 학설이다. 이 학설은 행위형식으로서의 구성요건적 고의와 책임형식으로서의 고의 책임고의라고도 한다.
법효과제한적책임설이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직접적으로 구성요건 착오와 동일시하지 아니하는 이유는, 전자는 행위자가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사실만큼은 모두 인식하고 있으므로 구성요건의 경고기능이 행위자에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회피가능성이 있었다면 법이 요구하는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였다는 비난, 즉 상황의 검토에 부주의하였다는 ‘책임비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때의 비난은 고의책임에 있어서와 같이 법공동체의 가치관과 부합하지 아니하는 행위자의 법적대적 심성에 심정반가치에 대하여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일으킨 자는 행위시에 상황에 대한 인식을 소홀히 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행위자는 고의범으로서의 심정반가치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의 독자성을 인정하여 구성요건 착오 및 금지착오와는 다른 제3의 착오유형으로 취급하는 입법적 방법이 있다. 그 입법례로서 197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오스트리아형법 제8조가 있다. 동조는 제한책임설의 입장에 서서 “착오로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할 상태를 오신한 사람은 고의의 범행으로 처벌될 수 없다. 그는 그 착오가 과실에 기하고 그 과실의 범행에 형벌이 부과되는 경우에 과실의 범행으로서 처벌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효과제한적책임설은 고의범의 구성요건 해당성과 위법성까지 인정된 자에 대하여 책임단계에 와서야 과실범을 인정하는 것은 체계모순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 우리나라 대법원의 입장(68도370)


'''대법원 1968. 5. 7., 선고, 68도370, 판결'''

'''【판시사항】'''

정당방위에 관한 법의와 오상방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는 사례

'''【판결요지】'''

싸움을 함에 있어서 격투를 하는 자 중의 한사람의 공격이 그 격투에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여 살인의 흉기 등을 사용하여온 경우에는 이를 '부당한 침해'라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정당방위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주 문】'''

원판결을 파기한다.

본건을 육군고등군법회의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살피건대,

싸움을 함에 있어서의 격투자의 행위는 서로 상대방에게 대하여 공격을 함과 동시에 방위를 하는 것이므로 그중 일방 당사자의 행위만을 부당한 침해라하고, 다른 당사자의 행위만을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나, 격투를 하는 자중의 한사람의 공격이 그 격투에서 당연히 예상을 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여 살인의 흉기등을 사용하여 온 경우에는 이는 역시 부당한 침해라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는 정당방위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본건에 있어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은(피고인은 상병이다) 소속대의 경비병으로 복무를 하고 있는 자로서 1967.7.28. 오후 10시부터 동일 오후 12시까지 소속 연대장숙소 부근에서 초소근무를 하라는 명령받고 근무중, 그 이튿날인 1967.7.27. 오전 1시30분경 동소에서 다음번 초소로 근무를 하여야 할 상병 공소외인과 교대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언쟁을 하다가 피고인이 동인을 구타하자 공소외인(22세)은 소지하고 있던 카빙소총을 피고인의 등뒤에 겨누며 실탄을 장전하는등 발사할 듯이 위협을 하자 피고인은 당황하여 먼저 동인을 사살치 않으면 위험하다고 느낀 피고인은 뒤로 돌아서면서 소지하고 있던 카빙소총을 동인의 복부를 향하여 발사하므로서 동인을 사망케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과 공소외인과의 사이에 언쟁을 하고, 피고인이 동인을 구타하는등의 싸움을 하였다하여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타를 하였음에 불과한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인이 실탄이 장전되어있는(초소 근무인만큼 실탄이 장전되어 있다) 카빙소총을 피고인의 등뒤에 겨누며 발사할 것 같이 위협하는 방위 행위는 위와 같은 싸움에서 피고인이 당연히 예상하였던 상대방의 방위행위라고는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는 부당한 침해라고 아니할 수 없고,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동인을 먼저 사살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느낀 나머지 뒤로 돌아서면서 소지중인 카빙총을 발사하였다는 행위는 현재의 급박하고도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고, 만일 공소외인이 피고인의 등뒤에서 카빙총의 실탄을 발사하였다면, 이미 그 침해행위는 종료되고 따라서 피고인의 정당방위는 있을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피고인이 발사를 할 때까지는 공소외인이 발사를 하지 아니한 점으로 보아, 동인에게 피고인을 살해 할 의사가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생명에 대한 현재의 위험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므로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하였음은 정당방위에 관한 법의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사 피해자인 공소외인에게 피고인을 상해할 의사가 없고 객관적으로 급박하고 부당한 침해가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원심이 인정한 사실자체로 보아도 피고인으로서는 현재의 급박하고도 부당한침해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기록에 의하면 공소외인은 술에 취하여 초소를 교대하여야 할 시간보다 한시간반 늦게 왔었고, 피고인의 구타로 동인은 코피를 흘렸다는 것이며, 동인은 코피를 닦으며 흥분하여 "월남에서는 사람하나 죽인 것은 파리를 죽인 것이나 같았다. 너하나 못 죽일 줄 아느냐"라고 하면서 피고인의 등뒤에 카빙총을 겨누었다고한다)에 해당된다고 아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서 피고인의 정당방위의 주장을 배척하였음은 역시 오상방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도 아니할 수 없으므로 원판결은 부당하다하여 파기하기로 한다.

그러므로 관여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3.1. 검토


본 대법원 판결에서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정당방위에 관한 법리오해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오상방위에 관하여는 ‘오상방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을 뿐, 위 오상방위 사건에 대하여 고의범으로 처벌한 원심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하지 아니하였기에 우리 대법원이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는 명확하지 아니하다. 하지만 ‘현재의 급박하고도 부당한 침해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보아,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에 대하여 엄격책임설의 입장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