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
1. 개요
+5 [[音]][[素]]
Phoneme
언어의 소리 체계 내에서 다른 소리와 구별되어 대립적 기능을 하는, 언어 사용자가 인식하는 소리의 최소 단위.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 '물', '불', '풀', '뿔'은 초성 ㅁ, ㅂ, ㅍ, ㅃ 에 의해 의미가 구별되기 때문에, /ㅁ/, /ㅂ/, /ㅍ/, /ㅃ/은 한국어에서 각자 다른 음소이다.한편 '물'과 '불'처럼 하나의 소리만이 다르고 다른 분절음이 모두 같은데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들의 쌍을 '최소대립쌍'이라고 한다. 따라서 최소대립쌍을 성립하게 하는 두 개의 소리는 별개의 음소라고 부를 수 있다.
2. 운소와 음소
'음소'는 '운소(韻素, 초분절 음소)'와 함께 '음운(音韻)'을 이룬다.[1] 그리고 음소와 운소는 '''음운론(音韻論, Phonology)'''의 주요 주제다. 음운론에서는 음소를 분절 음운, 운소를 비분절(초분절) 음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1. 음소(분절 음운)
자음, 모음, 반모음이 여기에 속한다.
2.2. 운소(비분절(초분절) 음운)
소리를 나누는 단위가 아니지만 역시 음소와 같이 말의 뜻을 구분해주는 기능을 한다.
예: 밤 또는 눈의 장단음 구분, 중국어 등 일부 언어의 어휘에 존재하는 성조, 영어의 강세, 대부분의 언어에 존재하는 억양
3. 음성과 음소
언어학에서 음성(phone)과 음소(phoneme)는 명확하게 다른 개념이다. 음성은 '''물리적인''' 소리인 반면, 음소는 화자(와 청자)가 '''인식하는, 지식으로서의''' 소리이다. 따라서, 하나의 음소가 두 개 이상의 음성으로 실현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두 가지 다른 음성이 어떤 언어에서는 하나의 음소인 반면 어떤 언어에서는 두 개의 음소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어와 영어의 파열음(k, t, p)을 들 수 있다. 가령 한국인에게 '비빔밥'의 발음을 표기하라고 하면 /비빔빱/으로 표현하는게 보통이다. 즉 '비빔밥'에서 '비'의 초성 ㅂ, '빔'의 초성 ㅂ, '밥'의 종성 ㅂ을 (후술하다시피 실제로는 다른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를 캐치하지 못하고) 동일한 소리라고 인식하는 것이다.[2] 그러나 '비빔밥'의 실제 음성 표기는 ['''p'''i.'''b'''im.p͈a'''p̚''']으로, '비'의 초성 ㅂ은 무성음, '빔'의 초성 ㅂ은 유성음, '밥'의 종성 ㅂ은 무성불파음으로, 셋은 전부 다른 소리이다. 즉 한국어에서 음소 /p/는 [p], [b], [p̚]로 실현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인은 'ㅂ'과 'ㅍ'을 다른 소리라고 인식하며, 이는 한국어에 /p/과 /pʰ/라는 별개의 음소가 있음을 뜻한다. 또 영어 화자에게, pertain(/pərtʰeɪn/), spy(/spaɪ/), pie(/paɪ/), 그리고 apt(/æpt/)의 p는 똑같은 'p'로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pertain(['''p'''ərtʰeɪn])의 p는 중기음, spy([s'''p͈'''aɪ])의 p는 무기음, pie(['''pʰ'''aɪ])의 p는 유기음, 그리고 apt([æ'''p̚'''tʰ])의 p는 불파음으로, 넷은 전부 다른 소리이다. 즉 영어에서 음소 /p/는 [p], [p͈], [pʰ], [p̚]로 실현될 수 있다. 한편 영어 화자는 'b'와 'p'를 다른 소리라고 인식하며, 이는 영어에 /p/와 /b/라는 별개의 음소가 있음을 뜻한다.
위의 예를 표로 정리하면
가 된다. 즉, 한국어의 음소에는 '유기음-무기음'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유성음-무성음'의 대립은 존재하지 않고, 영어의 음소에는 '유성음-무성음'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유기음-무기음'의 대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같은 음성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어 화자와 영어 화자가 인식하는 소리가 다른 경우가 있다. 참고로 한국어에서 [p]와 [b]와 [p̚], 영어에서의 [p]와 [p͈]와 [pʰ]와 [p̚]는 각각 한국어와 영어의 음소 /p/의 변이음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국어의 대립은 저 두 가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음/ㅂ/-격음/ㅍ/-경음/ㅃ/의 삼지적 상관속을 이룬다. 영어는 무성음/p/-유성음/b/로 이지적 상관속을 구성한다.[3] 즉 한국어 화자라면 ㅂ-ㅍ-ㅃ를 구분하여 들을 수 있으므로 뜻이 구별되지만(불-풀-뿔) 영어권 화자가 들으면 단순한 /pul/의 연속일 뿐이다. 반면 영어 화자는 [b]와 [p]를 구분해서 들을 수 있으므로, 한국어 화자의 '부산'을 발음을 들으면 영어 화자는 pusan으로 정확히 이해한다. 그리고 영어 화자는 [p]와 그 변이음인 경음(된소리) [p͈]를 구분해서 들을 수 없으므로, 그 결과 한국인이 아메리깐빠이라고 이야기해도 영어권 화자들은 아메리칸파이로 이해한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바보'의 비읍은 서로 소리가 다른데 왜 똑같이 적는 거야?'라고 물었을 때, 아마 음소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은 한국어 화자는 대부분 '이 놈이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여기서 두 비읍의 다른 소리를 캐치해낸 외국인이 들은 것은 실제 소리, 즉 음성이고, 한국인이 오랫동안 같은 소리라고 믿고 있던 비읍의 표기가 음소이다.
일반적으로 사전에서 발음을 표기할 때는 / /나 [ ] 중 아무거나 쓰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언어학에서 음소는 '''/ /'''로, 음성은 '''[ ]'''로 표현한다.
[1] 다만 광의에서 음소를 음운을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2] 반면 '비빔밥'에서 '밥'의 초성 ㅂ의 발음은 다르다고 인식하여 'ㅃ'으로 표기하는바, 이 발음은 경음, 즉 된소리라고 따로 분류하기도 하며 국제음성기호로는 [ˀp\] 혹은 [p͈\]로 적는다.[3] 참고로 고전 그리스어와 고전 라틴어는 무성무기음/p/-무성유기음/ph/-유성음/b/로 삼지적 상관속, 산스크리트어와 힌디어를 비롯한 인도아리안어군의 많은 언어들은 무성무기음/p/-무성유기음/ph/-유성무기음/b/-유성유기음/bʱ/의 사지적 상관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