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
1. 개요
'''성조'''(聲調)는 초분절 음소 중 하나로, 대개 음절(그 중에서도 음절 핵이 되는 모음)에 실리는 소리의 고저 변동을 말한다. 이러한 소리 변동이 단어 의미 변별이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하는 경우 '성조 언어'라고 지칭한다.[1] 중국어를 비롯한 중국티베트어족 계통에 자주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대개 중국어를 배우면서 접하게 된다.
2. 중국어의 성조
표준중국어의 성조는 음평성 (1성), 양평성 (2성), 상성 (3성), 거성 (4성)의 4성조가 있다. 중국은 넓고 인구가 많은 만큼 방언의 종류도 다양한데, 방언은 성조의 수가 표준중국어에 비해 더 적거나 더 많을 수 있다. 7대방언군을 기준으로 보면 관화는 3-5성조, 상(湘)어는 5-6성조, 객가어는 6성조, 오어는 5-7성조, 감어는 7성조, 민어는 6-8성조, 광동어는 6-9성조가 있다고 한다. 이 중에는 입성(入聲)처럼 소리의 고저차가 아니라 꼬리자음의 유무 및 종류를 하나의 성조로 구분한 것도 있다.[2] 성조가 없는 것은 경성(輕聲)이고 동음 단어끼리 연결되거나 각종 접미사(椅子같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같은 글자에서 같은 독음이 있지만 성조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표준중국어의 不과 一은 성조가 바뀌는 글자인데 뒤에 4성이 오면 2성으로 바뀌고 一은 뒤에 1,2,3성이 오면 4성으로 바뀐다.
한어병음에서는 이 성조를 diacritic을 붙여 표기한다. 사용하는 diacritic은 macron(1성, ◌̄), acute(◌́, 2성), caron(◌̌, 3성), grace(4성, ◌̀) 등이다.
2.1. 노래
중국어 노래는 보통 성조를 무시하고 부른다. 노래를 부를때는 계이름과 멜로디가 맞아야 하는데, 성조도 일종의 멜로디이기 때문에, 노랫말의 성조에 맞춰 작곡하지 않는 이상 둘을 동시에 부르는 건 불가능하므로 성조를 무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랩을 할 때는 정해진 선율이 없으므로 성조가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대중가요 뮤비에서는 노랫소리만 들었을 때 가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것을 막고자 자막도 같이 띄워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한국인들이 동음이의어를 구분하는 것처럼 자막이 없어도 중국인들은 웬만한 노래는 문맥에 따라서 잘 이해한다.
전통가곡에서는 곡 자체가 성조를 감안해서 만들어져 있어 성조를 살려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성조와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중국어 노래가 특유의 매력이 느껴진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 대신 '''곡 쓰기는 어려워진다.'''
3. 다른 언어에서
주로 단음절언어에 성조가 있는데, 음절이 하나다 보니까 발음이 겹치는 단어가 많아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중국티베트어족의 경우 중국어 외에도 바이어, 하니어, 나시어 등 중국 남부 소수민족언어들, 라싸에서 사용되는 표준 티베트어[3] , 미얀마어도 성조가 쓰인다. 베트남어의 경우 중국티베트어족이 아니지만 과거 1000년 가까이 중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6성이 존재한다. 태국어의 경우에는 중국어와의 계통상 연관성은 딱히 없지만 성조가 존재한다. 그 외에도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좡족이 사용하는 좡어(태국어와 같은 어족), 먀오어, 야오어 등도 성조가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쪽 언어라고 모두 성조가 있는 건 아니고, 크메르어, 마인어 등은 성조가 없다.
스와힐리어 등의 일부를 제외한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언어와 마야어나 나바호어, 틀링깃어 등의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 헝가리어, 그리고 오세아니아의 일부 언어에도 성조가 있다. 일본어도 성조 비슷한 것, 정확히는 고저 악센트가 있다.
성조가 있는 인도유럽어족 언어도 약간 있다.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에서 사용하는 펀자브어는 음절 성조(평성, 하강, 상승)가 있는데, 펀자브어의 음절 성조는 많은 경우 기식(aspiration)이 있었던 유성 자음이 기식을 잃어버리면서 발생하였다. 리투아니아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에도 성조가 발달하였다.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는 인도유럽어에서 발달한 강세가 변하여 성조가 되었다.
3.1. 일본어
일본어는 음절 단위의 성조는 없지만 단어 단위의 성조인 고저 악센트가 존재한다. 한국어에는 경상도의 동남 방언과 함경도의 동북 방언을 제외하면 이런 개념이 없거나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4] 일본어를 잘 한다라고 자부하는 한국인들조차 유성음과 더불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며, 심지어 어느 정도 학습이 진행된 사람이라도 이러한 개념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동음이의어가 많은 일본어의 특성상, 음성 언어에서는 악센트로 의미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익혀두면 좋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본어의 악센트는 외국인이 학습하기에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악센트가 있음에도 이것을 문자로 표기하지 않는 것에 있다. 성조가 문자 표기에 들어가는 베트남어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어조차 주음부호나 한어병음으로 성조를 표기하고 있는데, 일본어는 웬만한 사전에서도 이것을 표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회화를 들어가면서 하나하나 파악할 수 밖에 없다. 또 이러한 악센트의 조건이나 변화가 매우 불규칙하다. 이것이 고유어는 물론이고 가타카나로 표기되는 외래어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같은 3음절 단어라도, 그 악센트는 '고고저'일 수도 있고, '고고고'일 수도 있고, '고저저'일 수도 있다. 이것이 접두어, 접미어와 붙거나, 심지어 뒤에 조사가 붙는 경우에도 악센트가 바뀌며, 이것이 문장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주어 자리에 오는지, 목적어 자리에 오는지)에 따라 또 악센트가 변화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가 불규칙하게 일어난다.[5] 여기에 추가로, 이러한 악센트가 전국 공통이 아니라 방언에 따라 또 달라진다.
3.2. 한국어
중세 한국어 시기에는 중국의 사성 체계를 받아들여[6] 한글에도 방점의 형식으로 성조를 표기하였다. 사성 문서 참고. 현대 표준 한국어는 성조가 완전히 사라졌고, 경상도의 동남 방언과 함경도의 동북 방언, 강원도 일부 지역의 영동 방언에 중세 한국어의 흔적인 성조가 남아있다.[7] 다만 경상도 역시 중세 한국어에 비하면 단순화된 고저 구분이며, 북한에 포함돼 존재감은 적으나 함경도의 동북 방언은 경상도보다 조금 더 원형에 가까운 3대 구분까지 존재한다.
경상도와 함경도에서는 중국어처럼 이것이 단어의 의미 변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중국어만큼 복잡하게 남아있는 것은 아니라서 틀려도 문맥상 대부분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원어민에게는 이걸 틀리는 사투리는 타지인의 부자연스러운 사투리 흉내로 들릴 것이다.
서울말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는 대개의 경우 의미 변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으나, '종을 울리다'와 '종이 울리다'와 같이 고저를 통해 구별할 수 있는 예가 있기는 하다. 전자가 본래 '울리-+-이-+다'로 파생된 것의 흔적이다.
인터넷에서는 대각선 화살표로 말의 높낮이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과 유사한 것을 국제음성기호에서도 채택하고 있다.
특정 문장에서 고저 악센트와 미묘한 끊어 발음하기가 말의 의도와 의미를 나타낼 때가 있다. 가령 "어디 가니?" 라고 물을 때 '지금 가려는 목적지를 묻는 것'과 '지금 어딘가로 가려고 하고 있는가'를 물을 때의 억양이 다르다.
[1] 가령 한국어에도 어절마다 높이 변동은 존재한다. 그러나 단어 의미의 차이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에는 고저가 있다"라고 할 뿐 한국어를 성조 언어라고 하지는 않는다.[2] 입성이 정의될 당시엔 꼬리자음에 의해 모음이 약간 영향을 받아 따로 성조로 정의한 건데 이걸 아직까지도 다른 성조로 구별하려 하는 것이다.[3] 티베트어는 중국어만큼 성조가 복잡하지 않으며, 방언에 따라 성조가 없는 경우도 있다.[4] 이 때문에 경상도 사람이 일본어를 배울 때 더 빨리 적응한다는 속설도 있다. 물론 언어 자체가 다르고 어디에 어떤 부분에 악센트가 들어가야 하는지는 결국 따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이것 나름대로 일본어 화자에겐 부자연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비슷한 개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라 적응 측면에선 확실히 유리할 수 있다.[5] 성조가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오어나 민어같은 언어도, 나름대로의 변화 규칙이 있는데, 일본어는 그조차 없고 경험에 의한 감으로 익히는 수 밖에 없다.[6] 체계를 받아들이기는 했으나 사실 한국어의 성조와 중국어의 성조에는 차이가 있었다.[7] 성조 외에도, 서울이 포함된 한반도 서부 방언에 비해 한반도 동부의 방언에는 문법 등 중세 한국어의 형태가 좀 더 많이 보존되어있는 편이다. 동남 방언/문법 문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