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음
1. 개요
長短音
길고 짧은 소리의 구분을 가리키는 말로 긴 소리인 장음과 짧은 소리인 단음으로 구분된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어에는 장단음의 구분이 존재하였다. 말은 바뀌었으나 표준어 규정은 아직 바뀌지 않아 표준어 규정에는 아직도 장단음의 구분이 존재한다.
일본어 같은 경우 장단음이 음절 상관없이 모두 나타나고 글자 자체에 장음으로 발음하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어에서는 그냥 장단음 구별의 존재감 자체가 매우 미약하다.
2. 한국어의 경우
2.1. 역사
장단음은 중세 한국어에서 성조가 사라지며 상성(낮았다가 높아지는 소리)이 장음으로 바뀐 것에서 유래하였다. 이렇게 성조가 사라지는 과도기로 장음이 나타났기 때문에, 장단음의 구별 또한 미약할 수밖에 없었고, 표기 시스템도 갖추어지지 못했으며, 발음 규칙도 통일되게 존재하지 못했다. 이는 아래 내용에서 후술한다.
국어규범이 생긴 때까지 서울 방언 등에선 분명히 장단음의 구분이 있었다. 특히 고령층 화자의 경우에는 'ㅓ'의 장음이 고모음화가 진행되어서 'ㅡ'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을 흔하게 들을 수 있다. [또한] 이것은 표준 발음이며, 표준 발음법 제4항의 해설을 보면
라고 나와 있다. 이 때문에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장단음을 틀리면 일간신문 독자투고란에 "'''아나운서라는 자가 그것도 제대로 발음 못하느냐'''"라고 까는 글이 걸핏하면 올라오곤 했다.후설 평순 모음이면서 중모음인 [ㅓ]는 긴소리일 경우에 혀를 좀 높여 [ㅡ]의 위치에 가까운 모음으로 발음함이 원칙이다. 말하자면, 긴소리로서의 [ㅓ]는 [ㅡ]와 짧은 [ㅓ]와의 중간 모음인 '''올린 ‘ㅓ’로 하는 발음이 교양 있는 서울말의 발음'''이다.
하지만 21세기 현재 장단음 구분을 하는 화자는 고령층이나 아나운서, 성우 정도이다. 이 항목을 읽는 위키러 중에 장단음을 구분할 수 있는 위키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입말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 일부 젊은 서울 방언 화자 중에서도 말할 때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장단음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말하면 장단음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존재한다.
20세기 중후반 이후로 한국어에서 과대[꽈ː대] 이런 식으로 유독 된소리의 분화가 자주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가 장단음의 소멸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쉽게 말해 기존에 장단음이 갖고 있던 의미 구분의 역할을 된소리가 대체했다는 것이다.
2.2. 특징
밤, 배, 눈, 말, 굴과 같이 한 글자 음성들이 장음, 단음으로 구분될뿐만 아니라, 부자, 사과, 감정 등 2음절 한자어나 걷다, 갈다, 그리다 등 2음절 이상의 용언의 첫 음절에서도 장음이 나타난다.
그러나 규범에서는 장단음을 구별하여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아나운서나 성우와 같이 표준어를 특별하게 준수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장단음을 구별해서 익히고 있다. 공직자들도 공무원 시험 국어과목에서 장단음 관련 문제가 출제되기는 하지만(그것도 7~9급 국어 시험문제에서나 나오지 5급 PSAT에서는 출제되지도 않는다.) 사실 시험으로 장단음을 배우는 이들도 실생활에서는 장단음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다. 동남방언 중 경북 사투리에서는 장단음 구별이 꽤 되긴 하는 편.
2.3. 왜 장단음은 사라졌는가?
"표준 발음법은 너무 부족한 게 많고 구체적인 성활별 발음 규정이 없어서 어떻게 발음 문제를 추진해 나갈 수 없다."
- 표기법의 부재?
그러나 장단음을 표기법에 확실히 반영하여 표기하는 핀란드어, 에스토니아어의 경우 장단음의 소실이 일어나기를 상상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장단음 구별표기가 있엇더라면 장단음의 소실이 지금같이 쉽게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윗 문단에서는 다른 언어들의 경우를 논거로 삼고 있으나, 중국어의 성조도 역사의 변천에 따라 그 양상과 성조의 수까지 계속 변화해 오다가 근대에 들어와서 표기법의 발달과 함께 정립되었다는 점에서 근거가 약하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문맹이 한국 사회의 과반수였다는 점은, 오히려 문자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장단음을 구별하다가 문자가 대부분 보급된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장단음 구별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표기법의 부재가 장단음 소실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을 강화한다.
- 첫음절 위주로만 나타나는 애매한 특성
다만, 항상 둘째 음절 이상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표준발음법 6항에 따르면 합성어의 경우 재삼재사([재ː삼재ː사])나 반신반의([반ː신바ː늬/반ː신바ː니])와 같이 예외적으로 긴소리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국어 교과서 편찬을 맡고 있는 박사급 연구원들에게 초등 국어 교과서에 장단음을 표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우선 장단음 개념을 발화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해야하지 정확히 몰라서 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호흡군" 문제) 둘째로는 '''각 낱말들의 장단음이 발음사전들마다 다른데''' 어떤 걸 표준으로 삼아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 김창진 씨의 주장
- 교육 상의 어려움
"1977년엔가, 한글학회 허웅 이사장은 국민학교 표준어 발음 교육을 구체적으로 계획했었다 한다. 그 무렵 산학협동재단 (발음독본협찬) 후원으로 나온 '긴 소리'와 '사이 된소리' 보조기호를 모두 찍은 국어 교과서 발음 독본을 대본으로 하고, 발음이 정확한 성우를 동원하여 녹음 교재를 제작해서 전국의 국민학교에 보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서울 신문로에 있는 한글학회 이사장실에 당시 대한음성학회 회장과 표준어발음 전문가 한 사람을 불러 허웅 선생이 이를 의논하고, 일을 곧 시작하려는데, 그 다음해엔가 국어 교과서가 개편 된다고[2]
예고되는 바람에 그만 중단되고 말았다 한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유한사 씨의 주장[3]
- 서울/경기 방언 위주로만 존재함
결국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장단음은 중세 한국어의 성조처럼 소멸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의 장단음은 소멸이 진행되는 와중의 흔적에 더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2.4. 예시
2.4.1. 보상적 장음화
단어 차원에서의 장음은 사라져 가고 있지만, 보상적 장음화(compensatory lengthening)라는 언어 보편적인 현상은 여전히 나타난다. 어떤 말이 준말로 될 적에 그 줄어든 부분이 장음으로 발음되는 현상으로, '되어'가 줄어들어 '돼'가 될 때 발음이 2음절 분량으로 길어지는 것이 그 예이다. (예: 그렇게 '''되어''' 결국 ~/그렇게 '''돼''' 결국 ~) 표준어로 인정된 준말(예: 뱀, 똬리, 외다 등)에서 이런 현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동남 방언에서도 나타나는데, '가져가'의 동남방언인 '가가'가 [가~가]로 길게 나타난다.
2.5. 북한 문화어의 장단음
"북한에서도 ‘조선문화어문법’.이나 ‘조선말화술’ 등의 저술에서 그 규범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의 언어생활에서는 잘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의 ‘조선말사전’ 에도 장단음 표시가 돼 있지 않다. (중략)
이렇게 북한은 장단음을 잘 지키지 않으면서도, 김일성이나 김정일 관계 기사에서 그들을 수식하는 말은 '''짧은 말을 길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 <신문과 방송>, 1995년 10월 호, 김상준 KBS 한국어연구회 간사 #
3. 유럽 언어의 사례
한국어에서 장단음 구별 표기가 없다는 것을 특이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장 독일어, 영어 등 유럽어만 봐도 표기에서 장단음 구별을 엄격하게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네덜란드어, 핀란드어, 라트비아어처럼 장단음 구별이 엄격한 유럽 언어도 존재한다.
장음 표기가 전무한 영어와 독일어에서 장단음 구별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따로 표기부호만 없을 뿐이지 어느 정도 표기상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어 장음 단음은 장음기호는 없어도 모음개수 등에 따라 규칙이 있다. 영어에서도 복모음은 대부분 장음이긴 하지만, 언제나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영어, 독일어, 헝가리어 등에서는 단순히 장단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발음 자체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이를테면 영어에서 'goose'의 'oo'는 고모음 /uː/이지만, 'put'의 'u'는 근고모음 /ʊ/가 되는 식. 영국식 영어는 장단음을 구별하나, 미국식 영어에서는 장단음 구별이 없어졌다고 보며 대신 전자를 긴장모음(tense vowel), 후자를 이완모음(lax vowel)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국식 영어에서는 어말의 [r] 발음이 탈락함에 따라 보상적 장음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water'이 [우오타~]처럼 끝이 길게 발음되는 것이다.
프랑스어, 스페인어는 한국어처럼 장단음 구별이 명확하진 않으나 강세에 따라 발음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4]
에스토니아어에서는 3단계로 장단을 구별한다.
- 1단계: lina /linɑ/
- 2단계: linna /linːɑ/
- 3단계: linna /linːː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