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가
1. 소개
적벽가는 작자 미상 한국 고전소설로,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 부분을 중심으로 하여 형성된 판소리계 소설이다.
2. 상세
본래 이름은 '화용도 타령'이었으며, 그 이름에 걸맞게 적벽대전 중에서 전반부는 간략하게 묘사하고[1] 조조가 패배하여 화용도로 도망치는 부분이 중점적으로 묘사된다.
현재 전해지는 바탕 소리 중(춘향가, 적벽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유일하게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리이며[2] , 그리고 배경설화에서 판소리가 나온 것이 아니라 소설(그것도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판소리가 나온 유일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삼국지라는 내용이 영웅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하는 데 반해서, 판소리는 수용자가 서민이기 때문에 전쟁에 참가하는 병사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또한 여기에 나오는 조조는 우리가 흔히 아는 간웅(奸雄)의 이미지보다는 필부(匹夫)에 가깝다. 하는 행동이 허세와 위선으로 뭉처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과거 기성 권위가 가지고 있던 폭력적인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평이다.
병사들이 신세 타령을 하는 내용이 당시의 지배자의 야망 실현 도구로 희생되어간 백성들의 모습을 나타내며, 이러한 한을 고스란히 담아낸 판소리로 평가 된다. 적벽대전 직전 위 진영 병사들의 '군사 설움' 부분에서는 기나긴 전쟁에 지쳐 고향의 부모님과 처자식을 그리워하는 병사들의 인간적 요소가 나타나 있어서, 연의나 전쟁 소설의 소모품에 불과한 졸병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여러 가지 중국 고사를 인용하고 있으나 정작 삼국지연의에는 나오지 않는(생략된) 내용들이 많으며, 이런 내용들은 판소리의 독창성과 문화 수용의 주체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삼국지의 내용 역시 좀 변형되어 있는데, 예컨대 조조가 동오의 황개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자신의 홍의를 벗어던지고 수염을 잘라서 적이 알아볼 수 없게 하는데, 원전에서는 마초에게서 달아날 때 했던 짓이다.
조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조롱하는 해학적인 부분이 돋보인다. 예를 들면 도망치면서 하도 겁이 난 조조가 메추리를 보고 화살로 착각해 기절초풍한다던지[3] 조운이 나타나자 말을 거꾸로 타고 도망친다던지 하는 등의 대목에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난다. 또한 단순히 영웅적인 활약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병사들이 전쟁에서 겪는 처절한 상황을 묘사함으로서 전쟁의 비참함을 드러내고 있다.
한 가지 예가 조조군의 인원 점고(點考)[4] 부분.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각기 적벽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심지어는 적군의 포로가 되어 동성간 강간을 당했다거나 온몸에 화상을 입어 불구가 되었다거나 하는 묘사도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http://blog.daum.net/ahnchon/17957450 또 이보다 앞부분인 '군사 설움 대목'을 들어보면 평범한 민중이었던 병사들이 원치 않는 전쟁에 강제로 끌려나온 현실 또한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조조군의 점고 부분은 조선시대의 군사점고를 따왔다고 추측되어, 전통군사학계에서도 연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병사들이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조총이며 환도를 차고 전쟁에 나간다는 대목도 있고, 촉군이 군대를 배치할 때 오방색에 맞춰 군대를 배열하는 서술도 나온다. # [5]
적벽가에서 새 소리를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흔히 새타령이라고 칭하는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로 시작하는 그 새타령과는 다르다. 원조(怨鳥) 타령이라 하여, 적벽에서 죽은 병사들의 혼이 새가 되어서 골짜기에 모여들어 지나가는 조조를 원망한다는 내용이다. 철종~고종 때의 명창 이날치가 이 대목을 잘했는데, 그가 이 부분을 창할때에, 창자가 너무 잘한 나머지 새의 소리 묘사가 새와 같아서 새가 화답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6][7]
200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출제된 작품이다.
해설 페이지
불한당 크루의 넋업샨, 나찰, MC 메타, P-Type 넷이 부른 <불한당가> 정체불명의 후렴이 바로 적벽가에서 따온 것이다. 따온 부분은 '공명이 칠성단 쌓는 대목'으로 그 가운데 '상일층 용사인 각인'('가장 윗층에 쓰이는 4사람 각각'이라는 뜻)[8] 과 '불허 대경소괴(大驚小怪)하라.'('크게 놀라지도 말고 조그만 것을 괴이하게 여기지도 말라.'는 뜻.)는 사설이다.
적벽가를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 <적벽> 이 있다. 현대무용, 판소리, 뮤지컬을 절묘하게 섞어 만듦새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나라의 책사와 장수들을 젠더프리[9] 로 캐스팅한 것과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배역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것[10] 이 특징. 정동극장에서 17년 3월 초연되었으며 이후 매년 2~4월에 공연하고 있다. 2020년 4연.
[1] 그러나 신재효가 개작, 정리한 사설이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널리 불리고 있는 적벽가의 첫머리에는 적벽대전과 무관하게, 유비가 삼고초려하여 제갈량을 얻는 대목과 장비의 장판교 장면, 혹은 박망파 싸움이 들어 있다. 이것이 없는 경우를 <민적벽가>라고 하는데(전인삼 증언), 명창 정광수에 의하면 본래 옛날 소리(특히 동편제 소리)에는 앞 대목이 없었고 중고제의 이동백이 부르던 사설을 첨부해 전반부를 불렀다고 하며, 또 박봉술의 경우에도 본래 없던 것을 서편제 박동실의 제자 김동준에게서 배워 첨부해 넣었다고 한다. 현대에는 <민적벽가>를 축약본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2] 다만 심청전의 배경은 본래 중국 송나라가 배경이다. 그렇기에 심청이 나중에 왕후가 아닌 황후가 된 것이다. 이를 한국으로 옮겨와 그려내는 경우가 왕왕있다.[3] 그걸 본 정욱이 한심하다는 듯이 "메추리에 이리 놀라시니 큰 장끼라도 보면 기절하시겠소"라고 말한다. 여담으로 조조는 화살이 아니라 메추리인 걸 알고는 방금 전까지 벌벌 떨다가 돌변해서 요리해서 먹으면 맛있겠다고 입맛을 다신다.[4] 명부에 점을 찍으며 인원을 파악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춘향전에도 변학도가 기생을 점고하는 대목이 있다.[5] 옛날 문학 작품들은 역사적 고증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고대의 군대가 총으로 무장했다든지 하는 묘사가 상당히 많다. 일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서는 로마 시대가 배경이라서 등장할 리가 만무한 회중 시계를 카이사르가 꺼내보는 장면이 나온다.[6] 이런 전설 때문인지 이날치는 특히 '득음의 대명사'로 손꼽히곤 한다.(박동진 증언)[7] 비슷한 전설이 송흥록을 주인공으로 하여 내려오기도 하는데, 이 전설에서는 송흥록이 춘향가의 귀곡성을 부르면 청명한 하늘이 검어지고 음산한 바람이 부는 등 귀신이 화답했다고 한다.[8] '위에 1층'이 아니다. 작중에서 '칠성단'은 삼층단이며, 이에 대해서 하일층→제일층 중류→상일층으로 순차적인 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일층'은 가장 윗층이라는 말이다.[9] 공연 문화계에서 배우의 성별에 상관없이 배역에 따라 캐스트를 정하는 것을 뜻한다[10] 예를 들어 유비 역의 배우가 군사 점고 장면에서는 평범한 조조군 1이 된다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