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1. 개요
'''춘향전'''(春香傳)은 대한민국의 고전 작자미상 연애 소설이자 판소리계 소설로, 양반의 아들 이몽룡과 은퇴한 기생 월매의 딸 성춘향의 양반과 천민이라는 신분차에 굴하지 않는 연애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2. 줄거리
남원의 이름난 미녀 춘향이 몸종 향단이와 함께 단오날 그네를 뛰고 있던 차에 마침 구경 나온 양반가의 후계자 몽룡이 그녀를 보게 되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몽룡의 하인 방자의 도움으로 연애 플래그가 성립된 그들은 곧 불같은 사랑[1] 에 빠지게 되지만, 남원 부사였던 몽룡의 아버지가 동부승지로 임명되면서 몽룡도 한양으로 떠나게 된다.
남겨진 춘향은 정절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남원 부사로 새로 부임한 변학도에게 억지로 수청[2] 을 들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한 괘씸죄로 그녀는 옥에 갇히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몽룡은 거지가 다 되어서[3] 그녀를 다시 찾아오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정절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생일 잔치 날, 변학도는 운봉, 곡성, 정읍 등의 주변 고을 사또들을 데리고 잔치를 벌인다. 잔치가 한창 무르익자 이들은 양반답게 한시 놀이를 하게 되는데, 변학도가 '고'를 운으로 띄워서 변 사또의 부하들과 변 사또의 동료 사또들 및 생일 잔치에 초청된 양반들이 한시를 짓도록 했다.[4]
이에 잔치에서 음식만 받아먹고 있던 이몽룡은 자신이 비록 거지꼴이지만 그래도 양반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자신도 한시를 지었다.
물론 이몽룡은 소설 속의 인물이므로 이 한시의 원작자도 춘향전의 작가일 수밖에 없다. 이몽룡의 모델로 거론되는 실존 인물 성이성의 스승인 조경남이 쓴 <속잡록>에 명나라 장수 조도사(趙都司)가 지은 光海亂政譏詩(광해난정기시)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 시가 금준미주가와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실제로 읽어보면 시를 이루는 한자의 반 정도가 아예 똑같다.[5]
'''金樽美酒 千人血'''
금준미주 천인혈
(금빛의 아름다운 잔에 담긴 가주(佳酒)는 천 백성의 피요,)
'''玉盤佳肴 萬姓膏'''
옥반가효 만성고
(옥쟁반에 담긴 맛있는 고기는 만 백성의 기름을 짠 것이니,)
'''燭淚落時 民淚落'''
촉루락시 민루락
(촛농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 怨聲高'''
가성고처 원성고
(풍악 소리 높은 곳에 원성 소리 높더라.)
이 시를 쓴 직후 이몽룡은 관아를 빠져나갔고 이 시를 받아본 운봉 영장은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변학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잔치를 즐기는데...
그 직후 암행어사가 출두하면서 변 사또는 완전 망했어요 상태가 된다.[6] 사실 암행어사의 정체는 새 장원에 급제한 이몽룡이었다.[7]
출두를 숨기기 위해 부득이하게 거지 꼴로 연인인 춘향이까지 속인 셈. 불의에 굴하지 않고 정절을 지킨 결과 춘향은 마침내 기생의 딸에서 신분을 뛰어넘어 양반의 정실 부인[8] 이 되고 이몽룡은 벼슬이 좌의정까지 올라서 삼남 삼녀 잘 낳아서 잘 산다는 해피 엔딩을 맞게 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판소리의 특성상 퍼져나가면서 내용이 변형되어 기록한 판본에 따라 '춘향이 모진 고문을 버티지 못하고 숨진 이야기', '구해졌지만 신분의 격차에 좌절한 춘향이 결국 자살', '구해놓고 이몽룡이 바람피워서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남원 지역의 전설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춘향전과는 달리 이몽룡을 기다리다 못해 자살하거나 추녀여서 이몽룡의 외면을 받아 자살해버리는 엔딩도 있으며(일명 <박색춘향전>으로, 1970년대에 영화로도 제작된 적이 있다) 가장 널리 퍼진 것은 위 해피 엔딩 버전.
3. 고증
변학도가 춘향을 고문하는 방식은 본래 국청에서 죄인을 심문할 때 죄인의 정강이를 때리는 방식인데 차마 여성의 볼기를 치긴 민망했던 지방 관원들이 여성에게 장형을 집행할 때 대체하는 방식으로 자주 사용했다. 사실 여성의 볼기를 칠 때는 속옷 한 장만 입히고 집행을 했는데 옷 위에 매를 치게 되면 나중에 피떡이 되었을 때 처리하기도 힘들어 이런 식으로 정강이를 치는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정강이는 볼기와는 달리 노출시키는 데 대해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몽룡과 춘향은 정식으로 혼인한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변학도가 이걸 성 풍속 문란으로 몰아 역으로 당할수도 있기에 변학도가 춘향을 처벌한 게 정당화 될 수 있고 심지어 장형으로 다스릴 수도 있었다.[9] 물론 춘향전에서는 이몽룡과 춘향의 사랑이 아름답게 각색되었기에 변학도가 춘향을 수청 안 든다는 이유로 어거지로 처벌한 걸로 처리한 만큼 춘향이 장형을 맞는 굴욕을 면하긴 했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처벌 내용이 간통죄가 되는데, 이러면 춘향이 문제가 아니라 이몽룡, 정확하게는 이몽룡의 집안을 언급하면서 처벌 내역 보고를 중앙에 해야한다. 지방 향반이라면 몰라도 이몽룡 같이 지방 수령 이상을 하다가 중앙으로 올라간 관료 집안을 걸고 넘어진다는 것은 전 지방 수령 처벌 문제와도 엮이는 형태라서 절대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몽룡의 부친과 변학도는 모두 남원 부사로 나오는데, 사또라고 나오면 만만해 보이지만 남원부에는 종3품 도호부사가 임명된다. 그럴 바에는 관기가 되었건 평민이 되었건 여자 하나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 것이 뒷수습이 훨씬 간편할 것이다.
간혹 변학도가 자기 생일날에 춘향이를 죽이겠다고 했던 본문의 내용 때문에 춘향이 참형당하기 직전에 구원받는 걸로 묘사하는 매체가 있지만 지방 관원에게 죄인을 처형할 권한이 없었고 처형권은 오로지 임금의 고유 권한이었던 만큼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다만 정작 춘향전 본문에는 춘향을 참형에 처한다는 내용은 없고 변학도가 춘향을 죽이려는 방식은 장살 즉 장형을 집행하면서 죄인을 치사시켜 버리는 방식이다. 실제로도 탐관오리들이 죽이고 싶은 이가 있으면 이런 방식으로 고의로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내리쳐 죽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춘향전 본문 중에 변학도가 물고장을 운운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물고장이 다름 아닌 죄인이 장을 맞다가 실수로 죽었을 때 올리는 보고서이다.
아래 변학도 소개에 무능한데 음서 출신으로 낙하산 임명되었다고 나오는데, 남원부는 도호부사가 임명되는 직위이다. 이게 어느 정도 위치냐면, 조선 시대 전라도 지방관은 전라도 관찰사(종2품)이 최고위고, 그 아래에 4목(나주, 광주, 제주, 능주)[10] 의 목사(정3품)가 있으며, 그 아래가 7개의 도호부[11] 에 임명되는 도호부사(종3품)이다. 현대의 군제로 치자면 낮게 잡아도 장성급이고 관직으로 치면 시장이나 2급 이사관, 국장급이다. 일반적인 낙하산이나 음서로는 이 직위에 임명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변학도는 상당한 능력자이다. 그 능력이 빽이건, 돈이건, 아부건 뭐건간에.
그리고 연고지에 지방관으로 부임해서 토호와 결탁해서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하거나 부패를 일으킬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조선 시대에는 고향으로 부임하는 것을 제한하는 상피제가 있었기에 이몽룡이 암행어사로 고향인 남원에 와서 춘향을 구해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상피제는 지방관으로 임명되지 못한다는 것이지, 암행어사 파견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몽룡의 부친이 남원에 부임했다는 것은 이몽룡 집안은 남원과 연고가 없다는 이야기다. 일족이 현직 지방관이라면 몰라도 부친의 전 부임지라서 상피제 대상 같은 것은 없다. 실제로 이몽룡의 모티브로 언급되는 성이성도 어린 시절 호남에서 살았지만 3차례나 되는 암행어사를 모두 호남에 암행어사로 파견된다.
진짜 큰 문제는 암행어사 문서에도 있지만, 암행어사는 이몽룡 같은 초보가 임명받는 보직이 절대로 아니라는 데 있다. 이몽룡이 한양에 올라가고 한 40대, 50대가 되어서 부임했다면 모를까 장원 급제했다고 암행어사 내려보내고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성이성의 경우는 지방관 경력도 없이 암행어사로 파견되었던 상당히 예외적인 사례이긴 한데, 문제는 이 때 성이성의 나이가 42세라는 것. 성이성은 1595년 생으로 1610년에 진사가 되었지만, 과거에 급제한 것은 1627년, 관직에 임명된 기록이 나오는 것은 1634년, 암행어사로 파견된 최초 기록은 1637년이다. 병과로 급제했다는 것과 첫 임명된 관직이 정6품 정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 사이에 미관 말직을 전전했다가 기록만 이 때 되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관직 생활 10년차가 된다. 그리고 종6품 현감 정도는 지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만일 이 경우라면 성이성이 어사로 파견된 것은 딱히 예외도 뭐도 아니게 된다.
몇몇 서적에서 조선 시대에 여죄수에게 칼을 씌우지 않아 춘향전에서 춘향에게 칼을 씌운 걸 고증오류라고 하는 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조선 시대의 문헌을 보면 여죄수에게도 칼을 씌워서 옥에 가두는 게 관례였다. 심지어 민간 소설이 아닌 이덕무가 실화를 바탕으로 남긴 기록인 은애전에도 은애에게 칼을 씌웠다는 기록이 나오며 천주교 박해에 관한 기록에도 하옥된 여신도에게 칼을 씌웠다는 기록이 전하는 만큼 춘향전에서 춘향에게 칼을 씌워서 옥에 가둔 건 전혀 고증오류가 아니다.
4. 등장 인물
- 성춘향 : 주인공으로 성 참판과 월매의 딸이다. 어머니가 기생이라 양반은 아니었으나, 명색이 양반의 딸이었기에 당시 정조 사상에 맞춰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진짜 정조사상 때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신분상승욕구가 엄청난 수준이다. 이몽룡이 남원을 떠날 때도 보면 어떻게든 따라가서 첩이라도 한자리 하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고, 이몽룡이 거지 차림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선산에 묻히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춘향전에서는 해피 엔딩을 맞이하지만 춘향전의 근본이 되는 전설에서는 추녀였는데, 죽고 나서 강한 바람이 남원에 불어닥치자 그녀의 원한 때문이라 생각으로 제사를 지내면서 미녀라고 달래며 제사를 지내더니 바람이 그쳤다고 한다. 묘의 봉문이 클 뿐만 아니라 축대와 계단 같은 걸 포함하면, 굉장한 규모다.
- 이몽룡 : 원래 남원 부사의 아들로 춘향과 불타는 사랑을 하였고, 한 번 본 과거 시험에 장원 급제(위에 적인 여담대로 바로 암행어사가 되지 않는다.)를 해 암행어사가 되어 춘향을 구하고 행복하게 산다. 실제 모델이 되는 인물이 있어서 예전 역사스페셜에서 소개가 된 적이 있다. 바로 계서 성이성.[12] 인조 시대의 인물로 암행어사로 3차례나 파견되었던 인물이었다. 부친 성안의가 남원 부사로 있을 때 남원에서 거주하다가 기생을 만났고, 말년엔 늙은 기녀에게 어느 기녀의 소식을 물은 뒤 젊었을 적을 회상했다는 구절을 보아 결국은 맺어지진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암행어사 부임도 한참 늦고, 남원에 들렀을 때는 이미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존재해서 사실상 확정에 가깝다. 이후 후손들은 기생과 사랑 놀음에 빠진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실존 인물의 공개를 막기 위해서 성 도령이 이 도령으로 바뀌고 , 대신 성씨는 춘향에게 주어져서 성춘향이 되었다는 유래가 전한다[13] . '금준미주는~'으로 시작하는 본문의 시는 실제 성이성의 시로 기록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동명이인으로 現 스카이라이프 사장이 있다.
- 방자 : 이몽룡의 하인.방자형 인물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다. 모티브가 되는 작품에 따라서 춘향의 몸종 향단과 맺어진다. 방자전에서는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나... 방자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조선 시대에 관가에서 일하던 심부름꾼을 가리키는 말이다.
- 변 사또(변학도) : 남원 부사. 학식도 별로 없고 음서제로 관직을 얻은 낙하산 인사. 가질 수 없으면 억지로라도 여자를 빼앗으려는 추한 꼴을 보이다 패가망신한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을 보면 감독의 독자적인 해석이 가미되는데, 남자가 예쁜 여자를 원하는건 어쩔 수 없다지만 지아비 있는 부녀자를 탐해서야 쓰겠냐고 말하는 이몽룡에게 일개 기녀가 정절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양반의 사회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말하며[14] 보수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이몽룡은 그런 그에게 그것이 오랜 세월 억압받아온 자들의 몸부림이라 생각되지 않느냐고 대꾸했다. 방자전에서 다소 어눌하지만 인생관이 뚜렷한(?) 인물로 나온다. 영화 내에서는 최고의 조연 캐릭터로 칭찬받는 중. 춘향전 덕분에 한국 사또의 대표 캐릭터가 되었고 오늘날에도 변씨 성을 가진 많은 분들에게 사또라는 별명이 붙여지고 있다. 주변에서 사또라는 간판을 보게 되면 사장은 거의 변씨라고 보면 된다.
- 월매 : 성춘향의 어머니. 이분이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춘향에게 몽룡이 이별을 선언하는 장면. 춘향이 몽룡의 말을 듣고 자신의 머리와 옷을 찢고 히스테리를 부리며 방 안 물건까지 집어던지고 급기야는 고래고래 울어제끼자[15] , 처음에 월매는 사랑 싸움으로 치부하고 한가하게 아니꼽다고 중얼거리고 있다가 울음이 아무래도 너무 긴지라 수상쩍게 생각하고 엿들어 보니...... 진상을 파악한 월매는 "허 동네 사람 다 들어보오. 오늘로 우리 집에 사람 둘 죽습네"하고 소리지르며 방 안에 난입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처음 공격 대상은 춘향. "이년 이년 죽어라"라며 시체라도 저 양반이 지고 가게 하라고 막말을 퍼붓는 한편,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 할 때 끝끝내 고집부리고 내 말 안 듣더니 꼴 좋다'하고 비아냥거다가 결국 포문을 몽룡에게로 향해 '내 딸이 어디가 어때서 버리려 드느냐!'고 몰아세운다. 기가 질린 이몽룡이 춘향을 데리고 가겠다고 둘러대나 조상 신주를 넣어 둔 상여에서 신주를 소맷자락에 빼돌리고 그 자리에 춘향을 태워가겠단 드립을 듣고 체념한 춘향의 만류로 상황은 일단락.
- 운봉 영장[16] : 변학도의 생일 잔치 때 초대받은 주변 고을 원님 중 하나로 눈치가 굉장히 빠르다. 처음 이몽룡의 행색을 보고 비범한 사람임을 느꼈고 박대하는 변학도와 달리 어느 정도 이몽룡을 챙겨주었다. 이몽룡이 금준미주로 시작하는 시를 짓고 그것을 보자 어사임을 눈치채고 그 자리에서 미리 내뺀다.
- 곡성 원님 : 역시 변학도의 생일 잔치에 초대받은 주변 고을 원님 중 하나로 겁이 굉장히 많다. 모여든 인원을 '순창 군수 임실 현장 운봉 영장 자리호사 옥과 현감 부채치례 남평 현령 을고 났다 곡성 원님 권마성에 담양 부사 순천 구례'라 전하고 있다.
5. 여담
- 한 농부가 춘향의 근황을 묻는 (거지로 변장한)이몽룡한테 "...이도령인지 삼도령인지 그놈의 자식은 한번 간 후 소식이 없으니, 사람이 그렇고는 벼슬은 커녕 내 X도 못 되지."[17]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 춘향과 이몽룡이 한창 사랑에 빠졌을 때 이에 대한 묘사가 흠좀무 수준인데, 이때 둘의 나이는 17살, 16살이었다. 이 때문에 한창 아청법에 대해 논란이 있을 때 아청법이 소설 등 텍스트 매체에는 적용되면 안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 춘향전과 같이 성적 묘사가 강하게 나오는 고전 문학 작품들을 들었다.[18]
눈결에 얼핏 보니, 삼삼이를 덮고 있는 것이 맹랑하고 야릇하다. (중략)
처럼 잠깐 일어서려무나.”“그건 곤란합니다. 그만하고 주무시지요.”
“이렇게 부탁하는데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춘향이 어쩔수 없이 반쯤 일어섰다 다시 앉았는데, 몽룡이 정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니, 겹겹이 둘러 싸인 푸른 산속, 늙은 중이 송이죽을 자시다가 혀를 데인 형상이요, 홍모란(紅牧丹)이 반개하여 피어오는 형상이라. 영계[20]
찜을 즐기시나 닭의 볏이 거기 왜 있는가? 먹물이 흐른 줄과 도끼자국이 일치하는 구나.[21]이도령의 움직임좀 보소. 몸이 점점 달아오르니, 훨훨 벗어 제끼고 모두 벗고 이부자리로 뛰어드는데, 춘향이 하는 말이,
"저 보고는 일어서라더니 당신은 왜 안일어납니까?"
이도령이 눈결에 일어서서 앉아있자 춘향이 묻는 말이
“검은색을 띠면서[22]
, 송이버섯의 머리 같은 것이 무엇시오?”“그것도 모르느냐. 동해 바다에서 대합(大蛤) 조개 일쑤 잘 까먹는 소라 고둥이라 하는 것이라.”
에후리쳐 덥썩 안고 두 몸이 한 몸 되었구나. 네 몸이 내 몸이요, 네 살이 내 살이라. 호탕하고 무르녹아 여산폭포(廬山瀑布)에 돌 구르듯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비점가(批點歌)[23]
로 화답한다.ㅡ 춘향전 도남문고본. 출처
이도령이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담쑥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귓밥도 쪽쪽 빨고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 같은 혀를 물고 오색 단청 순금장 안에 쌍거쌍래 비둘기같이 꾹꿍꿍꿍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쑥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치마 바지 속곳까지 활씬 벗겨놓으니 춘향은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아 얼굴이 볼그레하고 구슬땀이 송실송실 맺힌다. 어디 이뿐인가, 〈춘향가〉에는 ‘정자타령’ ‘궁자타령’ ‘비점가’ 등 춘향과 이도령의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빗대어 부른 사랑가가 즐비하다. 갈 데까지 다 갔지만 전혀 상스럽거나 추하지 않다. 그래서 〈춘향가〉이다. 〈춘향가〉는 이와 같이 은밀한 남녀간의 관능적인 사랑을 열린 공간에 드러내놓고 자연스럽고 떳떳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ㅡ 김석배 교수. 네이버 지식 백과. 〈춘향가〉의 자력
- 참고로, 도지삽니다로 유명한 김문수 前 경기도지사의 대표적인 말실수가 춘향전과 관련이 있는데, "따먹 문수"로 악명이 높았다. 그냥 듣기에도 심상치 않은 해당 이명의 유래는 김문수 본인이 춘향전을 보고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얘기"라고 한 데서 시작된다. 관련기사 링크 사실 춘향전 내용을 보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내용 전개상 이몽룡이 성춘향을 꼬시는 내용이고, 변 사또가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고 협박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단지, 그 표현 방식이 공식 석상에서 할 표현이 아니라 저질 농담에나 쓰일 표현이라서 문제였지... 아무튼 이런 이유로 따먹 문수라고 불렀다.
- 1960년대 중반 북한에선 한때 춘향전의 미디어화가 김일성 교시로 금지되었다. 이유는 계급간의 사랑 타령이라 젊은 세대의 남녀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 그걸 영화 좋아하던 김정일이 십 년도 넘게 지난 1970년대 후반에 해제시켰다.
- 고구려 안장왕의 이야기가 춘향전의 모티프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성제국대학교수였던 다카하시 도오루에 의하면 서상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 춘향전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도 했다. 한국 최초 토키 영화는 1933년판 춘향전이고, 1955년판 춘향전은 전후 한국 영화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도 1961년 춘향전이고, 최초의 70mm 필름 영화도 1971년 춘향전이다. 2000년 춘향뎐은 한국 영화 최초의 칸 영화제 경쟁 진출작. 워낙 인기 있는 고전인지라, 기술적 실험을 할 안전 장치 같은 역할을 한듯 하다. 참조 링크.
- 또한 초창기 영화흥행의 보증수표이기도 했는데, 1923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8번이나 영화화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 배우들의 선망이 '춘향전의 주인공' 이라는 말도 있었으며 특히 1961년 1월에는 신상옥 감독과 홍성기 감독의 두 춘향전 영화가 거의 동시기에 맞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과는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쪽이 당시 획기적인 영화기술을 동원하면서 흥행면에서는 압승했다.
6. 기타 미디어
- 중국에 홍루몽을 연구하는 홍학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는 춘향전을 연구하는 춘학이 있다고 할 정도로 학계의 연구도 많은 편이고 캐릭터들에 대한 해석도 다양한 편이다. 근데 설화계, 판소리계라서 원본 찾기가 힘들어서 망했어요...
- 의외로 중국에서도 나름대로 인기가 있는 작품이다. 주로 월극 작품으로 만들어졌는데, 어디서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서 그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버전은 그래도 보면서 '조선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게 배우들이 조선풍 분장을 하고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버전은 그냥 중국 배경에 스토리만 춘향전 큰 줄기를 따라간다 할 정도로 중국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6.1. 춘향전이 모티브가 된 작품
- 판소리 춘향가
- MBC 개그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 날'의 코너 중 하나였던 월매전
- 1906년에는 대만에서 신문 연재되었다. 여기서는 춘향이 매를 맞고 죽어서 집으로 실려가는 중에 다시 살아나서 다시 감옥에 갇히나 이맹협이라는 협객이 구출해서 이몽룡(이 작품에서는 이령)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올 때까지 보호한다는 무협지스러운 각색이 들어가 있다고.
- 1892년에는 프랑스에서 "향기로운 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여기서도 몽룡이 춘향을 만나기 위해 여장을 한다(...) 프랑스 작가에게 춘향전을 소개한 사람이 바로 김옥균을 죽이고 독립협회에 대항한 황국협회를 이끌었다고 악명높은 홍종우이다. 다만 문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정치깡패 같은 식으로 욕먹을 인물은 아니다.
- 김대우의 영화 방자전
- TV 춘향전
- 단막극 춘향전
- 일요일 일요일 밤에 TV인생극장 춘향전
-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 소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 발레 '춘향'
-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 CMYK - 변사또전
- 끼리 프로젝트 - 춘향YO!
- 드라마스페셜 원녀일기 - 2015년. 춘향, 심청, 콩쥐가 한 마을 친구로 나온다. 춘향이 아니라 주인공이 콩쥐인데, 김슬기가 맡았다. 사또 역으로 오상진이 나온다. 손진영이 이방 역으로 나오고 견미리는 콩쥐 엄마, 정준호가 청이 아빠 심학규 역으로 특별 출연하는 등 은근히 캐스팅이 화려하다.
- 네이버 웹소설 '사또의 여자가 되겠나이다' - 21세기 대한민국을 살던 여주인공이 난데없이 춘향전의 여주인공 성춘향을 모시는 계집종 한단으로 환생한 후, 변학도가 남원 사또로 부임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주요 공간적 배경은 남원이고 춘향전에 나왔던 인물들도 다 나오지만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에 맞춰 캐릭터성이 상당히 각색되었다. 몽룡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춘향에게 추파나 던져대는 양아치에 춘향은 살짝 백치 끼가 있어서 그런 몽룡에게 빠진 여자로 나오고, 방자나 한단은 그런 몽룡 / 춘향을 말리느라 고생하는 역할이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바뀐 인물은 변학도로, 탐관오리 악역이 아니라 완소남에 가슴 아픈 과거를 가진 인물로 나온다. 외모가 어느 정도냐 하면 변 사또가 학식이 높은 여자가 이상형이었다고 말하자 한단[31] 이 정신이 나가서 초기의 목적[32] 을 까먹고 "사또의 여자가 되겠나이다!" 라고 말해버릴 정도.
- 두번째 달의 프로젝트 앨범 '판소리 춘향가' - 2016년에 발매한 앨범으로 두번째 달 특유의 이국적인 느낌과 판소리가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2집의 타이틀곡 '사랑가'가 춘향가의 그 사랑가를 따와서 타이틀로 내세웠는데 이것이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아예 다음해에 춘향가 전반적인 내용을 가지고 프로젝트 앨범으로 발매하였다. 국악이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는 편견을 깨고 쉽고 재미있고 전혀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음악으로 재탄생 하였는데, 평소 조금이라도 국악이나 판소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라면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스킵하지 않고 들어볼만 하다.
- 2007년에 방영한 무한도전 영어 마을 특집에서 춘향전을 영어로(?) 패러디한 콩트를 하기도 했다. 춘향이는 정형돈, 이몽룡은 노홍철, 변 사또는 정준하가 맡았다. 암행어사를 영어로 블랙(暗) 액션(行) 솔저(御史?)라고 엉뚱하게 우기는 이몽룡 노홍철과, 춘향이가 수청을 들던 말던 때리는데 맛들인 변 사또 정준하, 변사또의 단매를 못 이겨 변 사또의 수청을 기꺼이 드는 춘향이 정형돈이 압권. 이후 2009년엔 아예 멤버들 전원이 춘향이로 분장해 남원에서 각종 몸개그를 선보인 '춘향뎐' 특집을 하기도 했다.
- 그룹 큐빅의 2집 타이틀 곡인 Oh! 춘향은 이 판소리를 모티브를 한 곡이다. 또한 part 1,2가 있는데 음은 동일하지만 가사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