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법
1. 개념
英美法 / Common Law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대륙법과 대립되는 법체계로서, 영국에서 발생하여 영국, 미국 등 영어를 쓰는 나라와 홍콩, 싱가포르, 몰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국 식민지 국가로 퍼져나간 법체계이다. 현재는 미국의 영향력이 워낙에 커서 대륙법을 쓰는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도 어느 정도 영미법에 능통한 전문가(외국법자문사)들을 각 기업에서 쓰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미국 의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은 당연히 법률제정권이므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법원의 판례보다 우선한다.[3]대륙법과 영미법이라는 두 전통은 지난 세기 동안 점점 더 가까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양 체계 사이에는 최소한 다섯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영미법은 원칙적으로 법문이 작성되지 않은 불문법이다.''' (중략) 영미의 법률가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법의 성문화를 거부해왔다. 다만 이러한 저항은 미국에서부터 점차 약화되고 있다. 1923년에 설립된 미국법률협회(미국의 변호사, 법관, 법학자로 이루어진 단체)는 계약법, 재산법, 대리법, 불법행위법, 신탁법 등의 법 영역에 관하여 이른바 '리스테이트먼트(restatements)'를 작성하여 법의 기본 태도가 무엇인지 법관과 변호사가 알기 쉽도록 조문화하였다.[2]
그러나 법의 성문화에 이른 것은 아니고 법의 명료화만을 추구한 것이다. 리스테이트먼트는 미국 법원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면서 (완전히 일관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지만) 2차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중략)
'''둘째, 영미법은 판례법이다.''' 법조문이 기본이 되는 대륙법과 달리 영미법에서는 개별 사건들이 법리의 주춧돌을 이룬다.
(중략)
'''셋째는 법원 판결의 중요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이다.''' 영미법은 선례구속의 원칙을 사법제도의 최고 원칙으로 끌어올린다. 이 원칙은 현재 사건과 사실관계가 유사한 과거의 법원 판결이 현재 사건을 지배하며, 상급 법원의 판결은 사법적 위계질서하에서 하급 법원을 구속한다는 의미이다.
(중략)
'''넷째, 일반적으로 영미법은 '구제책이 있는 곳에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대륙법의 전통은 정반대 입장을 취한다. 즉 '권리가 있는 곳에 구제책이 있다'는 것이다.'''
(중략)
'''마지막으로, 13세기부터 영미법은 형사 및 민사 사건에 배심원 심리를 도입하였다.'''
Raymond Wacks, 《법》(이문원 역)
흔히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대륙법계가 성문법주의라고 성문법이 곧바로 사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은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기관인 '법원'에 의해서 재판을 통해야 비로서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다. 이 점은 영미법계와 대륙법계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것은 법의 본질에 관계된 문제이기때문이다. 다만 이런 법원의 판례가 다른 사건에도 적용되는냐 아니면 당해 사건에만 적용되느냐에 따라서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차이 중 하나가 드러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미법 혹은 보통법(Common law)의 개념은 아래와 같다.
- 영미법 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법[4]
- 영국에서 노르만 정복(Norman conquest) 이후 성실법원(Star Chamber)을 중심으로 하여 형성되어 모든 지방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5]
- 형평법과 대비되는 법체계[7]
- 로마법의 영향을 받아 별개의 기원과 발달과정을 거친 교회법(ecclesiastical law), 해상법(maritime law), 상거래법(mercantile law)과 대비되는 법체계
- 양형에 제한이 없으며 범죄의 형량을 더하거나 심지어 곱하여 판결하는 병과주의
2. 특징
영미법의 가장 큰 특징은 판례가 곧 법이 되는 판례법주의[8] 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영미법의 핵심 원칙이 선례구속의 원칙이다.[9] 그 밖에 법의 지배원리[10] , 배심제, 법조일원화(변호사 경력자 중에서 판사를 임용하는 것) 등을 주요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영' '미' 법이라는 명칭 자체가 시사하듯이, 영국법과 미국법 사이에는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많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면 아래와 같다.
-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법조학원(Inns of Court)에서 법조인을 양성해 온 반면[11] , 미국은 이를 계수하지 않고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12] 제도를 창안하였다.
- 영국의 변호사 자격은 barrister(법정변호사)와 solicitor(사무변호사)로 나뉘어져 있으나, 미국은 이를 계수하지 않았다.
- 법학교육에서의 Case method(사례 중심 법학방법론)는 영국 것이 아니고 미국 것이다. 영국의 법학교육도 나중에 이를 일부 수용하기는 했지만 전통적으로는 오히려 판례를 암기하는 것이 주된 교육방법이었다고 한다.
-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 일정한 중요한 계약들은 서면으로만 체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은, 기원은 영국법이지만, 정작 영국법에서는 사라진 반면 미국법은 이를 받아들여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홍콩도 최근 캐나다처럼 JD를 수여한다. 홍콩대학, 홍콩중문대학, 홍콩과기대학, 홍콩성시대학 등에 법학과가 있으며, 홍콩의 법학석사는 LL.M이다. 홍콩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법학과 졸업 후 사법연수원에 해당하는 PCLL 입학시험에 합격, 자격을 취득한 후 1-2년[13] 과정으로 이수하고, Solicitor(사무변호사) 및 Barrister(법정변호사) 중 택1로 실무 수습을 받으면 된다. 홍콩의 법정변호사는 재판의 특성 상 영어 능통자를 선호하며, 사무변호사는 영어와 중국어 중 한 언어에 능숙할 것을 요구한다. 홍콩 변호사는 외국인 변호사도 많은데 특히 자격을 홍콩으로 전환한 영국 변호사가 많다. 중국 본토 법률은 한때 사회주의 법계였던 영향으로 인해 금융/경제활동과 관한 법률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홍콩법을 참고해 중국본토에서 민법전을 만들 정도라서 중국본토 법률이 홍콩에 적용될 일은 중국 본국과 관련된 외교/안보관련 이슈나 중국본토인과 홍콩 간 관계가 아니면 없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논란이 되자 홍콩 정부는 물론 중국 공산당도 이것이 중국 본토의 국익과 관해서만은 중국본토 법률 적용이 가능하다는 기본법 23조에 근거함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JD 그딴 거 없고 오로지 LL.B로 학사, LL.M으로 석사이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너무 멀어서 미국 영향이 미미하고 현재까지 영국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한편 영미법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있어서 사회적 문제로 손해를 볼 경우 이를 법원에서 때려 기업 등이 호되게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대표적인데 영미법 국가인 싱가포르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장 엄격해서 '''가짜뉴스 처벌'''의 근거로 이를 끌어온다. 이에 대한 논란도 상당한데 싱가포르/정치 참조.
2.1. 국외범 관련
원칙적으로 영미법을 채택한 국가들은 자국 밖에서 한 행위는 관할권이 없다. 속지주의 기본 원칙민을 채택하고 특수한 사정이 아닌 한 속인주의 예외를 규정해서 자국민이라고 할지라도 국외범은 범죄지 국가에 이를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반대로 자국 내에서 한 행위는 범죄인 인도 조약에 자국민이라도 인도한다고 있는 경우에는 외국인도 자국의 법을 적용하여 처벌한다.[14] 그래서 기내에서 깽판을 친 포스코 라면 상무의 경우도 미국 입국시 FBI의 수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본인이 입국을 안 하고 가버려서 그러진 않았다.
2.2. 형량
영미법 체계는 '병과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이는 주로 '가중주의'[15] 를 택하는 대륙법과 구분되는 점인데 병과주의하에서는 범죄자에게 적용되는 각 죄목별로 정해진 형량을 죄다 더해버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영미법 국가들에서는 누적범의 경우 수십, 수백년 징역형이 나오는 경우가 잦다. 대륙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솜방망이 논란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이슈가 이것으로 한국 등 대륙법계는 형량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며 가중주의를 택하는지라 영미법계처럼 징역 500년이라는 형량은 아예 나올 수 없다. 다만, 영미법 쪽에서도 경범죄 혹은 죄질이 나쁘지 않다면, 검사 쪽에서 원칙대로 수백~수천년을 구형해도, 판사 재량으로 수년~수십년 수준으로 선고하거나, 미리 정해진 징역 상한선까지만 선고하는 경우도 있긴하다. 중범죄는 얄짤없지만 다수의 경범죄를 저지렀을 때 정도 가끔 발생한다. 좀 더 자세한 사례는 징역 문서 참조.
또한 미국에서는 이전 범죄까지 누적시켜 처벌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삼진아웃법'''이라고 해서 상습법의 경우 최소 형량을 25년 이상으로 올려버리는 식으로 아예 사회에서 영구 추방시켜버리는 제도이다. 이 때문에 과자 4개를 훔친 남성이 이전에도 절도를 숱하게 저질러온 전과가 있어 25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판결도 있었고, 칼을 들고 빵집에서 60달러를 강도질한 남성에게 종신형#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20~30년만 살면 가석방될수도 있다.
3. 기타
본인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인멸은 처벌하지 않는 대륙법과 다르게[16] 영미법에서는 본인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범죄이다.[17]
대륙법과 다르게 '''악한 의도'''도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동 포르노 사이트 접속 문제가 있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단순 접속만으로는 처벌하지 않으나,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단순 접속만으로도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를 이용한 함정수사도 이루어진다.
4. 영미법계 국가들
5. 한국의 영미법
대한민국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대륙법적인 체계 즉 성문법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불문법체계인 영미법에서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헌법의 경우 광복 후 들어선 미국군정의 작은 영향과[18]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영미법 국가인 미국에서 공부한 이승만의 영향이 컸다. 대륙법계 국가들의 대다수가 의원내각제였던 것에 반해 이승만의 강력한 주장으로 영미법계 중에서도 미국의 제도인 대통령 중심제로 헌법이 뜯어 고쳐진다.[19] 물론 개정된 내용은 그저 '의원'이라는 주어들을 '대통령'으로 고친 데 불과하여 초안을 견지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승만을 비롯한 한민당은 헌법제정뿐만 아니라 유진오를 비롯한 대륙법계[20] 학자들을 견제하고자 의도적으로 영미법을 계수하기도 했다. 특히 1956년 이승만은 법률 분야에 대하여 일본의 잔재를 없애고 미국의 민주적 법률제도 도입을 통한 한국식 법제 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명목으로 한국법학원을 설립하였다.[21]
영미법의 경우 생각보다 영향이 꽤 있다. 노동법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근로계약부분, 노동조합법의 단체협약 부분은 대륙법적 기반 위에 있는 반면, 노동조합법의 부당노동행위제도, 노동쟁의조정법상의 냉각기간제도, 노동위원회에 의한 조정은 미국식 제도를 본뜬 것이다. 또 상법 중 회사법과 금융 관련 법률 분야는 미국법을 많이 참고하였다. #[22]
사실 해방 이후 제5공화국까지는 법학 유학은 '응당 독일로의 유학'라는 인식이 있었다. 독일로 유학을 갔다오지 않은 사람들은 학위를 가진 취급도 안 해줬고 교수 임용에도 제약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법과대학[23] 교수진 대다수가 독일 유학파 출신들이고 행정법에는 독일학파[24] 가 아예 따로 있다.
최근에는 미국/영국에서 유학한 영미법계 유학파 교수들이 대거 귀국하고 있으나 공법분야만큼은 해석론에 있어서 독일법 즉 대륙법계 견해들이 다수설인 경향이 많다. 이는 비단 일본법들을 계수한 것을 별론으로 하고[25] 독일법 자체의 구조완성적 경향 때문에 그러하다. 특히 형법학의 경우 독일 의존도가 높다. 대륙법계에 속하는 이상 한국 법학계에서 '''학문으로서의 법학'''에서 독일의 입지가 줄어들 일은 없을 듯 하다. 물론 '''실무분야에서의 법학'''에서는 독일 따위는 전혀 아웃 오브 안중이고 영미법이 세계적 추세인지라 더 중요하다. 금융관련 법률의 경우 사실 독일어 한 마디 안 해도 전혀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최근 추세가 실무분야가 강조되면서 독일어나 독일 유학이 고리타분한 옛것 취급을 받는다. 물론 법학자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독일어 원서는 읽어야 하고 독일어로 논문을 쓸 지경까지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