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과 지하의 주인

 


1. 개요
1.1. 지상과 지하의 주인의 검
2. 정체
3. 작중 행적
4. 특징
4.1. 상세


1. 개요


이영도의 장편소설 《오버 더 초이스》에서 언급되는 존재. 동시에 작품을 꿰뚫는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사람을 부활시키는 능력을 가진 존재.''' 테나 포인도트가 독미나리를 먹고 자살 시도를 했다가 깨어나고부터 언급하고, 황제 직속 기사단인 백금기사단에 소속된 덴워드 이카드는 임무에 따라 이 존재를 막으려 한다.
테나 포인도트는 이 존재가 죽은 서니 포인도트를 되살려줄 거라고 믿고 있다. 세상의 주인을 도와주면 그 보답을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
시민들은 이 존재가 이라고 생각하고[1] 포인도트 부인이 미쳐서 신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티르는 왜 지상의 주인 대신 지상과 지하의 주인이라는 복잡한 호칭을 쓰는지 의문을 갖는다. 안셀 치즐하트의 말처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지상만을 세계로 인식하기 때문. 안셀은 포인도트 부인이 광부의 아내이고, 광부일을 하러 떠난 남편의 안전을 빌면서 마음속으로 신이 지상과 지하 모두에 확고한 통치권을 가진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추측한다.
그러나 시엔피르 마그파라 판사와 같이 찾아온 레피란에 의해 신은 천상을 다스리는 존재고 지상과 지하를 다스리는 건 악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2] 신이 세상을 다스린다면 왜 이 땅에 악이 존재하겠냐는 레피란의 대답이 일품. 레피란은 이곳에 마녀가 있어서 포인도트 부인이 악마와 대화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지만 무신론자인 이파리 보안관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부정한다.[3]
세상의 주인이면서도 세상을 소유하기만 하고 통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세상일에 개입할 수 있으며, 마차의 말들을 즉사시켜 덴워드의 동료들을 살해하거나 티르의 빨래를 초록색으로 물들인 것도 이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1.1. 지상과 지하의 주인의 검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갑작스레 힘을 행사하기 시작한 건 어떤 칼과 관련이 있는데, 포인도트 부인이 지상과 지하의 주인에게 바치려는 것이 이 칼이다. 티르는 덴워드가 자신에게 맡긴 보랏빛 장검이 그 칼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 칼은 무언가를 베고 찌르기 위한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데, 옥새나 왕관이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처럼 이 칼도 지상과 지하의 주인의 어떤 권능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리고 어쩌면 포인도트 부인이 칼을 찾는 것은 왕이 옥새를 써서 왕령을 내리듯이 지상과 지하의 주인도 칼을 써서 자신의 권능을 행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즉 주인의 손에 칼이 쥐어지면 당장 사람이 부활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왜 하필 칼이냐고 의아해할 수 있는데, 이 세계관에서 장검의 소지는 제국법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4] 장검은 옥새만큼이나 거대한 권능을 나타낸다.
티르는 칼이 녹슬지 않도록, 또 사내애들이 몰래 장검으로 장난치지 못하도록 보랏빛 장검을 나라부스 의장의 침묵원에 보관했었지만 다시 독미나리를 먹은 포인도트 부인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기어코 침묵원까지 찾아온다. 포인도트 부인은 티르를 죽이고 침묵원에 들어가려 하지만 싸움 도중에 나라부스 의장이 이미 대피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의장을 쫓는다.
한편 덴워드 이카드는 악마가 사람들을 함부로 부활시키면 삶이 무가치한 것이 되기 때문에 지상과 지하의 주인을 막으려고 하고 있었다.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존재는 마찬가지로 원하기만 한다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 덴워드의 주장이다. 진상을 안 티르는 그를 도와서 지상과 지하의 주인을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날뛰는 테나 포인도트를 제압한 후 티르는 나라부스 의장에게서 보랏빛 칼을 받아 덴워드에게 돌려준다.


2. 정체


하지만 덴워드는 칼을 되찾자마자 다짜고짜 야채 뱀파이어인 나라부스 의장을 공격하는데…그가 밝힌 진짜 지상과 지하의 주인은 '''식물'''이었다. 식물은 지하에 뿌리를 내리고 지상에 줄기를 내놓고 살기 때문에 두 곳의 주인인 셈. 테나 포인도트 曰 '''"생명의 주인."'''[5]
그리고 덴워드는 이 식물들의 목적은 모든 식물의 의사를 대변하는 존재인 식물왕을 세워서 동물을 지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식물왕은 필요한 동물은 살려두고 당장에 필요없는 동물은 죽여뒀다가 나중에 되살리는 식으로 부활의 권능을 악용할 것이라고.
즉 지상과 지하의 주인은 넓은 의미로는 모든 식물을, 좁은 의미로는 그 중 식물왕으로 선출될 식물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나라부스 의장을 죽이려 한 이유는 칼을 재배해서 식물왕을 즉위시킬 야채 뱀파이어이기 때문이다. 덴워드가 가진 보랏빛 칼 '메뚜기'는 식물왕의 칼이 아니라 야채 뱀파이어를 찾아내는 마법검이다.[6]

3. 작중 행적


티르의 빨래를 초록색으로 물들인 건 비누풀이었고, 덴워드 일행이 마차 사고를 당한 원인은 말들의 먹이에 독초가 섞여들어가서 말들을 즉사시켜서였다. 또한 포인도트 부인이 독미나리를 먹고 지상과 지하의 주인을 찾게 된 것도 식물이 준 지식이었다.
지상과 지하의 주인이 식물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에는 실포 언덕에 모든 식물종이 집결한다. 말 그대로 '모든' 식물종으로 바나나, 넌출월귤, 삼, 고사리, 담쟁이, 선인장 등등 전 세계의 갖가지 계절과 장소에 사는 식물들이 한데 모였다.
실포 언덕에 집결한 이유는 왕을 선출하기 위해서. 실포 언덕 위의 공동묘지에는 덴워드로부터 도망친 버샤드 포인도트와 나라부스 의장이 있었는데, 덴워드는 식물들이 나라부스 의장을 보호하는 동시에 의장으로 하여금 식물왕을 선출하게 하려고 이렇게 모인 거라고 설명한다.
이에 호랑이 아니제이 니바이 알루스, 공간을 조종하는 마하단 쿤, 위어울프 케이토 등이 어떻게든 묘지로 올라가려고 분투를 벌이지만 모두 실패하고, 덴워드는 실포 언덕에 불을 질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계속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죽은 지데가 부활해 묘지, 즉 실포 언덕에서 내려와 자신을 식물의 사절이라 칭하며 사람들에게 식물의 의사를 전한다.
지데는 사람들이 식물을 먹고 식물로 집과 의자, 탁자, 옥장, 침대 등의 가구를 만드는 일은 눈감아줄 테니 단 하나, 식물을 불태우는 일만은 그만두라는 것이 식물들의 뜻이라고 전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인류를 공격해 숫자를 대폭 줄일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그리고 지데는 만약 사람들이 식물을 태우지 않는다면, 식물은 그 대가로 부활의 권능을 사용해 사람을 되살려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벌써 식물왕이 나타났다고 믿게 된 덴워드는 충격에 사로잡히고, 최후의 수단으로 두 드래곤 휴스트라넬과 페르다이할을 불러 도시를 통째로 불태워버리려 한다.
이후 식물왕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테나 포인도트와 지데, 마법사 까로 트랙스 혹은 션 그웬을 부활시키려 하는 마하단, 소도시가 불타지 않길 바란 티르는 함께 실포 언덕으로 향한다.
이다음 행적은 아래에서 서술한다.

4. 특징


이 식물들은 현실의 식물에겐 없는 몇몇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식물들은 동물들처럼 의사를 가지고 행동한다. 다만 이 의사는 왕을 선출하기 위해서 임시적으로 부여된 것일 뿐이라 누가 식물왕이 될지 결정하고 나면 사라진다. 여기서 동물과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동물은 참새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에게도 자의식이 있지만 식물은 그냥 같은 종이면 같은 존재다.( 미루나무는 "우리는 접붙이기를 해도 상관없고 꺾꽂이를 해도 상관없는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약간 오류인 것이, 종이 달라도 속 정도만 같으면 무난하게 접붙이기가 가능하다.
마치 뉴런들이 접합부인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돼서 사람의 자아를 이루는 것처럼, 식물도 각각의 식물은 자의식이 없지만 같은 종끼리는 서로 이어져 감각을 공유하고 이 식물들의 집합인 식물종은 개체들이 모여 이루는 하나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일종의 집합적 무의식 비슷한 개념인 듯.
이들 식물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변신'''. 다른 식물로든 사람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실포 언덕을 뒤덮은 온갖 종류의 식물들도, 지금껏 지상과 지하의 주인의 권능이라고 설명된 부활도 모두 이 변신하는 능력을 응용한 것이다.
실포 언덕에 자란 기묘한 나무와 풀들은 사실 이동해온 것이 아니라 원래 거기에 있던 식물들이 모습을 바꾼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부활한 사람들도 식물이 변신한 복제일 뿐 진짜 그 사람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마냥 식물들이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작가의 대표작에 나온 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하지만 간격이 없는 변화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작중에 등장하는 아니제이[7]와 더 닮았다.
그리고 종으로서의 식물이 사람과 대화할 때는 독자적인 심상 풍경을 가지고 온다. 비누풀은 밤바다의 해안, 미루나무는 사막, 마가목은 초원 등등.
본디 지성을 가지지 않을 식물들이 이 지역에 20년 후에서 2000년 후 사이에 일어날, 몇십만년동안 계속 분화해서 지상을 대멸종으로 몰아넣을 초화산의 분화를 막고 대신 멸종할 희생양이자 호부왕으로써 선출된 식물종을 제위시키기 위해서 기간한정적인 지성을 지니게 된 피지배자 식물들이 모여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성을 가진 식물들중에, 그냥 확 초화산 터트리고 대멸종을 일으키고 난 뒤에 살아남은 식물들이 변신 능력을 가지고 다시 종을 복원시켜 번성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은 일부 급진파들이 순진한 덴워드를 지데의 복제를 이용해서 그럴듯한 논리의 극단적인 위협으로 낚아서 두 극단의 드래곤인 휴스트라넬과 페르다이할을 불러들여 용의 불길로 초화산을 바로 터트리려고 획책한 것이 식물왕의 인류 지배 선포 사건이다. 실제 식물들 대다수의 의사는 생사여탈권의 악용이고 지배고 뭐고 인간이 죽던 말던 신경도 안쓸 거라고 한다. 심지어 다른 종 식물조차 동물 취급하듯 신경도 안쓸거라고. 더군다나 왕 선출은 커녕 식물왕의 검조차 완성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선출된 왕은 희생양 역할 말고는 아무 권한도 없다는게[8] 더더욱 개그.

4.1. 상세


식물들은 왕을 선출하기 위해 지각을 얻었지만 식물왕을 선출하고 나서는 전부 자기 맘대로 행동한다. 그러다 보니 식물들끼리도 의사가 다 다르다.
  • 마가목
살인을 한 것에 자책하는 티르를 위해 지데로 변한 식물. 원래 지데의 성격인지, 아니면 티르를 위해 변한 식물이라 그런 건지 몰라도 자기를 죽인 티르한테 친밀하게 굴고 계속 붙어 다니면서 농담을 건다.
  • 독미나리
포인도트 부부를 위해 서니 포인도트로 변한 식물로 추정된다. 게다가 하나도 아니고 열 명의 서니로 변해서 나온다. 소설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히는 인상적인 장면인데, 주변 이들의 만류와 반론에도 불과하고 맹목적으로 서니의 부활만을 추구하던 포인도트 부인이 열 명의 서니라는 가짜가 분명한 현실을 수용해버리기 때문이다.
  • 야님 숲의 어떤 식물
식물왕으로 선출된 식물. 이름이 없는 식물종이다. 야님 숲에만 분포하며 번식력이 약해서 현재 겨우 228그루만 남아 있어 거의 멸종할 지경이다. 다른 식물들을 대신해 죽을 호부왕이자 식물왕이 될 것을 자처했지만 자원봉사가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결과이다. 어차피 멸종위기에 처해서 이대로면 100년 안에 멸종할 텐데, 잘하면 멸종시기를 늘려서 종을 보존할수도 있고, 그 기간동안 돌연변이 친족을 가져서 자신은 멸종할지언정 후손이 퍼져 나갈수도 있다는 도박을 걸어 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품 말미에, 식물과도 교배히려고 식물로 변했다는 거짓말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잡종번식 전문 변신종족인 이니제니종인 니바이 알루스가 요양 차 야님 숲으로 간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 미루나무
마법이 계속 전수되기를 원하는 마하단 쿤을 위해 션 그웬으로 변한 식물. 하지만 마하단의 바람과 달리 마법은 쓰지 못 한다. 살아있을 적의 션과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고 세상이 멸망하길 바란다.
  • 비누풀
제일 처음 등장한 식물종. 장검을 가진 존재인 티르와 보안관이 남을 살인할 수 있는 자들이라 생각해 빨래에 물든다. 목적은 덴워드 이카드를 죽이는 것.
【스포일러】
환기구에 갇혀 죽어가던 써니가 바랬던, '부모님이 자기를 잊고 더이상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원'을 이뤄주려는 식물. 그런데 세상이 일찍 멸망하면 포인도트 부부가 써니를 잊기도 전에 죽게 되니, 덴워드 이카드를 죽여서 세상을 구하려고 한다. 팔두마차를 전복시켜 덴워드를 막으려 했고(이건 멸망을 막으려는 식물들의 공동작업), 티르에게 봉수대로 가 덴워드를 죽이라고 재촉했던 이유도 모두 써니의 소원을 위한 것.
다만 말을 걸기 위해 직접 생명체로 변하면 (지데로 변한 마가목의 사례처럼) 식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까봐 다른 방법을 쓴다. 티르의 옷에 물들어 인간의 사고방식과 의식을 학습하면서도 스스로가 비누풀이란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 생명의 근원은 여성형이기 때문에 의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로 들렸고, 의식이 완성된 후에는 티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의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비누풀이다'는 사실을 계속 생각해서인지, 의식이 닿았을 때 반대로 티르가 스스로를 비누풀이라고 착각하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에는 써니의 모습으로 나타나 티르에게 진짜 목적을 말한다. 부모님이 자기(써니)를 잊고 행복해질 수 있게 앞으로 자신에 대해 조금만 말해달라는 것. 하지만 떠나기 직전, 티르가 '미안지만 앞으로 네 얘기 자주 할 거 같다(=널 잊지 않을게)'고 말하자 당황해 한다.

[1] 부활의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하면 우선 신을 떠올리는 게 당연하다.[2] 레피란은 뱀파이어 순회판사의 서기라서 제국을 돌아다니며 온갖 사건을 겪다가 악마 추종자와 관련된 사건을 재판하면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3] 여담이지만 세상의 주인이 악마라는 이 가설은 작가의 다른 작품의 스포일러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4] 12cm보다 길면 장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건 식칼이라도 길이가 12cm 이상이면 소지가 제한된다는 뜻이다.[5] 자기는 서니에게 이미 식물이 만들어 놓은 생명을 먹는 능력을 주었을 뿐이고 서니에게 생명을 준 건 식물이라고 말한다. 햇빛과 물과 공기 같은 무생물을 통해 양분을 만들 수 있는 건 식물뿐이고 다른 동물들은 식물이 만든 양분을 그저 먹기만 할 뿐이라는 것.[6] 당장 이름부터가 풀이란 풀은 다 먹어치우고 다니는 메뚜기에서 따온 것.[7] 다른 종족의 이성에게 반하면 그 종으로 변해서 번식해 잡종을 낳아 번성하는 종족.[8] 정말로 권한이 없는 것은 아니고 '''희생양이 될 권한'''이 있어 '''희생되기 전까지 번성'''한다. 원래 멸종위기종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모두를 위해서 희생한 것이 아니라 잠시간의 번성을 대가로 희생을 선택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