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1세
1. 개요
부르고뉴 공국의 공작으로서 '''필리프 공''', 카스티야 왕국[1]의 공동왕으로서 '''펠리페 1세'''.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인 카를 5세와 페르디난트 1세의 아버지, 펠리페 2세의 할아버지이다.
별명은 미남왕으로, 흔히 미남왕 펠리페(Felipe el Hermoso)라 불린다.
필리프는 합스부르크 황실과 신성 로마 제국의 후계자로, 아버지 막시밀리안 1세의 뒤를 이어 신성 로마 제국 황제가 될 것이 확실시되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보다 빨리 요절하는 바람에 황제 제위에 오르지 못했다. 제위는 아들인 카를 5세와 페르디난트 1세가 차례로 물려받게 되었다.
2. 생애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의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와 부르고뉴 공국의 상속자 마리 드 부르고뉴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482년 어머니인 마리 드 부르고뉴가 낙마 사고로 죽자 네살의 어린 나이에 그 영토를 물려받아 부르고뉴 공작이 되었다. 하지만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가 장성할 때까지 아버지 막시밀리안 1세가 섭정으로 부르고뉴를 대리 통치했다. 필리프가 성인인 15세가 된 1493년 때마침 막시밀리안 1세도 신성 로마 제국 황제로 즉위하게 되면서 아들 필리프에게 부르고뉴의 통치권을 넘겨주고 황제에 즉위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필리프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신망을 얻었다. 특히 그는 플랑드르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플랑드르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1496년 필리프는 아버지 막시밀리안 1세의 지시에 따라 스페인 카스티야 연합 왕국의 여왕 이사벨라 1세와 아라곤 왕국의 국왕 페르난도 2세 사이의 딸인 후아나(Johanna) 공주와 혼인했다.
그러나 미남왕 필리프는 후아나와 결혼 후에도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는 등 후아나와의 관계는 원만치 못했다. 원래 정신이상 증세를 갖고 있던 후아나는 남편이 겉돌수록 남편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다. 이후 후아나의 성격은 신경질적으로 변해갔으며, 주술이나 마법등에 빠지게 되었다.
아내에게 소홀히 한다는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스티야의 왕위를 계속해서 주장했기 때문에 아내의 나라인 스페인에서는 극히 인기가 없었다.
1504년 장모인 카스티야의 여왕 이사벨라 1세가 사망하게 된다.
필리프의 장인이자 이사벨라 1세의 남편인 아라곤 국왕 페르난도 2세는 아내가 소유한 카스티야의 왕위를 자신이 계승하여 스페인 연합 왕국의 단독 통치자가 된후 자신의 본영인 아라곤을 중심으로 카스티야를 병합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카스티야 귀족들도 페르난도 2세의 이런 속셈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카스티야의 코르테스 의회는 페르난도 2세의 왕위 계승권을 인정치 않았다. 그리고 카스티야 법에 따라 이사벨라 여왕의 살아있는 유일한 자녀인 후아나 공주의 계승권만이 적법하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후아나가 카스티야의 여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한편 페르난도 2세가 가지고 있는 카스티야 공동왕의 직위는 이사벨라 여왕이 죽었기 때문에 소멸되었다.
그러자 페르난도 2세는 이번에는 딸 후아나의 정신이상을 명분으로 하여 자신이 섭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후아나의 정신병은 심각했기 때문에 카스티야 의회는 페르난도 2세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페르난도 2세는 섭정 자격으로 카스티야에서 단독으로 통치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자 후아나의 남편인 미남왕 필리프 공이 이 조치에 분개하며 반발했다. 이에 카스티야 의회인 코르테스는 논의에 들어갔는데, 카스티야인들은 네덜란드 출신의 필리프 공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웃 라이벌인 아라곤의 국왕인 페르난도 2세가 단독 통치하는 것은 더욱 싫었기 때문에 결국 카스티야-레온의 합법적인 여왕인 후아나의 남편으로서 필리프 공을 공동왕으로 인정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필리프는 카스티야 연합 왕국의 공동왕 펠리페 1세로 즉위했다. 필리프의 왕호에는 레온이 빠져있는데, 이는 코르테스의 결정으로 후아나가 선임 국왕임을 못박아둔 것이다. 그리고 후아나가 통치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펠리페 1세가 단독으로 카스티야에서 통치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장인 페르난도 2세의 섭정권은 소멸되었다.
하지만 페르난도 2세는 펠리페 1세를 계속 공격했다. 그 와중에 펠리페 1세는 물을 마시고 갑자기 드러누워 앓더니 며칠만에 갑작스레 사망했다. 카스티야 의회로부터 왕위를 인정받고 즉위한지 불과 두달만인 1506년 9월 24일의 일이었다. 장인인 페르난도 2세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티푸스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도 정확한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펠리페 1세가 죽으면서 페르난도 2세가 다시 딸 후아나 여왕의 섭정 자격으로 통치권을 잡게 된다. 펠리페 1세측 유가족인 합스부르크 가문이 그의 장남 카를(카를 5세)의 왕위계승을 주장했지만, 페르난도 2세는 카를이 너무 어렸기 때문에 성년이 될 때까지 더 젖빨고 오라면서 일축했다.
1507년 페르난도 2세는 후환을 줄이기 위해 딸인 후아나 여왕을 아예 외딴 토르데시야스성에 유폐시켰다.
펠리페 1세의 어린 장남 카를(카를 5세)이 그의 영지인 부르고뉴 공국과 카스티야 연합 왕국을 물려받을 예정이었으나 너무 어렸기 때문에 부르고뉴 공국은 성년인 15세가 될때까지 그를 양육한 고모 마르가레타가 섭정으로 대리 통치했다. 카스티야는 어머니가 명목상 여왕 자리에 있었고 페르난도 2세가 섭정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성년이 된 후 페르난도 2세가 사망한 후에 물려받을 수 있었다.
후아나와 스페인에 체류할 때 태어난 둘째 아들인 페르난도(페르디난트 1세)는 외갓집인 스페인 왕실에서 자랐다.
[1] 카스티야-레온 연합왕국 전체가 아니라 카스티야만의 왕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