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색
1. 사전적 정의
閉塞, block
닫아 막는다는 뜻을 지녔다. 따라서 인체에서 무언가(혈액, 소화물)가 지나다니는 관 형태 기관이 막힐 때도 쓰는 용어다. 이외에 생기나 운수가 막힌다는 의미도 지녔다.
2. 철도
폐색이란, 열차를 운전할 때 선로에 일정 구간을 만들어 한 구간에 한 개의 열차만을 운행하는 방식이다. 폐색 방법으로서 방식별로 선로 구간을 지정하기도 하고, 관제시스템으로 특정 열차의 앞뒤를 폐색구간을 지정하기도 하여 '''열차의 거리를 조정해 사고를 방지'''하는 철도의 구성요소이다.
전후좌우 2차원을 이용하여 유사시 대피가 가능한 자동차 및 선박과 3차원을 이용하는 항공기나 잠수함/정과는 달리 '''철도는 기본적으로 1차원의 선들[1] 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한 열차는 철로 위를 달려 노면을 밟고 있는 '''자동차보다 감속 능력이 훨씬 떨어진다.''' 한 선로에서 마주 오거나 또는 선행 열차가 멈춰 있는데 후속 열차가 빠르게 오면 당연히 와장창이 되기 때문에[2] 이 1차원의 선로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식이다.
단선일 경우, 상행 열차와 하행 열차가 한 선로를 사용하므로, 열차가 운행 중일 때는 다른 방향에서 오는 열차가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차가 마주 오는 열차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 충돌을 막으려면 한 선로에 하나의 열차만 운행하면 되지만, 이것은 수요가 매우 적은 상태나 노선 길이가 2개 편성을 욱여넣기 힘들 정도로 짧은 경우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폐색 방식을 사용한다.
3. 종류
3.1. 간격법
선행 열차와 후속 열차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운행하는 방법으로, 격시법이라고도 부른다. 다음의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3.1.1. 시간간격법
열차와 열차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선행 열차가 출발한 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후속 열차를 출발시키는 방법이다. 선행 열차가 운행 중 사고로 도중에 정차할 경우 열차 추돌사고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보안도가 낮다. 그래서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통신이 두절되는 경우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노면전차의 경우 특수한 구간이 아니라면 대다수가 시간 간격 폐색을 채택.
3.1.2. 공간간격법
열차와 열차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열차와 열차 사이에 항상 일정한 공간(거리)을 두고 열차를 운행하는 방법이다. 선행 열차의 위치를 알 수 있어 고밀도 및 고속 운행에 적합하다. 다시 말하면 일정한 공간을 두고 일정 구역을 정하여 1개의 열차만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리간격법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폐색은 공간간격법을 말한다.
3.2. 열차 운행방식
3.2.1. 고정폐색방식
고정폐색방식(fixed block system)은 역과 역 간을 열차 운전시격에 적합하도록 1구간 또는 여러 개의 구간으로 분할하고 신호현시별 속도 단계를 설정하여 폐색 구간의 열차 점유 상태에 따라 지정된 신호현시 패턴으로 운전하는 방식으로 단계별 속도 코드 전송방식이다. 이동폐색방식의 경우에는 폐색이라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아래에 나온 상용폐색 방식은 모두 고정폐색방식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다.
3.2.2. 이동폐색방식
이동폐색방식(moving block system)은 1개 폐색구간에 1개 열차라는 고정폐색구간의 개념과는 관계없이 선행 열차와 후속 열차 상호 간의 위치 및 속도를 무선신호 전송 매체에 의하여 파악하고 차상 컴퓨터에 의해 열차 스스로 운행 간격을 조정하는 폐색 방식이다. 도시철도, 광역철도가 아닌 간선철도에서의 실용화 사례는 아직은 없다.
3.2.3. 차상제어거리 연산방식
차상제어거리 연산방식(distance to go system)은 지상자 또는 궤도회로를 통해 선행 열차의 운행 위치에 관한 신호정보를 차상 신호기가 수신하여 차상 컴퓨터에 의해 목표속도와 제동 소요 거리 등을 연산하여 선행 열차와의 안전한 제동 여유 거리를 유지하며 운전하는 방식으로 고정폐색구간이나 이동폐색구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출발은 고정폐색방식, 정차는 이동폐색방식에 더 가깝다.
3.2.3.1. 열차 사이의 간격을 확보하는 장치에 의한 방법
일본에서 나온 방식으로 차상제어거리 연산방식의 일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제한속도가 다양하지 않던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ATC에서 연속제어가 가능한 디지털 방식의 ATC로 전환하면서 등장한 방식으로, 기존의 폐색이 아니라 ATC의 제어만으로 열차의 간격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해서 고정폐색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역의 출발이 아닌 정차에서는 고정폐색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절반은 이동폐색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동폐색 방식이 아닌 이런 복잡한 명칭이 법령에서 등장한 이유는 고정폐색의 단점을 극복하고 나아가 완전한 이동폐색 상용화까지의 과도기 기술을 모두 포함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ATC 방식이라고도 칭하는데, 이 명칭에는 이동폐색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적절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3.3. 상용폐색방식
한 구간에 고정으로 설치되어 평상시에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폐색 방식이다. 그러므로 상용폐색방식을 사용할 수 있으면 상용폐색방식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
연동폐색식을 제외한 방식에서 열차 유무에 오류가 나면 문제가 생기므로 이중삼중의 감시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상용폐색방식은 대용폐색방식의 지령식, 폐색준용법을 제외한 나머지와 달리 양쪽으로 순서대로 한 대씩 이동한다든지 하는 식의 제한을 받지 않고 열차 운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3.3.1. 연동폐색식
연동폐색조작판을 이용해서 신호기를 작동시키는 폐색방식이다. 폐색 취급하면 즉시 상대역에서 출발역 방향 신호기를 취급해 적색으로 바꾼다. 이것 대신 통표폐색이 쓰였던 이유는 상호 간 연락이 잘되지 않을 수 있어 통표라는 통행권이 있는 방식이 더 나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호가 안 갈 수가 없는, 또 양쪽이 작동할 리도 없는 기술이 생긴 지금은 그냥 아예 디지털화시켜 점차 자동폐색식으로 교체되고 있어 보기 어렵다.
동해선 일광~부조 구간은 비 CTC 구간으로 연동폐색을 사용하고 있다.
3.3.2. 자동폐색식(Auto Block System)
궤도회로를 이용하여 폐색구간 내의 열차 유무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신호기에 적절한 신호를 현시하여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례 사항이 아닌 이상 사람의 개입을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는다.
3.3.3. 차내신호폐색식
궤도회로를 이용하여 폐색구간 내의 열차 유무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차량의 운전실 제어대의 상태, 속도 표시기에 현시하는 방식이다. 자동폐색식과 달리 열차가 폐색구간에 진입해야만 지시속도가 현시된다. 이 또한 사람의 개입이 없다.
3.3.4. 통표폐색식
3.4. 대용폐색방식
열차 사고 및 운행장애, 고장 등의 이유로 상용폐색방식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사용한다. 보안도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45km/h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
3.4.1. 지령식
CTC 구간에서 폐색장치·차내신호장치의 고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할 때, 대용폐색방식 중 최우선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관제사가 관제 설비의 모니터 등을 보고 열차가 진행하려는 구간에 다른 열차가 없음을 확인한 후 기관사에게 지시하여 운전취급을 한다. 열차 진입 구간에 다른 열차의 유무를 정확히 알 수 있고, 관제사가 기관사와 직접 통신하며 운행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제사는 기관사에게 열차 무선전화로 관제승인번호, 시행구간, 시행방식, 시행 사유를 통보하여야 하며, 직접 통보가 불가능한 경우 관계역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한 후 지령식 운전 명령번호를 부여하여 운전 취급을 지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인선(오이도~신인천), 경인선(구로~인천), 안산선(금정~오이도), 과천선(금정~선바위), 분당선(왕십리~신수원), 일산선(지축~대화), 경강선(신판교~여주)의 경우 반드시 관제사가 기관사에게 지령식 시행을 통보하여야 한다. 이들의 공통점으로는 광역철도라는 점, 즉 그만큼 광역철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대용폐색방식 시행 시 지령식 우선 적용의 원칙에 따라 차내신호폐색식을 적용하는 구간에서 상용폐색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면 지령식을 우선하여 사용해야 한다.
3.4.2. 통신식
'''복선 구간에서 시행'''하는 대용폐색방식이다. 관제사와 기관사 간 연락이 불가능할 때 사용한다.
관제사의 승인에 따라 폐색구간의 양쪽 역의 승강장에서 운전취급자가 확인하고, 두 역이 폐색 전용 전화기를 이용하여 다른 열차가 없음을 확인한 후 열차를 이동시킨다.
3.4.3. 지도통신식
'''단선 구간에서 시행'''하는 대용폐색방식이다.
관제사의 승인에 따라 폐색구간의 양쪽 역에서 역장이 전화기를 이용하여 다른 열차가 없음을 서로 확인한 후 진입하는 열차가 하나일 때는 지도표[3] , 어느 한쪽 방향으로 운행하는 열차가 둘 이상일 경우에는 '''마지막 열차에 지도표'''를, 나머지 열차에는 지도권을 발행한다.
A 역에서 지도권을 지급받은 열차를 폐색구간에 먼저 열차를 진입시킨다. 폐색구간을 통과한 후에는 지도권을 B 역 역장에게 넘겨주고, B 역 역장은 A 역 역장에게 통보한다. 그럼 지도표를 지급받은 그다음 열차가 지도표를 가지고 출발한다. 마찬가지로 B 역에 도착한 후 넘겨주고, A 역에 통보한다. 이제 지도표가 B 역에 있으니 반대로 B 역에서 A 역으로만 갈 수 있다.
왜 도착역에서 출발역으로만 갈 수 있는지, 그리고 위 상용폐색의 통표폐색식과 다른 점이 있냐는 의문이 가능할 것이다. 통표폐색식은 기본적으로 폐색기 안에 통표가 통상 20개 이상 들어있다. 대신에 폐색기에서 A 역이든 B 역이든 일단 통표를 하나 꺼내면 어느 곳이든 더는 통표를 꺼낼 수 없다. '''이 단선 구간에서 열차 통행이 허가된 건 이 열차뿐'''이란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표는 하나가 넘고, 양 역에 당장 쓸 수 있는 지도표가 있다면 신뢰 자체가 없어진다. 기본적으로 지도표는 그냥 문서일 뿐이다. 이 지도표는 하나가 넘으면, 두 역이 동시에 지도표를 넘겨주지 않으리라는, 그래서 이 폐색구간에 열차가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초적인 보안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도통신식을 쓴다면 반드시 지도표는 하나이다.
통표폐색식은 한 번에 쓰이는 통표는 하나란 믿음이 있지만, 한 열차를 보내고 나서도 양쪽 역이 쓸 수 있는 건 20개 이상씩 쌓여있어 통표 개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한 방향으로 여러 대를 보내줄 수 있다.
3.5. 폐색준용법
상용·대용폐색방식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사용한다. 폐색 방식과는 다르게 이미 열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열차를 진입시키기 때문에 폐색 방식이라고 하지 않고 폐색준용법이라고 한다.
3.5.1. 전령법
차량고장, 공사 열차 운행 등의 이유로 열차가 있는 폐색 구간 내에 다른 열차를 진입시킬 때 관계역장이 서로 합의하여 시행하는 방식이다. 시행 사유 대부분이 구원열차 요구이므로 여기서는 구원요구상황을 기준으로 서술하기로 한다.
폐색구간 양 끝 정거장 역장은 서로 협의하여 적임자를 '''운전허가증의 역할을 하는 전령자'''로 지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폐색구간은 양쪽 정거장 간 1개로 하며 전령자는 아무나 지정할 수 없다. 운전취급역(1인 근무 역 제외) 또는 배치간이역의 경우 역무원이 전령자가 되며, 1인 근무 역이나 무배치간이역의 경우 구원요구 열차에 승무원이 있다면 열차 승무원이, 승무원이 없다면 인접 운전취급역에서 파견된 역무원이 전령자가 된다. 고속열차 구원 시엔 구원 열차 출발역의 역무원이 전령자가 된다.
역장은 전령자에게 전령법 시행 사유와 도착지점(선로 거리 제표), 선로 조건 등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통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전령자는 구원 열차 맨 앞 운전실에 승차하여 자신이 전령자임을 알리고 역장에게 통보받은 사항을 기관사에게 전달, 구원요구 열차와 통화하여 정차지점과 선로조건 등을 재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전령자는 운행 중 신호와 선로를 주시하고 기관사가 제한속도를 준수하도록 지시하여야 한다.
구원 열차는 전령자의 지시에 따라 구원요구 열차 1km 앞까지는 45km/h 이하로, 1km 지점부터 50m 전방까지는 25km/h 이하로 운전하여야 한다. 또한 전령자는 전방 1km, 50m 지점에서 일단정지를 유도하여야 하며, 50m 지점부터 구원 열차의 유도 및 연결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시행 중 추가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관사와 전령자 모두 책임을 진다. 전령자가 기관사 감시를 적절히 하지 못하고, 기관사는 지형지물을 보며 감으로 운전하다 구원요구 열차 앞에 정차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해버린 사례가 있다.
3.5.2. 무폐색운전
국내 규정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폐색 방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폐색구간의 열차 유무를 알 수 없을 때 사용한다. 폐색구간 그런 거 없고, 운전자의 판단에 의존하여 운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안도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15km/h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 폐색구간이 노선의 종점이고 차량기지가 다른 데 있어서 그냥 노선의 종점역이 아닌 폐색구간의 역에서 그냥 열차가 들어가고 나오면 다시 들여보내면 되는 경우이거나, 여객수요가 없기에 이래도 문제가 없는 노선은 이러기도 한다.
4. 참고문헌
- 「도시철도 운영총론」, 곽정호, 2014
- 「철도의 이해」, 권기택, 2010
- 「철도관련큰사전」, 백남욱·이상진, 2007
- 한국철도공사 「운전취급규정」
- 「철도운전법령 요론」, 전영석·김충지, 2017
5. 관련 문서
[1] 중간중간 끼어 있는 대피선 같은 거 보고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조 축이라 볼 수 있으니 어쨌든 선으로만 구성된 1차원 축이다.[2] 원저우 고속열차 추락 사고가 딱 이런 상황이었다. 사고 당시에는 신호 장비까지 벼락을 맞고 골로 가서 후속 열차를 못 세웠다.[3] 폐색구간 양쪽의 역 이름, 관제사, 명령번호, 열차번호, 시각이 적힌 운전 허가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