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빌라 고무통 살인사건

 



1. 개요
2. 재판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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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14년 7월 29일 밤 9시 40분 경,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가채1리 소재 삼성아트빌라 2층 안에서 남자 아이의 비명에 가깝게 악을 쓰는 울음소리가 한참 동안이나 들려왔다. 이에 이웃들은 심상찮은 울음소리를 듣고 119에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대원들에 의해 아이[1]는 무사히 구출되어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다. 그런데 집 안 상태는 처참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봉지들이 어른 키만큼 쌓여 있고, 방문은 부서지고 장판과 벽지는 곳곳이 뜯겨져 나가 있었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가구들에도 때와 곰팡이가 잔뜩 내려 앉아있어 도저히 사람 살 곳이 아닌 수준이었다. 문을 열기 전부터 상당히 심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고 이에 수상함을 느낀 119 구조대원들은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다가 작은 방에 있던 높이 80㎝, 지름 84㎝의 고무통 덮개를 열어보자 '''얼굴에 랩이 둘러지고 목에 스카프가 감긴 채 이불로 둘둘 말린, 백골이 다 된 시신이 튀어나와 경악한다.'''
더욱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안실로 통째 들고 온 고무통에서 내용물을 그대로 들이붓자,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형체를 알 수 없는 물컹한 액체가 쏟아지더니, 그 액체에서 세 개째 손이 튀어나왔다. 시체가 하나가 아니라 두 구였다는 뜻이다.''' 시신과 시신 사이에 있던 소금포대 때문에 일종의 발효가 일어나 시신이 젓갈이나 같은 액체 상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한쪽 손은 바깥에 나와 있는 바람에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던 것.[2]
곧이어 경찰이 출동하면서, 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아이의 생모 이모씨(당시 50)가 지목되었다. 고무 통 속 인물은 용의자의 남편과 내연남으로 밝혀졌다. 백골 시신이 직장동료이자 내연남, 액체로 변한 시신이 남편이었다.
여성은 범행 대부분을 시인했고,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직장동료 이모씨(당시 48)와 제과업체 공장을 함께 다니던 사이 내연관계를 맺기 시작했고,이 사실이 직장에서 탄로나면서 사이가 틀어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동안 함께 써 왔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그 와중에 법적으로 남편이 있는 그녀의 내연관계를 용납하지 못한 사장에 의해 해고까지 당한다. 이씨는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진 상태에서 남성에게 수면제를 술에 타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0년 전에 행방불명된[3] 남편(살아있었다면 당시 51)은 자연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고 일어나보니 남편이 베란다에 쓰러져 죽어 있었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고무통에 숨겼을 뿐이다, 죽인 게 아니라 시신만 버려둔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처음엔 내연남도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돈을 요구해 단독으로 살해했다, 외국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추후 경찰 조사 결과 한국인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충격은, 용의자의 아이의 생부는 제3자라는 것. 아이의 생부는 방글라데시인이며 당시 한국을 떠나 없는 상태였다. 사건 발각 당시에는 또 다른 사람인 스리랑카인과 사귀는 중이었으며, 변사체 발각 이후 한동안 숨어있던 곳도 이 남성의 거처였다.
이씨의 큰아들(사건 발각 당시 28)도 아버지에 대해 계속 진술을 바꾸었다. 수사 초기에 “아버지는 10여 년 전 집을 나갔다”고 했다가 다시 “자연사한 아버지 시신을 어머니와 함께 옮겼다”고 진술을 바꿨다. 그 말이 맞다면 사체은닉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공소시효(7년)가 지나서 처벌을 받진 않았다.
남편의 시신이 너무 오래된데다가 남아있는 부위가 팔 하나뿐이니,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죽였는지를 알아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연남 시신에서 발견된 것과 똑같은 독극물(독시라민)이 남편 시신에서도 검출됐다.
이씨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어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했는데, 거기에 독시라민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었다. 수면유도와 진정 등에 효과적이지만, 과량으로 복용할 경우 호흡억제와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약품이다. 이씨는 내연남을 죽기기 위해 비염약이라고 속여 독시라민이 들어 있는 수면제를 먹게 했는데 남편 시신에서도 그 약 성분이 나온 것이고, 무엇보다 남편이 사망한 10년 전에도 이씨가 인근 약국에서 독시라민 성분이 들어있는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사실까지 확인된 것이다.
두 아이를 낳아 기르던 평범한 가정주부던 이씨는 1995년 교통사고로 당시 여섯 살 난 둘째 아들을 잃으면서 충격으로 삶이 뒤틀렸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우울 증세가 덮쳐오자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찾게 됐고, 부부는 사고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다퉜다. 결정적으로 별거 중이던 남편이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우울과 탈선은 걷잡을 수 없었다. 이씨는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교제하는 것으로 감정의 기복을 달래곤 했다. 이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까지 하게 됐는데 이씨는 엄마로서의 책임을 사실상 방치했고, 아이를 쓰레기가 가득찬 끔찍한 상태의 집에 두 구의 시신과 함께 방치해두고 가끔 들러 먹을 것을 던져주는 것이 하는 일의 고작이었다. 정신상태가 불안정해 검거되어 조사받을 때 아들의 이름과 나이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쭉 방임되는 상태에서 장장 8년이 흐르는 동안 이웃 사람들은 단 한번도 신고하지 않았고,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자신의 신세를 못 견뎠는지 어쨌는지 하루 종일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제끼면서 겨우 드디어 세간에 사태가 파악된 것이다.
고무 통 속에 시체를 유기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방 안에 두었다는 점에서 쇼킹한 살인 사건. TV조선 강적들에서는 이 사건을 보고 막장, 반전, 스릴러가 모두 있다고 표현했다.

2. 재판 과정


2015년 1월 21일 1심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2부(한정훈 부장판사)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 이 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며, 2015년 2월 11일 1심 재판부는 살인 및 사체유기,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그에게 징역 24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해 방법과 집안에 사체를 장기간 은닉하고 아이를 방치한 일 등에 비춰 중형이 불가피하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2심 재판부에서는 남편의 사인이 불분명하고, 남편 사망에 이 씨가 개입했다고 볼 충분한 증거도 없다며 징역 18년으로 감형했고, 대법원에서는 2심의 판결에 손을 들어줬다. #
자세히 설명하자면,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시신에서 독시라민 성분이 검출됐지만 1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후이기에 시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특정 부위에서 정확하게 약물 성분이 검출됐을지는 강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즉 남편의 사체에서 발견된 독시라민 양이 많지 않아 단독 복용으로 사망한 사례가 없고 고혈압 치료제 아테놀롤과의 상호작용이 학계에 보고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독시라민이 남편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씨가 2년 전 다른 피해자를 살해했다 하더라도 10년 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남편이 약물중독으로 호흡이 정지됐다는 직접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검찰의 진술분석과 종합심리분석 등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에서는 이 씨가 남편이 사망한 후 보인 기이한 행동은 정서불안정성 충동적 인격장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 반면, 이 씨가 내연남을 살해한 후 유기할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서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상이한 판단을 했다. 최종적으로는 둘째 아들을 잃고 나타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범행의 한 원인으로 보았다.
이씨는 2034년 출소 예정이다.

3. 둘러보기




[1] 두 달 가까이 방치되어 아사 직전의 상황이었다고 한다.[2] 이 끔찍한 장면은 언론보도에서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10년은 된 시신에서 지문을 추출했다고?'하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백골화 되었다고 해도 지문이 있는 범위 등만 부분적으로 온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3] 그 전 해 12월에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두 달 전인 6월까지 사용한 기록이 있는 휴대전화가 고무통 옆에서 발견됐으나, 이는 이씨가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남편의 명의로 개통해 본인과 어린 아들이 사용하던 것이었다. 이웃과 지인들은 이씨의 남편을 본 지 한참 되었다고 증언했고, 이후 조사를 통해 그가 이미 죽은 지 10년은 되었음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