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레몬
1. 그리스 신화
그리스 신화에서 프리기아 사람 바우키스의 남편. 인간들의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 거지로 변장한 제우스와 헤르메스를 접대의 관습에 따라 유일하게 대접했다.[1] 덕분에 아내 바우키스와 함께 제우스의 천벌을 면했다. 반면 둘을 문전박대한 다른 사람들은 모조리 마을째로 수장당한다.
필레몬 부부의 접대를 흡족히 여긴 제우스는 부부가 살던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금은으로 장식된 거대한 저택으로 바꾸었고, 착하고 소박한 필레몬은 저택을 제우스 신전으로 바치고 사제가 되었으며, 사랑하는 아내 바우키스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함께 죽게 해달라는 소원[2] 을 말했다. 제우스는 매우 흡족해하며, 소원을 들어준다.
그 후 필레몬 부부는 신전의 사제로 여생을 보내다가 수명이 다하자, 그 자리에서 참나무와 보리수가 되었다고 한다.
2. 필레몬에게 보낸 편지
Philemon. 신약성서의 한 권인, 바울의 옥중서신 '필레몬에게 보낸 편지(빌레몬서)'의 수신자. 개신교에서는 '빌레몬'이라고 부른다. '사랑받는 자', '사랑을 간직한 자'라는 뜻.
필레몬의 종 오네시모가 필레몬으로부터 로마로 도망친다. 거기서 그는 바울사도를 만나 기독교를 믿게 된다. 오네시모가 로마로 도망쳐 온 경위를 들은 바울은 그를 회심시켜 빌레몬에게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도망친 노예의 경우 사형을 비롯 어떤 벌을 받을 지 모르기 때문에 이는 대단한 모험이였다. 이 때문에 바울이 오네시모를 보내면서 오네시모도 이제 같은 기독교인이니 죄를 묻지 말고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줄 것을 부탁하는 빌레몬서를 써서 빌레몬을 비롯, 빌레몬의 집에 모이는 교회와 그의 동역자에게 보냈다.
3. 老현자(wise old man)
좌측 인물이 융, 우측 그림이 필레몬
카를 융의 심리학 및 그의 저서에 나오는 개념으로, 원형은 남성의 성장의 최종적 도달점에 있어서의 정신과 영혼의 상징이다. 그 모습은 날개를 달고 있는 노숙한 현자의 모습이며, 모든 사회적 야망을 뛰어넘은 후의 노숙한 남성, 선인(仙人)과 같은 이미지. 융은 자신이 상상한 필레몬이라는 상(像)을 중요시했는데, 이는 융의 <노현자>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파생적 이미지로 남신, 곡식, 동자, 번개의 신과 같은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본래는 2.의 의미의 성경에 나오는 필레몬이 맞다. 융이 어느날 꿈을 꿨는데, 2.의 필레몬을 꿈에서 만났고, 융은 필레몬이 자신에게 영적인 길을 가르쳐주기 위해 보내진 영혼의 구루(guru)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융의 후기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필레몬은 '영혼의 원형적 이미지'라고 칭할 수 있으며, 정신질환자를 치명적인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무의식적 이미지의 소산이다. 그러나 합리성을 중시하는 우리 시대에 이르러 거의 사라지게 된, '신화적 상상(mythopoeic imagination)'의 소산이기도 하다 . 그러한 상상은 도처에 자리잡고 있지만, 터부시되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노현자, 즉 필레몬은 남성에 있어서의 그레이트 마더처럼 여성이 의존하는 대상으로, '파더 컴플렉스'와도 연관된다. 한편, 남성에 있어서의 노현자는 의미나 권위의 상징으로, 도사와 같은 이미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