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식 수중청음기
'''0식 수중청음기(零式水中聴音機)'''
일본 해군은 전함과 항공모함, 중순양함 같은 대형 함정이 스스로 잠수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93식 수중청음기(九三式水中聴音機) 같은 장비를 일부 함선에 장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충분한 수신감도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 장비만으로는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93식이나 97식 청음기의 한계가 어느 정도였느냐 한다면, 전투 소음이 없는 훈련 상황에서도 함선의 양현 뒤에 있는 수중 물체는 거의 탐지할 수가 없었고, 때에 따라서는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우군 잠수함도 잡아내지 못하곤 했다. 실전에서는 해상 위로 각종 함선들이 어지럽게 시끄러운 추진음을 낼 것이고 해면에 낙하한 포탄과 폭탄, 그리고 어뢰의 추진소음까지 더해져 음향신호만으로 목표를 식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 거의 확실했다.
그래서 요코스카 진수부에 속한 해군 공기창에서는 1937년(쇼와 12년) 말부터 대형 함선을 위한 새로운 수중청음기의 연구 개발이 시작되었다. 설계 단계부터 호위함이나 구축함 같은 작은 군함이 아니라 장착 공간에 여유가 있고 흘수선이 깊어 노이즈를 줄일 수 있는 대형함 전용으로 고려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93식 청음기로는 어려웠던 측심 능력을 추가하고 음탐각을 확대하며 탐지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청음기는 함수의 벌지 탱크 내부에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가동선륜형(可動線輪型) 마이크로폰 30개를 직경 4m로 둥글게 엮어 2중 원형으로 배열하는 구조로 고안되었다. 이것으로 기존의 포음기(집음 마이크) 배열이 구상 선수가 작아 타원형에 가깝게 배열될 수밖에 없어서 측각과 집음 정밀도가 균일하지 않았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함수가 커서 부피가 큰 벌지를 가진 대형함이라면 완전한 원형에 가까운 배열이 가능하므로, 방향성의 관점에서 전방향에 걸쳐 일정한 측정각과 집음 감도가 얻어지는 이점이 있었다.
신형 청음기의 감도는 93식 청음기의 2배 이상이었다. 순잠형 잠수함인 I-57(伊57)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자함의 기관을 끄고 침묵한 상태에서는 12,700야드 떨어진 거리의 해방함을 탐지한 일도 있었고, 3노트로 저속 항주하면서도 4,400야드의 탐지거리를 보였다고 한다. 수온이나 목표 함선의 상태 같은 세부 실험값은 해군성이 패전이 임박했을 때 관련 자료를 전부 불태워버려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같은 시기 독일 해군의 7형 유보트가 장비한 그루펜호르히게라트(Gruppenhorchgerät)나 그것을 개량한 발콘게라트(Balkongerät) 같은 청음기의 성능에 필적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토타입 청음기를 공고급 순양전함 히에이(比叡)에 장착해 실험을 해 본 결과, 확실히 좋은 성과를 보여 0식 수중청음기(零式水中聴音機)로 제식 채용되었다. 앞서 밝힌 대로 이 청음기는 최소한 직경 4 m가 넘는 구상 선수를 갖춘 함정에만 장비할 수 있었던 탓에 선체 구조를 개조하지 않고 장비할 수 있는 함선은 전함이나 항모 수준은 되어야만 했다.
그 중에서도 일본 해군의 간판인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는 함수에 돌출된 벌바스 바우(Bulbous Bow)에 0식 청음기를 양현에 1대씩 한 쌍을 장비하여 작동시켰는데, 덕분에 훈련 도중 대잠 초계와 견시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며 실전에서도 접근하는 어뢰의 스크류 추진음을 조기에 탐지해 이 음향 데이터를 곧바로 함교에 보내 어뢰 피격을 사전에 방지하는 용도로도 이용되었다.
0식 수중청음기는 이처럼 대형 마이크를 원형으로 배열한 효과로 감도가 높아지고 탐지각의 정확성 면에서는 큰 개선을 볼 수 있었지만, 어차피 패시브 소나의 한계는 넘을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추진 소음이 큰 대형 함선에만 장비된 탓에 온갖 잡음이 들끓는 실제 수중 상황에서 대잠 견시 용도로는 그리 실용적인 가치가 없었으므로, 더욱 고성능의 청음기가 요구되었다. 그래도 0식 수중청음기는 개량을 거치며 계속 쓰였는데, 특기할만한 것은 I-63(伊63) 같은 순잠형 잠수함에도 설치되어 쓰였다는 것이다.
1. 구형 청음기의 한계
일본 해군은 전함과 항공모함, 중순양함 같은 대형 함정이 스스로 잠수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93식 수중청음기(九三式水中聴音機) 같은 장비를 일부 함선에 장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충분한 수신감도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 장비만으로는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93식이나 97식 청음기의 한계가 어느 정도였느냐 한다면, 전투 소음이 없는 훈련 상황에서도 함선의 양현 뒤에 있는 수중 물체는 거의 탐지할 수가 없었고, 때에 따라서는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우군 잠수함도 잡아내지 못하곤 했다. 실전에서는 해상 위로 각종 함선들이 어지럽게 시끄러운 추진음을 낼 것이고 해면에 낙하한 포탄과 폭탄, 그리고 어뢰의 추진소음까지 더해져 음향신호만으로 목표를 식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 거의 확실했다.
2. 신형 청음기 개발
그래서 요코스카 진수부에 속한 해군 공기창에서는 1937년(쇼와 12년) 말부터 대형 함선을 위한 새로운 수중청음기의 연구 개발이 시작되었다. 설계 단계부터 호위함이나 구축함 같은 작은 군함이 아니라 장착 공간에 여유가 있고 흘수선이 깊어 노이즈를 줄일 수 있는 대형함 전용으로 고려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93식 청음기로는 어려웠던 측심 능력을 추가하고 음탐각을 확대하며 탐지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청음기는 함수의 벌지 탱크 내부에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가동선륜형(可動線輪型) 마이크로폰 30개를 직경 4m로 둥글게 엮어 2중 원형으로 배열하는 구조로 고안되었다. 이것으로 기존의 포음기(집음 마이크) 배열이 구상 선수가 작아 타원형에 가깝게 배열될 수밖에 없어서 측각과 집음 정밀도가 균일하지 않았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함수가 커서 부피가 큰 벌지를 가진 대형함이라면 완전한 원형에 가까운 배열이 가능하므로, 방향성의 관점에서 전방향에 걸쳐 일정한 측정각과 집음 감도가 얻어지는 이점이 있었다.
신형 청음기의 감도는 93식 청음기의 2배 이상이었다. 순잠형 잠수함인 I-57(伊57)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자함의 기관을 끄고 침묵한 상태에서는 12,700야드 떨어진 거리의 해방함을 탐지한 일도 있었고, 3노트로 저속 항주하면서도 4,400야드의 탐지거리를 보였다고 한다. 수온이나 목표 함선의 상태 같은 세부 실험값은 해군성이 패전이 임박했을 때 관련 자료를 전부 불태워버려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같은 시기 독일 해군의 7형 유보트가 장비한 그루펜호르히게라트(Gruppenhorchgerät)나 그것을 개량한 발콘게라트(Balkongerät) 같은 청음기의 성능에 필적한다고 볼 수 있다.
3. 실제 운용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토타입 청음기를 공고급 순양전함 히에이(比叡)에 장착해 실험을 해 본 결과, 확실히 좋은 성과를 보여 0식 수중청음기(零式水中聴音機)로 제식 채용되었다. 앞서 밝힌 대로 이 청음기는 최소한 직경 4 m가 넘는 구상 선수를 갖춘 함정에만 장비할 수 있었던 탓에 선체 구조를 개조하지 않고 장비할 수 있는 함선은 전함이나 항모 수준은 되어야만 했다.
그 중에서도 일본 해군의 간판인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는 함수에 돌출된 벌바스 바우(Bulbous Bow)에 0식 청음기를 양현에 1대씩 한 쌍을 장비하여 작동시켰는데, 덕분에 훈련 도중 대잠 초계와 견시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며 실전에서도 접근하는 어뢰의 스크류 추진음을 조기에 탐지해 이 음향 데이터를 곧바로 함교에 보내 어뢰 피격을 사전에 방지하는 용도로도 이용되었다.
0식 수중청음기는 이처럼 대형 마이크를 원형으로 배열한 효과로 감도가 높아지고 탐지각의 정확성 면에서는 큰 개선을 볼 수 있었지만, 어차피 패시브 소나의 한계는 넘을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추진 소음이 큰 대형 함선에만 장비된 탓에 온갖 잡음이 들끓는 실제 수중 상황에서 대잠 견시 용도로는 그리 실용적인 가치가 없었으므로, 더욱 고성능의 청음기가 요구되었다. 그래도 0식 수중청음기는 개량을 거치며 계속 쓰였는데, 특기할만한 것은 I-63(伊63) 같은 순잠형 잠수함에도 설치되어 쓰였다는 것이다.